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54화 (54/254)

제 54화

<복잡한 동굴 속>

"누가 우릴 욕하고 있나?"

"우리가 아니라 너겠지."

"……."

김연희는 권우철의 말에 그를 흘겨봤다. 하지만 지금은 다투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백선화의 매혹이 풀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놈들을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오크와 싸우고 있는 또 다른 오크. 그리고 그런 오크를 돕고 있는 세 사람.

동굴 안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동굴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오크가 이렇게 든든할 줄이야!"

"나는 힘들어 죽겠어. 빨리!"

"미, 미안."

백선화의 말에 김연희는 머쓱해했다. 그리고 앞에 있는 권우철을 바라보며 곧바로 왼쪽에 있는 오크를 가리켰다.

"선배. 왼쪽 먼저 처리하자."

"알았어. 하아!"

김연희의 말에 권우철은 방패로 왼쪽에 있는 놈을 밀어냈다.

이미 선두에 선 다른 놈이 적으로 돌아선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른 오크는 그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터엉.

휘청거리는 놈에게 옆에 있던 오크의 도가 꽂혔다.

백선화의 매혹으로 조종당하고 있는 놈이 동족을 공격한 것이다.

촤아악.

강한 힘에 베인 놈이 피를 뿌리며 무릎을 꿇자, 놈의 머리로 김연희의 매직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콰과광.

무방비 상태에서 맞은 세 방의 매직 미사일에 오크가 쓰러져 나갔다.

생각보다 쉽게 놈을 쓰러뜨렸지만, 그들이 돕고 있던 오크의 몸에서도 피가 튀었다.

"크아아아!"

동족을 배신한 놈에게 강력한 공격이 꽂혔다.

그 고통에 조종당하던 오크가 괴로워하며 괴성을 질렀다.

강한 고통에 매혹이 풀렸다.

몽롱했던 오크의 눈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백선화는 다급히 그 사실을 알렸다.

"조심해! 놈이 정신을 차렸어!"

"알았어. 하압!"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권우철은 주저앉은 놈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새롭게 구한 메이스가 놈의 머리에 꽂혔고, 오크는 그대로 쓰러지며 움직임을 멈췄다.

"후우. 후우."

"선화, 너는 쉬고 있어. 조금 뒤에 부를 게."

"알았어."

꽤나 지친 듯한 백선화를 뒤로한 그들은 남은 두 오크를 바라봤다.

순식간에 상대하던 두 놈이 쓰러져 나갔다.

아직 두 마리의 오크가 남았지만, 두 사람은 개의치 않으며 놈들을 상대했다.

"홀리 쉴드!"

"매직 미사일!"

콰앙. 콰과광.

권우철은 여유롭게 앞으로 나서며 남은 두 놈의 이목을 끌었고, 김연희는 개중에 한 놈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크게 휘청거리는 오크의 모습에 권우철까지 힘을 더하자 남은 오크가 다시 목숨을 잃었다.

마지막 남은 오크도 두 사람의 협공에 큰 상처를 입고 비틀거리자, 김연희가 백선화를 찾았다.

"선화야, 지금이야."

"알았어. 노움!"

"크아아아!"

지친 오크는 처절한 괴성을 내지르며 움직임을 멈췄다.

솟아오른 돌기둥이 그대로 놈의 몸을 파고든 것이다.

누구보다 그 고통을 공감할 수 있는 권우철은 끔찍하게 죽은 놈의 모습에 움찔거리며 얼굴을 찌푸렸지만, 남은 두 사람의 표정은 상당히 밝았다.

"우와! 이제 네 마리도 거뜬하네."

김연희의 말에 두 사람도 웃음을 보였다.

강준우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제 네 마리의 오크를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그만큼 백선화의 매혹이라는 능력이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었다.

매번 강준우의 도움을 받았던 그들에게는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럼 이제 우리가 도우러 가 볼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오크 전사라는 놈이 둘이나 섞인 놈들이었어. 당연히 도와야…… 괴물 같은 놈. 거긴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네가 세 번째 캐스팅을 할 때였나?"

"……."

소리도 없이 나타난 강준우는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서 그녀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었다.

그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준우의 모습에 김연희는 말을 잇지 못 했다.

'아니지. 이게 당연한 거겠지.'

이미 그와의 격차를 알고 있었다. 이런 강준우의 힘이 그들에게 나쁠 것은 없었다. 오히려 든든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그와의 격차는 강한 자극을 줬다.

그들도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세 명이 한 마리의 오크도 잡을 수 없었던 적이 엊그제 같았지만, 이제는 네 마리를 한 번에 상대할 수 있었다.

차곡차곡 포인트를 모아나가면 적어도 작은 도움이라도 될 거라고 확신했다.

왠지 비장한 그녀를 뒤로한 권우철은 일어서는 강준우를 향해 물었다.

"내공은 다 채운 거야?"

"거의 다 채웠어. 이제 좀 쉬어. 주변은 내가 지킬 테니까."

"그래. 그럼 부탁한다."

이제는 스스럼없이 대하는 그들의 모습에 강준우는 옅은 미소를 보였다.

비록, 이들이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심리적으로 상당한 안정감을 줬다.

적어도 소진한 힘을 회복하는 동안에 등을 내어줄 수 있는 관계까지는 온 것 같았다.

일행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서로는 독립적인 싸움을 이어갔다.

괜히 강준우에게 부담을 주는 거라고 생각했던 그들이 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그들이 나름 규칙을 정해서 오크를 상대하면, 강준우는 다른 오크들과 싸우면서 포인트를 획득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각자가 따로 오크들을 상대하고, 소진한 힘을 회복할 동안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것으로 돕고 있었다.

강준우는 주변을 살폈다.

그가 나서자마자 김연희와 백선화는 부족한 마나를 채워갔고, 권우철은 강준우의 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다친 거냐?"

"응? 다치다니?"

"여기! 상처가 있는데? 뭐야? 한두 개가 아니네?"

"아,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닌……"

"힐!"

작은 상처를 발견한 권우철은 곧바로 힐을 사용했다.

가벼운 생채기가 난 것뿐이었지만, 그는 유난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강준우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워한 감정이 컸다.

"다음부턴 바로 말해. 이렇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니까."

"알았어. 고마워."

"고맙긴. 당연한 건데."

권우철은 그 말에 멋쩍어하며 자리에 앉았다.

뒤늦게 소진한 신성력과 체력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강준우는 그들의 곁을 지켰다.

별다른 위협이 없다는 걸 확인한 그는 자신의 몸을 살폈다.

이미 옷은 넝마가 된 지 오래였지만, 이 싸움에서는 유난히 더 찢겨진 것 같았다.

오크 전사라는 놈이 둘이나 끼어 있는 조합이었다. 상대하는 놈들의 힘은 점점 강해지고, 그 수가 더 많아지는 만큼 상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전사라는 놈들하고 부딪칠 때, 생긴 건가?'

어차피 철포삼이 있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이제는 조금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았다.

'귀음신법만으로는 무리가 있나?'

점점 강력한 놈들과 싸우면서 부족한 점이 눈에 보였다.

천마군림보와 일양지, 일섬과 검기라는 강력한 수단을 손에 넣었지만, 보법을 비롯한 다른 능력은 그 능력에 미치지 못 했다.

D등급의 귀음신법.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은 장점이었지만, 여러 방향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강준우는 가진 무공에 관해 고심했다.

지금 얻은 대부분의 포인트는 삼재심법을 올리는데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다른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았다.

'보법을 먼저 배워야 할까? 아니면 괜찮은 방어구를 갖춰 입어 봐?'

B등급까지 열린 상황에서 적절한 보법을 손에 넣는 것을 고민했다.

그게 아니라면 귀물로 분류되는 물건들을 얻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무공이야 익히고도 성취를 올려야 했지만, 귀물로 분류되는 물건들은 손에 넣으면 곧바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보물들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포인트가 필요했고, 잃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다시 주변을 둘러보며 주변을 경계하던 그는 상점창을 살폈다. 그리고 열린 B등급의 무공을 살피면서 익힐 수 있을 만한 보법을 추렸다.

'구궁보와 매화보, 신기보나 건곤보라.'

대부분이 정파라고 불리는 곳들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인 보법이었다.

그가 가진 내공 자체가 보법을 펼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것들을 배제하고 몇 가지 무공을 살피던 그는 갑자기 느껴지는 낯선 시선에 정신을 일깨웠다.

'뭐지?'

이상한 느낌에 주변을 둘러봤지만, 딱히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 느낌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야생의 감각이 아무런 이유 없이 허투루 작용했을 가능성은 낮았다.

"뭐야? 뭐라도 있는 거야?"

"……."

꽤나 진지한 강준우의 모습에 김연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녀가 매혹을 사용하면서 대부분의 힘을 사용했던 백선화보다 빨리 회복하는 것이 당연했다. 특히나, 마나 연공법만 주로 올렸던 김연희인지라 마력의 회복이 더 빠른 것 같았다.

"아니. 누가 보고 있는 것 같아서."

"…… 누가? 설마, 오크?"

"그건 아닌 것 같고."

"……."

알 수 없는 말에 그녀는 긴장하며 캐스팅을 이어갔다.

여차하면 곧바로 공격을 날리려고 했지만, 강준우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시선에 관심을 접었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건가?'

계속되는 긴장에 착각을 했을 지도 몰랐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 누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어려울 건 없었다. 함께 하고 있는 세 사람도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었고, 그 역시도 가진 힘에 자신이 있었다.

비록, 부족한 부분을 확인했다지만, 그것은 차차 개선해 나가면 될 일이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기운을 회복하고 있던 두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소진한 힘을 다 채우지는 않았지만, 괜히 넋 놓고 앉아있다가는 평생 누워있게 될지도 몰랐다.

"그 시선 어디에서 느낀 거야?"

"저쪽?"

"잠깐만 기다려 봐."

백선화는 곧장 노움을 불러냈다. 그리고 그가 이상하다고 지목한 곳을 살폈다.

싸움에서는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없었지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주변을 확인하던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게 이상한 점은 없다고 하는데?"

"그래? 내가 착각을 했나보네."

"……."

완벽할 것 같은 그가 실수를 했다는 사실에 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히려 강준우의 이런 모습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이놈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어.'

그도 얼마 전까지 평범한 학생 중에 한 명이었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왠지 기분이 좋아진 김연희는 표정을 감추며 물었다.

"다시 동굴 밖으로 나갈 거야?"

"아무래도 그게 좋겠지? 여기보다는 안전한 테니까."

나가서 보법에 관해 고민을 해볼 생각이었다.

가만히 포인트를 확인하던 그는 세 사람과 다시 동굴 밖으로 향했다.

동굴 안은 상당히 복잡한 구조였다.

오크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만큼 그 길을 되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들에게는 노움이 있었다.

정령을 부리는 백선화의 힘으로 어렵지 않게 길을 찾아가는 게 가능했다.

"사, 살려주세요! 누구 없어요!"

"……."

"도와주세요. 제발…… 흐윽. 흐윽."

너무나 생뚱맞은 상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백선화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녀는 곧장 노움을 불렀고, 정령을 통해서 상황을 알아봤다. 그리고 근처에 누군가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전했다.

"여자야. 근처에 오크가 쓰러져 있는 것 같아."

"너무…… 이상한데? 혼자만 있는 거야?"

"글쎄. 대략적인 상황만 전해 들어서."

김연희의 의심은 당연했다.

여기 있는 모두가 비슷한 생각이었다.

워낙에 흉흉한 일을 많이 겪었던 그들이었기 때문에 의심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강준우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다른 곳에 향해 있었다.

'다시 느껴지고 있잖아? 그 시선.'

남은 일행들이 기운을 회복할 때, 느껴졌던 그 시선이 다시 느껴졌다.

야생의 감각으로 확인한 그 낯선 감각이 다시금 이상함을 알려왔지만, 그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으며 태연하게 행동했다.

"도우러 가자."

"뭐? 뭐라고?"

"당연히 도와줘야지. 그냥 두고 지나치면 죽을 게 분명하잖아?"

"그, 그렇지. 그냥 두면…… 주, 죽겠지?"

누구보다 무관심했을 강준우의 반응에 김연희가 어색해하며 맞장구를 쳤다.

백선화도 이상함을 눈치채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히려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며 상황을 더욱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괜찮을까? 괜히 이상한 일에 휘말리면 어떡해?"

"……."

확실히 연기를 했던 사람이라 다른 것 같았다.

그녀의 말에 그들은 고심했지만, 아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권우철이 나서며 일행을 이끌었다.

"그, 그래도. 사람이라면. 당연히. 도와야 하지…… 않겠어?"

딱딱한 권우철의 반응.

그의 발연기에 세 사람의 표정이 굳어졌다.

[작품 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