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8화
<어색한 동행>
만월의 축복.
체력이 상승하고, 상처의 회복이 빨라진다.
가진 힘을 이용해서 회복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보름달이 뜨는 날에 신체적 능력이 더욱 향상된다.
영약을 통해서 어느 정도 내공을 회복한 강준우는 파이칸이라는 상급 전사를 잡고 얻은 능력을 확인하며 깜짝 놀랐다.
'대박이잖아?'
피어나 야생의 감각보다 더 대단한 능력 같았다.
거의 웨어 울프가 가진 장점을 모두 모아놓은 힘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점에서는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드러난 설명만 봐서는 그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들만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체력의 상승이었다.
내공이야 영약이나 천마신공의 성취로 늘릴 수 있다지만, 체력은 아니었다.
내공이 부족해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상황도 많았지만, 체력이 부족해서 고전을 했던 경우도 많았다.
'전보다 더 수월해지려나?'
체력이 향상된다는 것 자체가 사기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상처까지 회복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였다.
파이칸이라는 놈이 마력으로 상처를 회복시킨 것을 떠올린 강준우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그 정도 상처에도 죽지 않는 것을 보면……'
완전히 사기였다.
철포삼으로 몸을 보호하고, 만월의 축복으로 상처까지 회복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얼마나 큰 효과를 보일 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이런 능력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좋았다. 어떻게든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콰앙. 콰앙.
사사삭.
그가 내공을 회복하는 사이, 세 사람은 웨어 울프들을 상대했다.
마법 저항이 높은 놈들이라 김연희의 마법은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 없었고, 백선화도 정령 마법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가장 강한 위력을 내보이는 사람은 권우철이었다.
콰앙. 캐앵.
그가 둔기를 휘두를 때마다 달려들던 웨어 울프들이 신음을 흘리며 바닥을 굴렀다.
그런 권우철 역시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리 강준우가 강력한 힘으로 놈들의 수를 크게 줄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남은 놈들도 많았다.
강준우가 내공을 회복하는 동안, 그들이 웨어 울프들의 공격을 감당해야만 했다.
남아 있는 놈들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웨어 울프 개개인이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체력도 뛰어났다.
강준우는 쉽게 상대했지만, 그들에게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내공을 회복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 사람이 쉴 시간을 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제 내가 맡을……"
말을 하려던 그는 권우철이 휘두르고 있는 둔기를 확인하며 깜짝 놀랐다.
자세히 살피자, 그가 쥔 둔기에 흐릿한 빛이 어려 있었다. 마치 검기를 사용하면 검신에 특유의 기운이 어린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형도 검기를 펼칠 수 있는 거야?"
"응? 아, 이거!"
놀란 강준우의 물음에 권우철은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검기는 아니고, 그냥 신성력을 부여한 거야."
"신성력?"
"홀리 웨폰이라고. 홀리 쉴드랑 비슷한 거야. 무기에 축복을 걸어준 거지."
"위력이 상당한 것 같은데?"
"아! 저 늑대들이 신성력에는 조금 약한 것 같더라고. 생각보다 큰 피해를 입더라고."
"……."
새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권우철의 말대로 놈들은 유난히 신성력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마법에 상처를 입은 놈들은 마력을 이용해서 상처를 회복할 수 있었지만, 신성력으로 입은 상처는 회복이 불가능했다.
"너한테도 걸어줄까?"
"나한테도? 다른 사람한테도 걸 수 있는 거야?"
"무기에는 걸 수 있을 거야. 나도 조금 전에 얻은 힘이라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말을 마친 권우철은 강준우의 검에 홀리 웨폰이라는 능력을 부여했다.
희미하게 빛나는 검신은 마치 검기를 뽑아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가만히 그것을 살펴보던 강준우는 밖에 있는 놈들을 바라봤다.
"마법은 다 날린 거야?"
"마나가 없어. 더 날리고 싶어도 못 날려."
"나도."
"…… 그럼 이제 움직여도 되지?"
"벌써 마나…… 아니, 내공을 다 채운 거야?"
그렇게 어마어마한 힘을 쏟아내고,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만큼 강준우가 보인 모습은 대단했다.
그 정도의 힘을 쏟아내기 위해서는 가진 내력의 대부분을 소진했을 게 분명했다.
가진 내력을 다 쏟아낸다고 하더라도 그만한 위력을 내보인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에 보여줬던 힘은 경천동지할 위력이라는 말. 그 말이 딱 어울렸다.
놀라워하는 김연희를 뒤로한 그는 권우철을 대신해서 앞에 섰다.
그가 나서기 전까지도 웨어 울프들이 권우철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었지만, 그의 등장과 함께 놈들의 움직임이 주춤거렸다.
'설마 겁을 먹은 건가?'
조금 전까지 일격에 수많은 동료를 학살한 놈이 바로 강준우였다.
그의 얼굴을 알고 있는 자들이 겁을 집어먹지 않은 게 더 이상했다.
놈들은 그를 경계하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며 머뭇거리는 놈들의 모습에 세 사람은 황당해했지만, 그 시간도 길지는 않았다.
연기처럼 흩어진 강준우가 웨어 울프들 사이로 파고들면서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서걱. 푸욱. 서걱.
변한 웨어 울프들 사이로 나타난 그는 가볍게 손을 털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은 검초를 날리자, 주변이 흐릿한 빛으로 가득 찼다.
그나마 신성력이 부여되면서 흐릿한 빛이라도 보였지만, 허공에 살짝 떠오른 빛이 사라지고 드러난 광경은 처참했다.
"저렇게 쉽게 죽는 놈들이었어?"
"와, 진짜…… 이건 말이 안 된다."
말도 나오지 않는 강력한 위력보다 이게 더 사기 같았다.
가볍게 휘두르는 검격에 웨어 울프들이 쓰러져 나갔다.
엄청난 체력과 맷집을 가진 놈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무기력해 보였다.
권우철이 휘두르는 둔기를 맞고도 다시 몸을 일으켰던 놈들이었다.
아무리 신성력을 부여했다지만, 강준우의 일격은 권우철과 비교를 할 수 없었다.
일격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었다.
미간과 심장을 꿰뚫고 목을 베어내는 공격에 모여있던 놈들이 무기력하게 쓰러졌다.
순식간에 주변이 정리되자, 근처에 남아 있던 놈들이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앞에 있는 놈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물러나는 그 모습에 권우철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제야 쉴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강준우는 물러나는 그들의 뒤를 쫓았다.
"뭐, 뭐하는 거지?"
"…… 저, 점혈?"
대뜸 웨어 울프들의 뒤를 쫓던 그는 몇 놈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전처럼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손을 뻗으면서 놈의 몸을 두드렸다.
가볍게 손가락만 뻗는 것만 봐서 놈들을 제압하려는 듯한 느낌이 강했지만, 권우철은 그 모습에 절로 얼굴을 찌푸렸다.
'당연히 저 괴물들 혈자리는 다를…… 뭐, 뭐야?'
강준우가 스쳐 지나가기 무섭게 웨어 울프들의 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말도 안 되는 모습에 권우철은 혀를 내둘렀지만, 김연희는 그 모습을 반겼다.
"저것들. 우리들이 죽여도 되는 거지?"
"독한 년. 어쩜 저렇게 해맑을 수 있을까?"
"어쩔 수 없잖아. 우리도 살아야하니까."
권우철은 그런 김연희의 모습에 투덜거렸지만, 백선화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별다른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포인트가 필요했다.
"생각보다 내공 소모가 큰 것 같은데?"
"그 정도야?"
"내 내공으로 상대 혈을 묶는 거라. 꽤 많은 내공이 소모되는 것 같아."
"하긴, 그냥 막 누른다고 멈추면 말이 안 되는 거겠지."
그의 설명에 권우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놈들은 알아서 처리해."
"아, 알았어. 고맙다."
"좀 쉬어. 다시 마을로 움직이려면 체력을 보충해야 할 테니까."
"다시 움직이려고?"
"당연하지. 아직 임무가 안 끝났잖아?"
"……."
곧바로 움직인다는 말에 세 사람은 말을 잇지 못 했다.
'독하게 움직여야 저런 힘을 가지는 거겠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납득이 갔다. 새삼 강준우가 이런 힘을 가지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동굴로 들어가서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하는 그의 모습에 세 사람도 분주히 움직였다.
점혈이 된 상태로 움직임을 멈춘 웨어 울프들을 처리하며 포인트를 회복했고, 다시 강준우가 있는 곳으로 모이며 체력을 회복했다.
***
콰앙.
비호처럼 날아든 인형이 앞에 있는 웨어 울프를 가슴을 후려쳤다.
일격에 튕겨져 나간 웨어 울프는 그대로 목숨을 잃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두 사람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너무 빡빡하게 움직이는 거 아니야?"
"그래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잖아."
"그냥 기다렸다가 나중에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라고?"
"그럼 잔말 말고 따라와. 어제 두고 온 놈을 마저 처리해야지."
유키코는 다시 마을로 입구로 들어섰다.
어제 상대했던 웨어 울프의 상급 전사를 마저 상대할 생각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힘을 가진 놈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처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가지고 있는 무공의 힘이라면 놈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근처에 있는 다른 웨어 울프들이었다.
"아직도 많은 놈들이 있을 것 같은데?"
"어차피 유인해서 처리하면 되잖아. 밤에 했던 것처럼."
"그것 때문에 한숨도 못 잤다고!"
"그럼 평생 자게 해 줄까?"
"……."
과격한 그 말에 다이스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말로만 끝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유키코를 따라 움직였지만, 다시 찾은 웨어 울프들의 마을은 어제와는 도 달랐다.
"뭐야? 왜 반기는 놈들이 없지?"
"따로 모여서 회의라도 하나보지."
"그딴 농담 하나도 재미없거든!"
"크큭."
"……."
그와 다른 동료의 반응에 다이스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함께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 두 사람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어제 그렇게 많은 놈들이 쫓아왔으면 이렇게 비어있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닐까?"
"마을 규모를 봐. 얼마나 많은 놈들이 남아 있을지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
처음 상대했던 고블린들의 마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의 마을이었다.
어제 쫓아온 놈들의 수도 상당했지만, 안에는 더 많은 놈들이 남아 있어야만 했다.
무엇보다 상급 전사 파이칸이라는 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그놈이 없을 리가 없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봤지만, 놈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고요하다시피 한 마을에 이상함을 느낀 그녀의 아미가 찌푸려졌다.
"다른 놈들이 있는 걸까?"
"다른…… 놈들?"
"그래. 우리만 이곳으로 왔으리라는 법은 없잖아? 다른 사람들도 이곳으로 노렸을 수도 있잖아."
"……."
그렇게 되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괴물들보다 사람들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다이스케는 불안한 듯 주변을 살폈다.
"그냥 다시 돌아가는 건 어때?"
"…… 그놈을 그냥 포기하자고?"
"그럼 어떡해? 다른 사람들하고 부딪치면 어떡하려고?"
"……."
"여기까지 온 놈들이라면 어중이떠중이는 아닐 거라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잖아?"
자신감이 가득한 그녀의 말에 다이스케는 절로 표정을 구겼다.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굳이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물러나자. 지금은 물러나서 상황을 지켜보는 게……"
"너희들은 여기 있어."
"미쳤어? 또……"
"내가 다 잡은 놈이야. 그런 놈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는 없지."
"지금쯤이면 네가 입은 피해는 다 떨쳐내고도 남았겠다."
"자꾸 딴죽 걸 거야?"
"……."
짜증 섞인 반응을 내뱉은 그녀는 곧장 바닥을 박차며 안으로 들어갔다.
저돌적이고 과감한 그 모습에 다이스케와 남은 한 명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뒤를 쫓아야만 했다.
그렇게 움직인 유키코는 어제 놈과 부딪쳤던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쭈그려 앉아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그녀의 뒷모습에 다이스케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
"유키코?"
"죽었어."
"…… 뭐? 무슨 소리야? 죽다니?"
놀란 그녀의 말투에 다이스케가 되물었지만, 그녀는 대답 대신 앞에 쓰러져 있는 놈을 가리켰다.
"이, 이놈은?"
"그 상급 전사라는 놈. 난자당한 채로 죽었어."
"……."
"한 사람한테 죽은 것 같아. 그 말은…… 엄청난 고수가 여기 있다는 소리고."
진지한 그녀의 말에 남은 사람들은 말을 잇지 못 했다.
그러던 그때, 한 쪽에서 커다란 굉음이 터져 나왔다.
울부짖는 웨어 울프의 목소리.
아무래도 파이칸이라는 놈을 처리한 사람이 나타난 것 같았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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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