제 52화
<다시 동굴로>
[천마신공의 성취가 올랐습니다. 심법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단전의 크기가 확장됩니다. 가진 내공의 총량이 증가합니다.]
[내공의 운용이 더 정교해집니다. 하위 마공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집니다.]
6성으로 오른 천마신공.
삼재심법을 완성시켜야만 가능할 줄 알았지만, 10성에 오르자 고대하던 심법의 이해도가 올라섰다. 그리고 부족한 이해도가 채워지면서 드디어 천마신공의 성취가 올라섰다.
생각지도 못한 변화에 강준우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변화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절정의 경지로 올라섰습니다.]
[내기의 수발이 더욱 자연스러워집니다.]
[내기의 운용이 더 수월해지고, 효율적으로 변합니다.]
[검기상인(劍氣傷人)의 경지로 내공을 유형화 시킬 수 있습니다.]
'저, 절정!'
그의 경지가 일류 무인에서 절정 무인으로 다시 변했다.
천마신공의 성취가 더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검기상인이라는 경지로 접어들면서 내공을 유형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이었다. 흔히 말하는 검기나 권기 같이 기운을 뽑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동안 신체나 손에 쥐고 있는 무기에 기운을 실으면서 더욱 강한 힘을 끌어내는 게 전부였다면, 이제는 검기를 뽑아내며 파괴력을 더 늘릴 수 있었다.
'검풍보다 더 강한 힘이라니.'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당연히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는지 앞에 앉아있던 김연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실실 웃는 거야?"
"응? ……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
그녀는 의심의 눈초리로 강준우를 바라봤다.
아무 이유 없이 웃을 놈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녀의 말을 뒤로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확인하지 않은 힘이었다.
검기라는 힘이 어느 정도 위력을 내는지 살피는 게 먼저였다.
"그만 움직이는 건 어때?"
"기운은 다 회복 한 거야?"
"여기에 있다가 다른 놈들을 만나면 더 위험할 것 같아서."
"그래. 그게 좋겠다. 두 사람은 어때?"
"우리야 쉬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
그들은 다시 자리를 옮겼다.
동굴에서는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왔던 길을 되돌아서 밖으로 빠져나왔다.
***
'절정과 검기라.'
밖으로 나온 그들은 동굴 입구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곳의 주인이었던 고블린들은 씨가 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 이상의 위협은 없었기 때문에 입구만 잘 살피면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가 가능했다.
세 사람을 뒤로한 강준우는 따로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천마신공이 6성에 오르자 절정이라는 경지를 이룩할 수 있었다.
당연히 천마신공의 성취를 높인다면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심법의 이해도인가?'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해서는 더 높은 이해도가 필요했다.
적어도 삼재심법을 완성시키고, 귀음심공의 성취까지 높일 필요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점창을 열고 다른 심법을 익히려고 시도해 봤지만, 예의 경고를 다시 확인했을 뿐이었다.
아마도 심법은 최대 3개까지만 익힐 수 있는 것 같았다.
'우선 삼재심법을 완성시켜봐야지.'
단기적인 목표를 정했다.
삼재심법을 12성까지 올리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제 또 다른 힘을 얻은 만큼 크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가만히 손에 쥔 철검을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기운을 끌어 올렸다.
자연스럽게 일어난 천마신공의 힘이 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상당한 힘이 한 곳으로 몰려들었고, 그의 의지에 맞춰서 검신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아직 익숙하지 않은 기의 운용에 검신이 떨며 요란한 소리를 흘렸지만, 점점 기운이 진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신 위로 회색빛을 띤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게…… 검기?'
상당한 내공을 쏟아내고 나서야 유형화 된 기운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회색빛의 기운이 한데 모이며 영롱하게 빛났다.
조잡한 철검이었지만, 검기가 맺히자 엄청난 보검으로 바뀐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당연히 검풍보다야 위력적이겠지만.'
멍하니 그 힘을 바라보던 그는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줄어드는 내기를 느끼며 옆에 있던 나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가볍게 검을 휘두른 게 다였지만, 거대한 고목에 가느다란 금이 그어졌다.
그리고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 윗동이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쿠웅.
"……."
너무나 쉽게 잘린 거목.
성인 두 명이 손을 맞잡은 채, 팔을 벌려야 겨우 품을 수 있을 정도로 두꺼운 나무기둥이었지만, 너무나 쉽게 잘려나갔다.
"……."
말문이 턱 막혀왔다.
직접 일을 벌인 그로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그동안 매체에서 접했던 검기는 너무나 흔한 설정들 중에 하나였다.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힘으로, 그저 절삭력을 높이는 것이 전부인 것 같았지만, 실제 마주한 힘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직접 경험한 검기는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동안 검풍의 위력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검풍은 검기에 비할 바가 못 됐다.
놀란 강준우는 검신에 맺혀 있는 검기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 정도 힘이면 완전히 무쌍을 찍겠는데?'
이제 동굴에 있는 오크들도 학살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검기를 바라보던 그의 표정이 다시 딱딱하게 굳어졌다.
"흐음."
위력은 확실했지만, 그만큼 많은 내공이 필요했다.
천마군림보같은 위력적인 기술을 제대로 펼치는 것보다는 덜했지만, 오랜 시간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절정에 이르면서 더욱 확장된 단전으로도 긴 시간을 유지하지 못 하는 것을 보면 이 정도의 위력도 이해가 갔다.
'이런 힘을 곧장 쓰려고 했으니.'
처음 이곳에 떨어지고 곧바로 상급에 이른 기술을 사용하려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지금도 버거운 힘이었다.
지금도 흉내 내지 못할 강한 힘을 곧장 사용하려고 했으니, 그런 식으로 자멸하는 것은 당연했다.
떠올린 기억에 씁쓸해하던 그는 소진된 내공을 가늠하며 다시 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검기의 사용에 관해서 고심했다.
'순간순간 드러내면서 효율을 높이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한데.'
검풍을 쏘아내는 것처럼 짧은 순간에만 검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내공의 소모를 최소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막 검기를 확인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세밀하게 검기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내공을 회복하는 게 먼저겠지. 그리고 틈틈이 연습도 해야 할 거고.'
***
다시 동굴로 향하는 세 사람의 표정에는 섭섭함이 가득했다.
특히 김연희의 입술은 그녀의 감정을 드러내듯 댓 발이나 튀어나와 있었다.
"혼자 뭐 좋은 거라도 먹은 거야?"
"무슨 개소리야?"
"요즘 은근히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갖는 것네?"
"눈은 왜 그렇게 떠?"
"수상해서. 도대체 뭘 하나 궁금해서 그러지."
"……."
김연희의 시선에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뿐만 아니라 백선화의 시선도 민망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누가 뭐라고 그랬나?"
"그러게."
"……."
은근히 노골적인 반응이었지만,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의 시선에 옅은 한숨을 내쉰 그는 변명하듯 말을 이어갔다.
"새로운 힘을 확인했을 뿐이야."
"……."
따로 이들에게 속일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드러내야 할 힘이었지만, 그렇다고 아직까지 운용이 미숙한 상태에서 밝힐 생각은 없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서 어쩔 수 없이 밝혀야했지만, 정작 그 말을 꺼낸 강준우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난 또 뭐라고. 그럼 미리 말을 하지 그랬어."
"크흠. 너는 쫌 생각 좀 하고 말해라!"
"당연한 의심이잖아! 이게 다 선배 때문이라고."
"이게 왜 나 때문이야? 내, 내가 뭘?"
"그걸 내 입으로 말해야겠어? 따로……"
"닥쳐!"
권우철은 그녀의 말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백선화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녀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을 뿐이었다.
'에휴.'
권우철은 그 모습에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눈치 없는 김연희의 행동이 당연히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그들은 다시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를 확인한 강준우는 백선화를 향해 말했다.
"전처럼 선화, 네가 정령으로 안을 살펴."
"알았어."
"그리고 형이 앞장서는 걸로."
"그, 그래."
"이제 긴장들 하자고."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움직였지만, 이제는 분위기를 달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만큼 동굴은 위험한 곳이었다.
동굴뿐만 아니라 이곳 자체가 위험했다. 어떤 일이든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백선화는 곧장 노움을 불러냈다.
하급으로 올라선 노움이 능숙하게 동굴 안을 살폈고, 그들은 그녀의 알림에 따라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까지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입구 쪽에는 오크라는 놈들이 보이지 않았지만, 얼마 움직이지 않아서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잠깐! 오크가 있는 것 같아."
"벌써?"
어제 싸웠던 곳까지 움직이려면 한참을 더 걸어야만 했다.
여러 개의 통로가 있다지만, 인근에 있던 오크는 그들이 모두 처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빨리 만난 오크들의 움직임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도 강준우가 함께 있다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상태였다. 무엇보다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그들이었기 때문에 걱정은 없었다.
"차라리 잘 됐네. 멀리 안 가도 되고."
"근데, 조금 달라."
"다르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가만히 정신을 집중하던 백선화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일전에도 노움을 통해서 오크의 존재를 알려왔던 그녀였지만, 이런 표정은 지어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셋은 잠자코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백선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크는 오크인 것 같은데……"
"근데 뭐가 문제야."
"그 사이에 못 보던 놈들이 끼어있는 것 같아."
"못 보던 놈들?"
"외형이 조금 다르다고 하는데…… 어떤 상황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어."
정령만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노움의 도움으로 가벼운 정찰이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었다.
"발견한 놈들은 얼마나 되는데?"
"대략 다섯 정도?"
"다섯이라. 형? 어때?"
"나야 앞에 두 놈만 막으면 되잖아. 외형이 조금 다르다는 놈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
강준우 역시 새로운 놈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고민을 읽었는지, 권우철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어제보다 더 강해졌으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괜찮겠어?"
"네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힐도 있고."
"좋아. 우선 어떤 놈인지 확인이라도 해 보자고."
"알았어. 가자!"
강준우도 검기를 얻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고블린 족장이라는 놈이 나타나도 지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혼자만의 이야기였다. 아직 불안한 세 사람이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었다.
그들과는 점점 유대감이 깊어지고 있었다.
그런 걱정과 함께 움직인 일행은 백선화의 설명처럼 다섯 마리의 오크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던 다른 외형이 어떤 놈인지 확인했다.
"크아아아!"
그들을 보자마자 괴성을 지르는 놈의 외침에는 피어가 담겨 있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오크 전사의 마력을 이겨냅니다.]
'오크 전사?'
마주한 놈은 평범한 오크와는 또 달랐다.
고블린 워리어처럼 조금 더 강한 놈인 것 같았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놈의 힘이 느껴졌지만, 그렇게 걱정할 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강준우만 하고 있었다.
정작 그를 마주한 권우철은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
"쉬운 놈은 아니겠는데? 오크 전사라니!"
"괜찮겠어?"
"한 번 부딪쳐 볼 게."
마주한 또 다른 오크.
고블린 족장이 사용했을 법한 도끼를 쥐고 있는 놈이 앞으로 나서며 권우철과 마주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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