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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82화 (82/254)

제 82화

<살아남은 고수들>

"인사는 나중에 하죠. 지금은 저놈들을 상대하는 게 먼저일 것 같으니까요."

"고, 고마워요."

그의 말에 이준희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뒤로한 남자는 앞에 있는 늑대들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운이 좋았나? 겨우 다섯이라면…… 어렵지도 않겠네.'

마음을 정한 그는 곧장 바닥을 박찼다.

빠르게 늑대들과의 거리를 좁힌 그는 그대로 팔을 내뻗으며 늑대들을 노렸다.

"하압!"

맑은 미성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그 외침과 함께 그의 장력에서 주홍빛 기운이 뻗쳐나왔다.

콰앙. 캐앵.

엄청난 위력이었다.

커다래진 손바닥 형상을 한 장력이 늑대에 꽂히자, 놈은 피를 뿌리며 바닥이 처박혔다.

단 일격에 놈을 처리한 그는 멈칫거리는 남은 놈들을 향해 달려들며 다시 장력을 뿌렸다.

콰앙. 콰앙.

풍선처럼 부푼 커다란 손바닥.

대수인(大手印)이라는 무공이었다.

상당한 내력이 필요한 절기였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소진한 내력이 엄청난 만큼 효과는 좋았다.

대수인에 적중 당한 늑대들은 피를 뿌리며 튕겨져 나갔다.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한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고수의 등장에 이준희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그런 표정도 길지만은 않았다.

그녀의 눈에 고진규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한쪽 구석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진규 오빠? 괜찮아?"

"물러나요!"

"네? 그 사람은…… 아악!"

콰앙.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사내는 고진규를 공격했다.

스스럼없이 그를 처리하는 남자의 모습에 이준희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는 조금 전까지 늑대를 쓰러뜨린 것처럼 일격에 그를 처리한 것이다.

"무, 무슨 짓이에요!"

"미안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었어요."

"어쩔 수 없다니요?"

"곧 변할 거예요. 늑대들에게 물리면 그 사람도 비슷하게 변해요."

"……."

"만월의 저주라고 하죠."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갔지만, 이준희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고진규는 여기까지 함께 온 사람이었다.

비록, 마지막에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래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은 분명했다.

굳은 그녀의 표정에 사내는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며 말했다.

조금 전에 고진규를 처리하면서 보였던 비릿한 미소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상심이 크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그래도……"

"미안한데. 지금은 이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네?"

"곧 이놈들 동료가 몰려올 것 같거든요. 이놈들은 멀리 있는 놈들을 불러내더라고요."

정중한 그의 설명에 이준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 먼저 제 이름을 밝히는 게 좋겠네요. 저는 성인범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준희예요."

"아, 준희 씨! 얼굴만큼이나 예쁜 이름이네요."

"……."

낯뜨거운 말에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성인범은 개의치 않으며 곧바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우선 이곳을 벗어나죠."

"아, 알았어요."

말을 마친 그는 그녀를 이끌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걸음을 멈췄다.

"무, 무슨 일이죠?"

"이대로면 너무 늦을 것 같아요."

"늦어요?"

"주변에 놈들이 있는 것 같아요. 미안하지만 실례 좀 할 게요."

"무슨…… 흐읍!"

대뜸 자신을 들어올리는 성인범의 행동에 이준희는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떠오른 몸에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붙잡은 그녀는 뒤늦게 민망해했지만, 성인범은 옅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꽉잡아요. 제법 빨리 움직일 테니까."

"아아!"

그는 바닥을 박차며 순식간에 나무 위로 올라섰다.

갑자기 달라진 높이에 이준희는 눈을 질끈 감았고, 그 얼굴을 확인한 성인범의 입꼬리가 절로 위로 올라갔다.

'와꾸는 나쁘지 않네. 가진 기운도 이 정도면 적당한 것 같고. 크크. 오랜만에 힘 좀 키우겠는데?'

***

"후우."

쓰러진 사람들을 학인한 강준우는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놈들의 저항이 거셌다.

아무리 암습이라고 하지만, 거의 스무 명이 넘어가는 자들을 상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에 얻은 무리가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었다.

경신(輕身).

몸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무리였다.

보법은 물론이고, 신법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속도를 중시하는 능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으로, 무영검의 능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었다.

카에데라는 자를 처리하면서 얻은 능력이 큰 힘이 된 것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런 식의 싸움은 생각도 못 했다. 진즉에 물러나며 나중을 기약했을 게 분명했다.

이 싸움으로 얻은 게 작지 않았다.

가장 큰 소득은 경신이라는 무리였고, 기본이 되는 몇 개의 공통된 무공이 얻으면서 성취를 높일 수 있었다.

포인트도 쏠쏠했고, 그동안 익히지 않고 있었던 퇴법 중에 하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새로운 무리와 무공을 얻은 그는 곧바로 움직였다.

지금은 가진 내력 대부분을 소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부족한 내공을 채우는 게 시급했다.

전보다 더욱 가벼워진 몸을 느낄 수 있었다.

빠르게 나무를 내달린 그는 적당한 장소를 찾아서 자리를 잡았고, 곧바로 영약을 구입했다.

'천마신공. 지금은 7성을 목표로 움직이는 게 좋겠지?'

이제 소환단으로는 많은 숙련도를 쌓을 수는 없었지만, 내공을 키울 수는 있었다.

이렇게라도 조금의 숙련도라도 올리는 게 중요했다.

영약을 흡수한 그는 빠르게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눈을 뜬 그는 단전을 가득 채운 힘과 조금 오른 숙련도를 확인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공의 총량은 늘었다고 나오는데. 차라리 대환단을 이용해 볼까?'

만족스럽지 못한 숙련도에 다른 영약을 염두에 뒀다.

다음부터는 대환단을 사용하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아쉬움을 뒤로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위로 올라서며 방향을 가늠했다.

피어오르던 연기가 사라진지는 오래였지만, 이미 연기가 일어났던 그 방향이 어느 쪽인지는 눈에 담아뒀다.

그 뒤에 있는 산맥의 형태를 바라보던 그는 곧 연기가 났던 곳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강준우는 그곳으로 향했다.

다시 아래로 내려오면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그 두 사람은 어디로 간 거지? 이쪽으로 도망간 것 같은데.'

아무런 말도 없이 도망치던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 그는 쓰게 웃었다.

괜한 오지랖을 부린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 결과가 나쁘지는 않았다.

'전화위복이었나?'

가장 큰 소득은 경신이라는 무리를 얻는 것이었지만, 새로운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무리도 강탈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무리를 가지고 있다라.'

이곳으로 온 사람들 중에 몇은 무리를 얻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들을 상대하면서 새로운 무리를 얻으면 큰 힘이 될 것 같았지만, 그런 무리를 얻기 위해서 무작정 상대를 공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을 처리하면서 얻는 보상이야 혼자서 움직이는 게 압도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만큼 위험했다.

'그 사람들하고 움직이면서 너무 꿀을 빨았나?'

임창현의 양보로 알짜배기만 손에 넣었던 그로서는 그런 편안함이 그립기도 했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일행을 만드는 것에 관해 고민을 했지만, 그런 생각도 계속 이어갈 수 없었다.

'뭐야? 이건……'

그가 움직이려는 길목에 싸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여러 마리의 늑대들이 죽은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고, 익숙한 얼굴을 한 남자도 쓰러져 있었다.

"흐음."

조금 전에 일본인들과 싸우게 된 계기가 된 사람들 중에 한 명이었다.

별다른 말도 없이 도망을 갔던 모습이 썩 보기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막상 살기 위해서 도망을 갔던 사람이 이렇게 쓰러져 있는 것을 보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인과응보. 이런 건가? 늑대들에게 당한 것 같지는…… 않은데."

가만히 그 상흔을 확인하던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널브러져 있는 늑대가 죽은 것과 사내가 죽은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엄청나게 큰 손바닥으로 짓눌린 듯한 느낌이었다.

파여 나간 바닥을 보면 엄청나게 큰 거인이 그대로 짓누른 듯한 형태였다.

"무공인가? 이런 무공도 있나?"

새로운 무공이었지만, 그 위력이 대단한 것 같았다.

정확히 쓰러진 늑대들이 있는 곳에 하나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

일격에 끝냈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무리 늑대인 상태에서는 본신의 힘을 모두 끌어낼 수 없다고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일격에 모두를 처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만히 그 흔적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만나면 경계해야 할 무공인 것 같았지만, 아직 만나지 않은 자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상념을 떨쳐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쓰러진 자를 살피는 사이, 낯선 놈들이 그를 찾았다.

"늑대 새끼들."

쓰러진 다섯 마리의 동료들인 것 같았다.

공교롭게도 그곳으로 놈들의 동료가 모인 것이다.

'일곱이라.'

그렇게 부담스러운 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렇게 상대하기 쉬울 정도로 찾아오는 놈들의 모습이 고맙게 느껴졌다.

강준우는 곧장 바닥을 박차며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쿠웅.

바닥을 찍으며 흘린 기운이 놈들의 몸을 옥죄었다.

파고드는 내기에 주춤거리는 사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강준우의 검격이 놈들의 미간을 꿰뚫었다.

푸욱. 푸욱.

[웨어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웨어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극쾌에 이른 검격.

경신의 무리를 얻은 무영검이 순식간에 두 마리를 쓰러뜨렸다.

남은 다섯 마리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아직까지 기운을 떨쳐내지 못하는 놈들이 다시 쓰러졌다.

제대로 된 변신도 하기 전에 목숨을 잃었다.

따로 변신이라도 한다면 몇 번의 공격을 더 해야 할지도 몰랐지만, 그들은 무기력했다.

'뭐야? 왜 이렇게 약한 거지?'

밤에 상대한 놈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날이 어두워야 더 강한 힘을 내는 것 같았다.

"달이 떴을 때, 더 강해지는 건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아낸 것 같았다.

조금 더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이것만으로도 놈들을 상대하는 게 더 수월해질 지도 몰랐다.

강준우는 다시 움직였다.

이미 방향은 잡았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에 거침이 없었지만, 한참을 움직이던 그는 다시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이전에 쓰러진 자가 있던 곳과 상당히 떨어진 곳이었다.

그곳에서 죽었던 자의 동료로 보인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흐음."

절로 침음이 새어나올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여자의 평범한 상태로 죽지 않았다.

따로 웨어 울프에게 당한 모습이 아니었다. 상당히 독특한 형태로 죽어 있었다.

마치 모든 피가 빨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흔히 말하는 미라의 모습이었다.

피는 물론이고, 수분까지 말라버린 상태였다.

"옷은…… 왜 벗고 있는 거지? 아니, 벗겨진 건가?"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죽은 여자의 상태였다.

마치 겁탈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낙엽과 상황을 봐서는 정사를 벌인 게 분명헀다.

'한 놈은 죽어있고, 여자는 여기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

살기 위해서 도망가는 상황에서 보일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어떤 사단이 일어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이 일에 끼어들 이유는 없잖아?"

그의 호의를 버리고 살기 위해서 도망간 사람들이었다.

굳이 이런 사람들에게까지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의 말로는 참담했다.

결국에는 어떻게든 목숨을 잃을 운명이었던 것 같았다.

그는 그런 여자를 뒤로한 다시 움직였다.

아직까지 아무런 임무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목표로 잡은 곳으로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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