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화
<치열한 눈치 싸움>
십단금이라는 무공의 강한 파괴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기맥을 찢어발길 듯한 힘에 강준우는 이를 악물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천마신공의 힘이 다시 한 번 그를 보호했다는 점이었다.
6성의 천마신공은 십단금의 힘을 줄였다.
득의양양한 민노식의 재수 없는 웃음에 강준우는 숨겨뒀던 힘을 드러냈다.
어차피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민노식이 숨겨진 힘을 드러냈다지만, 결국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 다시 손을 쓸 것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내부가 뒤틀리는 힘겨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위험이 더 컸기 때문에 앞에 있는 자를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크윽. 개자식!'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에 그 역시도 치명적인 무공을 펼쳤다.
투욱.
뒤로 물러나는 상황에서 디딘 발걸음에 강력한 기운이 실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힘이 작용했다.
[건곤대나이가 파고든 힘의 일부를 돌려줍니다.]
'건곤대나이?'
몸 안으로 파고든 민노식의 내기 중 일부가 천마신공의 힘에 실려 그에게 되돌아갔다.
"크흡."
천마군림보에 노출된 민노식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기맥을 파고드는 힘은 평소에 펼친 천마군림보의 내력과 많이 달랐다.
'씨발, 이게 뭐야?'
이질적인 기운 중에 일부가 그가 알고 있는 무공의 성질을 품고 있었다.
강준우에게 사용했던 십단금의 성질까지 섞여 온 것이다.
이상함을 느끼기 무섭게 또 다른 기운이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끄억."
소리도 없이 날아든 은밀한 장력.
귀음신장이었다. 그 힘에 적중된 민노식의 몸이 꺾였다.
D등급의 무공이었지만, 그 성취가 낮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그 힘에 포함되어 있는 십단금의 파괴력이었다.
그저 한기만 전한 게 아니라, 안으로 파고든 기운이 내부를 휘젓고 있었다.
'이런 공능은 생각도 못 했는데!'
건곤대나이라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 무공이 왜 등급 외에 놓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저 단약의 효과를 높이고, 몸의 잠재능력을 끌어주는 게 전부라고 여겼던 건곤대나이였다.
민노식의 치명적인 공격이 몰랐던 그 힘을 끌어내준 격이었다.
다급히 귀음신장을 펼치자, 그곳에도 건곤대나이의 힘이 섞여들었다.
[건곤대나이가 파고든 힘의 일부를 돌려줍니다.]
[건곤대나이가 파고든 힘의 일부를 돌려줍니다.]
말 그대로 하늘과 땅을 뒤집는다는 무공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역으로 돌려주는 게 가능했다.
고작 1성에 머물러 있던 건곤대나이였지만, 그 공능은 여느 무공보다 더 큰 힘이 되고 있었다.
강준우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저 민노식을 해결하려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천마신공으로 억누른 십단금의 힘을 빠르게 빼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장력을 쏟아내고, 내공을 빼낼수록 남아 있는 민노식의 힘이 빠르게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커억. 커억!"
계속되는 장력에 민노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왔다.
음습한 장력도 문제였지만, 그가 쏟아낸 힘이 다시 그를 상하게 한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갑자기 싸우는 두 사람의 행동에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특히나 민노식에게 기대고 있던 그의 수하들은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혀, 형님을 도와야 하는 거 아니냐?"
"…… 우리가 도움이 될까?"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
"……."
"뭐해? 저 새끼가 우리를 가만히 둘 것 같아? 형님이 죽으면 우리 목숨도 끝장이야!"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들이 두 사람이 부딪치는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창현도 다시 힘을 끌어 올렸다.
마저 남은 오크들을 쓰러뜨린 그는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을 확인한 강준우는 다시 한 번 발을 내디디며 손가락을 뻗었다.
쿠웅.
오롯이 민노식을 향한 천마군림보에 그가 피를 토하자, 강준우는 일양지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쐐에엑. 투욱.
정확히 심장을 관통한 공격에 민노식의 몸이 밀려났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던 그가 까만 어둠으로 가득한 구덩이로 떨어져 내렸다.
비명도 지르지 못 하고 추락하는 그 모습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후우.'
[삼재심법을 획득했습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십단금을 비롯한 무당의 절기를 익히고 있던 민노식이 남긴 무공으로는 너무나 초라해보였다. 고작 삼재심법을 손에 넣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숙련도를 채울 수 있었다.
[삼재심법이 11성으로 올라섭니다.]
[심법의 안정성이 크게 상승합니다.]
[심법의 이해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심법의 영향으로 천마신공의 이해도가 0.01% 상승합니다.]
'이거라도 건질 수 있어서 다행인가?'
민노식이 남긴 건 많지 않았지만, 그의 급습으로 얻은 것은 많았다.
생각지도 못한 건곤대나이의 또 다른 공능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잠재적인 위협으로 남아 있을 강자를 처리할 수 있었다.
무당의 무공을 익힌, 적의를 가진 조폭을 쓰러뜨릴 수 있었지만, 그를 처리한 이후의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상태가…… 최악인 것 같은데?'
십단금의 힘을 떨쳐내기 위해서 너무 많은 내공을 쏟아내야만 했다.
아릿한 단전과 기맥으로 봐서 내상을 입은 게 분명했고, 주변의 눈초리도 곱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임창현의 개입이 문제였다.
민노식이 목숨을 잃자, 그가 앞으로 나섰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 모습에 강준우는 고심했다.
'이대로는…… 힘들겠는데.
그는 남아 있는 오크를 확인하며 뒤로 물러났다.
유령보를 통해서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이 상황에서 내공을 써봐야 내상만 가중될 뿐이었다.
뒤로 물러난 그는 곧바로 상점창을 열었다.
우선 내상을 회복하고 소진한 내공을 회복하는 게 먼저였다. 하지만 상점창을 확인한 그의 움직임이 멈췄다.
'뭐, 뭐야? 포인트가…… 삼천이 넘어가?'
그가 처리한 오크들을 살펴보면 과하다고 할 수 있는 수치였다.
정예는 물론이고, 쓰러뜨린 놈들의 수가 10마리도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상당한 포인트를 얻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일전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전과 다르게 임창현이 통솔하는 자들의 힘이 비교도 할 수 없이 커졌기 때문에 처리한 오크들의 수가 더 줄어드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전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얻었다.
'그놈이 많은 포인트를 가지고 있었던 건가?'
민노식이 처리한 오크들의 수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마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포인트가 상당한 것 같았다.
그 죽음이 마냥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행이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몸의 회복이었다.
임창현이 오기 전에 빨리 몸을 회복시켜야 했다.
하지만 임창현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앞을 가로막은 오크들을 처리한 그는 강준우와의 거리를 빠르게 좁혔다.
'어쩔 수 없나?'
이대로 당하느니 반항이라도 해야만 했다.
뒤에 남은 그의 많은 일행들이 문제였지만, 그렇다고 마냥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바닥을 박차며 달려오는 임창현의 모습.
강준우는 그 짧은 시간동안, 그를 상대하기 적합한 무공을 떠올렸다.
'천마군림보라면 큰 힘이 안 될 텐데. 오히려 나한테는 기회가 되려나?'
천마군림보를 펼치면 당하는 모습을 보이며 일섬을 섞은 무영검으로 급습을 가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임창현은 높이 떠오르지 않았다.
특유의 행동을 취하지 않자, 모든 생각은 허무해질 수밖에 없었다.
물거품처럼 사라진 계획을 뒤로한 그는 무작정 내기를 끌어 올렸다.
'크흡.'
이미 내상이 도진 상황에서 끌어올린 내기에 피가 역류했다.
절로 일그러지는 표정을 감춘 그는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임창현을 바라봤다.
하지만 임창현은 그가 아닌 뒤를 노렸다.
"크아아. 크아!"
'뭐, 뭐지?'
당연히 자신을 공격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임창현은 그가 아닌 오크를 공격했다.
남은 오크를 마저 상대한 그는 머뭇거리는 강준우를 향해 다가왔다.
"괜찮은 겁니까?"
"……."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것 같네요."
"…… 그럴 리가요."
"그런 가요?"
그는 약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태연하게 말했다.
하지만 내상으로 창백해진 안색은 그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임창현은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뭐, 내분이 일어난 것은 썩 달가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정예 오크를 쓰러뜨렸으니까요."
"……."
"그 조폭이라는 사람도 솔직히 믿음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예상과 다른 그의 행동이 강준우에게는 혼란으로 다가왔다.
선의를 보이는 행동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약한 모습을 보인 상대라면 당연히 공격을 해야만 했다. 그래야 그가 가진 무공은 물론이고, 포인트까지 강탈할 수 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그가 살아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마음을 독하게 먹었기 때문이다.
'이게 진심은 아니겠지?'
무뚝뚝한 얼굴이었지만, 임창현은 별다른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뒤에 있는 누군가를 불렀다.
그의 손짓에 일부가 다가왔고, 그들은 강준우에게 힐을 사용했다.
오크들과 상대하면서 얻었던 상처가 빠르게 회복됐다.
내상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이들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다시 죽이기 위해서는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다.
차라리 지금 처리하는 게 가장 깔끔했다.
"이것만으로는 내상을 치료할 수 없을 겁니다."
"……."
"내상을 입은 것 같은데, 필요하다면 저쪽에서 회복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무슨 생각입니까?"
"…… 이런 호의가 익숙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강준우의 질문은 그에게 낯설지 않았다.
임창현은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은 그 질문에 옅은 웃음을 보였다.
"여러 사람을 모을수록 이곳을 빠져나갈 확률이 높지 않겠습니까?"
"……."
"앞으로 잘 부탁하죠. 우르치라는 놈을 잡을 때까지 만이라도요."
임창현은 손을 내밀었다.
그 말이 진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강준우는 쉽게 손을 뻗지 못 했다.
주저하는 그의 모습에 임창현은 쓰게 웃었다.
이런 강준우의 반응이 이해가 갔다.
모든 상황이 사람들을 극단적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목숨 값이라고 해두죠."
"목숨 값이요?"
"오늘 우리가 당신을 구해준 목숨 값. 최소한 우르치라는 놈을 잡을 때까지 만이라도 힘을 더해주는 건 어때요?"
"……."
"조금 전에 보여준 능력 정도라면 큰 힘이 될 것 같아서요. 적어도 다른 일행들이 위험한 일은 줄어들 것 같던데."
임창현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정예 오크를 잡아야만 했다.
'나중에 우르치라는 놈까지 잡아야 한다면……'
이들과 함께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물론, 쓰러뜨릴 오크들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봤자 몇 마리 차이인가?'
이미 민노식을 통해서 얻은 포인트가 작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음이 불편했다.
차라리 이런 식으로 그런 부담을 지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때까지는…… 돕도록 하죠."
"좋네요. 든든합니다."
작지 않은 힘을 가진 강준우의 도움이라면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했다.
임창현은 그 사실을 반겼고, 뒤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쉽게 적응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익숙한 것 같았다.
어색해진 분위기에 그는 멋쩍어했다.
그런 강준우의 반응에 임창현은 마저 말을 이어갔다.
"저쪽에서 몸을 회복하세요. 아무도 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도록 하죠."
"…… 예."
이미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들킨 마당에 굳이 거절을 할 이유는 없었다.
강준우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죽은 정예 오크가 있는 자리로, 내상을 회복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
강준우는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상점창을 통해서 영약을 구입했다. 예의 소환단을 손에 넣은 그는 그걸 입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소란이 일었다.
민노식의 죽음에 분개한 자들이 강준우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흉흉한 분위기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차하면 이 상태로라도 싸울 생각이었지만, 그것은 쓸데 없는 기우였다.
'도대체 저 사람은 뭐지?'
임창현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강준우에게 했던 말을 지키려는 듯이 그는 주변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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