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3화
<만만치 않은 놈>
주변을 둘러싼 늑대 무리들.
권우철은 초조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조심해! 선화. 네가 노움으로 보조해 줘."
"알았어."
"공격은 연희 네가 도맡아서하고."
"걱정하지 마! 선배는 저 개새끼들이나 잘 막아."
"뭐가 그렇게 자신 만만해?"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았다.
고작 늑대라지만 이놈들은 변신이 가능한 놈들이었다. 거기에 조금만 잘못하면 '만월의 저주'를 거는 골치 아픈 놈들이었다.
어차피 놈들의 저주는 가진 기운으로 제어할 수 있다지만, 두 사람을 보호하면서 놈들을 막아야만 하는 권우철로서는 이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문제는 이 새끼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데.'
그저 앞만 막는다고 모든 놈들이 그에게 달려드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놈들은 뒤에서 마법을 날리거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먼저 공격하는 영특함을 보였다.
원래 늑대라는 놈들이 영리했다.
앞에 있는 놈들은 일반적인 늑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영악한 움직임이 가능할 수도 있었지만, 권우철에게는 꽤나 상대하기 힘든 놈들인 것은 분명했다.
"블레싱!"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서 축복을 걸었다.
그의 외침과 함께 지켜보던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아앙!"
앞선 놈의 신호에 그들을 견제하던 놈들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도약한 늑대의 모습에 권우철은 곧바로 방패를 들어 올렸다.
"홀리 쉴드!"
전보다 더 커진 빛이 방패에 어렸다.
그는 달려드는 놈을 후려치며 옆을 노리는 늑대의 머리를 향해 둔기를 휘둘렀다.
뻐억. 캐앵.
방패와 둔기에 얻어맞은 놈이 그대로 튕겨져 나갔지만, 그 틈을 노린 다른 놈이 그의 목덜미를 노렸다.
"조심해! 매직 미사일!"
콰과광.
김연희는 그런 놈의 모습을 마냥 지켜보지 않았다.
그대로 캐스팅한 마법을 날리며 뛰어 오른 늑대를 공격했다.
꽤나 큰 충격에 놈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기회를 잡은 백선화가 곧바로 정령을 불렀다.
"노움!"
파바밧. 푸욱.
바닥에서 솟아난 날카로운 돌기둥들.
쓰러진 늑대를 꿰뚫자, 주변이 붉은 피로 흥건해졌다.
아우우우.
동료의 죽음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울부짖었고, 놈의 소리에 맞춰 몇 놈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뒤에 자리 잡은 놈들의 모습이 달라지자, 권우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변신한다. 더 위험해질 테니까 조심해!"
"그런 말 할 시간에…… 한 놈이라도 더 죽이라고! 윈드 커터!"
쉬이익. 사사삭.
그녀는 변신을 감행하는 놈들을 향해 마법을 날렸다. 하지만 그 틈을 노리며 근처에 있던 놈이 달려들었다.
"노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달려오는 놈의 모습에 백선화가 다시 정령을 불렀다.
우르르르.
평평했던 바닥이 솟아나며 그런 늑대의 앞을 막았지만, 놈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그녀의 공격을 피해냈다.
덩치는 컸지만, 놈들의 움직임은 상당히 날랬다.
권우철이 놈들을 상대로 긴장을 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놈들의 민첩함 때문이었다.
"연희야 조심……"
"하압!"
퍼엉. 캐앵.
빠져나간 놈의 모습에 놀란 백선화가 소리쳤지만, 달려들던 놈은 커다란 굉음과 함께 튕겨져 나갔다.
피를 뿌리며 날아간 놈은 바닥에 처박히며 꿈틀거렸다.
"뭐, 뭐야?"
"누, 누구세요?"
달려드는 늑대를 처리한 사람은 김연희가 아니었다.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사람이 장력을 쏟아내며 그녀를 도운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도움에 세 사람의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시선을 받은 한 사람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지금은 저놈들에게 집중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누, 누구시죠?"
"위험한 것 같아서 끼어들었습니다. 무례했다면 죄송하군요."
"……."
"아, 저는 성인범이라고 합니다. 우선 저놈들을 상대하는 게 먼저인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정중한 태도를 보이며 스스로를 밝혔지만, 세 사람은 잔뜩 긴장한 채 그와의 거리를 벌렸다.
앞에 있는 놈들보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더 불안했다.
이미 사람들과 여러 번의 마찰이 있었던 그들인지라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흐음. 의심이 많은 것들인가?'
그런 불편한 느낌을 모를 성인범이 아니었다.
그는 남은 사람들의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해서 곧장 늑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제가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닙니다! 하압!"
예의 기합을 터뜨린 그는 내공을 끌어올리며 장을 뻗었다.
범상치 않은 기운에 앞에 있던 늑대가 급히 거리를 벌렸지만, 성인범의 장력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몇 배로 불어난 손바닥이 다급하게 물러나는 늑대의 몸을 짓눌렀다.
콰앙.
바닥에 앉은 파리를 때려잡듯이 그렇게 찍어 내린 장력에, 목표가 된 늑대의 몸이 터져나갔다.
상당한 위력이었지만,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바닥에 찍힌 커다란 손바닥 자국.
그 엄청난 위력에 권우철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타난 사람이 그들을 돕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돕는 걸보면…… 그렇게 이상한 놈은 아닌가?'
만약 다른 상황을 원했다면 이 기회를 그냥 놓쳤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그들을 공격했을 지도 몰랐지만, 앞장서서 모여 있는 늑대를 상대하는 것만 봐서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무엇보다 성인범이라는 남자는 꽤나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고수의 도움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도움으로 남은 두 사람이 안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권우철은 안도했다.
하지만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성인범이 강한 위력을 내며 놈들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았다.
"뭐해? 저 사람을 돕지 않고."
"…… 그, 그래. 우선은 저놈들을 처리하는 게 좋겠지?"
썩 내키지 않는 듯, 김연희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조금씩 힘을 더하며 늑대들의 수를 줄여 나갔다.
옆에 있던 백선화도 그녀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모든 힘을 소진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놈들의 수를 줄였다.
아우우우우.
점점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울부짖었다.
그 소리에 권우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놈 먼저 잡아! 동료를 부른다!"
"그게 말처럼 쉬워? 명색이 우두머린데."
"그러니까. 공격을 집중하라고!"
"지금 그렇게 하고 있거든! 옆에 있는 놈들이 족족 막아내잖아!"
뒤에 있던 두 사람의 공격이 집중됐지만, 놈들은 어느 정도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마법만으로는 우두머리라는 놈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끼어든 성인범이 나서면 가능할 것도 같았지만, 그는 처음과 다르게 큰 활약을 보이지 못 했다.
일격에 늑대를 처리한 것과 다르게 몇 놈을 견제하며 지지부진한 상황을 이어갈 뿐이었다.
'저 새끼를 먼저 처리해야겠는데. 어떡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두 여자를 손에 넣으려면 권우철을 먼저 죽여야 했지만, 이들의 실력이 생각보다 높았다.
무엇보다 방패를 들고 단단한 갑옷으로 무장을 한 놈을 처리하는 게 쉬워 보이지만은 않았다.
되도록이면 자연스럽게 놈을 해결해야만 했기 때문에 더 어려웠다.
두 여자가 의지하는 놈을 치워야 둘이 그를 따를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둘을 통해서 내공을 증진시킬 수 있었다.
내공뿐만 아니라 포인트와 힘은 물론이고, 재미까지 볼 수 있는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함께 하고 있는 여자는 그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백선화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손에 넣어야만 하는데.'
확실히 유명한 연예인이라 그런지 그녀는 눈이 돌아갈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김연희도 상당히 눈에 들어오는 얼굴이었지만, 백선화에 비하면 부족했다. 적어도 성인범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는 의도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부러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지친 기색을 내비추자, 권우철이 소리쳤다.
"뒤로 와서 상대해요."
"……."
"앞은 내가 막을 테니까, 뒤에서 보조하세요!"
아직까지 제대로 된 힘 조절을 못하는 것 같은 느낌에 권우철은 그를 불렀다.
어차피 공격은 김연희와 백선화가 맡으면 충분했다.
두 사람 앞에서 빠져나가는 늑대를 상대한다면 나을 거라는 사실에 그가 소리쳤고, 기회를 잡은 성인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콰과광.
그는 다시 장력을 떨쳐내며 바닥을 박찼다.
주변에서 그를 노리던 늑대들이 떨어져 나갔고, 생각보다 쉽게 놈들을 떨쳐내는 그 모습에 김연희의 얼굴에 의구심이 어렸다.
'뭐지? 이 사람?'
지친 듯 어깨를 들썩인 것에 비해서는 조금 어색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계속 이어갈 수 없었다.
지금은 앞에 있는 놈들을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권우철이 놈들을 막아내는 사이, 남은 둘은 열심히 마법을 사용했다.
성인범도 간간이 달려드는 놈들을 떨쳐냈지만, 확실히 위력은 줄어 있었다.
내공을 크게 소진한 듯한 기색을 비추며 지친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눈은 앞에 있는 권우철을 향해 있었다.
그런 그에게 날선 질문이 전해졌다.
"뭐예요? 남자 좋아해요?"
"예? 그게 무슨……"
"아주 등이 닿겠네. 선배 뒷모습은 왜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요?"
"무,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직설적인 김연희의 말에 그는 당황하며 대꾸했지만, 오히려 앞에 있는 권우철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무슨 개소리야? 공격이나 해!"
"……."
힘겹게 놈들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상황이 좋지만은 않았다.
웨어 울프로 변한 놈들이 앞으로 나서면서 날아오는 마법을 받아냈고, 그 사이 다른 놈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우두머리라는 놈도 모습을 바꾸는 걸보면 아마도 작정을 한 것 같았다.
여기에서 다른 놈들이 몰려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졌다.
'그나마 신성력으로 버티는 거지만……'
생각보다 깅연희의 마법이 큰 효과를 보지 못 했다.
웨어 울프 자체가 마법에 강한 저항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점 힘들어하는 권우철의 모습에 성인범은 만족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앞에 있는 놈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변한 놈들이 좀 부담되기는 하지만, 어차피 저년으로 기운을 채울 수 있겠지.'
황당한 질문을 내뱉은 김연희는 곧바로 처리할 생각이었다.
백선화는 데리고 다니면서 재미를 보다가 힘을 채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나름대로 앞으로의 일을 상상에 흐뭇해했지만, 곧 상념을 떨쳐냈다.
'너무 가만히 있으면 의심을 받겠지?'
남은 내공을 가늠하던 그는 권우철을 뚫고 들어오는 놈을 확인하며 다시 장력을 뿌렸다.
콰앙.
웨어 울프로 변한 놈이 일격에 떨어져 나갔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휘청거렸고, 그런 놈의 발밑에서 돌기둥이 솟아올랐다.
"크아아!"
공격에 꿰인 놈이 괴로워했다. 그리고 놈의 몸에 바람 칼날이 날아들자, 결국 버티지 못 하고 무너져 내렸다.
'이년들이!'
달라진 웨어 울프를 일격에 처리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곧 죽을 것 같은 놈들을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처리했다는 점이었다.
절로 욕이 튀어나올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내색할 겨를이 없었다.
"선배, 조심해. 우두머리 모습이 심상치 않으니까!"
"남은 놈들이나 어떻게 해 봐!"
다른 놈들에 비해서 머리 하나는 더 있을 정도로 큰 덩치를 가진 놈이 변신을 마쳤다.
하지만 그 순간, 권우철의 등에 강력한 일격이 꽂혔다.
콰앙.
갑작스러운 기습에 그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서, 선배!"
"오빠!"
뜬금없는 기습에 뒤에 있던 두 사람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동시에 캐스팅한 마법으로 성인범을 노렸다.
"죽어!"
쉬이익. 콰과광.
그대로 온 몸을 난도질 할 듯한 바람의 칼날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고, 바닥에서 돌기둥이 솟아나며 그를 노렸다.
그래도 나름 경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공격이 가능했다.
하지만 성인범은 너무나 쉽게 두 사람의 공격을 받아냈다.
"크윽. 짜릿하네."
"무슨 짓이죠?"
"무슨 짓은?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는데."
"……."
음흉한 그의 미소에 두 사람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당할 생각은 없었다.
곧장 마법을 펼치며 노렸지만, 성인범은 그녀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기민한 움직임을 보였다.
투두둑.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가 손을 뻗자, 둘의 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성인범은 그런 둘을 들쳐 업고 남은 권우철을 바라봤다.
"아직 안 죽었네? 먹잇감으로는 충분하겠지?"
남은 놈들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남기는 게 나았다.
쓰러진 그를 뒤로한 성인범은 곧장 바닥을 박차며 그곳에서 멀어졌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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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