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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79화 (79/254)

제 79화

<다시 맞은 낯선 환경>

"이건 완전히…… 사기네."

초토화된 주변을 확인한 그는 혀를 내둘렀다.

정작 본인이 펼치고도 그 위력이 너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작정을 하고 쏟아낸 힘에 꽤나 강한 맷집을 자랑하던 웨어 울프들이 토막이 난 채로 숨을 멈췄다.

그런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모여 있는 모든 놈들이 비슷한 형태로 쓰러진 것이다.

"후우. 내공만 충분하면 무서울 게 없겠네."

제대로 된 천마기멸격은 강기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검기를 이용하면서 그 위력이 현격히 줄었지만, 그마저도 엄청난 위력이었다.

가히,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겨우 익힐 수 있는 무공 같았지만, 문제는 내공이었다.

6성에 이른 천마신공으로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검기를 이용하며 위력을 최소로 줄였다지만, 두 번은 사용하기 힘들어 보였다.

'마냥 검기만 쏟아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문제인 건가?'

짧은 순간이었지만, 만들어낸 검기를 그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상승의 무리가 요구되는 힘으로, 펼치는 것이 자유롭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당분간은 봉인해둬야 할 것 같은데.'

처음 시험해 본 무공의 위력은 마음에 들었지만, 조금만 삐끗하면 주화입마에 빠질 지도 몰랐다.

자멸할 지도 모르는 힘을 계속 사용할 수는 없었다.

처음에 봤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린 그는 주변에 떨어진 비도를 회수하며 자리를 옮겼다.

주변에 없던 웨어 울프들을 그를 찾아온 것을 보면 이곳도 마냥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오크들하고는 다른 건가?'

오크들도 동족이 위기에 처하면 도움을 줬다. 하지만 가까이 있었을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주변에 없던 놈들이 먼 거리를 달려서 도움을 주러 오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울부짖는 소리로 신호를 주는 건가?'

아직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설명할 길이 없었다.

어찌 됐든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자리를 벗어나서 소진한 내공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아직 갈피를 잡을 수 없었지만, 먼저 이곳을 벗어날 필요가 없었다.

강준우는 안전한 장소를 찾았다. 그리고 소진한 힘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

"후우우."

깊은 숨을 내쉰 그는 밝은 날을 확인하며 눈을 떴다.

[흡수한 소환단의 힘으로 내공의 총량이 늘어납니다.]

[토대가 된 천마신공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단전에 가득 찬 내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보다 내공의 양이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그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숙련도가 왜 이렇게 안 오른 거지?'

그는 소진한 내공을 회복하기 위해서 소환단을 섭취했다.

500포인트를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영약을 흡수했지만, 생각했던 효과에는 한참을 못 미쳤다.

내공의 총량이 늘어나고, 소진한 내공이 모두 채워진 것은 다행이었지만, 천마신공의 숙련도는 생각했던 것과 차이가 컸다.

5성에서 사용환 소환단은 거의 100%의 숙련도를 채웠다. 하지만 지금은 겨우 3%도 오르지 않았다.

이전과 비교해서는 말이 되지 않는 수치였다.

'따로 제약이 있는 건가? 그게 아니면…… 6성의 천마신공이라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가?'

생각에 훨씬 미치지 못한 상황이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항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상함을 느낀 그는 찝찝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이잉.

고목 위에 자리를 잡은 그가 몸을 일으키자, 강력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흔들리는 가지 위에 선 그는 내공을 일으키며 몸을 띄웠다. 그리고 꼭대기에 오르며 주변을 살폈다.

어두운 밤에 주변을 확인했던 때와는 또 달랐다.

날이 밝으면서 주변의 경관이 가득 들어왔다.

"흐음."

절로 신음을 새어나올 정도로 엄청난 장관이었다.

자연 그대로가 유지되고 있는 고목림의 모습이 주는 감흥이 남달랐지만, 그만큼 막막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 거지?"

따로 목표를 정할 수 없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고목림과 그 끝에 솟아오른 산맥들이 전부였다.

지표로 삼을만한 것도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무 꼭대기에 선 그는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 무언가가 잡혔다.

'연기?'

무언가가 피어올랐다.

꽤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흐릿하게 잡힌 것은 바로 연기였다.

'마을이라도 있는 건가?'

어찌 됐든 드디어 목표를 정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연기가 있는 곳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다시 웨어 울프라는 놈들을 사냥하든, 새로운 무언가를 찾든 당장은 움직여야만 했다.

마음을 정한 그는 나아갈 방향을 정했다.

언제 연기가 사라질지 몰랐다. 연기가 사라져도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정해놓는 게 좋았다.

그 뒤에 있는 산맥의 형태를 확실히 눈에 담은 그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더러운 춍들!"

"씨발, 쪽바리 새끼들이 뭐라는 거야? 뒤치기를 노리는 새끼들이 더 더럽지!"

"죽고 싶은 거냐?"

"미친놈들. 우리가 할 말을 대신 지껄이네."

대치하고 있는 두 무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마주한 그들은 서로 무기를 겨누며 살기를 뿜어냈다.

발단은 사냥이었다.

그들 역시 오크들이 있는 동굴을 빠져나오면서 새로운 곳에서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다.

밤을 겪은 만큼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다.

당연히 힘을 키우기 위해서 주변에 있는 사냥감을 찾아야했고, 늑대로 보이는 놈들을 마주했다.

늑대들이 그저 평범한 늑대로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웨어 울프라는 놈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들었고, 그들은 놈들을 공격했다.

얼마 없는 놈들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뜻을 모은 그들은 그 늑대들을 처리할 수 있었고, 포인트를 얻었다. 그들의 생각대로 놈들은 늑대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놈들이었다.

유난히 많은 늑대 무리들.

이 숲은 놈들의 구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놈들을 통해서 이곳이 어떤 곳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지만, 문제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등장이었다.

그들이 공격을 끝내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놈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전형적인 뒤치기였다.

힘이 빠진 자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뜻을 모은 자들이 움직인 것이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렇게 나타난 자들의 국적이었다.

같은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었다.

"더러운 새끼들! 그렇게 뒤통수를 잘 치더니, 여기 와서도 똑같은 짓거리를……"

"닥쳐! 곧 죽을 놈들이 말도 많네!"

"씨발, 누가 죽을 지는 지켜봐야지."

웨어 울프들을 상대하면서 힘을 소진한 그들이었지만, 일본인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전의를 불태웠다.

적의를 드러낸 그들의 모습에 오히려 뒤를 잡은 일본인들이 당황했다.

주변에 널브러진 웨어 울프들의 수가 작지 않은 것을 보면 많은 힘을 소진했을 게 분명했지만, 이들은 너무나 당당했다.

일본을 상대하는 한국인 특유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의 전의에 정작 뒤를 잡은 일본인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 새끼들이 한국 놈일 줄이야.'

왠지 찝찝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차라리 이 기회에 그런 생각을 완전히 떨쳐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놈들은 지쳤어. 괜히 시간을 끌려고 저러는 거야!"

"마, 맞아. 공격하자!"

"씨발, 쪽바리 새끼들."

나름 시간을 벌기 위해서 입을 털었지만, 그런 것을 들킨 것 같았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부딪쳐야했다.

그렇다고 마냥 당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앞장서서 일본인과 마주한 사내는 뒤에 있는 일행들을 독려했다.

"준비해! 내가 앞에서 막을게."

"그래. 알았어."

"준희야. 어때?"

"충분해! 시작할까?"

뒤에 있던 여자의 의미심장한 말에 남자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일부러 시간을 끌었던 이유는 그녀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상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수적인 우위를 앞세워 곧바로 움직였고, 세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기 무섭게 쓰러져 있던 웨어 울프들이 몸을 일으켰다.

"이, 이게 뭐야?"

"놈들을 죽여!"

"…… 네, 네크로맨서였어!"

손을 뻗은 이준희의 행동에 맞춰, 웨어 울프의 시체들이 일어났다.

놈들은 곧장 일본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그들은 곧장 공격을 뿌렸지만, 이미 죽은 놈들이 고통을 느낄 리가 없었다.

"아악! 이 미친!"

"잡아!"

푸욱.

그런 웨어 울프를 앞세운 사람들은 오히려 뒤치기를 한 일본인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든든한 고기 방패가 앞에서 움직인 만큼 그들은 거칠 것이 없었다.

웨어 울프를 잡으면서 상당히 많은 힘을 소진했지만, 그래도 만족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이 기회를 빌어서 능력을 줄 수 있는 자들을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섯 이었던 일본인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점점 승부의 추가 기울었지만, 그때, 한 사람이 그들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쿠웅.

"뭐, 뭐야?"

"추하군."

"……."

짧은 대꾸를 한 자는 일본인이었다.

옆에 일본도를 찬 채로 남은 두 명의 일본인 앞에 떨어진 그는 싸늘한 눈초리로 세 명의 한국인을 바라봤다.

"뭘 꼬나봐?"

"…… 더러운 춍들."

"미친 쪽바리 새끼.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준희야?"

"아, 알았어. 죽여!"

그녀의 명령에 남아 있던 웨어 울프들이 난입한 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전처럼 무모한 공격을 감행하며 그의 무기를 묶을 생각이었다.

"위험해요! 저놈들은……"

남은 둘은 새롭게 등장한 남자에게 주의를 줬다. 하지만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섬광이 번뜩였다.

쉬이익. 투두둑.

사내가 검을 뽑기 무섭게 달려들던 웨어 울프들이 조각난 채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휘두름이었지만, 놈들은 빠르게 무너졌다.

확실히 실력이 있는 자였다. 이렇게 난입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가 사용하는 힘이었다.

"도, 도기!"

그의 도신에 어린 기운은 유형화 된 기운이었다.

이만한 고수가 적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에 세 사람은 절망했다.

"먼저 우리를 공격한 놈들은 너희들이라고!"

"그래서?"

"……."

"그게 아니더라도 너희들은 죽인다. 네놈들이 더러운 춍이기 때문이지."

"미친 새끼!"

"흥! 죽어라!"

쉬이익.

따로 말을 나누지도 않았다.

나타난 자는 그대로 앞으로 달려들며 도를 뿌렸다.

섬광이 번뜩였지만, 앞에 있는 사내도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는 검에 힘을 최대로 실으며 뒤에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 막을 테니까. 튀어!"

"……."

"빨리!"

그의 외침에 남은 둘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며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크크크. 우리가 놓칠 줄 알고?"

"……."

난입한 사내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 역시 일행이 있었고, 그의 일행들은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으며 싸늘한 웃음을 흘렸다.

"크크크."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사로잡아!"

"오랜만에 회포를 풀겠는데?"

음흉한 눈으로 이준희를 훑는 남자들의 모습에 물러나던 자가 다급히 기운을 쏟아냈다.

준비하고 있던 마법을 날리며 그들을 노렸지만, 그가 날린 마법은 허공에서 터져 나갔다.

콰앙.

"거, 검기!"

"크크크. 뭐 이런 걸 가지고 놀라는 거지? 하긴 하등한 민족이 이런 걸 흉내 낼 수는 없겠지."

"……."

이죽거리는 그의 말에 세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마냥 당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앞에 있던 자는 뒤로 몸을 날리며 검격을 뿌렸다.

"도망 가!"

최대한 다른 사람들에게 시간을 벌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허무하게 끝났다.

그가 움직이기 무섭게 처음 앞을 가로막은 자의 도가 그를 베어냈기 때문이다.

힘없이 쓰러진 사내의 모습에 남은 둘은 절망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일본인들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남은 상황을 즐겼다.

하지만 그 순간, 검기를 내보인 자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갑자기 붉어진 앞섬과 함께 그가 쓰러지자, 남은 자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뭐, 뭐야?"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있어야지."

"하, 한국 놈?"

"그래 이 새끼들아. 나도 한국인이다."

그 말과 함께 강준우의 몸이 흩어졌다.

연기처럼 사라진 그의 모습에 남은 사람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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