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화
<임무 수행>
결국 원했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목표했던 대로 정예 오크의 대부분을 처리하면서 상당한 큰 영향을 끼쳤고,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커다란 공을 인정받았다.
개인보상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얻게 된 보상은 지금까지 얻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무공〉이라는 것에 귀속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능력이 생겨났다.
그가 얻은 힘은 〈무리〉라는 곳에 따로 분류된 채로 표시됐다.
무리(武理).
말 그대로 무공에 관련된 이치를 뜻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무공에 적용되는 보편적이면서도 기본이 되는 진리들의 갈래는 뜻하는 말이었다.
무리라는 말에 절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어지는 알림음에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발경(發勁)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높아진 이해도에 따라 관련된 무공의 전반적인 능력이 향상됩니다.]
[기의 운용이 더욱 자연스러워집니다.]
[기운을 발출하는 무공의 위력과 효율이 상승합니다.]
강준우가 얻은 무리는 바로 발경(發勁)이었다.
기운을 발출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총 망라한 발경이라는 무리(武理).
관련이 있는 무공에 큰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힘이었다.
발경이 가능한 무공들의 부족한 이해도는 물론이고, 전체적인 무공의 효율까지 향상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얼마나 달라지는 거지?'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은 기뻐할 만한 일이었지만, 그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우선 관련된 무공을 시험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저 이해도로 끝이 아는 건지 상승된 효과가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보일지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발경이라. 귀음신장의 위력이 더 강해지나? 천마군림보도 발경이잖아?'
유령보는 물론이고, 철사장과 무영검을 이용해서 검기를 펼치는 것까지 사용하는 모든 무공에 발경이라는 개념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심지어 육체적인 힘만으로 주먹을 내지르는 것도 발경이라는 무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힘을 모아서 분출하는 것만 생각하면 그것도 발경이 맞는데.'
크게 관심도 없었던 것들이었지만, 무리를 얻었다는 소리와 함께 발경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힘의 운용에 관한 의문이 풀렸지만, 그런 생각을 계속 이어갈 수 없었다.
얻게 된 보상으로 고민하는 그에게 한 사람이 찾아왔다.
"곧바로 휴식을 취하고 움직일 생각입니다. 괜찮겠습니까?"
"곧바로 움직인다고요? 저쪽으로요?"
"예. 이미 방이라는 것이 개방된 것 같아서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누가 방해하기 전에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더군요. 어떤가요? 같이 할 생각인가요?"
임창현은 강준우를 향해 물었다.
이미 그와 손을 맞춰봤기 때문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잘 알고 있었다.
정예 오크만 처리하고 따로 움직이기로 말을 맞춘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창현도 그렇고 강준우도 따로 움직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다.
임창현은 강준우를 통해서 무리의 안전을 도모할 생각이었고, 강준우도 임창현과 그 무리를 이용해서 우르치를 상대할 생각이었다.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생각을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우르치라는 놈을 상대하는 거라면 이들과 함께해도 나쁘지는 않겠지?'
놈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이미 손발을 맞추면서 역할이 나뉜 만큼 이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우르치라는 놈도 일전에 처리한 정예 오크들처럼……"
"네. 그놈도 우리가 시선을 붙잡는 사이에 처리했으면 합니다. 괜찮습니까?"
"저야 좋습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할 겁니다. 정예 오크들과는 비교가 안 될 것 같으니까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도 제 몸 하나는 건사할 수 있겠죠."
임창현은 우려의 말을 건넸지만, 강준우는 자신감을 보였다.
평소와 조금 다른 듯한 그 모습에 임창현은 의아해했다.
'좋은 거라도 얻은 건가?'
왠지 밝아 보이는 그의 표정에 문득 그가 얻은 보상이 궁금했다. 하지만 별다른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이런 관심이 서로의 관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이런 일로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준비를 하시죠. 준비를 마치면 바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죠."
강준우는 자리를 비켜주는 임창현을 뒤로하고 새롭게 생겨난 곳을 바라봤다.
'방보다는 통로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면 그놈이 있으려나?'
그의 뒤쪽에는 전에 없었던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
처음에는 단단한 벽으로 막혀져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임무가 완수되고 보상을 받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통로처럼 보이는 공간이 나타났다.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정말로 바로 움직일 생각인가?'
오크와 싸웠던 사람들 모두가 힘을 회복하고 있었다.
내공은 물론이고, 체력까지 비축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다. 몇몇이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서 따로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모두가 준비를 갖춰나갔다.
일사불란한 그의 움직임에 강준우는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소진한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 단약을 입에 넣었고, 조심스럽게 내공을 채워나갔다.
'우르치라.'
이제 남은 적은 하나였다.
임무를 통해서 알게 된 오크들의 수장으로, 이제 놈을 쓰러뜨려야 했다.
쉽게 볼 수 있는 놈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헀다.
어쩌면 놈과의 싸움이 이 동굴에서의 마지막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동안 싸웠던 상대들 중에서 가장 강할 거라는 생각에 그는 마음을 다잡으며 준비를 갖춰나갔다.
힘을 회복하는 과정에서도 고민은 계속됐다.
'발경이라. 이런 힘을 아무 생각 없이 주지는 않았겠지?'
새로운 무리에 대한 기대가 컸다.
굳이 발경이라는 무리가 아니더라도 자신은 있었다.
천마신공을 기본으로 한 무영검과 다른 무공들은 정예 오크는 물론이고, 다른 놈들도 압살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래도 방심을 하지는 않았다.
우르치가 얼마나 강할지 모르는 만큼, 지금은 최대한 힘을 키우는 게 먼저였다.
그는 남은 포인트로 성취가 낮은 무공들의 숙련도를 올렸다.
각각 4성과 3성에 있던 철포삼과 철사장을 10성과 6성까지 끌어올렸다.
1341이라는 어마어마한 포인트가 필요했지만, 가진 포인트가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감하게 투자를 했다..
가장 중점적으로 익힌 것은 철포삼이었다.
지금은 다른 것보다 방어를 할 수 있는 무공의 성취를 늘리면서 안전을 도모하는 게 먼저였다.
이미 공격은 보완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했다.
무영검과 일섬을 섞은 공격은 어지간한 사람들은 쉽게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여차하면 천마군림보를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강한 공격을 쏟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유령보만으로는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는 게 충분하지 않았다.
S등급에 올라 있는 유령보 역시 뛰어난 보법은 분명했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었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 자체가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었고, 그 변수에서 몸을 보호할 수단이 필요했다.
따로 방어와 관련된 높은 등급을 무공을 익힐까도 생각을 했지만, 어차피 기본이 되는 무공들의 성취부터 차근차근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10성의 철포삼이라면…… 충분한 힘을 낼 수 있겠지?'
무엇보다 철포삼은 건곤대나이와 상성이 좋을 것 같았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건곤대나이의 숙련도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
건곤대나이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의 공격을 받아내고, 그 힘을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먼저 공격을 허용해야만 하는 만큼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철포삼의 성취를 높이면 충격을 통한 외부의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염두에 둔 그는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갖춰나갔다.
***
강준우가 모든 준비를 갖췄을 때는 다른 사람들의 준비도 끝났다.
오히려 그들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준우의 상태를 확인한 임창현은 무리를 이끌면서 뒤에 생겨난 통로로 향했다.
"먼저 몇 명을 앞으로 보낼 생각입니다."
"적당한 사람이 있는 겁니까? 아니면 제가 필요한 일입니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는 그의 모습에 강준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왠지 자신이 앞으로 나서는 게 모두를 위해서 더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임창현도 그것 때문에 말을 꺼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따로 뽑아놓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 저는……"
"나중을 위해서 힘을 아껴주세요. 우르치라는 놈을 상대하는데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습니다."
"……."
강준우를 앞으로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우르치라는 놈이 얼마나 강할 지 알 수 없었다.
조금 냉정한 평가였지만, 우르치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일부의 희생은 불가피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우르치를 처리하는 게 좋았다.
우르치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놈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은 아낄 생각이었다.
'여기에서 놈과 붙어볼 수 있는 사람은…… 나와 강준우. 저 사람뿐인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마저도 예측이었기 때문에 확신을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는 무리를 통솔해야만 했다.
당연히 우르치와 적극적으로 싸울 사람은 한 명으로 좁혀졌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강준우라면 마냥 지켜볼 것 같지 않았다.
'적어도 우르치라는 놈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는 않겠지.'
임창현의 생각처럼 강준우도 그 정도의 대어를 남에게 양보할 생각은 없었다.
스스로도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나한테 우르치를 맡긴다라. 뭐 나쁘지는 않은데……'
아직까지 임창현의 이런 선택이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가치의 차이로 돌리기에는 우르치를 통해서 얻을 이익이 작지 않았다.
어차피 고민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임창현은 다수를 통해서 안전을 도모하려는 생각이었고, 강준우는 스스로의 힘을 키워서 안전을 도모할 생각이었다.
지금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공통된 목표만 완수하면 충분했다.
'우르치라.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발경을 통해서 놈을 공격하는 게 좋겠지?'
다시 각오를 다진 그는 모두와 함께 새로 생겨난 통로로 향했다.
우르치라는 놈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통로였지만, 그들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60명에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에게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었다.
그들은 과감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했던 것만큼의 위험은 없었다.
'다른 놈들은…… 왜 없는 거지?'
오크들의 우두머리가 있을 만한 곳이라면 경비가 삼엄한 게 정상이었지만, 통로는 텅 비어있었다.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건가?'
그들은 별다른 위험 없이 통로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펼쳐진 널따란 공간을 마주하며 말을 잇지 못 했다.
"여, 여긴?"
"……."
통로의 끝에는 커다란 공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크 정예를 처리할 때 마주했던 공동도 컸지만, 지금은 그곳보다 세 배는 더 커보였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구덩이는 없었다.
널따란 운동장처럼 평평한 공간이었지만, 사방은 까마득한 높이의 벽으로 막혀 있었다.
'여기가 종점인가?'
여러 개의 통로가 이곳으로 향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통로의 끝에는 그들을 경계하는 다른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뭐야? 저기 다른 사람들이 먼저 와 있는데?"
"저, 정말이네. 저 사람들……"
그들만 이곳을 찾은 게 아니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른 통로를 통해서 여러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60명에 가까운 임창현과 무리들을 견제했고, 일부는 겁을 집어먹으며 몸을 숨겼다.
각자가 다른 방법으로 주변을 경계했다.
과감하게 모습을 보이며 자신을 내보이는 사람과 최대한 존재를 감추려고 몸을 숨기는 사람들까지.
모두는 쓰러진 정예 오크들이 지키고 있던 곳에서 생겨난 길을 통해서 이곳으로 온 것 같았다.
그런 그들을 확인한 강준우는 침음을 삼켰다.
'뭔가 불안한데.'
여러 통로를 통해서 한 곳으로 모인 사람들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는 것은 분란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모인 모두에게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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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우르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적의로 가득 찬 놈은 한 사람도 살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우르치를 쓰러뜨려야 생존이 가능합니다.
목표 : 우르치 격살.
전체 보상 : 타 지역으로 이동.
개인 보상 : 원하는 능력 제공. (우르치를 처리한 사람만 획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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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를 확인한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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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