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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61화 (61/254)

제 61화

<각색(各色)>

"어디로 가야 되는 거야?"

군대로 보이는 오크들을 뒤로하고 물러난 강준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기철을 쫓는 것에 너무 집중을 하다 보니 돌아갈 길을 잃어버렸다.

그만큼 동굴의 규모는 크면서도 복잡했다.

김연희의 우려가 현실로 일어났지만,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그를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과 멀어질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던 그는 결국 걸음을 멈췄다.

이대로 계속 움직인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없어도…… 큰 상관은 없겠지?'

마지막에 본 그들의 모습을 떠올린 강준우는 생각보다 훨씬 강했던 그들의 모습에 걱정을 떨쳐냈다.

크게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여기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임무를 확인했다면 이 근처에서 만날 수 있겠지? 하아. 씨발."

이렇게 길을 잃은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백선화가 주로 길을 찾고, 김연희가 동굴에 표시를 하면서 움직였다.

그런 김연희에게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타박했던 그였지만, 결국, 길을 잃은 사람은 강준우 본인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쪽팔려서라도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후우."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쉰 그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품에 있는 무한의 식량 주머니에서 음식을 꺼내 먹었다.

"이거라도 넘겨줄 걸 그랬나?"

많은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그보다는 세 사람에게 더 필요한 물건 같았다.

그렇다고 다시 그들을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랬다면 이런 후회도 없었을 게 분명했다.

가만히 앉아서 허기를 채우던 그는 세 사람에 대한 걱정을 떨쳐냈다.

여기에서 걱정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지금은 그들에 대한 걱정보다 이번에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게 중요했다.

개별 보상을 통해서 빠르게 성장할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개별 보상을 잘 받았기 때문이다.

'정예 오크를 처리하라는 걸 보면…… 다른 오크들은 필요 없다는 건가?'

정예 오크.

다리에서 마주했던 오크들을 이끄는 놈인 것 같았다.

다른 오크들과 다르게 완벽한 무장을 갖추고 있는 놈이었다.

제대로 된 갑주는 물론이고, 옆에 검을 찬 놈은 전사라고 불리는 놈보다 더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 마주하면 고블린 족장 격의 위치인 것 같았지만, 그놈보다 강할 것은 분명했다.

'대충 잡아도 100마리는 넘어갈 것 같던데.'

정확히 1백의 오크 부대를 이끌고 있는 놈이 정예 오크였다.

"구역을 지키는 정예 오크라."

그 말을 곱씹던 강준우는 그곳에 있는 백 마리의 오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목표가 정예 오크들이라면 한 놈만 있는 게 아니잖아?'

그 말은 다른 구역에도 저 정도 규모의 놈들이 더 있다는 소리였다.

100마리 씩 무리를 이룬 채 움직이는 오크들.

그것도 전사와 사냥꾼, 샤먼이 함께 하고 있는 군대였다.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놈들은 아니었다.

이제는 그런 놈들을 잡아야만 했다. 그리고 놈들을 토대로 힘을 키워야만 했다.

문제는 우두머리라는 놈이었다.

'우르치'라고 불리는 놈이 얼마나 강할지 몰랐다.

대략 정예 오크라는 놈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지금 상태로 우르치라는 놈을 만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우선 만난 놈을 먼저 처리하면 되겠지.'

괜히 고민을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목표가 명확하게 정해진 만큼, 우선 마주했던 놈들을 처리하고 정예라는 놈을 잡는 게 중요했다.

강준우는 상점에서 다시 최하급 단약을 구입했다.

오크 전사 한 놈을 처리하면 얻을 수 있는 물건이었다. 더 이상 내공을 회복하는데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빠르게 내공을 회복하고 한 마리의 오크라도 더 잡는 게 유리했다.

단약을 입에 넣자, 부족한 내공이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건곤대나이를 손에 넣고 난 이후로 달라졌다. 아직까지 성취가 낮아서 제대로 활용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

내공을 회복한 그는 오크가 있는 곳을 다시 찾았다.

커다란 동굴과 이어져 있는 다리 근처.

그곳에는 여전히 많은 오크들이 주둔해 있었다.

'전사들 수는 좀 줄인 것 같은데.'

문제는 샤먼과 사냥꾼이었다.

놈들이 너무나 밀집된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잠깐 고민하던 그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유령보를 펼치며 놈들에게 접근을 하면서 그나마 체력이 약한 놈들을 노렸다.

목표가 되는 놈들은 샤먼이었다.

저주라는 능력을 펼치는 놈들이었다. 혹시라도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냥꾼이 아닌 샤먼을 목표로 했다.

"끄륵."

"크륵? 크륵?"

갑자기 쓰러지는 오크 샤먼의 모습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구석에 숨어서 날린 귀음신장에 오크 샤먼이 싸늘하게 식은 채 목숨을 잃었다.

은밀한 습격에 놈들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강준우는 걸음을 옮기며 반대쪽을 노렸다.

투욱.

그렇게 다시 귀음신장을 날리자, 이번에는 오크 사냥꾼이 쓰러졌다.

오크들 입장에서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쓰러지는 놈들의 모습에 그들은 즉각 조치를 취했다.

"크아아아!"

정예 오크라는 놈이 크게 울부짖자, 놈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갑자기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는 놈들의 모습에 강준우는 이상함을 느끼며 빠르게 놈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다리를 위를 내달리며 반대편에 있는 입구로 간 그는 곧장 몸을 숨겼다.

너무 적진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었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오히려 이 기회에 놈들을 처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유령보가 제대로 된 힘을 보이자 그는 연기처럼 사라졌고, 그렇게 몸을 숨기기 무섭게 오크들은 곧장 전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무작정 밀집해 있는 형태에서 나름 진형을 이룬 것이다.

'샤먼하고 사냥꾼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인가?'

놈들의 움직임이 달라지자, 상황이 복잡하게 변했다.

다시 반대편으로 건너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놈들의 움직임이 달라지면서 그럴 가능성이 줄었다.

다리 뒤로 물러난 놈들이 갑자기 공격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한데 모인 사냥꾼들이 시위를 당겼고, 정예 오크의 지시에 맞춰 공격을 이어갔다.

피잉. 피잉. 후두두두.

놈들은 다리 위를 노렸다.

혹시 그곳에 숨어 있을 누군가를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했고, 텅 빈 장소에 수많은 화살이 꽂혀들었다.

콰과광.

사냥꾼뿐만 아니라 샤먼들도 공격을 이어갔다.

체계적으로 구역을 나눠서 공격을 감행하는 놈들의 모습에 강준우는 혀를 내둘렀다.

뒤늦게 놈들이 다리 뒤로 물러난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확인되지 않은 공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혹시라도 숨어있을지 모를 적을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기에는 저런 형태로 확인해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이제는 오히려 다리가 상대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었다.

만약에 다리 근처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영락없이 놈들의 공격을 받아내야만 했다.

지금처럼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지는 못 했을 거라는 사실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실히 얕볼 놈들이 아니란 말이야.'

다른 생명체인 것은 분명했지만, 고블린도 그렇고 오크도 보통 놈들이 아니었다.

둔한 외모와 다르게 놈들은 영악했다.

놈들의 움직임은 놀라웠지만, 그렇다고 마냥 감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적어도 채운 내공을 어느 정도 써야겠지?'

마음을 정한 그는 다시 유령보를 펼치며 적당한 놈을 물색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바깥에서부터 낯선 움직임이 감지됐다.

'뭐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갑자기 통로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왔다. 그 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자리를 지키고 있던 오크들도 그들의 모습을 확인하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크와아아!"

정예 오크는 크게 포효하며 사기를 드높였고, 오크들이 무기를 다잡았다.

대략 2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나타난 그들은 곧장 대열을 갖추면서 오크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다.

부대와 부대가 부딪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널따란 다리를 사이에 둔 두 무리는 공격을 이어갔다.

"공격해!"

먼저 공격을 감행한 쪽은 나타난 스무 명의 사람들이었다.

미리 준비를 갖추고 있던 그들이 곧장 마법을 날렸다. 여러 개의 화염구가 앞을 가로막은 전사들에게 꽂혔다.

콰과광.

강력한 폭발이 일자, 공격에 휩쓸린 오크 전사들이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들도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들이 불길이 휩싸이기 무섭게 오크 샤먼들이 움직였다.

놈들의 지팡이에서 흘러나온 밝은 빛이 오크 전사들에게 쏟아졌다.

불길에 휩싸인 채로 괴로워하던 놈들은 그 빛에 평온을 되찾았고, 이어지는 정예 오크의 괴성에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잉. 피잉. 후두두두.

먼저 오크 사냥꾼들이 공격을 날렸다.

화살을 쏘아내며 거리가 떨어진 자들을 노렸지만, 방패를 든 사람들이 앞으로 나서며 공격을 받아냈다.

투두둑. 투두둑.

'뭐야? 방패까지 있어?'

꽤나 철저한 준비를 갖추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싸움이 처음은 아닌 것 같았다.

화살이 막히자, 대기하고 있던 오크 전사들이 돌격하기 시작했다.

손에 쥔 도끼로 앞을 가린 놈들의 돌진에 건너편에 있던 사람들이 다시 마법을 날렸다.

콰과광. 콰과광.

'장관이네.'

마치 판타지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나타난 사람들의 움직임만 봐서는 꽤나 오래전부터 손발을 맞춘 것 같았다.

점점 가까워지는 오크 전사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방패를 쥔 사람들이 다시 앞으로 나섰고, 그 뒤로 무기를 쥔 자들이 기다렸다.

순식간에 두 무리가 부딪치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혼란한 상항에 가장 유리한 사람은 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미 적진 깊숙한 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그는 오크 사냥꾼을 노리며 장력을 뿌렸다.

퍼억. 퍼억.

장력이 적중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가 손을 뻗을 때마다 은밀한 벽공장이 날아갔고, 오크 사냥꾼들이 쓰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쓰러지는 동료들의 모습에 옆에 있던 놈들이 혼란스러워했지만, 다른 오크들은 그들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모든 오크들의 시선은 다리 밖에 있는 스무 명의 사람들에게 쏠려 있었다.

'나한테 나쁠 건 없지.'

그렇게 빠르게 수를 줄여나가던 강준우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놈을 바라봤다.

그가 확인한 놈은 정예 오크였다.

가볍지 않은 무장을 한 채로 오크들을 독려하는 그 모습에 강준우는 고심했다.

'이대로 대가리를 조져?'

목표로 정해진 놈이 바로 '구역을 지키는 정예 오크'였다.

아무리 오크 사냥꾼이나 샤먼을 줄여봤자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없었다.

물론, 작지 않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지만, 더 큰 것을 노리는 그에게는 성이 차지 않는 놈들이었다.

'남은 내공이……'

한 순간 강한 힘을 쏟아내고 물러나기에는 충분했다.

마음을 정한 그는 근처에 있는 샤먼을 쓰러뜨리면서 정예 오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행히 그가 근접할 때까지 그의 존재를 눈치챈 놈들은 없었다.

"밀리지 마! 다리에서 놈들을 막아!"

멀리서 들려오는 처절한 외침.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모습에 남아 있던 오크들도 다리 쪽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오크가 그곳으로 향하자, 기회를 잡은 강준우는 곧장 철검을 꺼내들며 기운을 흘렸다.

"크륵?"

갑작스러운 살기에 이상함을 느낀 정예 오크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런 그에게 회색빛 검기가 날아들었다.

촤아악.

일섬을 더한 공격이었다.

그대로 놈의 목을 베어낼 것 같았지만, 정예 오크는 급히 몸을 비틀었다.

사력을 다한 놈의 행동에 목이 아닌 가슴이 베여 나갔다.

그것만으로도 치명적인 상처는 분명했다.

곧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근처에 있던 오크 샤먼들이 놈을 도왔다.

놈들이 지팡이를 치켜들자, 예의 빛이 정예 오크를 휘감았다.

벌어졌던 가슴이 다시 아물기 시작했고, 강준우는 얼굴을 찌푸리며 다리에 내력을 돌렸다.

쿠웅.

강하게 진각을 밝자, 주변이 크게 울렸다.

그 힘을 축으로 한 그는 곧장 검을 내지르며 정예 오크의 목을 노렸다.

푸욱.

회색빛 검기가 정확히 놈의 울대를 파고들었다.

치명적인 일격에 정예 오크가 쓰러지자, 강준우는 모인 검기를 뒤로 날리며 비틀거리는 오크 샤먼들을 노렸다.

콰과광.

검기가 그들을 휩쓸었다.

남은 샤먼들이 쓰러지자, 안팎에서 공격을 받는 놈들이 혼란에 빠졌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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