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67화 (67/254)

제 67화

<치열한 눈치 싸움>

오크들의 이목을 민노식에게 돌린 강준우는 곧장 정예 오크를 노렸다.

유령보를 펼치자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근처에 있던 오크들의 시선은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는 민노식에게로 향했다.

몇몇 오크들이 강준우의 움직임을 좇으며 공격을 감행했지만, 그는 놈들을 무시하며 한 놈에게 뛰어들었다.

바로 정예 오크였다.

보상을 향한 집념으로 놈과의 거리를 좁힌 그는 곧장 검초를 뿌렸다.

쉬이익. 파앗.

"크아아아!"

귀영검에 일섬을 더한 검격이 순식간에 정예 오크의 가슴에 꽂혔다. 하지만 생각했던 결과가 아니었다.

이미 강준우의 존재를 인식한 놈은 그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비록, 완전히 피해내지는 못 했지만, 일격에 목숨을 잃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처절한 비명에 주변에 있던 오크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아졌다.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놈이 공격당하자, 모두의 관심이 한 곳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

놈들은 곧바로 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시위를 당기고 마력을 모았다.

강준우는 놈들의 적의를 느끼며 크게 소리쳤다.

"으아아!"

무작정 내지른 괴성에는 천마신공의 힘이 실려 있었다.

주변에 있던 오크들이 그의 피어에 움직임을 멈추자, 그는 다시 정예 오크와의 거리를 좁히며 일검을 날렸다.

쉬이익. 푸욱.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처음보다는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그 감각에 정예 오크가 힘을 잃고 쓰러졌다.

들려오는 알림에 강준우의 표정이 밝아졌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아직도 그의 주변에는 많은 오크들이 남아 있었다.

남아 있던 오크들은 수장을 죽인 그에게 강한 적의를 드러냈다.

공교롭게 놈을 쓰러뜨리는 순간 피어가 풀렸고, 놈들의 괴성이 뒤를 이었다.

"크아아!"

피잉. 피잉.

괴성과 함께 날아드는 공격들.

사냥꾼의 화살과 샤먼의 마법이 그가 있는 곳으로 쏟아지자, 강준우는 다급히 유령보를 밟으며 뒤로 물러났다.

'크흡.'

물러나던 그는 침음을 삼켰다.

아무리 뛰어난 보법이라지만, 모든 공격을 피해낼 수 없었다.

폭발한 마법과 쏟아진 화살의 일부가 그를 덮쳤다.

그나마 철포삼으로 피해를 줄였다지만, 모든 충격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피해를 입은 강준우는 그곳을 빠져 나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 와중에도 다른 무리들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임창현을 중심으로 한 자들이 오크들의 수를 빠르게 줄여나갔다.

정예 오크가 쓰러지고 오크들이 흔들리자, 그들은 더욱 기세를 높이며 오크들을 공격했다.

"마력이 부족합니다."

"내공을 채워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상황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역시나 개개인의 기량 차이가 발목을 잡았다.

대부분 포인트를 가지고 가는 쪽은 마법사나 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는 무인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작, 앞에서 공격을 막아내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얻는 포인트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매번 역할을 바꾸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포인트가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었지만, 균등한 분배가 쉽지는 않았다.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런 식으로 약점을 드러냈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임창현이 앞으로 나섰다.

"물러나!"

커다란 외침에는 주변에 있던 오크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 역시 피어를 사용했다.

임창현의 등장에 남은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경직된 오크들의 행동에 잠깐이나마 여유를 가지자, 앞으로 나선 임창현이 위로 뛰어 올랐다.

임창현은 넓은 공동의 천장에 닿을 정도로 뛰어 올랐다.

중력을 거스를 수 없던 그의 몸이 곧바로 떨어져 내렸지만, 모든 상황은 그가 유도한 일이었다.

'뭐야? 저 모습은…… 그 여자랑 비슷하잖아?'

강준우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임창현에게로 향했다.

문득 그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머리 위로 다리를 들어 올린 그의 모습은 예전에 봤던 오영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행동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임창현은 그대로 떨어져 내리며 발을 내리찍었다.

쿠웅.

찍힌 바닥에 큰 균열이 일었다.

그 충격파가 퍼져 나가면서 주변에 있는 오크들을 휩쓸었고, 오크들이 괴로워하며 휘청거렸다.

"지금!"

비틀거리는 놈들의 모습에 임창현은 크게 소리쳤다.

그의 신호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오크들을 향해 달려들며 손에 쥔 무기를 휘둘렀다.

촤아악. 푸욱.

한 순간에 무방비가 되어버린 오크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본 강준우의 눈이 커다래졌다.

'설마, 천마군림보?'

임창현이 익힌 무공은 그가 알고 있는 천마군림보와 비슷했다.

무공을 펼치는 방식하며 주변으로 퍼져나간 충격파에 휩쓸린 오크들의 모습은 그가 알고 있는 그 무공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무공의 등장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근데, 왜 저렇게 뛰어오르면서 공격을 하는 거지?'

이상한 것은 천마군림보를 펼치는 그들의 모습이었다.

오영미도 그렇고 임창현도 그렇고, 높이 뛰어오른 상태에서 천마군림보를 펼쳤다.

그들이 익힌 심법으로는 천마군림보의 힘을 제대로 끌어낼 수 없었다.

부족한 내공으로는 충분한 파괴력을 얻을 수 없었다. 물리적인 충격으로 충격을 날려야만 했고, 그렇게 높이 뛰어오르며 부족한 힘을 대신 채운 것이다.

편법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강준우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바닥을 내리찍으며 오크를 묶은 임창현은 다른 사람들처럼 휘청거리는 오크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발차기를 날리며 남은 오크들을 처리해 나갔다.

그의 각법에 얻어맞으며 오크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을 공격하던 자들은 점점 회복되는 오크들의 모습에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포인트보다는 안전이 먼저였다.

이미 이런 일을 많이 겪었는지 그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뒤로 빠졌다.

임창현이 직접 나서서 강한 힘을 내보인 것은 그들에게 포인트를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강준우는 그런 임창현을 바라보며 고심했다.

'저 사람이 천마군림보를 익혔을 줄이야.'

등급 외에 있는 무공은 포인트로 숙련도를 올릴 수 없었다.

당연히 그 무공의 성취를 올리기 위해서는 동일한 무공이 필요했다.

다른 사람이 익힌 동일한 무공을 손에 넣거나, 등급 외에 등재되어 있는 무공을 구입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제 겨우 2성으로 올라선 천마군림보였다.

성취를 올릴 방법을 찾아낸 강준우는 상대가 임창현이라는 사실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감각이 새로운 위험을 알려왔다.

'이런!'

잠깐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주변에 있던 오크가 그를 노렸다.

아직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다시 유령보를 펼치며 공격을 피해냈고, 사라진 그의 모습에 오크 샤먼은 주변을 살폈다.

푸욱.

오크 샤먼의 목에 구멍이 뚫렸다.

[오크 샤먼을 처치했습니다. 5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놈을 쓰러뜨린 강준우는 다시 임창현을 찾았다.

지금 그의 정신은 임창현이 가진 무공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그때, 푸른빛을 가진 기운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쉬이익. 콰과광.

갑작스러운 공격에 다급히 뒤로 물러나자, 그가 있던 자리가 터져나갔다.

낯설지 않은 공격이었다.

멀리서 이런 위력적인 공격을 날릴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조폭?"

푸른 기운은 민노식이 날린 검기였다.

시선을 돌리자, 얼굴을 잔뜩 찌푸린 민노식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이런 얍삽한 새끼!"

크게 소리친 그는 곧장 검을 내지르며 강준우의 미간을 노렸다.

대뜸 살초를 뿌리는 행동에 강준우는 보법을 밟으며 반격을 이어갔다.

스으윽. 채앵.

옆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느낌.

이미 그가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펼쳤는지 확인한 민노식은 강준우의 무영검에 대비해서 미리 움직였다.

강준우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성취가 높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이미 민노식의 눈에 공격이 익혔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그동안 민노식은 강준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앞으로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야만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하느냐였다.

어떤 무공을 사용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공격을 하는지 알게 된다면 그만큼 상대하는 게 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 노력이 빛을 발했다.

"죽어!"

민노식이 공격을 받아낼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강준우는 날아오는 검격에 급히 뒤로 물러났다.

꽤나 예리한 검격이었다.

자연스럽게 날아든 공격에 그는 뒤로 물러나면 손을 떨쳤다.

채앵. 채앵.

몇 번의 공방을 주고받았다.

정면에서 마주한 민노식의 검술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했다.

무엇보다 날아오는 검이 끊이지 않았다.

짧은 순간, 폭발적인 힘을 내서 빠르게 검격을 쏟아내는 그의 검술과 다르게 민노식의 검은 부드럽게 계속 이어졌다.

무당 특유의 부드러운 힘이 가미된 유운검법이었다.

마치 구름이 흘러가는 것처럼 부드러운 검술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크큭. 다시 한 번 사라져 보지 그러냐?"

"……."

민노식은 그가 물러날 틈을 주지 않았다.

강준우도 자연스럽게 유령보를 섞고 있었지만, 민노식의 검은 집요하게 그를 쫓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강준우가 사용한 대부분의 무공을 확인한 그가 결국 마수를 드러낸 것이다.

주변에 있던 오크들이 두 사람들의 공방에 쓸려 나갔다.

그들은 상대를 잡기 위해서. 그리고 그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 둘은 상당한 내공을 사용하고 있었다.

검기를 두르며 날아드는 민노식의 공격을 평범한 철검으로 받아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잠깐 휴전을 하기로 하자고 한 거 아니었나?"

"크큭. 앞으로 남자 안 하려고."

"대충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도 당해낼 수 없다는 건, 네가 병신이라서 그런 거냐?"

민노식은 환한 웃음을 보이며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갔다.

성질과 다르게 부드러운 검술은 여전히 그를 묶었고, 계속해서 방어를 이어가던 강준우는 결단을 내렸다.

이대로는 가망이 없었다.

계속해서 끌려갈 수 없다는 사실에 곧바로 무영검을 떨치며, 일양지를 날렸다.

채앵. 터엉.

"크윽."

갑자기 날아든 공격에 민노식은 당황했다.

처음으로 그의 공격이 끊기자, 강준우는 다시 그를 가리켰다.

"씨발! 같은 공격에 또 당할 것 같냐?"

다시 일양지를 날리려는 그의 모습에 민노식은 급히 보법을 밟으며 옆으로 물러났다.

강준우는 그런 그의 모습을 확인하며 곧장 장력을 날렸다.

귀음신장이었다.

은밀하게 장력을 날리며 충격을 전해주고, 그 틈을 이용해 마저 그를 처리할 생각이었다.

"흐읍."

제대로 된 공격이 꽂혔는지 민노식이 옅은 신음을 흘렸다.

잘게 몸을 떠는 그의 모습에 강준우는 마지막을 결정짓기 위해서 검을 떨쳤다.

그대로 민노식의 미간을 향해 쏘아지는 날카로운 검격.

하지만 그가 손을 뻗기도 전에 민노식은 허리를 숙이며 발을 내디뎠다.

'뭐지?'

"크크크. 내 연기가 제법이었지?"

"……."

그는 강준우가 귀음신장을 쓸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그에게는 큰 충격을 준 수법이었다.

미리 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을 줄일 수 있었지만, 일부러 공격에 적중당한 것처럼 행동했다.

그 연기로 강준우를 끌어들인 것이다.

가까이 붙은 강준우의 품을 파고든 그는 그대로 팔을 뻗었다.

손에 쥔 검을 쓰지는 않았다.

그는 조금 더 확실하고, 잔인한 방법을 택했다.

민노식은 강준우의 복부에 장심을 댔다. 그리고 준비한 기운을 폭발시켰다.

퍼엉.

가죽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강준우의 몸이 밀려났다.

그저 평범한 장법 같았다. 무장 면장과 다르지 않은 공격이었지만, 그의 내부에서는 강한 힘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십단금의 힘에 저항합니다.]

'시, 십단금?'

무당의 유명한 장법이었다.

그 파괴력이 너무 대단해서 쉽사리 익힐 수 없도록 만든 금단의 무공이 바로 십단금이었다.

유운검법을 능숙하게 펼치던 민노식이 가진 진정한 힘이었다.

제대로 된 힘을 내게 된 것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그 힘이 가진 파괴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구겨진 강준우의 표정에 그는 흡족해했다.

그냥 죽이기에는 그동안 자신을 너무 애먹였다는 사실에 결국 감춰뒀던 수법을 쓴 것이다.

어차피 평범한 장법과 다르지 않은 공격이었다.

멀리서 지켜본다고 하더라도 들키지 않을 무공이었다.

민노식은 크게 흡족해했다. 하지만 승리를 확실하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크흡."

그의 내부로 날카로운 기운이 스며들었다.

발바닥을 통해서 흘러들어온 기운이 그의 기혈을 뒤흔들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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