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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64화 (64/254)

제 64화

<각색(各色)>

"미친! 막아!"

대뜸 달려드는 과감한 행동에 다섯은 질겁하며 무기를 꺼냈다.

이렇게 빨리 공격을 해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다. 하지만 대응을 하기도 전에 강준우의 검에 날아들었다.

"끄윽!"

"혀, 형님!"

이렇다 할 대처도 하지 못하고 꼬꾸라지는 사내의 모습에 뒤에 있던 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그저 소리만 내지르는 것은 아니었다.

동료가 당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대응을 이어갔다.

"죽어!"

용기를 얻기 위함인지 목소리를 높인 그들은 곧장 강준우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스스럼없는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런 식의 시비를 거는 이들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다.

동료가 당했지만, 위축되는 느낌도 없었다.

확실하게 이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욕설을 내뱉으며 무기를 휘둘렀다.

"개자식. 죽인다!"

쉬이익. 촤아악.

휘두른 도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흘러 나왔다.

도풍이었다. 상대가 날린 도풍이 그의 가슴을 베기 위해 날아들었지만, 강준우는 몸을 비틀며 수월하게 공격을 피해냈다.

강준우 드러난 놈의 빈틈을 확인하며 다시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그들 역시 이런 식의 경험이 많았는지 강준우가 움직이기도 전에 다시 공격을 해왔다.

"숙여!"

그 소리에 맞춰서 도풍을 날린 자가 허리를 숙였고, 뒤에 있던 사내의 검이 쏘아졌다.

미간을 노리는 일격이었다.

꽤나 예리한 공격이었지만, 검신이 닿기도 전에 강준우의 몸이 흩어지듯 물러났다.

"미친!"

몇 차례 합을 맞추면서 익힌 유용한 방법이었다.

꽤나 결과가 좋았던 합격술을 그저 뒤로 물러나는 것만으로 피해낸 것이다.

무엇보다 그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지금 마주한 놈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놈이었다.

다섯 마리의 오크를 처리한 걸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꽤나 지쳤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것까지 염두에 두며 움직였지만, 앞에 있는 놈은 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물러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놈을 쓰러뜨려야만 했다.

"하압!"

허리를 숙인 자는 물러난 강준우의 발을 노렸다.

강한 도풍이 다시 쏟아졌지만, 강준우는 너무 쉽게 공격을 피해냈다.

날아오는 도풍을 가볍게 뛰어 넘으면서 일격을 날렸다.

그의 어깨가 흔들렸다.

살짝 움찔거리는 것 같았지만, 도풍을 날린 자는 그대로 쓰러지며 움직이지 못 했다.

'뭐야? 암기라도 날린 건가?'

너무 빠른 검격은 그들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일섬을 섞은 무영검은 실전에서 더 강력한 위력을 내보였다.

검을 내지른 자는 상대의 강함에 잘게 몸을 떨었다.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일었다. 이대로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도, 도망가야……"

그가 남은 둘을 향해 소리쳤지만, 채 말을 끝낼 수 없었다.

동료를 쓰러뜨린 강준우와 시선을 마주한 순간, 그의 의식이 끊겼기 때문이다.

쿠웅.

이마에서 피를 뿌리며 뒤로 넘어가는 동료의 모습.

아무 것도 없었다.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도 보지 못 했지만, 선두에 선 두 사람은 너무나 쉽게 쓰러져 나갔다.

마치 멀리서 저격을 당한 것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그들의 모습에 남은 둘은 기겁하며 준비한 마법을 쏟아냈다.

"죽어!"

그를 향해 날아드는 마력들.

쏟아진 힘이 강준우의 주변을 뒤덮었고, 익숙한 빛의 구체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주변에 채워진 마력이 변하기 시작했다.

낯설지 않은 느낌의 그 기운은 곧장 바닥을 변형시키며 그의 몸을 붙잡았다.

정령이었다.

백선화가 부리던 노움이라는 놈이 그의 움직임을 묶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가벼운 발짓만으로 노움을 떨쳐냈다.

"커헉."

가볍게 흘린 천마군림보의 힘이 정령을 역소환 시키자, 정령을 부린 자가 피를 토하며 괴로워했다.

그 틈에 매직 미사일이 날아들었지만, 가벼운 손짓과 함께 터져나갔다.

콰과광.

도저히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상대의 능력을 파악한 그들은 이를 악물었고, 강준우는 그들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마저 둘을 쓰러뜨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려는 순간 커다란 외침이 동굴을 가득 채웠다.

"거기까지!"

[천마신공의 공능이 피어를 이겨냅니다.]

'피어?'

피어를 사용하는 자가 나타났다.

이런 공격을 한 사람은 지금 나타난 자가 처음이었다.

표횰한 신법으로 빠르게 거리를 좁힌 자가 강준우와 거리를 벌린 채 주변을 살폈다.

그런 그와 강준우의 시선이 부딪쳤다.

살기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그 시선을 무시한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마저 손을 놀렸다.

파앗.

휘두른 팔이 흐릿한 잔상을 남겼다.

동시에 안도하던 두 사람이 피를 뿌리며 뒤로 넘어갔다. 나타난 남자의 외침과 함께 살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었다.

하지만 그들은 미간이 꿰뚫린 채로 뒤로 넘어갔다.

"흐음."

스스럼없이 둘을 처리하는 강준우의 단호한 손속에 사내는 침음을 삼켰다.

'내가 흘린 피어가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거잖아?'

상대가 좋지 않았다.

이런 놈을 만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그의 실수였다.

마주한 사내를 향하던 강준우의 시선이 그의 뒤로 옮겨졌다.

피어를 사용했던 남자 뒤로 큰 덩치를 가진 자들이 다급하게 뛰어왔다.

비대하다고 느껴지는 덩치와 짧게 자른 머리들.

영락없는 조폭의 모습이었다.

앞선 자는 그들과 다른 모습이었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그도 같은 부류의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왔다.

"대담한 놈이네. 내가 멈추라고 했는데."

"내가 그 말을 들어줘야 하나? 나를 죽이려고 했던 놈들인데."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를 봤나? 말이 짧다?"

강준우의 말에 뒤에 있던 사람이 발끈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런 수하의 모습에도 민노식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봤고, 앞으로 나선 자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형님. 제가 저 새끼를 손 좀 보겠……"

"그래. 해 봐."

"예?"

"손 좀 보라고. 저 싸가지 없는 새끼."

"……."

예상과 다른 그의 반응에 앞으로 나선 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꼬리를 말 수는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형님."

깍듯하게 인사를 한 그는 주먹을 들어 올리며 강준우를 노려봤다.

자세만 보면 곧 죽일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미 다섯 명을 쓰러뜨린 놈을 상대한다는 건, 자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나 같이 목이나 머리가 꿰뚫린 채로 죽어 있는 모습에 그의 몸이 절로 얼어붙었다.

겁에 잔뜩 질린 사내의 모습.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강준우는 뒤에 있는 민노식에게 시선을 돌렸다.

'만나는 놈들마다 정상이 아니네.'

죽일 테면 죽여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정말로 나서면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수하로 보이는 놈을 보내는 것을 보면 정상이 아닌 게 분명했다. 그런 놈의 명령에 앞으로 나서는 놈도 정상은 아니었다.

왠지 간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쩔 수 없이 나온 놈을 과연 죽일 수 있느냐는 듯한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이미 나도 정상은 아니니까.'

여기에서 저들의 의도대로 끌려다닐 생각은 없었다.

강준우는 떨리는 발을 간신히 부여잡으며 가까이 다가오는 자를 향해 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 순간, 신중하게 다가오던 자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동시에 날카로운 기운이 그의 위로 날아들었다.

쉬이익. 콰과광.

강력한 기운의 정체는 검기였다.

강준우가 있던 자리에 꽂힌 강한 일격에 동굴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상당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공격을 날린 민노식의 얼굴에 놀람이 스쳤다.

'피해? 이걸?'

작정을 하고 날린 기습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런 공격을 피했다는 것은 이미 그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수월하게 공격을 피해낸 강준우도 곧장 검격을 뿌렸다.

쉬이익.

그는 받은 공격을 그대로 되돌려 줬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기에 민노식의 얼굴이 절로 구겨졌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검을 휘두르며 날아오는 공격을 받아냈다.

파츠츠츠.

'뭐지? 저 검술은?'

상대 역시 만만한 자가 아니었다.

지지 않으려고 받아친 공격을 검술로 받아내면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검첨이 둥근 원을 그리자, 강준우의 검기가 그 안에 갇혔다.

그 상태에서 검을 뿌리자, 상대방의 검기가 동굴 벽에 부딪치며 터져나갔다.

콰과광.

"후우. 하마터면 뒈질뻔했네."

"……."

"제법인데?"

민노식은 과장된 반응을 보이며 깜짝 놀랐다는 표현을 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여유롭게 느껴졌지만, 실상 그의 표정은 경직돼 있었다.

민노식은 아릿하게 남아 있는 통증을 감추며 말을 이어갔다.

"잘못 건드린 것 같네. 우리 애들이."

"우리 애들?"

"이미 다섯을 처리한 것 같은데. 이쯤에서 그만 두는 건 어때?"

"……."

생각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곧 죽일 것 같이 공격을 날린 놈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무엇보다 이미 일행으로 보이는 다섯 명이 목숨을 잃은 상황이었다.

그들의 죽음을 뒤로하고 이 일을 덮겠다는 판단은 쉽기 이해할 수 없었다.

"작은 오해로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 믿어주면 좋겠는데. 안 될까?"

장난기가 가득한 말이었다.

오히려 그 말이 더 큰 위협으로 느껴졌다.

가만히 그의 눈을 살피던 강준우는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강준우는 별다른 말이 없었고, 민노식은 그런 반응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저 새끼도 제 목숨 귀한 줄은 알 테니까.'

최선은 여기에서 덮는 것이었다.

검기를 날릴 정도로 강한 놈을 몰라본 멍청한 놈들의 잘못이었다.

말을 잘 들은 부하가 줄어든 것은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위험을 감내할 필요는 없었다.

"너는 거기서 뭐해? 이 새끼야. 그냥 기어들어와."

"예? 예. 형님!"

둘 사이에 끼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사내가 쭈뼛거리며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배를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가 새어나왔다.

"아아악!"

"…… 지금 뭐하자는 거냐?"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수하의 모습에 민노식의 눈초리가 달라졌다.

대충 일을 해결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앞에 있는 놈은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믿을 수가 있어야지."

"뭐? 무슨 개소리야?"

"워낙에 믿을만한 놈들이 없는 것 같더라고. 여기에서는."

"……."

"싸울 생각이 없다면 감내해라. 남은 놈들 전부 이런 상처를 내면 나도 마음이 놓일 것도 같은데. 어때?"

진지한 그의 표정에 민노식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앞에 있는 놈도 꽤나 미친놈이 분명했다.

'하긴, 검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놈이라면 평범한 놈은 아니라는 거겠지.'

스스럼없이 다섯을 처리한 놈이었다.

심약한 놈이었다면 진즉에 죽었을 거라는 사실에 그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건 내가 못 믿겠는데?"

"……."

"괜히 그랬다가 네가 마음을 바꾸면 어떡하라고?"

굳이 수적인 우위를 버릴 이유가 없었다.

그마저도 없으면 앞에 있는 놈은 진즉에 달라들었을 것 같았다.

고민하는 강준우의 모습.

민노식은 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앞에 있는 놈도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에는 자신의 뜻대로 따를 게 분명했다.

"뭐하고 있어? 저대로 뒈지게 둘 거냐?"

"아, 아닙니다."

배를 부여잡은 채, 쓰러진 덩치를 가리키자 뒤에 있던 사람들 중에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손을 뻗으며 능력을 보였다.

"힐!"

저 정도 사람들 중에 힐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더 이상했다.

곧바로 치료를 이어갔지만, 강준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쐐에엑.

그는 힐을 사용하는 사람을 가리켰고, 그의 손가락에서 강한 기운이 쏘아졌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민노식은 급히 검을 뿌리며 그의 공격을 쳐냈다.

콰앙.

뜬금없는 공격에 일양지를 받아낸 민노식의 얼굴이 절로 구겨졌다.

"씨발! 지금 뭐하는 거야?"

"화를 낼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 같은데? 먼저 시비를 건 사람은 너희들인데, 왜 네가 끝내려고 하는 거지? 그것도 맨입으로?"

"……."

종잡을 수 없는 그의 말에 민노식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래서 싸우자?"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럼 어쩌자고?"

"뭐…… 오늘은 여기에서 끝내지.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며 인사를 건넨 강준우는 결국 물러났다.

"씨발. 허세는!"

민노식은 그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이 뇌까렸지만, 그런 웃음도 길지 않았다.

곧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연기처럼 흩어지는 강준우의 모습은 그로서도 쉽게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일은 그가 사라진 이후에 일어났다.

"혀, 형님!"

"뭐?"

"주, 죽겠는데요?"

"무슨 개소리……"

뜬금 없는 말에 시선을 돌리자, 복부가 꿰뚫렸던 자가 잘게 몸을 떨고 있었다.

살을 맞은 듯이 괴로워하던 그는 결국 움직임을 멈췄고, 민노식의 표정이 절로 일그러졌다.

'씨발. 언제?'

그도 모르는 사이에 놈이 손을 쓴 것 같았다.

손을 펴 보이며 인사를 건넸던 강준우의 모습을 떠올린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재미있는 새끼네. 그 새끼."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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