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화
<임무 수행>
임창현과의 어색한 동행이 시작됐다.
강준우는 그들의 뒤라 움직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예 오크를 토벌할 기회를 맞았다.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이들은 정예 오크를 너무나 쉽게 찾아냈다.
따로 여러 개의 조를 운용하며 움직이자 빠른 수색이 가능했다. 당연히 혼자서 놈들을 찾는 것보다 빠를 수밖에 없었다.
50명이 넘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정예 오크를 잡는 일이었지만, 그의 역할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잘 알겠지만, 갑자기 손을 맞춘다면 오히려 서로가 위험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런가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따로 정예 오크를 상대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저보고 정예 오크를 상대하라는 겁니까? 혼자서요?"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임창현의 말이 놀라웠지만, 그로서는 반길만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오크들의 진영으로까지 넘어가서 그들을 상대한 이유가 정예 오크를 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임창현의 생각을 쉽게 이해할 수는 없었다.
'무슨 생각이지? 임무에 나오는 목표를 그냥 넘기려는 건가? 도대체 왜?'
임창현의 생각은 그와는 궤를 달리하고있는 것 같았다.
임창현도 임무를 받았을 게 분명했다.
이 정도의 무리를 이끌고,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는 그라면 임무를 수행하고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정예 오크의 처우를 강준우에게 맡기고 있었다.
'욕심이 없는 사람인가?'
임창현에게는 보상보다 모두의 안전이 중요했다.
지금까지 모두를 이끌고 여기까지 온 이유는 혼자만 살기 위한 게 아니었다.
물론, 불협화음이 많았지만, 다행히 그것들을 이겨내고 어느 정도 체계를 잡을 수 있었다.
이제 와서 그가 혼자 움직인다면 지금까지 뜻을 함께 해준 사람들을 배신하는 것과 같았다.
더군다나 모두를 통솔하고 있는 그가 빠진다면 당연히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그보다는 강준우가 잘 어울렸다.
이미 강준우가 어떤 방식으로 정예 오크를 처리했는지 확인한 만큼, 그에게 이 일을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그가 오크들의 내부를 흔드는 것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지휘를 도맡아하는 정예 오크가 죽고, 놈들이 혼란스러워하면 일은 더 수월해졌다.
강준우가 정예 오크를 처리해주는 것이 모두에게 이로웠다.
그에게 정예 오크를 양보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강준우로서도 바라던 일이었다.
임무를 완수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원하는 그가 임창현의 말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괜찮겠습니까?"
"그게 가장 좋을 것 같더군요. 혹시 부담이 된다면……"
"아니요. 힘든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입니다. 일전에 정예 오크를 처리한 것처럼 이번에도 정예 오크를 상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가만히 그의 말을 곱씹던 강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부탁이라지만,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감사합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임창현은 다시 무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준우와 대화를 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오크를 상대하기 위한 준비하고 있었다.
대화를 끝내자, 제때 준비를 마친 그들은 곧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곧바로 오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고, 강준우도 그들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대열을 갖춰!"
그의 외침과 함께 사람들이 대열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기존에 오크들을 상대했던 것처럼 역할을 나눈 채 움직였고, 강준우는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온다! 오크들이 오고 있어요!"
"선두는 방패를 들고 대기해! 뒤에 있는 마법사들은 마법 캐스팅한 채로 대기한다."
즉각적인 명령에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부터 맡고 있는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는 일들이었다. 오히려 어색해하는 게 더 이상했다.
모든 준비를 갖춘 그들을 향해 오크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문지기라고 할 수 있는 놈들이 먼저 움직이면서 거리를 좁혀왔지만, 임창현은 개의치 않았다.
"놈들이 근접하면 그때 공격을 한다."
"저놈들이라면 마법이 아까울 것 같은데. 괜찮습니까?"
"괜히 변화를 줬다가는 그 다음이 복잡해질 수 있어. 이대로 진행한다."
"…… 알겠습니다."
그의 명령에 정 하사는 답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효율적인 공격이었지만, 그의 말대로 변수를 만들 이유가 없었다.
괜히 명이 잘못 전달되면 모든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이미 그런 상황을 경험했던 그들인지라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그때,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가 임창현에게 말했다.
"힘을 아끼는 게 좋겠네요."
"알고 있습니다. 꽤나 비효율적이라는 걸.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상황을 유지하는 게……"
"저놈들은 제가 먼저 처리하고 오죠."
"그건……"
강준우는 임창현이 답을 하기도 전에 움직였다.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그의 행동에 임창현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어지는 강준우의 모습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옅은 웃음을 흘렸다.
"통제는 안 되지만…… 역시 끌어들이길 잘 한 건가?"
강준우는 문지기라고 할 수 있는 놈들을 향해 다가갔다.
선두에 선 오크들은 유령보를 밟은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고, 곧바로 이어지는 검격에 목숨을 잃었다.
그는 너무나 쉽게 놈들을 처리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이미 그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불만이 없을 수는 없었다.
새로운 사람을 끌어들이는 임창현을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들도 그 모습에 그를 끌어들인 것을 납득할 수 있었다.
"저, 저 사람…… 혹시, 그 사람 아니야?"
"그 사람이라니?"
"일전에 그…… 정예 오크를 암습했던 사람! 너무 멀리 있어서 얼굴은 못 봤지만…… 저 움직임이 그때와 다르지 않잖아?"
"그, 그런가?"
뒤늦게 그의 정체를 확인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임창현도 그 보고를 전해 들었다. 그는 이미 강준우가 그때의 그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그는 크게 소리치며 주의를 줬다.
"뭐하는 거야? 정신 차려!"
"집중해. 조금만 실수하면 목숨이 위험하다."
"예. 알겠습니다."
다시 분위기를 바꾼 그는 달라진 오크들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바라봤다.
은밀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놈들을 처리한 강준우의 모습에 뒤에 있던 오크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흥분한 놈들이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크와아아!"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오크들의 돌격에 강준우는 뒤로 물러났다.
그의 행동에 맞춰 임창현이 크게 소리치며 사람들을 움직였다.
"공격! 마법사들은 뒤따르는 오크를 노리며 공격해!"
"공격! 뒤에 있는 오크들을 노려!"
콰앙. 콰과광.
그들이 날린 마법은 강준우의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갔다.
의도적으로 그의 뒤를 쫓는 오크들을 노리며 강한 공격이 쏟아졌다.
강력한 마법이 터져나가자, 달려들던 오크들이 폭발에 휩쓸렸다.
맹렬하게 달려들던 그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들의 마법이 아니더라도 무난하게 적들을 따돌렸을 강준우였지만, 그들의 도움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가 대열을 갖춘 무리를 스쳐 지나가자, 방패를 든 사람들이 앞으로 뛰어나가며 전방을 가로막았다.
"고맙습니다."
"포인트를 얻기 위한 일이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됐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는 없었다.
하물며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임창현이었기 때문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강준우는 이런 상항에 멋쩍어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따로 움직이죠."
"곧바로 정예 오크를 상대할 생각입니까? 조금 더 시간을 끌고, 오크들 수가 줄어들면 그때 움직이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
"지금이 좋을 것 같네요."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하세요."
"……."
우려한 말을 뒤로한 강준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임창현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런 관계가 나쁘지만은 않았다.
강준우는 달려오는 오크들의 눈을 피했다.
유령보로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그는 오크들의 옆으로 우회하며 신중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임창현은 남은 사람들을 움직이며 오크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다시 마법을 날려! 선두에 선 놈들이 쓰러지면 방어와 공격의 역할을 바꾼다."
"예. 마법을 날려라! 시간을 벌어야 해."
평소와는 조금 이른 시기에 지시가 내려졌다.
그는 일부러 오크들의 눈을 묶을 생각이었고, 공격을 날리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
임창현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남아 있는 오크들의 시선을 끌었다.
당연히 강준우의 행동을 돕기 위해서였다.
아직도 많은 오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되도록이면 놈들의 시선을 한곳으로 끌어모아야만 정예 오크의 사냥이 더 수월해졌다.
다리를 건넌 오크들은 그들을 공격하기 위해서 모여들었다.
강한 공격을 날리는 자들을 죽이기 위해서 파상적인 공격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크와아아!"
멀리서 들려오는 정예 오크의 함성.
마치 뭔가를 지시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그 소리에 오크들의 사기가 치솟아 올랐다.
놈들은 그 사기를 강렬한 적의로 바꿨다.
그들은 더 많은 화살을 날리고, 더 강한 마법을 쏟아내면서 그들을 맞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강준우는 그런 오크들의 모습을 확인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게 없었다.
유령보를 사용한 그는 순식간에 다리를 건넜다.
지금은 뒤에 숨은 정예 오크를 우선적으로 노릴 생각이었다.
주변에 있는 오크들의 수가 상당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미 두 번의 경험이 있는 그로서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먼저 모습을 드러내봤자, 괜히 경각심만 가지겠지?'
전과 같은 실수를 할 생각은 없었다.
정예 오크가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신중을 기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최대한 존재를 감춘 강준우는 어느새 정예 오크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크륵?"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그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오크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 반응을 이상하게 여긴 정예 오크의 시선이 돌아갔고, 그 순간을 노린 강준우의 어깨가 움직였다.
파앗.
잔영도 남지 않은 깔끔한 일격이 그대로 정예 오크의 미간이 꿰뚫렸다.
일격에 놈이 쓰러졌다.
하지만 놈이 그대로 쓰러지기 무섭게 주변의 오크들이 강한 적의를 드러냈다.
곧장 공격을 이어가려는 모습이었지만, 강준우는 크게 소리치며 피어를 토해냈다.
"하압!"
강렬한 피어에 오크들이 경직됐다.
비슷한 상황을 두 번이나 겪은 그였기 때문에 주변을 지키는 오크들의 행동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강준우는 곧바로 일섬을 섞으며 무영검을 떨쳤다.
가까이 있는 오크들의 목숨을 노렸고, 그의 팔이 수많은 잔영을 남기기 무섭게 주변에 있던 오크들이 쓰러져나갔다.
미간이 꿰뚫리며 쓰러지는 동족의 모습에 남아 있던 놈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남은 오크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강준우를 찾았다. 하지만 진즉에 몸을 내뺀 그를 발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러서!"
강준우가 그들의 이목을 묶는 사이, 임창현은 크게 소리치며 앞으로 나섰다.
위로 뛰어오른 그가 천마군림보를 이용해서 주변에 있는 놈들을 묶었다.
이전에 보였던 모습이 다시 재현됐다.
오크들은 순차적으로 움직이는 그들의 행동에 빠르게 쓰러졌고, 깊숙한 곳에서 움직이는 강준우는 놈들의 수를 줄이며 그들을 도왔다.
'후우.'
호흡을 고른 그는 인근에 쓰러진 오크들을 바라봤다.
꽤나 많은 놈들이 쓰러졌다. 거의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놈들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 그는 열심히 싸우고 있는 임창현을 주시했다.
'각법에 섞어 쓰는 천마군림보라. 따로 이유가 있나?'
임창현은 다른 무기를 들지 않고, 오롯이 발차기로만 오크들을 상대했다.
꽤나 강한 공격에 공격을 허용한 오크들이 무너져 내렸다.
'각법이라. 없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아직 남은 무공의 숙련도도 다 올리지 못 하는 상황이었다.
또 다른 무공을 배운다는 것을 뒤로한 그는 남은 포인트를 확인하며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삼재심법이었다.
11성에 머물러 있는 심법으로 이제 1성만 더 올리면 12성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기본적인 심법이었지만, 천마신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올려야만 했다.
귀음심공을 뒤로 미룬 그는 1000에 가까운 포인트를 사용하고 나서야 삼재심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
[삼재심법이 12성으로 올라섭니다.]
[심법의 안정성이 크게 상승합니다.]
[심법의 이해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심법의 영향으로 천마신공의 이해도가 0.01% 상승합니다.]
[특정 무공의 성취가 100% 상승합니다.(무작위)]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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