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75화 (75/254)

제 75화

<개방되는 곳>

콰앙. 콰앙.

내지른 주먹 하나하나가 권우철의 뼈를 울렸다.

신성력이 깃든 방패로 놈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내가 이러려고 방패를 들었던가?'

처음 방패를 들고 오크들을 마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와 비슷한 무기력함에 권우철은 이를 악물었지만, 우르치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콰과광. 콰앙.

그런 놈에게 강력한 마법이 꽂혔다.

뒤치기를 하는 마법사가 강준우의 손에 죽고, 남은 사람들은 신중한 공격을 이어갔다.

우르치에게만 마법에 휩쓸렸지만, 공격을 받아내는 놈은 큰 피해를 입는 것 같지 않았다.

강력한 공격은 권기로 쳐내고 만만한 공격은 무시하고 있었다.

다른 오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놈의 힘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저런 놈을…… 잡을 수는 있는 거냐?"

"잡아야지.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엄청난 놈이 적으로 있는 만큼 모두는 힘을 합쳤다.

얍삽하게 기회를 노리다가 괜한 짓을 했다가는 모두의 눈총을 받으며 죽임을 당할 지도 몰랐다.

강준우가 그런 마법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말이 없었던 이유는 모두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들이라고 욕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지금 뭐가 더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크아아!"

"크흡."

계속해서 권우철의 방패를 두드리던 놈이 대뜸 그의 방패를 움켜줬다.

연신 충격을 주고 있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자 다른 방법을 택한 것이다.

방패를 쥔 우르치는 그것을 흔들었고, 권우철은 그 힘에 못 이겨 질질 끌려 다녔다.

그나마 제법 잘 버티고 있는 그가 위기에 처하자, 지켜보고 있던 강준우가 나섰다.

그는 우르치의 뒤를 잡으며 검을 뿌렸다.

검기를 머금은 검이 그대로 우르치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지만, 우르치는 권우철을 내던지고, 그의 공격을 받아냈다.

콰앙.

강력한 충격이 있을 게 분명했지만, 놈은 웃고 있었다.

'일부러 나를 부른 건가?'

놈은 상대를 끌어내리는 약은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크륵. 크륵."

거친 숨을 내뱉은 놈은 근접한 그를 향해 주먹을 뿌렸다.

붉은 권기가 전방을 가득 채웠고, 강준우는 뒤로 물러나며 놈의 공격을 받아냈다.

콰과광. 콰과광.

부딪치는 두 사람의 기운에 주변이 휩쓸려 나갔다.

권기와 검기가 터져나가자,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미친! 괴물이 둘이잖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손이 안 보여!"

우르치야 오크들의 수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를 상대하고 있는 강준우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마냥 물러나는 것만으로도 그의 눈앞에서 우르치의 권기가 터져나갔다.

콰과광.

계속해서 권기를 받아냈지만,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콰앙. 파삭.

날아드는 권기를 받아내던 강준우의 검이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진 것이다.

졸지에 무기를 잃은 그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미처 막아내지 못한 권기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앙.

강준우는 급하게 철사장을 펼치며 공격을 받아냈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받아낸 팔을 통해서 우르치의 여력이 파고들었다.

그저 강한 공격력만 가진 게 아니었다.

놈의 마력은 상대의 몸으로 파고들며 그를 괴롭혔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이었지만, 공격을 받아낸 강준우의 표정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우르치의 마력에 저항합니다.]

천마신공이 파고든 힘을 막아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10성에 오른 철포삼의 위력이었다.

'충격이…… 크진 않잖아?'

충분히 버틸만 했다.

외적인 충격은 물론이고, 힘의 일부를 흡수하는 10성의 철포삼이 지금 도움을 주고 있었다.

물론, 아무런 충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안으로 파고든 기운을 오히려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강준우는 곧바로 귀음신장을 펼치며 다시 날아드는 권기를 노렸다.

퍼엉.

은밀한 벽공장이었지만, 날아드는 권기가 일격에 터져나갔다.

건곤대나이의 힘이 효과를 보였다.

우르치의 마력을 떨쳐내며 힘을 더했고, 귀음신장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철포삼의 능력을 확인한 강준우는 일말의 가능성을 봤다.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하면 앞에 있는 놈을 처리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문제는 이놈을 떨쳐내는 건데.'

놈의 시선은 강준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 임창현이 나섰다.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오른 그의 발이 우르치의 머리를 노리며 떨어져 내렸다.

쿠웅.

강한 공격에 놀란 우르치가 팔을 들어 올리며 공격을 받아냈지만, 충격을 이기지 못한 놈의 몸이 꺾였다.

'천마군림보?'

사용하는 내공은 달랐지만, 그는 천마의 무공을 사용하고 있었다.

부자연스러운 우르치의 몸에 다시 임창현의 발이 꽂히고, 다른 마법이 날아들었다.

"물러나요! 잠깐 내가 맡고 있을 테니까."

충격을 받았을 강준우를 걱정하며 그가 직접 나선 것이다.

강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떨어져 나간 권우철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괜찮아?"

"형은?"

"나야 그냥 내동댕이쳐진 거지. 너는……"

"체력은 어때?"

"체, 체력? 아직 쌩쌩해. 이래봬도 엄청난 성장을……"

"좋아. 그럼 형이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내, 내가 해줬으면 하는 일?"

강준우의 말에 권우철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런 식으로 부탁을 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그에게 도움만 받았던 권우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해줘야지! 뭘 하면 되는데?"

"조금 뒤에 신호를 주면…… 입구를 막아줘."

"이, 입구?"

"방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막아줬으면 좋겠는데. 가능하겠어?"

"…… 방패로?"

권우철은 방패를 들어 올리며 물었고, 강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접근하지 못 하게 막아달라는 소리지?"

"맞아. 괜찮겠어?"

"…… 해 볼게."

"힘들 것 같다면……"

"아니야. 할 수 있어."

그는 비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받았던 도움을 이런 식으로 갚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정말 괜찮겠어?"

"괜찮다니까! 언제 움직일지 알려만 줘."

"알았어. 조금 뒤에 신호를 줄 테니까, 최대한 힘을 비축해 놔. 그 다음도 생각해야 할 테니까."

"……."

권우철은 강준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위험한 것 같았지만, 강준우가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런 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권우철을 뒤로한 강준우는 단약을 입에 넣으며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쿠웅.

그가 기운을 회복하며 나중을 준비하는 사이, 임창현은 우르치를 상대로 잘 싸우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발차기를 날려대며 우르치를 흔들고 있었다.

그의 분전에 다른 사람들도 힘을 쏟아냈다.

임창현이 거리를 벌리면 곧장 마법을 날렸고, 달라붙으면 정밀한 공격으로 우르치를 교란시켰다.

나름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무엇보다 틈틈이 펼치는 임창현의 무공이 빛을 발했다.

'천마군림보라. 마냥 상대를 묶는 무공이 다가 아니었네.'

의도적으로 위력을 줄인 천마군림보는 상당한 효과를 내보였다.

무엇보다 임창현의 각법과의 조합이 좋았다.

그는 계속해서 발차기를 이어가며 우르치를 노렸다. 그 와중에 천마군림보를 섞으며 그를 공격했다.

아무리 방어가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내부로 파고드는 기운을 막는 게 쉽지 않았다.

우르치는 그 기운을 떨쳐내기 위해서 멈칫거렸고, 조금씩 큰 공격을 허용했다.

터엉.

다시 한 번 천마군림보를 섞은 임창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났다.

'후우. 후우.'

가진 내공의 대부분을 소진한 그가 뒤로 빠지자 우르치는 그를 쫓았다. 하지만 제때 쏟아지는 마법이 임창현을 도왔다.

콰과광. 콰광.

"정 하사!"

우르치가 주춤거리자 그는 크게 소리쳤다.

동시에 우르치의 앞에 커다란 불의 장벽이 일어났다.

화르르르.

치솟아 오른 불길에 우르치가 멈칫거리자, 기다리고 있던 마법사들이 모든 마법을 쏟아냈다.

놈의 주변이 터져나갔다.

계속해서 허용하는 공격에 우르치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크아아아!"

위기감을 느낀 놈이 다시 피어를 터뜨렸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 했다.

"놈이 지쳤다!"

"공격해!"

흔들리는 우르치를 확인한 사람들은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보상을 획득하기 위해서 아껴둔 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비켜! 휩쓸려도 모른다!"

콰과광.

그동안 눈치를 살피던 자들도 마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는 주변에 남은 사람들이 휩쓸려도 상관없다는 듯이 강한 공격을 쏟아냈다.

오히려 주변으로 붙은 자들이 걸리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엄청난 맹공이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원거리에서 딱히 공격을 할 수 없는 자들은 초조함에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라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생각에 일부는 마법을 사용하고 지친 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미친놈들. 이제는 살만하다는 건가?"

우르치가 아닌 지친 사람을 노리는 몇 명의 모습에 김연희는 황당해했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런 그녀를 더 황당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마력을 모으면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쳇. 눈치만 빨라서는."

딱딱한 강준우의 말에 김연희는 입술을 삐쭉였다.

강준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도저히 저 싸움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이게 다 널 위해서라고!"

"무슨 소리야? 나를 위해서라니."

"헤이스트라도 걸어주려고 했지. 너한테."

"…… 정말?"

"당연하지! 내가 그렇게 염치없는 년으로 보였어?"

"이 상황에서 헤이스트라. 나쁘지는 않네."

"……."

긍정적인 강준우의 반응에 김연희는 말을 잇지 못 했다.

그런 말을 꺼낸 스스로를 자책한 그녀는 자신을 향한 강준우의 시선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써 줘? 헤이스트?"

"왜? 싫어?"

"아, 아니. 그건 아니지."

이대로 헤이스트를 펼치면 우르치를 처리할 마력이 남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그녀는 강준우를 향해 힘을 펼쳤다.

"헤이스트!"

그녀의 힘과 함께 그의 몸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배로 빨라진 상태를 확인한 그는 옆에 있는 권우철을 바라봤다.

"준비 됐어?"

"그, 그래."

"뭐야? 왜 그렇게 긴장한 거야?"

"……."

김연희의 물음을 뒤로한 강준우는 곧장 우르치를 향해 움직였다.

유령보를 펼친 그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자, 세 사람은 황당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그의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권우철도 자신의 할 일을 잊지 않았다.

"뭐야? 선배는 또 어디가?"

"준우를 도우러."

"무슨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소리였지만, 조금 전에 대화를 나누던 둘을 떠올린 두 사람은 다급히 그를 쫓았다.

세 사람을 뒤로한 강준우는 계속해서 공격을 허용하는 우르치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곧장 팔을 뻗으며 장력을 토해냈다.

콰앙.

그 일격에 우르치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확실히 약해진 건가?'

놈의 움직임이 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에 그는 더욱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계속해서 철사장을 뿌리며 놈을 밀어냈다.

콰앙. 콰앙.

두 배로 빨라진 힘에 우르치는 연신 밀려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르치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상황은 그가 의도했던 대로 흘러갔다.

힘을 잃은 우르치는 계속 밀려났고, 결국 그가 튀어나왔던 문에 근접했다. 그리고 그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사람들이 소리쳤다.

"뭐, 뭐하는 거야?"

"……"

강준우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대신 진각을 내디디며 강한 힘을 쏟아냈다.

터엉.

그대로 바닥을 찍자 주변이 크게 울렸다.

천마신공을 토대로 한 제대로 된 천마군림보가 우르치의 목을 옥죄었다.

동시에 바닥을 찍으며 진각을 밟은 강준우의 장력이 그대로 놈의 몸통에 꽂혔다.

콰앙.

가죽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우르치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강준우는 놈을 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뒤로 처박히는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크게 소리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압!"

"뭐, 뭐야?"

크게 울리는 소리에 그를 뒤따르려던 사람들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강준우의 피어에 움직임을 멈췄고, 그 틈을 노린 권우철이 문 앞을 가로막으며 방패를 들어 올렸다.

"씨발! 넌 뭐야?"

"…… 문지기."

"미친!"

비장한 모습으로 앞을 가로막은 권우철.

그 모습에 남은 사람들이 반발했지만, 누구 하나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임창현도 무리를 이끌고 입구를 막았기 때문이다.

강준우를 돕는 그들의 행동에 누구 하나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우르치가 들어간 방 안에서는 처절한 비명이 새어나왔다.

우르치라는 놈이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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