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53화 (53/254)

제 53화

<복잡한 동굴 속>

콰앙.

"크흡!"

오크 전사는 손에 쥔 도끼를 휘두르며 권우철을 내리찍었다.

강력한 일격에 그가 크게 휘청거렸지만, 다행히 큰 불상사는 이어나지 않았다.

"어때? 괜찮아?"

"버틸만 해!"

"기다려! 매직 미사일!"

놈의 공격에 권우철이 밀리자, 김연희는 바로 캐스팅한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세 개로 늘어난 빛의 구체가 그대로 오크 전사의 머리통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놈은 손에 쥔 도끼를 휘두르며 그 공격을 쳐냈다.

콰과광.

그녀가 날린 매직 미사일의 개수는 전보다 많아졌다.

수도 더 늘어나 있었고, 위력도 더 강력해 졌다.

이제 헤이스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만큼 그녀도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마법에 투자 했다. 하지만 작정을 하고 날린 마법은 오크 전사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뭐야? 이걸 다 받아냈다고?"

"…… 노움!"

멀정한 오크 전사의 모습에 백선화도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사용할 수 있는 정령들 중에서 그나마 위력이 강한 하급 노움을 통해서 곧바로 공격을 이어갔다.

그녀의 의지에 따라 바닥이 꿈틀거렸다.

석순처럼 솟아난 날카로운 돌기둥이 그대로 놈의 사타구니를 꿰뚫려는 듯이 커져나갔지만, 미리 눈치를 챘는지 놈은 기민하게 움직이며 솟아오르는 돌기둥을 쳐냈다.

콰앙. 후두두두.

가벼운 발짓에 그녀의 공격이 무로 돌아갔다.

그리고 강준우는 아직까지 개입하지 않은 채,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좁은 통로에서 같이 움직여봤자 방해만 될 뿐이었다.

오크 전사라는 놈을 새로 발견한 만큼 앞으로는 놈과 마주하는 경우가 잦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세 사람의 힘을 확인해 보는 게 먼저였다.

콰앙. 퍼엉.

오크 전사라는 놈도 세 사람의 공격을 모두 막아낼 수는 없었다.

계속되는 공세에 놈도 몇 차례 공격을 허용하며 충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잘 버텨냈다.

세 사람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강한 오크 전사라는 놈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했다.

'어떻게 갈수록 강한 놈만 나타나는 거지?'

이제 오크 정도는 해볼만하다고 느꼈지만, 어째 점점 더 강한 놈들만 등장하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은 강준우도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강한 오크 전사의 모습에 그는 찬찬히 놈의 모습을 살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계속해서 마력을 사용하고 있는 건가?'

평범한 오크들과 다르게 맷집이 강한 것은 물론이고, 움직임도 더 기민해 보였다.

마치 온 몸에 내공을 두른 것처럼, 놈은 온 몸에 마력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강력한 놈의 모습은 마치 고블린 부족장과 닮아 있었다.

세 사람의 싸움을 가만히 지켜보던 강준우는 앞으로 나섰다.

이들이 계속 싸우면 결국에는 놈을 쓰러뜨릴 것도 같았지만, 뒤에 남아 있는 놈들을 생각하면 모든 힘을 소진하게 만들 수 없었다.

이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도 처음 보는 오크 전사를 경험해봐야만 했다.

"이제 내가 상대할 게."

"알았어."

그의 의도를 잘 알고 있는 세 사람은 공격을 멈췄다.

그 순간을 노리며 오크 전사의 도끼가 다시 권우철의 방패를 후려쳤지만, 권우철은 오히려 버티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오크 전사와 권우철 사이에 거리가 벌어졌다. 그리고 강준우가 그 사이를 파고들며 검을 내질렀다.

'일섬!'

삼재검법을 기본으로 한 쾌검이 오크 전사를 향해 날아들었다.

검에서 뿜어져 나온 검풍이 오크 전사의 미간을 노렸지만, 놈은 다급히 도끼를 들어 올리며 그의 공격을 받아냈다.

터엉.

'막아? 이 공격을?'

놈은 다른 오크들과 다르게 더 기민하게 움직였다.

뿜어져 나온 검풍도 막아내는 걸로 봐서 확실히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흐읍!'

그는 공격이 막히자마자 곧바로 내기를 끌어올리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이 기회에 검기를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천마신공의 내기가 순간 검신에 몰려 들었다.

회색빛의 영롱한 기운이 검신을 휘감는 순간, 그의 검이 다시 한 번 섬광을 그렸다.

"크아!"

놈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괴성을 지르며 힘을 쥐어짰다.

다시 한 번 도끼날을 비틀며 넓은 면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이번에 내지른 공격은 그대로 날을 꿰뚫으며 오크 전사의 머리를 꿰뚫었다.

쿠웅.

그대로 뒤로 넘어가는 모습에 세 사람의 눈이 커다래졌다.

특히, 권우철은 더욱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강준우의 검에 맺힌 기운에 경악하며 뇌까렸다.

"거, 검기?"

"검기라니? 그게 뭐야?"

"……."

충격을 받았는지 그는 말을 잇지 못 했다.

그 사이, 강준우는 새로운 알림을 전해 들었다.

[동굴 오크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5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고블린 부족장을 쓰러뜨리고 100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쓰러진 놈도 그에 준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더 작은 포인트를 남겼다.

'이놈이 더 약한 놈이었나?'

아무래도 부족장에 미치지는 못 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그에게 고블린 부족장이나 오크 전사나 약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적은 포인트를 뒤로한 그는 남은 오크들을 바라봤다.

놈들도 놀랐는지 쉽게 움직이지 못 했고, 강준우는 다시 남은 세 사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남은 네 마리는 세 사람의 몫으로 돌릴 생각이었다.

'저 정도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 뭐, 뭐지?'

놀란 듯 그를 바라보던 세 사람에게 시선을 돌린 그는 뭔가 이상한 느낌에 미간을 찌푸렸다. 왠지 모를 찝찝한 느낌이 그를 휘감았다.

야생의 감각이 이상함을 알렸고, 강준우의 시선이 주변을 살폈다.

그런 그의 눈에 새로운 오크들이 가득 들어왔다.

놈들은 백선화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다른 통로를 통해서 뒤를 잡은 것 같았다.

아직 세 사람은 놈들의 존재를 몰랐다.

권우철도 앞에 나와 있는 상황이라서 백선화가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위험해!"

강준우는 곧장 피어를 사용하며 놈들을 묶었다. 하지만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놈은 그의 공격을 빠져나온 것 같았다.

그의 외침에 세 사람이 뒤를 돌아봤고, 피어에서 자유로운 오크가 그대로 돌진했다.

"선화야!"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제 와서 그녀를 돕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다. 하지만 백선화는 곧바로 반응했다.

"노움!"

그녀가 정령을 찾기 무섭게 달려들던 오크들의 바닥에 물러졌다.

변한 바닥이 순식간에 놈들의 발을 휘감았고, 다시 굳으며 놈들의 움직임을 제약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놈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

괴성을 내지른 놈들은 힘을 주며 휘감은 바닥을 떨쳐냈다.

콰앙.

부서져 나가는 바닥과 함께 강준우가 바닥을 박찼다. 하짐 그가 움직이기 전에 백선화가 비장의 수를 꺼내들었다.

힘을 쥐어짠 그녀의 눈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녀와 눈을 마주한 오크의 시선이 몽롱해졌다.

'뭐지?'

그녀를 죽일 듯이 달려들던 오크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선두에 선 놈이 돌연 방향을 바꾸더니 뒤에 있는 두 오크를 막아선 것이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우철 오빠! 오래는 못 버틸 것 같아."

"아, 알았어. 저긴 내가 막을 게."

짧은 순간, 오크의 정신을 제압한 것이다.

뒤늦게 백선화의 능력을 떠올린 강준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매혹으로 오크를 홀린 건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그러 능력을 이런 식으로 사용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그런 그녀의 기지가 나쁘지 않았다.

백선화에게 홀린 놈이 남은 두 오크를 상대하는 동안, 권우철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강준우는 뒤에 있는 네 오크를 향해 움직였다.

쉬이익. 푸슉. 푸슉.

평범한 오크들은 검풍을 쏘아내면서 상대할 수 있었다.

오크 전사와 다르게 일섬을 통한 공격에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 했고, 순식간에 네 마리의 오크가 바닥을 굴렀다.

그 사이, 김연희는 뒤에 나타난 오크를 향해 마법을 날렸다.

백선화에게 이지를 제압당한 오크가 남은 두 놈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놈들을 상대하는 사이 파상적인 공격을 퍼부으며 포인트를 획득했다.

권우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같은 편이 된 오크를 도우면서 휘청거리는 상대를 향해 하나뿐인 공격 마법을 날렸다.

콰광.

머리에 꽂히는 강렬한 빛에 또 다른 오크가 목숨을 잃었다.

다행히 뒤에 있던 두 놈이 먼저 쓰러졌다.

적이 사라지자 백선화는 뒤를 돌아보고 있는 놈을 공격했다.

"노움!"

그 외침과 함께 오크의 아래에서 돌기둥이 솟아올랐다.

이미 이지가 제압당한 놈의 몸도 정상이 아니었다. 혼자서 두 마리 오크의 공격을 받아낸 놈이 정상일 리가 없었다.

솟아오른 돌기둥이 놈의 몸을 꿰뚫었다.

죽는 순간까지 별다른 저항없이 공격을 받아낸 놈의 몸이 축 늘어졌다.

"뭐야? 엄청 사기잖아!"

"…… 대박! 이걸 왜 이제야 사용한 거야?"

"그거야…… 힘드니까."

"……."

말을 마친 백선화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오크의 이지를 제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넝마가 된 놈을 마무리 지으면서 남은 힘을 모두 쏟아낸 것 같았다.

결국, 마지막 놈까지 쓰러지자 세 사람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생각보다 더 강한 세 사람의 모습을 확인하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성장은 그 혼자만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일행을 걱정하던 것이 기우였던 것 같았다.

***

휘리릭. 터엉.

도를 내던진 오크의 공격에 도망가던 사람이 피를 뿌리며 튕겨져 나갔다.

제때 공격을 피하지 못한 사내가 바닥을 구른 것이다.

거의 다 와서 쓰러지는 그 모습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놈들을 유인하던 사람은 쉽게 일어나지 못 했다.

꽤나 위험한 상황에 모두가 그를 걱정했지만, 정작 앞으로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크와아아!"

그런 상대를 잡았다는 고양감에 오크의 포효가 동굴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때, 한 사람이 뛰쳐나왔다.

"하압!"

커다란 기합을 내뱉은 그는 그대로 도를 앞세우며 오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너무나 무모한 모습이었지만, 지켜보던 사람들은 오히려 안도했다.

"크아!"

오크들은 광분하며 소리쳤다.

놈들은 무모하게 달려드는 그 모습에 흥분하며 도를 들어 올렸다.

그대로 일격에 놈을 베어내려는 듯이 두꺼운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놈들이 그를 베어내기도 전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전방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짙은 혈향을 머금고 있었다.

광폭한 바람이 주변을 휩쓸었고, 그 앞을 가로막고 있던 세 마리의 오크들이 도를 휘두르며 바람에 대항했다.

하지만 놈들의 노력도 부질없었다.

사력을 다해서 휘두른 도격도 몰아치는 광풍을 막아낼 수 없었다.

콰과광. 콰광.

광풍은 혈풍으로 변했고, 커다란 굉음과 함께 짙은 혈향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바람이 멈추자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흉성을 토해내던 오크들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고, 주변은 피로 흥건해졌다.

"후우."

짧은 순간, 폭발적인 힘을 쏟아낸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도신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촤아악.

오크들의 피로 질척이던 바닥에 핏물이 튀었다. 그리고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누군가가 구역질을 해댔다.

"우웁. 우웩! 우웩!"

그만큼 주변은 처참했다.

바닥은 오크들의 피로 흥건했고, 놈들의 몸은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잘게 다져진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한 번에 세 놈을 쓰러뜨린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확신을 갖지 못 한다는 듯한 반응이었지만, 그 모습에 한 사람이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에는 우리한테 넘긴다고 했잖아?"

"내가 아니었으면 너희들 중에 한 명은 뒈졌어."

"그건 그렇지만……"

딱히 틀리지 않은 말이었다. 그가 아니면 미끼를 자처했던 자는 목숨을 잃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김기철은 이를 악물었다.

이런 이유로 그들이 힘들게 데리고 온 놈들을 채어간 적이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그는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앞에 있는 놈은 그만큼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개자식! 이래서 우리끼리 온다고 했는데.'

불만이 가득한 김기철의 모습에 옆에 있던 박형선이 나서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괜히 정민국과 대립해봐야 좋을 건 없었다.

"그, 그만 정리하자. 다시 오크를 몰아오려면 빨리 움직여야지."

"……."

만류하는 그의 말에 김기철은 다시 일행들을 다독였다.

그 역시도 앞에 있는 놈과 싸워봤자 좋을 건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어색해진 분위기에 남은 사람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다른 사냥감을 찾기 위해서는 다시 위험을 감내해야만 했다.

"민국이, 너는 어떡할래?"

"나? 나야 뭐……"

"이번에는 우리도 좀 잡게 도와주라."

"내가 꼭 뭘 뺏은 것처럼 말한다?"

"내 얼굴 좀 봐줘. 우리도 힘 좀 키워야 그 새끼들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아쉬움이 가득한 박형선의 말에 그는 인심을 썼다는 듯이 말했다.

"좋아. 뭐 따로 움직이지."

"그, 그래?"

"너희들은 알아서 움직여라. 뭐 이상한 흔적이라도 찾으면 곧바로 알리고."

"아, 알았어. 조심해라."

"조심? 크크. 그래. 너도 조심해라."

그는 박형선의 말에 그는 실소를 흘렸다.

기분 나쁜 웃음에 박형선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지만, 애써 표정을 감추며 자리를 떴다.

그렇게 혼자 남은 정민국은 아쉬운 듯이 주변을 둘러봤다.

"새끼들 눈치는 빨라가지고! 이게 편했는데. 그나저나 이것들은 어디로 간 거지? 이런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텐데."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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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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