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78화 (78/254)

제 78화

<다시 맞은 낯선 환경>

어둠이 내려앉은 넓은 공간.

그곳에 자리한 존재들의 면모가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모인 자들의 수는 가볍게 두 자릿수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넓은 공간에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한참을 그렇게 침묵하던 그들이었지만, 모두를 내려다보는 한 존재가 입을 열자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결국, 실패로군.]

자리한 모두의 머릿속에 울리는 존재의 말에 말석에 자리한 둘의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말했다.

"애초에 저놈들을 통해서 그들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

"괜한 심력만 낭비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놈들의 힘을 더 끌어올려 주는 발판이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신랄한 말이었다.

두 존재를 무시한 듯한 목소리였지만, 정작 그 말을 듣고 있는 자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 저들의 내분을 위한 안배는 괜찮았으니까.]

"소, 송구합니다. 조금 더 많은 힘을 투입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냈을……"

"흥! 차라리 준비한 놈들을 그곳에 투입했었더라면 더 많은 놈들을 죽였을 지도 몰랐습니다. 애초에 도움도 안 될 놈들이 무슨 욕심이 많은 것인지!"

그는 일전의 그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투덜거렸지만, 이어지는 싸늘한 눈초리에 급히 고개를 떨궜다.

[내 결정이 틀렸다?]

"그, 그럴 리가요! 제 뜻은 그게 아니오라……"

[됐다. 이걸로 저놈들의 힘을 대강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

우위에 선 존재는 그의 말을 일축했다.

단호한 어투에 모두는 말을 아끼며 머리를 조아렸지만,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문이 열리면 개체가 많은 너희들이 선봉에 서야 할 것이다.]

"목숨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로드시여!"

[그래. 그래야겠지.]

말석에 자리한 두 존재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자는 그런 둘을 뒤로하고 한 존재를 불렀다.

[칸스로프.]

"예!"

[준비해 뒀던 전사들을 내보내라.]

"저, 전사들을 말입니까? 그들은 나중을 위해서……"

[이후의 영광은 모두가 누릴 터. 지금은 그보다 이곳의 일을 처리하는 게 먼저다.]

그의 말에 칸스로프라고 불린 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싸늘한 눈초리가 말석에 자리한 둘에게 향했지만, 그렇다고 불편할 기색을 내색할 수 없었다.

[굳이 지켜볼 이유가 없다. 이제 네 선에서 일을 마무리지어라.]

"아, 알겠습니다."

썩 내키지 않은 표정이었다.

칸스로프라고 불렸던 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지만, 지금은 그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경시하는 마음을 버려라. 배반자들의 저력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욕심이 많은 자들이다. 그 점을 노려라.]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존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뜻을 대신했고,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그가 사라지자, 커다란 중압감도 사라졌다.

잔뜩 긴장했던 자들은 뒤늦게 옅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긴장을 풀지는 않았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지 않았다.

그들 역시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다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

연비도(燕飛刀).

세 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진 비도술.

기본이 되는 비도술로 초급자가 익히기에 적합하다.

'흐음.'

손에 넣은 무공을 확인한 강준우는 침음을 흘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녀가 펼친 비도술의 등급이 높지 않았다.

위력은 만천화우인 것 같았지만, 정작 손에 들어온 것은 C등급 비도술이었다.

'설마, 다른 무공이 넘어온 건가?'

나름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무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비록, 등급이 낮다고 하지만,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검풍이나 검기을 사용하지 않고 원거리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수단이 생겨난 것이다.

비도술을 확인한 그는 다시 상점창을 살폈다.

이번에 새롭게 확인한 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조금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검이라도 하나 얻는 게 좋겠지?'

검기에 버틸 수 있을 정도의 검을 구입할 생각이었다.

이 기회에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다른 귀물들을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마냥 무공만으로 힘을 키우기에는 상대가 점점 더 강력해질 것 같았다.

짧은 시간에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귀물이라고 불리는 물건들뿐이었다.

그는 곧바로 장비로 분류되어 있는 곳을 살폈다.

"흐음."

평범하거나 질이 좋지 않은 무기들은 많이 포인트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귀물이라고 불리는 것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차이가 났다.

'시, 십만? 십만 포인트?'

최상위에 속한 물건을 확인한 그는 눈을 비비며 다시 그 수치를 확인했다.

이 수치라면 등급 외로 분류되어 있는 무공을 10개나 더 배울 수 있었다.

귀물이라고 불리는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한 포인트가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최상위에 속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의 포인트가 필요했지만, 이만한 포인트를 모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가만히 그 이름을 살피던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잠보의(天蠶寶衣)?'

천잠보의(天蠶寶衣).

마제(魔帝) 우진명이 사용한 보의.

실제 천잠포라는 이름으로 전대 고수였던 주편마제의 귀품이었지만, 이후에 사용한 마제의 위명에 묻혔다.

천잠사로 만들어진 옷으로 걸치는 것만으로도 검기를 막아낼 수 있었다.

얻는 무공과 특별한 능력의 조합에 따라 마제의 무공을 흉내 낼 수 있다.

'마제 우진명?'

당연히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마제라고 불리는 것만 봐서는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을 게 분명했지만, 그 능력과 무공을 조합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을 제외하고도 다른 귀물들이 많이 있었다.

문제는 그만한 물건을 손에 넣을 포인트가 없다는 것이었다.

'염수갑, 흑룡포……'

얼마나 많은 효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것을 얻을 여력이 없었다.

잠깐 고민하던 그는 조금 튼튼해 보이는 듯한 검을 택했다.

지금은 이것들을 사용하다가 나중에 더 좋은 걸로 바꾸는 게 나을 거라고 여겼다.

평범한 청강검이었지만, 지금은 이런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그가 그런 생각을 가지기 무섭게 낯선 기척이 감지됐다.

멀지 않은 곳에서 느껴지는 살기가 그를 짓눌렀다.

'이것들은 또 뭐야?'

어느 순간, 느껴지는 살기는 한둘이 아니었다.

그전까지 없던 살기에 강준우는 검을 다잡으며 주변을 살폈다.

사사삭.

재빠른 움직임이 낯설지 않았다.

이전에 상대한 놈들이 분명했다. 문제는 그 수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크르르르."

적의를 드러내는 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늑대?'

나타난 놈들은 그가 생각했던 늑대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놈들은 네발 달린 짐승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늑대를 처음 마주했지만, 놈들의 덩치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놈의 모습은 오히려 웨어 울프라는 놈보다 더한 위압감을 줬다.

육식동물들 중위에서도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놈들이었다.

그도 기존에 가지고 있는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런 놈들이 무리를 이루며 나타났다.

무리를 지으며 사냥을 하는 전형적인 늑대들의 모습이었다.

"흐음. 평범한 놈들은 아닌 것 같은데."

그저 그런 늑대들이 아니었다.

그의 말에 답이라도 하듯, 개중에 한 놈의 모습이 달라졌다.

우두둑.

요란한 소리와 함께 놈이 몸을 일으켰고, 두 발로 서며 덩치를 키웠다.

웨어 울프였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은 쓰러진 한 마리의 동족을 확인하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크르릉."

명백한 적의였다.

으르렁거리는 놈의 소리에 맞춰 남아 있던 다른 늑대들도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늑대에서 늑대 인간으로 변하는 놈들의 모습.

그것을 가만히 지켜볼 강준우가 아니었다.

쿠웅.

진각을 밟자 주변으로 기파가 퍼져 나갔다.

천마군림보였다.

그 힘에 휩쓸린 놈들이 비틀거렸고, 강준우는 손에 쥔 비도를 뿌리며 몸을 날렸다.

쉬이익. 채앵. 채앵.

이제 막 배운 연비도라는 비도술이었지만, 큰 위력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저 작게나마 놈들의 움직임을 제약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파고든 내력이 놈들의 내부를 흔들었지만, 놈들은 그 힘을 버티며 변화를 계속 이어갔다.

어설프게 변한 상태에서는 오히려 변신을 하지 않은 것만 못 했다.

문제는 강준우의 움직임이었다.

일섬을 섞은 유령보는 순식간에 놈들과의 거리를 좁혔고, 이어진 검격이 놈들의 미간을 꿰뚫었다.

푸욱. 푸욱.

연기처럼 사라진 그는 그 찰나의 순간을 이용해서 웨어 울프 둘을 처리했다.

제대로 반항도 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쿠우우우!"

그런 강준우를 옭아맬 생각인지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크게 울부짖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웨어 울프의 마력을 이겨냅니다.]

역시나 피어를 사용했지만, 그를 묶을 수 없었다.

그래도 둘이 쓰러지면서 남은 놈들은 변화를 마칠 수 있었다.

'모두 아홉인가?'

사방을 포위한 아홉의 웨어 울프들.

양 손에 길게 돋아난 날카로운 발톱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아우우!"

우두머리의 울음에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쪽에 있던 두 놈이 바닥을 박차며 날랜 움직임으로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 번의 도약으로 거리를 좁힌 놈들의 날카로운 발톱이 그의 목을 노렸다.

쉬이익.

강준우는 뒤로 물러나며 둘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드러난 빈틈을 노리며 곧장 검격을 뿌렸다.

쉬이익. 촤아악.

일섬을 섞은 무영검이었지만, 놈은 몸을 비틀며 공격을 피해냈다.

상당히 빠른 움직임에 놈을 죽일 수는 없었지만, 상당히 중한 상처를 입힌 것은 분명했다.

길게 베인 옆구리에 놈은 바닥에 처박혔다. 하지만 놈을 온전히 처리할 수가 없었다.

쓰러진 놈을 돕기 위해 남은 놈들이 그를 노리며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네 마리의 웨어 울프가 네 방위를 점하며 달려들었다.

그 사이, 남은 놈이 쓰러진 동료를 안전한 곳으로 이끌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날카로운 기운에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단순히 움직임이 빠른 게 다가 아니었다. 놈들은 마치 합격술을 익힌 것처럼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그를 압박했다.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던 것은 확실했다.

천마군림보로 충격을 줬지만, 그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만큼 맷집이 좋다는 거겠지?'

일전에 상대했던 오크들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낭패를 면치 못할 것 같았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다시 유령보를 밟으며 놈들의 공격을 피해냈다.

촤아악. 촤아악.

최대한 보법을 밟았지만, 네 마리의 공격을 온전히 피해낼 수는 없었다.

놈들의 발톱이 그를 스쳤다.

다행히 철포삼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만월의 저주를 이겨냅니다.]

공격이 스치면서 스며드는 마력이 그를 잠식하려고 노력했다.

꽤나 까다로운 놈들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이 힘을 이기지 못하면 놈들과 비슷한 처지가 될 것 같았다.

이대로는 힘들다는 기운만 소진한다는 생각에 그도 힘을 드러냈다.

이번에 익힌 무공을 떠올린 강준우는 뒤로 물러나며 천마신공의 힘을 끌어 올렸다.

6성에 이른 천마신공의 힘을 끌어올리자, 강한 기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크아아."

이상함을 느낀 놈들이 위협을 느꼈는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강준우는 거리를 벌리는 놈들의 모습에 곧장 기운을 뽑아냈다.

슈욱. 슈욱.

대뜸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그의 행동.

떨쳐낸 검격 하나하나에 검기가 어려 있었다.

허공에 뿌린 검기가 주변을 가득 채웠지만, 그 힘은 사라지지 않았다.

주변에 수많은 반월이 떠올랐다.

강준우조차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꽤나 많은 힘을 소진했지만, 그의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천마기멸격(天魔氣滅擊)!"

펼친 기운을 확인한 그는 크게 소리치며 모인 기운을 뿌렸고, 떠오른 반월이 주변을 휩쓸었다.

콰과과광.

그의 의도대로 날아간 검기에 남아 있던 웨어 울프들의 몸이 잘려나갔다.

순식간에 주변을 초토화시킨 천마기멸격의 힘.

정작 공격을 쏟아낸 강준우조차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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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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