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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74화 (74/254)

제 74화

<개방되는 곳>

2m를 가뿐하게 넘어서는 건장한 체구의 우르치.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린 오크라고 하기에는 큰 괴리감이 있어 보였다.

그의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뒤로 물러나며 호흡을 골랐다.

"모두 정신 차려요!"

경직된 사람들의 모습에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따로 경직을 풀어내는 능력이 있는 건지, 굳은 자들의 몸이 풀렸다.

사람들은 나타난 우르치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누군가가 어린놈이라고 했지만, 나타난 놈은 어린 오크라고 하기에는 너무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변화를 겪기 전에 놈을 마주하지 않았다.

당연히 놈의 실체를 알 리 없었다.

처음 모습을 확인한 사람은 강준우가 유일했다. 나머지는 서로의 손에 죽거나 우르치에게 명을 달리했다.

오크들의 수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놈의 모습을 확인한 사람들은 경각심을 가지며 거리를 벌렸다.

"크륵. 크륵."

뛰쳐나온 우르치는 모두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주변을 살피는 놈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곳곳에 쓰러진 오크들을 바라보는 놈의 모습에 누군가가 크게 소리치며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라!"

쉬이익.

급작스러운 기습이었다.

굳이 소리를 지르지 않고 달려나가도 될 일이었지만, 사내는 힘을 얻으려는 듯이 소리치며 공격을 감행했다.

오크들을 상대하면서 꽤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사람이었다.

순식간에 우르치와의 거리를 좁힌 그는 강맹한 도격을 뿌렸다.

우르르르. 콰앙.

도신에서부터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넓은 공간이 뇌성음으로 가득 찼고, 벼락 같은 일격이 우르치의 몸에 꽂혔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우르치가 튕겨져 나갔지만, 공격을 성공시킨 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크륵. 크륵."

우르치는 멀쩡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켰다.

금 더 거친 숨을 제외하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가슴에 생겨난 기다란 생체기가 전부였지만, 그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이걸 맞고도 멀쩡하다고?"

"……."

사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의 벽력도법이 제대로 된 타격을 주지 못 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망연자실한 그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크게 소리쳤다.

"위험해!"

"피해요!"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자는 달려드는 우르치를 확인하며 다시 도격을 뿌렸다.

이번에는 힘을 아끼지 않았다. 조금 전보다 더 강한 힘을 쏟아냈다.

"죽어!"

우르르르. 콰앙.

전보다 더 커다란 굉음이 흘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르치가 우위를 점했다.

휘리릭. 터엉.

사내의 손아귀가 찢겨지면서 튕겨져 나간 도가 바닥에 꽂혔다.

그리고 무기를 잃은 그의 얼굴에 우르치의 주먹이 꽂혔다.

뻐억.

묵직한 소리와 함께 그 남자의 얼굴이 돌아갔다.

한 방에 정신을 잃은 듯한 모습에 모두가 마른침을 삼켰지만, 우르치의 행동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투욱.

놈은 쓰러진 사내를 차올렸다.

가벼운 발짓으로 정신을 잃은 자가 튀어오르자 우르치는 우악스러운 손길로 사내의 목을 틀어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매달린 사내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뻐억. 뻐억. 뻐억.

감상이라도 하듯 상대의 얼굴을 후려치는 놈의 모습에 남아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절로 구겨졌다.

잔인한 방법으로 그를 죽인 우르치의 모습이 편할 리 없었다.

처음에는 움찔거리던 그가 어느새 움직임을 멈췄다.

압도적인 힘과 강한 맷집에 모두는 말을 잇지 못 했다.

주변에 무거운 적막이 일었지만, 그 순간 강준우가 나서며 곧바로 공격을 날렸다.

별다른 말없이 내지른 공격이 우르치를 향해 날아들었다.

뇌성을 울리며 날아들던 벽력도를 맨 몸으로 받아냈던 놈이었지만, 이번에는 위협을 느꼈는지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쉬이익. 콰과광.

휘두른 검에서 날아간 검기가 우르치의 앞에 꽂혔다.

비록,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 했지만, 위협적인 공격에 놈은 크게 소리치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크아아아!"

쩌렁쩌렁한 외침이 주변을 가득 울렸다.

하지만 강준우의 공격으로 딱딱하게 굳은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거, 검기지?"

"저 괴물 같은 놈이 피한 거 맞지?"

쓸데 없이 힘을 낭비하는 강준우가 아니었지만, 그는 일부러 검기를 드러내며 주변을 일깨웠다.

그 의도를 깨달은 한 사람이 사람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지금이야! 공격해요!"

김연희였다.

그녀의 외침에 옆에 있던 백선화가 곧바로 정령을 부렸다.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인 노움이 돌기둥을 만들어내며 우르치를 공격했고, 그녀의 공격을 기점으로 머뭇거리던 사람들이 동조하며 공격을 이어갔다.

완벽한 바람 잡이었다.

강준우의 의도는 성공을 거뒀고, 사람들의 공격이 우르치를 향해 날아갔다.

그들도 우르치의 위험함을 잘 알았다.

앞에 있는 놈은 혼자의 힘으로 쓰러뜨릴 수 없다는 사실에 힘을 합친 것이다.

아무리 보상도 좋지만, 안전이 먼저였다.

그 와중에 놈을 쓰러뜨린다면 원하는 능력을 새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었다.

콰과광. 콰과광.

수많은 마법이 놈에게 꽂혀들었다.

상당한 위력에 뒤늦게 합류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계속 공격이 이어지자, 우르치라는 놈도 공격을 막아내는데 정신이 없었다.

"무인들은 앞에 서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뒤에서 마법을 날리세요!"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이 급하게 소리쳤다.

조금 더 효율적인 공격을 원하며 외쳤지만, 그 말에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특히나 무공을 익힌 사람들은 몸을 사렸다.

이미 도를 휘두른 자가 무기력하게 쓰러진 모습을 본 이후였다.

굳이 나서서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크와아아!"

포효한 놈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졸지에 공격을 받게 된 사람은 기겁하며 몸을 피했다.

무공을 익힌 사람이 몸을 피하자, 우르치의 시선은 마법을 캐스팅하는 사람들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위력적인 마법을 쏟아내며 호흡을 고르던 자는 졸지에 우르치와 마주해야만 했다.

"도, 도와……"

"크아아."

놈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뒷걸음질 치는 그자를 붙잡았다.

육체적인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멀리 도망가지 못 했다.

"끄윽."

곤죽이 된 채로 쓰러지는 그 모습에 마법사들이 겁을 집어먹었다.

괜히 공격을 감행하다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사린 것이다.

"뭐하는 거야! 무인들이 놈을 붙잡아야 안정적인 공격이 가능……"

"그럼 네가 붙잡던가! 우리한테 뭐 맡겨놨냐?"

"……."

누군가가 항의하듯 소리치자, 검을 쥔 사내는 그 말을 일축하며 짜증을 냈다.

강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목숨이 걸린 일에 앞장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벌써 두 사람이 너무나 쉽게 놈의 손에 죽은 이상, 선뜻 나설 사람은 없었다.

강준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르치의 마지막을 끝장내기 위해서는 힘을 비축할 생각이었다.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서 과한 공격을 했지만, 지금 힘을 소진하면 이후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나? 우선 놈의 힘을 빼놓는 게 먼저인 건가?'

날뛰는 우르치의 모습.

강준우는 유령보를 밟으며 놈의 뒤를 잡았다. 그리고 일섬을 섞은 무영검으로 놈의 목을 노렸다.

터엉.

완벽하게 이루어진 암습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강준우를 의식하고 있는 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우르치 역시 뛰어난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막았어?'

완벽에 가까운 암습을 이룬 상황에서 펼쳐진 쾌검을 막아낸 것 자체가 놀라웠다.

오히려 그것보다 주먹으로 그의 검격을 막았다는 게 더 충격적이었다.

강준우는 가까워져 오는 우왁스러운 손길에 급히 뒤로 물러나며 일검을 날렸다.

채앵.

예의 회색 기운이 검신에 어리며 놈의 공격을 베어냈지만, 우르치의 몸은 멀쩡했다.

놈은 주먹을 뻗으며 그의 공격을 받아냈다.

'권기?'

어느새 우르치의 양팔이 붉은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

양 주먹에서부터 팔꿈치까지 뒤덮은 그 기운은 그에게도 익숙한 형태였다.

보는 것과 다르게 강한 힘을 품고 있는 기운은 바로 권기였다.

앞에 있는 놈이 이 정도 기운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문제는 그 기운이 강준우를 향해 날아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우르치는 개의치 않으며 주먹을 뻗었다.

붉은 권기가 날아들었고, 강준우의 손과 발이 더욱 분주해졌다.

쉬이익. 콰과광.

쏟아낸 여러 개의 권기가 허공에서 터져 나갔다.

멀지 않은 거리라서 강준우는 어쩔 수 없이 검을 휘두르며 공격을 받아내야만 했고, 손에 남은 묵직한 충격에 얼굴을 찌푸렸다.

'확실히 이대로 부딪치면…… 가망이 없겠는데?'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사력을 다해서 싸우면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막타를 노리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강한 힘을 가진 그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았다.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지만, 우르치의 시선은 그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로 물러나세요!"

"……."

"공격해!"

강준우에게 소리친 사람은 임창현이었다.

그의 지시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규모는 줄었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서 가장 큰 무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오크들이 쓰러지면서 상황이 정리되자, 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쉬이익. 콰과광. 콰앙.

임창현의 지시에 맞춰, 살아남은 자들이 마법을 쏟아냈다.

우르치는 다시 공격을 받아내야만 했고, 강준우는 그 사이 뒤로 물러났다.

"힘을 아껴요. 우리가 먼저 저놈 힘을 빼놓고 있을 테니까!"

"……."

"아무래도 결정타를 입힐 사람은 그쪽뿐인 것 같아서요."

생각보다 많은 동료들을 잃은 그의 얼굴이 좋지만은 않았다.

임창현의 말에 강준우는 짧은 목례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크아아아."

그들의 공격에 우르치가 반응을 보였다.

곧장 마법을 날리는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임창현은 다른 사람들을 움직였다.

"막아!"

그의 말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앞으로 나섰다.

방패를 쥐고 전열을 갖춘 그들의 모습에 주변에 자리한 사람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콰직. 콰앙.

"씨발! 쉽게 막을 수 없겠어!"

"조금만 더 버텨. 마법!"

콰과광.

그들의 분전에 남아 있던 사람도 우르치를 공격했다.

마냥 몸을 사리던 사람들도 무공을 펼치며 우르치의 주의를 분산 시켰다.

협공을 이어가는 그들의 모습에 나름 가능성을 느낀 것이다.

다시 달라진 분위기에 우르치의 움직임이 무뎌졌다.

그 많은 마법을 받아내고, 계속되는 충격을 견디는 놈의 맷집은 상상을 초월했지만, 그렇다고 충격이 없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오크 몸이 단단하다지만.'

뒤에서 기운을 회복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도 놀라워했다. 하지만 갑자기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아악!"

"뭐, 뭐하는 거야?"

"미안합니다. 광역 마법이라서."

"범위를 좁히세요. 정신을 집중하면 가능할 겁니다."

밀집된 상황이라 날린 마법이 주변에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 도움을 주면 해결책을 알려줬고, 다시 공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했다.

콰과광.

"크윽."

"마법 좀 신중하게 써요."

"집중하세요!"

"자신 없으면 그냥 공격하지 마세요! 괜한 방해만 되니까!"

우르치를 막아내던 자들이 마법에 휩쓸리면서 목숨을 잃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주의를 줬지만, 다시 몇 명이 우르치의 손이 아닌 마법을 펼치는 사람의 손에 쓰러졌다.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목숨을 걸고 길을 막고 있는 와중에서 공격을 당하는 게 달가울 리 없었다.

그렇다고 우르치를 그냥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움직이는 우르치의 모습에 사람들이 머뭇거렸고, 권우철이 놈의 앞을 가로막았다.

터엉.

내지른 주먹이 그의 방패를 후려치자, 힘에서 밀린 권우철이 비틀거렸다.

그런 그에게 예의 마법이 날아들었다.

노골적으로 권우철을 노린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 마법은 솟아나는 바위벽에 막혀 터져나갔다.

백선화는 그 공격을 받아내며 따지듯 물었다.

"지금 뭐하는 거죠?"

"아, 실숩니다. 미안합니다."

"……."

사과의 말을 건넸지만, 그의 표정에는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그 모습에 절로 얼굴이 구겨졌지만, 그 뒤로 한 사람이 나타나며 그의 가슴을 찔렀다.

푸욱.

"끄윽. 미친!"

"아, 실수! 미안하다."

"개 같은……"

강준우였다.

그는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처리하며 포인트를 강탈하는 사람을 처리하며 검신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무심한 그의 말은 모두에게 강한 경고를 남겼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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