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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73화 (73/254)

제 73화

<개방되는 곳>

강준우는 상황을 직시하자마자 곧바로 움직였다.

솜털이 곤두설 정도로 강한 기파를 뿜어내는 놈과 부딪쳐봐야 좋을 건 없었다.

곧장 유령보를 밟은 그의 몸이 통로로 향했다.

여전히 입구에서는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지만, 이어지는 괴성에 그 싸움도 소강사태로 접어들었다.

"크와아아!"

놈은 동굴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포효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우르치의 마력에 대항합니다.]

'확실히 강한 놈이야.'

6성의 천마신공도 그의 마력을 이겨내는 게 아니라 대항하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놈의 능력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었다.

괜히 나서봐야 좋은 꼴을 보지 못 한다는 사실에 강준우는 빠르게 물러났다.

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 했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아아악!"

"크와아아!"

"사, 살려…… 아아악!"

뒤에 남은 사람들의 처절한 비명이 뒤를 이었다.

그들은 우르치의 좋은 먹잇감일 뿐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맞은 강준우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렇게 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새삼 우르치라는 놈의 행태가 놀라웠다.

'변신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모두를 속인다?'

어린 오크로 모두의 힘을 소진하게 만든다는 것이야 그렇다고 생각하고 넘길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만들어낸 상황이 너무 고약하게 느껴졌다.

'일부러 가만히 있었던 건가?'

분노한 놈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게 이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하자, 놈은 일부러 자신의 상황을 감춘 것 같았다.

오크들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놈이 혼자만 남아 있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우리끼리 싸우게 만들 생각이었나?'

눈이 솔깃할 정도의 보상도 그렇고, 흘러가는 정황을 보면 모든 것을 의도한 것 같았다.

'보상까지 저놈들이 마음대로 하는 건 아닐 텐데. 어떻게 된 거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이곳의 모든 비밀이 밝혀져야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은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일전에 상대한 고블린들도 그렇고, 이곳에 있는 오크들도 그렇고 그저 본능에만 충실해서 움직이는 놈들은 아니었다.

여기 있는 놈들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처음 동굴로 들어와서 무한의 식량 주머니로 그를 낚으려고 했던 것만 봐도 오크들의 지능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당시의 일을 떠올리던 강준우는 쓰게 웃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떠올린 그는 스치는 불안한 생각에 놀라워했다.

"설마?"

이상함을 느끼기 무섭게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크와아아!"

밖에서 들려오는 오크들의 외침.

그는 바닥을 박차며 빠르게 통로를 벗어났다. 그리고 복잡해진 주변을 확인하며 침음을 흘렸다.

'이런 놈들이 오크라고?'

한 곳에 모인 사람들과 오크들이 뒤섞여 있었다.

놈들은 이곳으로 모인 사람들의 뒤를 친 것이다.

사람들을 유린하는 놈들의 모습에 말문이 막혀왔다.

상상을 뛰어 넘는 놈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을 도와서 오크를 상대하는 게 먼저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얽힌 오크들 대부분이 평범한 놈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사냥꾼이나 주술사는 없는 건가?'

그 구성을 확인한 그는 곧장 귀음신장을 날리며 놈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크륵!"

"크륵!"

대뜸 잘 싸우다가 쓰러지는 오크들의 모습에 힘겹게 싸우던 사람들이 당황했다.

놈들은 잘게 몸을 떨며 움직임을 멈췄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외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가 손을 쓴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한 사람이 주변을 내달린 게 전부였다.

'발경이라는 무리를 얻게 되면서 벽공장의 위력이 강해졌잖아?

귀음신장의 성취가 몇 단계는 더 오른 것 같았다.

발경이라는 무리가 어떤 능력을 전해주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크와아아!"

여전히 오크들이 문제였다.

대부분이 평범한 오크인 만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놈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게 문제였다.

다수의 오크들이 후방을 점하면서 충격에 빠진 그들은 제대로 된 힘을 내지 못 했다.

이미 다 죽였다고 생각했던 놈들이 갑자기 나타났다는 것이 그들의 전의를 꺾었다.

강준우도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오크들이 숨어 있을만한 장소는 없었다. 가볍게 백을 넘길 정도로 많은 놈들의 등장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심각하네. 이대로라면……'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나마 임창현이 남은 무리를 이끌면서 놈들에게 저항하고 있었지만, 이미 그들의 수도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뒤에서 나타난 오크들로 마법사들의 피해가 컸다.

더군다나 우르치를 잡는다고 빠져나간 사람들도 많았다. 민노식을 처리하면서 합류하게 된 조폭들도 그렇게 모두 빠져나간 것이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 강준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자리를 지켰다면 상황이 나아졌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생각을 계속 이어갈 수 없었다.

"어? 강준우!"

심각하게 고민하는 그의 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운 기색이 가득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세 사람이 밝은 표정으로 그를 반겼다.

권우철을 필두로 한 두 여자가 통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김연희와 백선화가 해맑게 손을 흔들며 그를 불렀다.

"집중하라고!"

"오랜만에 만나는 거잖아? 선배는 안 반가워?"

"지금 반가워 할 상황이냐? 앞에 있는 오크들은 어떡하고?"

"이런 오크들쯤이야. 이제는 가볍잖아?"

"지랄 말고, 빨리 놈들이나 쓰러뜨려!"

권우철은 통로에서 오크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제대로 된 방어구를 갖춰 입은 그는 훨씬 커진 방패로 통로 대부분을 가렸다.

앞을 가린 방패에는 신성한 빛이 어려 있었다.

부족한 부분도 그 빛으로 둘러싸인 상황이라, 전방에 있는 오크들을 잘 묶어두고 있었다.

'성장을 한 건가?'

달라진 것은 권우철뿐만이 아니었다.

김연희의 마법도 한층 강력해졌다.

"윈드 커터!"

순식간에 캐스팅을 마친 그녀가 손을 뻗자, 전방에 있던 오크들의 몸이 잘려나갔다.

쏟아지는 바람 칼날에 난도질당하듯이 쓰러지자, 김연희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강준우를 바라봤다.

어떠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백선화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부름에 꽤나 강한 힘을 품은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부리는 노움은 어느새 중급으로 성장해 있었다.

콰드드득. 콰드득.

"크아아!"

그녀가 정령을 움직이기 무섭게 노움은 여러 개의 석순을 만들어냈다.

일전에는 고작 한 개를 만들어내며 힘들어 했던 그녀였지만, 여러 마리의 오크를 꿰뚫고도 평온한 얼굴이었다.

"준우야. 뭐하고 있어?"

"……."

"설마 다친 건 아니지?"

권우철은 그를 걱정하며 불러 세웠다.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다시 한 번 친근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긴? 우리도 머 빠지게 노력한 거지."

"꼭, 말을 골라도!"

"뭐? 사실이잖아? 선배가 거길 맞아서 죽을 뻔 한 거……"

"닥쳐!"

여전히 투닥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옅은 한숨을 내쉰 백선화가 상황을 알려왔다.

김연희가 말한 것처럼 그들로서도 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몇 마리의 오크를 사냥하면서 근근이 버티다가 고블린들을 사냥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운이 좋게 고블린들이 점령한 곳을 찾을 수 있었고, 그곳을 토대로 힘을 키운 것이다.

괄목상대라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그들은 달라져 있었다.

곧 만날 거라고 생각한 이들이었지만, 이렇게 달라진 모습으로 조우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다.

큰 전력을 갖춘 이들의 모습에 강준우는 뿌듯해하며 말했다.

"우선…… 저 사람들을 돕는 게 좋겠는데. 가능하겠어?"

"도, 도와?"

"왜? 힘들어?"

"아니. 그게 아니라. 네 입으로 누굴 돕는다는 말을 하니까, 너무 신기해서."

"……."

임창현과 그 무리들을 도우려는 강준우의 말이 충격이었는지 김연희의 눈이 커다래졌다.

과장된 그 모습을 뒤로한 강준우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오크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이 많은 놈들이 어디서 나타난 거지?"

"이놈들? 동굴에 있던 놈들이잖아?"

"동굴에 있던 놈들?"

"갑자기 싸우다가 괴성을 듣고 뛰어가던데?"

"괴성?"

"그, 우르치라는 놈이 터트린 피어! 우리도 멀리서 듣고 얼마나 놀랐는데."

뒤늦게 이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따로 빼어둔 병력이 아니라, 동굴에 남아 있는 오크들이었다.

그놈들이 전부 이곳으로 향한 것 같았다.

'샤먼이나 사냥꾼이 없었던 이유가 이거였나?'

몇 가지 의문은 풀렸지만, 상황은 그대로였다.

너무 많은 놈들이 몰리는 바람에 휩쓸린 사람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 했다.

"우선 저들을 도와서 상황을 정리하는 게 좋겠어."

"알았어. 그럼 여기에서부터 수를 줄여나갈까?"

"세 사람은 같이 움직여. 나는 따로……"

"잠깐! 잠깐만."

그들에게 할 일을 정해준 강준우는 남은 오크들을 향해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그를 권우철이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인데?"

"버프 좀 받고 가라고."

"…… 버프?"

"작게나마 도움이 될 거야. 블레싱!"

권우철은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방패를 들어 올린 권우철을 중심으로 밝은 빛이 퍼져나갔다.

그렇게 넓은 장소는 아니었지만, 가까이 있던 강준우에게도 그 빛이 스쳤다.

'블레싱?'

권우철의 축복에 몸 상태가 달라졌다.

잠깐이나마 육체적인 능력이 상승된 것 같았다. 마치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몇 단계 뛰어오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때?"

"좋은 것 같은데?"

"시간이 길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권우철의 말에 강준우는 옅은 미소를 보였다.

가끔 세 사람을 걱정했던 게 모두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은 이미 상당한 실력을 갖췄다.

오히려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이제 우르치라는 놈이 다시 나타나기 전에 여기에 있는 오크들에게만 집중하면 될 것 같았다.

"나도 헤이스트를 걸어줄까?"

"괜찮아. 지금은 이걸로도 충분할 것 같으니까."

"쳇. 도움이 필요하면 말 해. 이 누나가……"

"닥치고 저 사람들을 돕기나 해."

"……."

쓸데없는 말을 일축한 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령보를 밟은 그의 몸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자, 김연희는 혀를 내둘렀다.

"귀신같은 새끼. 우리만 달라진 게 아니었네."

"우리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거라고?"

김연희는 실망한 듯이 투덜거렸다.

그들도 나름대로 죽을 듯이 노력하며 힘을 키운 상황이었다.

이제야 강준우에게 당당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모든 게 부질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물론이고, 권우철과 백선화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강준우에게 향해 있었다.

"크륵."

"커억."

그가 스쳐지나가면서 손을 뻗을 때마다 오크들이 쓰러졌다.

대부분은 신음도 흘리지 못 하고 죽어나갔고, 일부만 잘게 몸을 떨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저게 뭐야? 완전 패왕색……"

- 뭐하고 있어? 사람들을 도우라니까!

"……."

쓰러져 나가는 오크들의 모습에 놀란 김연희는 들려오는 전음에 정신을 차렸다.

그녀뿐만 아니라 권우철도 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는 방패를 앞세우며 두 사람을 일깨웠다.

"우선 모여 있는 놈들을 치우자고!"

"내가 상대할 게."

"괜찮겠어?"

"내가 먼저 공격할 게. 연희 너는 그동안 캐스팅을 하면 되잖아."

"그래. 알았어."

말을 마친 백선화는 곧장 노움을 불러냈다.

중급으로 진환한 놈이 힘을 드러내자, 모여 있던 오크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나갔다.

비록, 강준우에게는 미치지 못 하지만 그녀 역시 상당한 힘을 펼쳤다.

그들은 빠르게 오크들의 수를 줄여 나갔다.

세 사람과 강준우의 힘으로 점점 여유를 되찾게 되자, 남은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며 오크들을 상대했다.

평범한 오크들은 그렇게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놈들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포인트를 남기며 회복할 기회를 줬지만,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크와아아!"

마력을 흘리며 피어를 토해낸 놈이 방을 빠져나왔다.

우르치의 싸늘한 시선에 긴장한 사람들은 절로 마른침을 삼켰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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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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