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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65화 (65/254)

제 65화

<각색(各色)>

"어떡할까요? 형님? 그 새끼를 쫓을까요?"

"야이, 병신아! 쫓아서 뭐? 어쩌자고?"

"그야 당연히……"

"죽고 싶다는 의지를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거냐? 졸라 참신하네."

호기롭게 외치는 그 말에 민노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한 놈이 더 죽었다는 사실에 짜증이 일었다.

수하가 죽은 것보다 강준우가 손을 쓸 때까지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게 더 화가 났다.

그 와중에 이딴 소리를 지껄이는 놈의 모습은 당연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래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우리를 무시한 놈인데."

"그래서? 네가 그 새끼를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

"에휴. 병신! 내가 이런 새끼를 데리고 여기까지 왔다니."

신랄한 민노식의 말에 말을 꺼낸 남자는 고개를 떨궜다.

나름 그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서 말을 꺼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일어난 것 같았다.

"어깨 위에 붙은 건 장식이냐? 생각 좀 해라. 생각 좀!"

"죄, 죄송합니다."

"이래서 조폭 새끼들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 거야."

"그, 그래도 그냥 두기에는 찝찝하지 않습니까?"

이미 적의를 가진 놈이었다.

그놈이 보인 행동만 봐서는 다시 만나도 좋은 관계가 될 수 없었다.

민노식도 그걸 모르지 않았다.

만약, 틈이 보였다면 누가 말하지 않았어도 진즉에 움직였을 그였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직접 마주한 강준우는 쉽게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아. 씨발! 그 새끼는 도대체 뭘 처먹고 그렇게 강해진 거지?"

"……."

답답해하며 내뱉은 그의 말에 남아 있던 자들의 얼굴에 놀람이 스쳤다.

직설적인 그의 성격 상, 빈말을 할 리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말을 꺼낸 것을 보면 그 조차도 승부를 쉽게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긴,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여섯을 죽인 놈이었으니까.'

민노식이 저런 말을 하는 이유가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그들도 강준우의 강함과 단호한 모습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민노식을 믿었다.

그 역시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절정에 오른 사람이었다.

독보적인 힘을 가진 그라면 조금 전에 물러난 놈을 충분히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민노식은 확신이 없었던 것 같았다.

가볍게 보이지만, 신중한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은 말을 아꼈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민노식은 주변을 둘러보며 쓰러진 자들을 가리켰다.

"뭐해? 정리 안 하고?"

"예? 예. 형님!"

그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수하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라졌던 강준우의 모습을 떠올렸다.

'쉬운 놈은 아닐 거란 말이지.'

마지막 움직임은 그조차도 눈치 채지 못 했다.

그런 놈을 그냥 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중을 기약하는 건…… 힘들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불리했다.

처음에는 힘을 키우고, 그 이후에 자신이 생기면 강준우를 상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그놈이 더 빠르게 포인트를 모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도 챙겨야만 하는 그로서는 마냥 사냥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그가 힘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된 놈들이었다.

앞으로도 필요한 놈들이었다. 그냥 버릴 수도 없었다.

"가자. 그 새끼 치러."

"그, 그 새끼라면?"

"날 물 먹인 새끼! 차라리 지금 처리하는 게 나아."

"……."

민노식의 변덕에 남아 있던 자들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살기 가득한 그의 눈빛은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진즉에 도망갔을 것 같은데요."

동굴은 너무나 복잡했다.

조금만 늦어도 일행을 놓칠 정도로 얽힌 곳에서 한참 전에 빠져나간 그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민노식은 개의치 않았다.

"그 새끼가 졸라 친절했거든."

"예? 졸라 친절하다니요?"

"……."

민노식은 동굴 천장을 보며 알 수 없는 말을 남겼다.

빛나는 종유석 작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우연찮게 발견한 그 인위적인 흔적을 만들 사람은 많지 않았다.

***

조폭들을 뒤로한 강준우는 빠르게 움직였다.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았다.

소진한 내공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우선 안전한 곳에서 힘을 회복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따로자리를 잡은 그는 손에 넣은 것들을 확인하며 표정을 굳혔다.

'얻은 게 별로 없네.'

여섯 명을 쓰러뜨렸지만, 손에 들어온 것은 삼재권법이 전부였다.

마지막에 주먹을 쥐고 신중하게 움직였던 자를 처리하고 들어온 능력이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능력이라 곧바로 삼재권법의 성취가 올랐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그 새끼는 뭐지?'

민노식을 떠올린 그는 침음을 삼켰다.

조폭 두목으로 보이는 놈의 힘이 너무나 강했다.

갑자기 검기가 날아왔을 때는 그조차도 깜짝 놀랐다.

높아진 야생의 감각으로 미리 몸을 피하지 않았더라면 꽤나 곤란했을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놈의 생각이었다.

흔히 알고 있는 성질 급한 조폭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꽤나 신중한 놈인 것 같았는데.'

그래서 더 불안했다. 오크는 물론이고, 그의 수하로 보이는 다섯 명까지 처리하면서 내공을 소진한 상황이었다.

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게 분명했지만, 섣불리 달려들지 않았다.

그를 잡으면서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런 놈이 가만히 있을 리는 없을 텐데."

따로 뒤를 쫓아오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황을 쉽게 잊을 것 같지도 않았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게 분명했고, 그때 어떤 식으로 나올 지가 관건이었다.

작은 부딪침이었지만, 강준우도 이 일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안심할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그와 비슷하게 절정에 이른 사내의 등장은 강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거기에 단체로 움직이는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동굴 속의 상황이 꽤나 복잡하게 흘러갈 것 같았다.

언제 어떤 식으로 관계가 변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것뿐이었다.

수적으로 불리한 그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결국에는 오크를 잡아야하는 거네.'

오크들을 잡아서 포인트를 얻어야만 했다.

그 와중에 부족한 숙련도를 채우고 힘을 키워야 안전을 도모하는 게 가능했다.

'그나저나 이놈들은 어디에 있는 거지? 무슨 길이 이렇게 복잡해?'

여전히 알 수 없는 동굴의 구조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

꽤나 많은 길을 걸은 이후에 그는 결국 원하던 놈들과 마주했다.

새롭게 만난 놈들 역시 전에 봤던 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조가 다 비슷한 건가?'

비슷하다기보다 같다고 해야 했다.

밑이 보이지 않은 구덩이 위로 다리가 놓여 있었다.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오크들이었다.

문지기로 보였던 놈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 뒤에는 오크들의 본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과 같은 장막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문제는 앞에 있는 놈들을 공격하면 뒤에 있는 놈들이 곧장 움직일 거라는 사실이었다.

'그냥 앞에 있는 놈들을 무시하고 움직일까?'

따로 뒤에 있는 놈들 사이로 잠입을 하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았다.

일전에는 상당한 효과를 봤지만, 그것 역시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이전의 상황은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할 수 있었다. 다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밖에서 놈들의 시선을 붙잡을 누군가가 필요했다.

결국, 마음을 정한 그는 천천히 움직였다.

어차피 상대할 놈들이라면 고민한다고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유령보로 몸을 숨긴 강준우는 놈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앞에 있는 오크들에게 접근했다.

그가 근접할 때까지 놈들은 그의 움직임을 눈치 채지 못 했다.

곧바로 오크 사냥꾼의 뒤를 잡은 그는 거침없이 검을 내질렀다.

푸욱.

멀쩡하게 서 있던 오크 사냥꾼의 앞섬이 붉어졌다.

어디선가 피어나는 혈향에 주변에 있던 오크 샤먼의 고개가 돌아갔지만, 그 움직임을 끝으로 놈들의 몸이 기울어졌다.

투두둑.

그가 놈들의 중심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모여 있던 오크들이 쓰러졌다.

확실히 무영검을 얻고 그는 더욱 효과적으로 놈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귀음신장으로 놈들을 공격하던 때와는 위력 자체가 달라졌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뒤에 있던 오크들이 동요했다.

"크와아아!'

괴성과 함께 그가 있는 곳으로 화살이 날아들었고, 그는 곧장 뒤로 물러났다.

후두두두두.

쏟아진 화살이 쓰러진 오크들의 몸에 꽂혔다.

분노한 놈들의 대형이 달라졌다. 모여 있던 그들이 다시 흩어지면서 진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오히려 뭉쳐있는 놈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이 상태로 움직이는 게 나았다.

그나마 틈을 볼 수 있었지만, 그가 기다리는 사이 반갑지 않은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여기에서 만나네?"

"……."

"어우. 저 새끼들을 상대할 생각이었어? 역시나 대담한 새끼라니까."

이죽거리는 듯이 말하는 사람은 민노식이었다.

좋은 감정을 가지지 않은 상태로 헤어진 그가 무리를 이끌고 그곳으로 들어섰다.

'저 새끼가 여기는 어떻게 온 거지?'

그의 흔적을 따라서 신중하게 움직인 민노식은 결국 기회를 잡았고, 과감하게 움직였다.

앞에서는 오크가, 뒤에서는 민노식이 이끄는 무리를 상대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담담하게 물었다.

"싸울 거냐?"

"뭐…… 봐서?"

"굳이 피할 이유는 없지. 다행히 힘을 쓰지는 않았거든."

"……."

강준우는 여전히 당당한 모습이었다.

민노식은 그런 강준우의 모습에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근데, 어쩌냐? 그때처럼 또 당해줄 생각은 없는데."

"……."

작정을 하고 움직인 만큼 접고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손을 들어 올리며 신호를 보냈고, 뒤에 있던 그의 수하들이 빠르게 물러나며 들어왔던 통로를 막았다.

그렇게 천천히 뒤로 물러나는 민노식의 행동에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통로를 막겠다?"

"잘 해봐! 뒤에 있는 놈들하고."

"……."

뒤에서 움직이는 오크들은 강준우의 힘을 소진시키기에 상당히 좋은 놈들이었다.

그가 오크를 건드릴 때까지 기다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를 적으로 인식한 오크들이 움직이고 있는 만큼, 상황은 그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저놈들과 싸우고 내 힘이 빠지면 그때 나를 노리겠다?"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냐?"

"그럴 듯한 생각이긴 한데, 네가 생각한 대로 흘러갈지 모르겠네."

"미친놈. 자신감이 넘치네. 저 통로로는 절대 못 빠져나가. 내가 막을 생각이거든."

검기를 다른 방향으로 쳐내는 그의 모습을 떠올린 강준우는 침음을 삼켰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변화가 찾아왔다.

"뭐, 뭐야?"

통로를 막고 있던 자들이 뒤로 밀려났다.

갑작스러운 그들의 행동에 민노식의 얼굴이 절로 구겨졌다.

"씨발, 내가 확실히 지키라고 했…… 이것들은 또 뭐야?"

"……."

민노식은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등장에 황당해했다.

통로의 입구를 뚫고 나온 사람들은 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오와 열을 맞추며 입구를 빠져나온 자들은 자리에 멈춰 섰고, 대치하는 그들을 바라봤다.

"뭐야? 씨발, 함정이었어?"

"……."

그 질문에 누구하나 답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도열한 사람들 중에 일부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뒤에서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다부진 체격을 가진 젊은 남자로 그는 마주하고 있는 둘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정예 오크를 처리하는 일. 우리도 함께 할 생각입니다."

"……."

너무나 생뚱맞은 말이었다.

민노식은 갑작스러운 그들의 개입에 황당해했지만, 강준우는 오히려 그들의 개입을 반겼다.

일전에 정예 오크를 처리하면서 마주했던 자들 중에 일부가 그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대뜸 공격하지 않은 걸로 봐서는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숨기고 있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그런 변수는 나쁘지 않았다.

"마다할 이유가 없죠. 저는 찬성입니다. 근데, 이 조폭들은 모르겠네요."

"조, 조폭?"

"시발, 누가 조폭이야!"

도열한 사람들을 의식한 민노식이 짜증 섞인 말을 내뱉었다.

'오크를 사냥한다고? 미친놈들. 무슨 개소리지?'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그의 행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저들은 모르겠지만, 강준우라면 그들을 이용할 생각이 분명했다.

새로 나타난 자들을 반기는 강준우의 모습.

얼마 전까지 그를 상대로 강짜를 부리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약은 새끼!'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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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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