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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87화 (87/254)

제 87화

<만만치 않은 놈>

상당히 강한 놈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았다.

유키코라는 여자의 힘도 보통이 아닌 것 같았지만, 놈은 그녀를 상대로 상당히 잘 싸웠다.

아마도 마을에 있는 웨어 울프들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싸웠을 지도 몰랐지만, 계속 싸우면 불리하다는 판단에 물러난 것 같았다.

그런 그들의 선택이 강준우에게 나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놈이 꽤나 지쳐 보인다는 점이었다.

"크르르르."

거친 숨을 몰아쉬는 놈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시선이 돌아간 상황이었고, 마을에 남아 있는 웨어 울프들의 수도 많지 않았다.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강준우는 곧장 유령보를 밟으며 조심스럽게 놈의 뒤를 잡았다.

암습을 통해서라면 어렵지 않게 놈의 목을 베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크응. 크응."

강준우는 파이칸의 뒤를 노리며 무영검을 펼쳤다.

은밀한 공격이었다. 제대로 일검이 그대로 상급 전사의 머리를 꿰뚫을 것처럼 쏘아졌다.

쉬이익.

암습을 펼친 그는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만큼 예리한 공격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지만, 상급 전사는 몸을 비틀며 날아오는 그의 공격을 쳐냈다.

채앵.

'이걸 막아?'

강준우는 깜짝 놀랐다.

놈이 이 공격을 막아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다.

"크응. 크응."

공격을 받아낸 놈의 찡그린 콧잔등에 뒤늦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냄새!'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이런 식으로 암습이 들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지만, 공격 한 번 막혔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크아아!"

암습이 막히는 순간, 놈은 곧장 바닥을 박차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앞세운 발톱이 은빛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쉬이익.

허공을 가르는 상급 전사의 발톱.

예리한 공격의 정체를 확인한 강준우는 이를 악물었다.

'검기?'

놈의 발톱에 어린 기운은 검기와 닮아 있었다.

허공을 가른 날카로운 기운이 공간을 베어냈다.

그나마 일전에 유키코라는 여자를 상대하는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에 수월하게 공격을 피해냈다지만, 앞에 있는 놈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력했다.

'이름이 있는 놈이라 당연한 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사실에 그는 유령보를 밟으며 뒤로 물러났다.

쉬이익.

놈은 양 손을 휘두르며 그를 찢어내려고 노력했지만,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그의 공격을 피해냈다.

점점 능숙해져가는 유령보와 일섬이 놈과의 거리를 벌렸다.

동시에 내디딘 발걸음이 달려드는 파이칸이라는 상급 전사의 몸을 옥죄었다.

쿠웅.

강준우는 천마군림보를 펼쳤다.

오롯이 앞에 있는 상급 전사만을 노린 일격이었다.

"크아아!"

몸 안으로 파고드는 낯선 기운에 놈이 멈칫거리자, 그는 다시 무영검을 펼치며 놈의 몸을 베어냈다.

촤아악.

검기를 가득 머금은 일격이었다.

제때 막아내지 못한 놈의 앞가슴이 길게 베였다.

아무리 놈의 몸이 단단하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흩날리는 피와 함께 비틀 거리는 모습만 보면 중한 상처를 입은 게 확실했다. 하지만 놈은 개의치 않으며 다시 손톱을 휘둘렀다.

쉬이익.

콰과광. 콰과광.

강한 힘을 쏟아낸 놈의 일격이 다시 공간을 잘랐다.

평범한 웨어 울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투지에 강준우는 다시 뒤로 물러나며 놈과의 거리를 벌렸다.

꽤나 중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제법 큰 피해를 입혔으니 굳이 무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광경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회, 회복?"

파이칸의 벌어졌던 가슴이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했다.

언제 검흔이 있었냐는 듯이 아물어가는 곳에서는 강한 마력이 느껴졌다.

상당한 힘을 소진해서 몸을 회복시키는 놈의 모습에 놀라웠지만, 이 상황을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상처가 다 아물기 전에 더 큰 피해를 입혀야 했다.

그는 곧장 귀음신장을 날리며 다시 놈과의 거리를 좁혔다.

퍼억. 퍼억.

연달아 펼친 귀음신장의 은밀한 장력이 파이칸의 몸에 꽂혔다.

음한 장력에 놈의 몸이 꺾였다.

꽤나 충격을 입은 모습이었지만, 정작 그 상태를 확인한 강준우는 황당해했다.

'이 정도로 피해를 입을 리가……"

"없잖아!"

"크와아아!"

놈에게 달려들던 그는 곧장 보법을 밟으며 허리를 비틀었다.

몸을 숙였던 파이칸은 그가 접근하는 순간을 노리며 회심의 일격을 쏟아냈다.

콰아아.

갑자기 입을 벌리며 힘을 토해내자, 입 안에 모인 기운이 쏘아져 나왔다.

마치 일양지를 쏘아내는 것 같았다.

그것보다는 훨씬 커다란 은빛의 기운이 그대로 전방을 관통했다. 하지만 그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이미 이상함을 눈치를 챈 강준우는 아무런 피해도 없이 놈의 공격을 피해냈다.

귀음신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한기를 머금은 장력을 받아내고도 멀쩡한 놈이었다. 두 번의 장력을 허용했다고 이렇게 큰 충격을 받을 리가 없었다.

고블린과 오크들도 상당히 약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런 예측이 가능했다.

위기 뒤에는 기회였다.

회심의 일격이 빗나간 상급 전사의 전방에 수많은 반월이 떠올랐다.

그가 빠르게 검을 떨치자, 순간, 한꺼번에 많은 검기가 생겨난 것처럼 비춰졌다.

"후우."

깊은 숨을 토해내기 무섭게 생겨난 반월이 파이칸을 향해 날아들었다.

사사삭.

예리한 검기가 놈의 몸을 베어냈다.

난도질당한 것처럼 생겨난 수많은 상처에 놈이 무릎을 꿇었다.

장기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였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중한 상처를 입었지만, 강준우는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았다.

서걱.

그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파이칸의 목을 베어냈다.

[상급 전사 파이칸을 처치했습니다. 5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만월의 축복을 획득하였습니다.]

'만월의 축복?'

처음 듣는 능력이었다. 만월의 저주는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축복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비록, 파이칸이라는 웨어 울프의 상급 전사를 쓰러뜨렸지만, 마을에는 아직도 많은 놈들이 남아 있었다.

일본인 무리를 쫓은 놈들을 제외하고도 상당한 수가 그에게 강한 적의를 뿜어냈다.

아우우우우.

쓰러진 파이칸을 추모하려는 것인지 변한 놈들이 일제히 하늘을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좋지 않은 느낌에 강준우는 곧장 뒤로 물러났다.

"크르릉."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지만, 적의가 가득한 시선이 그를 쫓았다.

"이 정도면 끝까지 쫓아오겠는데?"

생각보다 많은 놈들을 데리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말을 내뱉기 무섭게 주변에 있던 놈들이 그를 향해 달라들었다.

쐐에엑. 푸슉. 푸슉.

뛰어드는 놈의 모습에 그는 곧장 일양지를 펼쳤다.

강력한 기운에 달려드는 놈의 미간을 꿰뚫었다.

놈을 관통한 힘은 그 뒤를 따라오던 놈들을 쓰러뜨렸고, 순식간에 세 마리의 웨어 울프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놈들의 적의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쓰러진 동료의 모습에 분노하며 더욱 속도를 높였다.

***

아우우우.

"무슨 놈의 울음이 이렇게 구슬픈 거야?"

숲에 울려 퍼지는 늑대의 울음에 김연희는 투덜거렸다.

"그나저나 이 인간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지?"

"쉽지는 않겠지. 언제는 혼자 움직이라고 하더니?"

"그야…… 미안해서 그런 거고."

그 감정을 모를 리가 없었다.

권우철도 그녀의 말에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크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늑대의 울음이 들릴수록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많이 데리고 오려고 이렇게 늦는 거지?"

"……."

"별 일은 없겠지?"

"그게 답답하면 네가 직접 나갔다 오던가."

"나는 달리기가 느리잖아. 선배가 가는 건 어때?"

시답잖은 농담에 권우철은 그녀를 무시했다. 하지만 그때, 백선화가 두 사람을 일깨웠다.

"오, 오고 있어!"

"뭐야? 정령을 언제 보낸 거야?"

"……."

말도 없이 정령을 보낸 백선화의 행동에 김연희는 쓰게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백선화가 새로운 사실을 알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강준우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가 끌고 오는 웨어 울프들의 수였다.

"미친!"

"…… 네 주둥이가 문제라니까."

"왜 이게 내 탓이야?"

"에휴. 마법이나 준비해!"

"저 놈은 중간이 없어! 저 많은 놈들을 어떻게 상대하라고!"

마을에 있는 웨어 울프를 모두 끌고 오는 것 같았다.

환한 웃음을 보이며 다가오는 강준우의 모습에 김연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새로 익힌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권우철은 뒤에서 느껴지는 김연희의 마나를 확인하며 백선화를 불렀다.

"우선 정령으로 놈들을 막자!"

"알았어."

그녀 역시 부릴 수 있는 가장 강한 정령을 불렀다.

광범위한 곳에 펼칠 수 있는 정령 마법을 떠올리며 상황을 살폈고, 강준우가 권우철의 뒤로 들어오기 무섭게 곧장 마법을 펼쳤다.

"노움!"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앞에 있는 땅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꽤나 넓은 지역의 바닥이 변하기 시작했고, 이상함을 느낀 웨어 울프들이 그대로 바닥을 박차며 변한 바닥을 뛰어 넘었다.

"홀리 쉴드!"

놈들의 움직임에 맞춰 권우철은 곧장 힘을 드러냈다.

홀리 라이트라는 공격 마법이 있었지만, 지금은 앞을 막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것 같았다.

재빠른 놈들이 그대로 권우철을 덮쳤다.

콰앙.

하지만 동굴 입구를 가로막은 그를 뛰어넘지는 못 했다.

그 사이, 마법을 캐스팅한 김연희는 전방을 가리키며 크게 소리쳤다.

"파이어 월!"

화르르르르.

권우철과 떨어진 곳에 불의 장벽이 솟아올랐다.

몇 놈이 그 불길에 휩쓸리며 괴로워했지만, 이 마법은 놈들을 쓰러뜨리려는 것보다 움직임을 방해할 목적이 컸다.

"후우. 후우. 이렇게 많이 몰고 오면…… 어떡하라고?"

"마법으로 학살하기 딱 좋잖아?"

"저것들이 고블린이냐!"

너무나 쉽게 말하는 강준우의 태도에 김연희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으며 권우철에게 달라붙은 놈들의 미간을 꿰뚫었다.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입구가 좁아서 버틸 수는 있을 것 같아. 그래도 수가 너무 많아서."

"수는 줄이면 되지."

"글쎄.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무리 강준우라지만 쫓아온 놈들이 너무나 많았다.

다시 밖으로 나가기에는 그 사이 앞을 채운 놈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것도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강준우는 오히려 이 기회를 노렸다.

"힘을 쏟아내고 다시 기운을 채울 거야. 그때까지 버티면 돼."

"아, 알았어."

왠지 자신만만해 하는 그의 모습에 권우철은 묘한 기대를 품었다.

강준우가 아무런 생각 없이 놈들을 끌고 왔을 것 같지는 않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면 다른 곳으로 몰고 갔겠지.'

그는 들어 올린 방패에 더욱 힘을 줬다. 그리고 이어질 강준우의 행동에 관심을 기울였다.

"흐읍!"

뒤에서 들려오는 호흡소리.

크게 힘을 쓰려는 듯한 소리와 함께 전방에 회색 빛무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뭐, 뭐지?'

반딧불이라고 하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나 컸다.

마치 앞에 수많은 별이 떠오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미 날이 어두워진 상황에서 회색빛의 빛무리가 전방을 가득 채우자, 오히려 신비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 빛무리가 움직이자 그런 생각은 씻은 듯이 날아갔다.

'천마기멸격!'

속으로 그 외침을 삼킨 강준우는 손을 뻗었고, 그의 행동에 맞춰 떠오른 기운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콰과과광.

수많은 유성우가 쏟아지듯 앞을 가득 채운 기운이 웨어 울프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커다란 굉음이 주변을 집어 삼켰다.

길지 않은 순간에 드러낸 힘이었지만, 주변은 아비규환으로 변해 있었다.

"뭐, 뭐야? 무슨 짓을 벌인 거야?"

"하아. 설마 이게…… 네가 한 거야?"

"…… 후우."

지친 기색이 역력한 강준우의 모습에 모두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수많은 웨어 울프들이 모두 쓰러진 채 움직임을 멈췄다.

단 한 번에 그 많은 수를 처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미친! 무슨 무공이 마법보다 더 요란하지?"

"……."

제대로 드러낸 그의 힘에 모두는 경악했지만, 지금은 놀랄 상황이 아니었다.

"남은 놈들을…… 부탁할 게."

강준우는 뒤로 물러서며 내공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세 사람은 전의를 잃은 듯한 웨어 울프들을 상대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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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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