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86화 (86/254)

제 86화

<만만치 않은 놈>

"확인해 봤어? 상황은 어때?"

"마을이 있기는 있는데…… 안에 웨어 울프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는 것 같아."

"……."

웨어 울프의 토벌.

임무가 정해진 것은 다행이었지만, 마을에 있는 놈들을 처리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블린들의 상황과 비슷했다. 하지만 웨어 울프들은 고블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놈들이었다.

더군다나 그렇게 놈들이 모여 있다면 싸움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 거야? 곧바로 공격할 거야?"

"놈들을 유인하면 어떨까? 근처에서 조금씩 수를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달리 좋은 방법이 있지는 않았다.

그나마 안전한 방법은 놈들을 유인해서 처리하는 것이었지만, 지금까지 상대한 놈들의 특성상 그것도 마냥 좋다고 볼 수만은 없었다.

"고블린처럼 유인해서 죽인다고 해도, 동료를 부르는 놈들이잖아?"

"그렇긴 하지."

"……."

상황을 논의하면 논의할수록 세 사람은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노력을 해왔지만, 강준우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함께 힘을 키우기 위해서 고심하는 듯한 강준우의 모습에 김연희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너 혼자 움직이는 건 어때?"

"나 혼자?"

"그래. 우리는 근처에서 놈들을 유인해서 싸우고, 너는 숨어서 싸우고."

"…… 세 사람이 위험할 것 같은데? 형도 모두를 막을 수는 없잖아? 저놈들 지능도 떨어지는 것 같지도 않던데."

"그건 그렇지."

아무래도 두 사람을 보호해야만 하는 권우철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강준우가 함께 해준다면 그런 부담은 사라지는 것과 같았지만, 그를 묶어두기에는 미안함이 너무 컸다.

가만히 그 말을 듣고 있던 백선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지형만 잘 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지형?"

"그래. 오빠가 앞만 막으면 될만한 곳을 찾으면 되잖아."

"내가 앞만 막으면 될 곳?"

뒤에 있는 두 사람이 걱정되지 않을만한 곳을 찾는 게 중요했다.

대표적으로 동굴 같은 곳이라면 앞을 권우철이 막아낸다면 충분할 지도 몰랐다.

"그럼 늑대들은? 그놈들 움직임이 엄청 빠르던데. 유인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

"그건 내가 할 게."

"선화 네가?"

"정령을 이용하면……"

"거리가 얼마나 될지도 모르잖아?"

"……."

정령도 만능일 수는 없었다.

계약한 자와의 교감이 중요했다. 아직까지 백선화는 일정 거리 이상 정령과 멀어질 수 없었지만, 그 문제는 강준우가 해결할 수 있었다.

"유인은 내가 맡을게."

"준우 네가?"

"그래. 어차피 암습을 한다고 해도 놈들이 완전히 모르게 할 수는 없을 테니까. 결국에는 놈들도 쫓아오겠지."

"괜찮겠어?"

"차라리 잘 된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놈들을 몰아가서 처리하면 나도 충분히 쉬면서 상대할 수 있을 테니까."

세 사람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게 더 나을 지도 몰랐다.

"우선 적당한 곳이 있는지 살펴보는 게 좋겠어."

말을 마친 그들은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다.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은 백선화였다. 전체적인 지형을 살피는 것에 최적화 된 존재가 바로 정령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살피던 그들은 적당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마을과는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동굴로 입구가 그렇게 넓지 않은 곳이었다.

"이만하면 충분히 앞을 막을 수 있겠는데?"

"거리가 너무 멀지 않아?"

"지금까지 보인 모습만 봐서는…… 여기까지도 쫓아올 것 같기는 해."

중요한 것은 동굴의 상태였다.

안에 어떤 놈이 있을지 몰랐다. 밖에서만 보면 적당한 장소 같았지만, 내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상한 건 없는 것 같아. 근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한 것 같아.?"

"분위기가 이상해? 안에 누가 있는 거야?"

"아니, 안에 살아있는 존재는 없다고 했어."

"내가 안을 살펴보고 올까? 어차피 준우 네가 마을에 갔다 올 때까지 시간이 있을 테니까."

"그래. 그게 좋겠네."

어차피 재차 확인을 하려는 것뿐이었다.

정령을 통해서 따로 위험이 없다는 것을 그래도 확실히 하려는 생각이었다.

권우철과 세 사람에게 이곳을 맡긴 강준우는 혼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 사람의 성장도 중요했지만, 자신의 성장 역시 중요했다.

유령보를 밟으며 움직인 그는 웨어 울프들의 마을을 확인하며 걸음을 멈췄다.

"후우. 조금 시간을 끄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권우철이 그곳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어차피 남아 있는 놈들을 그냥 유인만 할 생각은 아니었다.

이미 모든 내공이 채워진 만큼 어느 정도의 기운을 소진하면서 웨어 울프들의 수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겠네.'

밤이 되면 놈들의 힘이 더 강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는 빠르게 마을로 스며들었다.

다행히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그를 눈치 채는 놈들은 없었다.

지붕 위로 내려앉은 강준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불이라도 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새삼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뒤늦게 상점창에서 양강의 무공을 떠올려봤지만, 이제 와서 그런 무공을 익힌다고 큰 불을 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고블린과 웨어 울프들은 그만큼 큰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가만히 주변을 살피던 그는 내려앉은 집안으로 스며들었다.

우선 내부에서 차례대로 놈들의 수를 줄여나갈 생각이었다.

'흐음.'

다행히 안에는 사람으로 보이는 둘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직 변신을 마치지 않은 그들은 평범한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웨어 울프들이 맞는 거겠지?'

임무를 통해서 이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내키지 않은 외형을 하고 있었다.

차라리 늑대의 모습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개중에 한 명의 뒤를 잡으며 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본능적으로 상대의 입을 가린 그는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주의를 기울였다.

[웨어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불안했던 생각과 다르게 쓰러진 자는 웨어 울프가 확실했다.

오히려 변하지 않는 이들을 상대하는 게 훨씬 수월했다.

한 놈을 쓰러뜨린 강준우는 곧장 남은 자를 향해 다가갔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는 무영검의 일초를 사용하며 검을 뿌렸다.

푸욱.

그대로 미간을 꿰뚫는 일격에 남은 웨어 울프도 무기력하게 쓰러졌다.

[웨어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쉬운데?'

웨어 울프로 변신을 하기 전의 늑대보다 더 쉽게 느껴졌다.

제대로 된 대항도 하지 못한 채 무너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암습의 유용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을 잊지 않은 그는 다시 그 집을 벗어나며 다른 곳으로 스며들었다.

유령보와 함께 펼쳐지는 무영검의 암습.

절정의 경지에 이른 그는 일류 살수 못지않은 모습을 보였다.

가볍게 두 자리 수가 넘어가는 자들을 처리한 그는 빠르게 쌓이는 포인트를 확인하며 만족했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그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아아악!"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고요했던 마을이 깨져 나갔다.

'들킨 건가?'

쓰러뜨린 자들의 수가 많아진 만큼 발각될 가능성도 높았다.

마저 남은 자들을 처리한 그는 급하게 모습을 감추며 지붕 위로 올라섰다.

잔뜩 자세를 낮추며 주변을 살피자, 그 소리에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모두가 웨어 울프들로 놈들은 이미 변신을 마친 이후였다.

'반응이 너무 빠른 것 같은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저 많은 수를 끌고 움직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뒤로 물러나서 와각에서 모습을 드러내야만 했다. 하지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뭐야? 저긴…… 내가 들어갔던 곳이 아니잖아?'

마을에 있는 웨어 울프들이 모여 있는 곳은 그가 지나친 곳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곳에서 벌어진 일은 그와 무관했고, 근처에 다른 자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모여 있는 놈들 중에서 한 놈이 그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아우우우.

주변에 있는 웨어 울프들을 움직이는 소리였다.

다른 놈들에 비해서 머리가 하나는 더 커 보이는 놈은 은빛 털을 가지고 있었다.

유난히 빛나는 털을 가진 놈의 등장에 강준우는 천천히 힘을 끌어 올렸다.

'족장 같은 놈인가?'

저런 놈까지 끌고 가봐야 좋을 것은 없었다.

우선 놈들을 떨쳐내고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누군가가 튀어 나왔다.

콰앙.

지붕을 부수며 솟구쳐 오른 자는 그대로 모여 있는 웨어 울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과감한 그의 행동에 오히려 뒤에 있던 강준우는 깜짝 놀랐다.

나타난 자는 개의치 않으며 곧장, 은빛 털을 가진 놈을 노렸다.

주변에 다른 웨어 울프들이 손톱을 세우며 그를 노렸지만, 거리를 좁히던 그는 곧바로 장력을 쏟았다.

까드드득. 콰과광. 콰광.

그의 손에서 시린 빛이 뻗어나갔다.

앞을 가로막은 웨어 울프들은 그 장력에 휩쓸리며 딱딱하게 굳었다.

그저 스치는 것만으로 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위력적은 장력이었다.

'어떤 무공이길래 이런 위력을 보이는 거지?'

뒤에 있는 그에게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극음의 기운을 가진 장력이었다.

허공을 격하며 날아든 장력이 그대로 은빛 털을 가진 놈의 몸에 꽂혔다.

콰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주변에 부서진 얼음 조각이 흩날렸다.

눈이 내리는 것처럼 깨져나간 얼음이 주변을 가득 채웠지만, 그 얼음 조각을 뚫고 은빛 섬광이 날아들었다.

"흐읍!"

"크아앙!"

강력한 장력을 얻어맞았지만, 놈은 멀쩡했다.

장력을 받아낸 손의 털들이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스라졌지만, 놈은 개의치 않으며 그대로 주먹을 뻗었다.

콰앙.

자신의 공격이 이렇게 막힐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는지, 음한 장력을 뿜어낸 자의 몸이 튕겨져 나왔다.

강준우가 있는 곳과 멀지 않는 곳에 처박힌 자의 모습에 한참 떨어진 곳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유키코!"

'일본인?'

뒤늦게 이곳에 자리한 자들이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계속 이어갈 겨를이 없었다.

"크아아!"

유키코라는 여자를 튕겨낸 은빛의 웨어 울프가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놈은 그대로 벽을 부수며 집 안으로 난입했고, 안에서는 커다란 굉음이 연신 들려왔다.

유키코가 놈과 부딪치는 사이, 뒤에 있던 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붕을 발판 삼아 뛰어든 그들은 모여 있는 웨어 울프들을 노렸고, 여러 마법이 마을을 뒤흔들었다.

콰과광. 화르르르.

마법을 쏟아낸 자들의 힘에 웨어 울프들이 튕겨져 나갔다.

채 변신을 마치지 못한 놈들은 상당한 중상을 입었지만, 변신을 마친 놈들은 괴성을 질러대며 몸을 일으켰다.

"역시나 저 개새끼들은 마법 저항이 뛰어나다니까."

"어떡하지?"

"어떡하긴! 유키코가 나오면 도망가야지."

"근데, 유키코는……"

"걱정하지 마. 그렇게 약한 아이는 아니니까. 마법이나 준비해 둬. 도망갈 때 필요할 거야."

"아, 알았어."

뛰어 들어간 놈은 상당히 강해 보였지만, 동료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은 큰 걱정이 없어 보였다.

그런 기대에 부응을 했는지 다시 한 번 굉음과 함께 지붕이 터져나갔다.

콰앙.

"하압!"

콰과광.

지붕 위로 솟구쳐 오른 인형은 곧장 장력을 뻗었다.

한기를 가득 머금은 장력이 쫓아오는 웨어 울프를 밀어냈고, 그 반동을 발판삼은 유키코라는여자는 방향을 꺾었다.

"다이스케!"

"그러니까 욕심 부리지 말라고 했잖아!"

"빨리!"

"기다려! 매직 미사일!"

쉬이익.

다이스케라고 불린 마법사는 쫓아오는 놈을 노리며 마법을 쏟아냈다.

십여 개의 매직 미사일이 순식간에 주변을 가득 채웠다.

기초적인 마법이었지만, 꽤 많은 양이 쏟아지자 달려들던 놈도 경시할 수 없었는지 공격을 쳐냈다.

콰과광. 콰과광.

꽤나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뛰어 오른 은빛 털의 웨어 울프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사이 남은 사람들이 멀어져갔다.

하지만 놈은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아우우우우.

놈은 크게 울부짖으며 마력을 토해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상급 전사 파이칸의 마력을 이겨냅니다.]

'상급 전사?'

이름을 가진 놈은 상당히 강한 놈인 것 같았다.

크게 울부짖은 소리에 남아 있던 웨어 울프들이 그들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놈들의 수를 확인한 강준우의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꽤나 지친 것 같은데?'

[작품 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