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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89화 (89/254)

제 89화

<어색한 동행>

세 사람이 움직이기도 전에 낯선 사람들이 그들을 발견했다.

그들 역시 놀랐는지 쉽게 반응하지 못 했고, 두 무리는 그렇게 마주한 채로 서로를 견제했다.

"……."

둘 사이에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크아앙!"

놀란 그들 사이로 숨어 있던 웨어 울프가 달려들었다.

애매한 곳으로 뛰어든 놈의 행동에 권우철은 급하게 방패를 끌어 올리며 앞을 가로막았다.

방패에 어린 신성한 기운.

달려든 놈은 그 힘을 피해 유키코를 향해 달려들었다.

놈은 발톱을 세우며 그녀에게 달려들었지만, 놈을 마주한 유키코는 어렵지 않게 놈을 떨쳐냈다.

콰앙.

내뻗은 일격에 달려들던 놈이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온 몸이 꽁꽁 언 채로 바닥에 처박힌 놈의 모습에 권우철과 두 사람은 말을 잇지 못 했다.

'하, 한 방에 놈을?'

'저 여자는 왜 이렇게 강한 거야?'

'하아. 괴물들이 너무 많아.'

이미 모습을 확인했던 강준우에게는 크게 놀랄 일이 아니었지만, 처음 그 모습을 확인한 셋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 유키코? 괜찮아?"

"……."

다이스케는 그대로 낯선 사람들을 주시하는 유키코를 불렀다.

마냥 이렇게 있는 것보다는 물러나든지 상대를 하든지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게 중요했다.

마주한 자들이 한 명은 더 많았지만, 만약 싸운다면 지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고 판단한 그는 유키코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 거야?"

다이스케의 물음에 유키코는 그들을 향해 물었다.

"이 상급 전사. 당신들을 처리한 건가요?"

"……."

뜬금없는 질문에 권우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이었지만, 유키코의 시선은 그 뒤에 있는 강준우에게로 향했다.

검을 쥐고 있는 사람은 강준우뿐이었다.

그들을 마주하고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에 눈이 갔다.

무엇보다 그에게서는 왠지 모를 거부감이 느껴졌다.

소수마공이라고 불리는 힘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 사람을 마주했지만, 위축되는 느낌은 그가 처음이었다.

"왜 아무런 대답도 없죠? 이놈은……"

"그걸 우리가 답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 한국인인가요?"

권우철의 답에 유키코는 놀랐다는 듯이 물었다.

딱히 적의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네 사람을 경계했다.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 그것도 한국인이 일본인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매체에서 다루는 내용은 일본인에 관한 한국인의 적의뿐이었다.

뒤늦게 느껴지는 적의에 강준우는 셋을 주시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저 여자겠지?'

멀리서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장력을 뿜어내던 여자였다.

경시할 수 없는 수준에 그는 세 사람에게 주의를 줬다.

- 가볍게 볼 상대는 아니야. 주의하는 게 좋아.

은밀한 전음에 그들은 마음을 다잡았다.

두 무리가 조금씩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곧바로 공격을 이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부딪치기도 전에 새로운 소란이 일어났다.

콰앙. 아우우우.

다른 쪽에서부터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을 중심부에 서 있는 유키코의 일행들과 권우철을 비롯한 세 사람은 쉽게 움직이지 못 했다.

또 다른 무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낯선 알림이 모두에게 새로운 상황이 전해졌다.

[서쪽 마을의 웨어 울프들이 토벌 되었습니다.]

[주어진 조건이 완수됐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잠겨 있던 통로가 개방됩니다. 타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개별 보상으로 100포인트가 추가됩니다.]

[가진 능력들 중에 하나의 숙련도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50%상승)]

'흐음.'

보상을 얻었지만, 이전과 같은 보상은 아니었다.

지대한 공을 인정받아서 무리(武理)까지 얻었던 전과 다르게 작은 포인트와 숙련도를 상승시킬 수 있는 것만 주어졌다.

그마저도 50%로 떨어져 있었다.

그나마 파이칸이라는 상급 전사를 쓰러뜨리고, 다수의 웨어 울프를 처리했기 때문에 이런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포인트나 그보다 더 작은 보상이 전부였다.

'절반으로 떨어진 숙련도라.'

올려야 하는 것은 하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보상을 확인하는 것보다 마주한 자들을 상대하는 게 먼저였다.

공교롭게 마주한 두 무리.

셋으로 나뉜 그들은 서로를 견제했다.

마지막에 이곳을 찾은 자들에 의해서 남아 있던 웨어 울프들이 죽은 것 같았지만, 문제는 그들의 의도였다.

"아깝네. 너무 빨리 온 것 같아서."

"……."

대치하고 있는 둘의 모습에 뒤따라 들어온 자들 중에 한 명이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내뱉는 말투만 보면 자신감이 넘쳤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나타난 자들은 강준우와 유키코의 무리를 모두 합친 인원의 배가 넘어가고 있었다.

열다섯 명의 무리가 그들을 경계했고, 그들의 등장을 확인한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일본인이라.'

공교롭게도 마주한 두 무리가 전부 일본인이었다.

일전에 만난 자들과의 상황이 좋게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계속 싸울 건가? 그럴 거면 잠깐 자리를 비켜주려고."

"…… 그럴 필요는 없겠네요. 우리는 싸울 생각이 없거든요."

여유로운 그의 말에 유키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싸울 생각이 없다는 것을 드러내며 동의를 구했고, 권우철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뜻에 동조했다.

여기에서 싸워봤자 좋을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뒤늦게 나타난 자가 반기듯 물었다.

"일본인인가?"

"…… ."

유키코는 그 물음에 답을 하지 않았지만, 사내는 권우철을 비롯한 네 사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쪽도?"

"……."

"이놈들은 일본인이 아닌 것 같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무슨 상관은? 적어도 저놈들하고 관계는 확실히 정해진 것 같으니까 그런 거지."

싸늘하게 들리는 그의 말에 권우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모습을 확인한 자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뒤에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며 놀란 듯이 말했다.

"그래도 두 사람 정도는 살려줄 수 있겠는데?"

"미친 새끼. 무슨 개소리야?"

"앙칼진 년도 나쁘진 않지."

음흉한 그의 시선에 김연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권우철이 그 앞을 가렸지만, 그 남자는 개의치 않으며 유키코를 향해 눈을 돌렸다.

"나는 유타로우다. 일행을 이끌고 있지."

"……."

"우리와 함께 할 생각이 있나?"

"글쎄. 아직 그쪽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서."

"크크크. 그렇기는 하지. 그래도 답은 정해져 있을 것 같은데?"

"……."

"죽기 싫다면 뜻에 따라야하지 않을까?"

그는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만한 수라면 그런 모습이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정작 그를 대하는 유키코의 표정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뒤로하고 권우철을 향해 물었다.

정확히 뒤에 있는 강준우를 향한 질문이었다.

"이놈을 쓰러뜨린 건…… 누구죠?"

"그건 왜 묻지?"

"…… 그래야 결정을 내리기 편할 것 같아서."

"유키코! 무슨 소리야? 설마, 저놈들하고 같이 한다는 말은 아니지?"

"……."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다이스케는 말이 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당연히 수가 많은 자들에게 붙어야만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최대한 싸움을 피해서 물러나는 게 최선이었다.

유키코의 알 수 없는 생각에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

- 닥치고 있어.

"미, 미쳤어?"

- 저기에 엄청난 고수가 있다고!

"……."

- 괜히 밉보여서 다 죽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고, 고수라니?"

다이스케는 알 수 없는 말에 낮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뒤늦게 모여 있는 사람들을 살폈지만, 특별한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조합은 아니었다.

신성력을 사용하며 방패를 든 남자는 흔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뒤에 있는 셋은 평범해 보였다.

마법을 사용하는 듯한 두 명의 여자와 검을 쥔 한 명의 남자.

'설마? 저 사람이?'

상급 전사라는 놈이 난도질당한 채로 쓰러졌다는 걸로 봐서 검을 든 남자가 유키코가 말하는 고수일 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고수라도 저 정도의 인원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유키코가 아무 생각 없이 이러지는 않을 텐데.'

아무리 그녀의 눈을 믿고 있다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설마 저놈들한테 붙겠다는 소리냐?"

"그건 내 선택이겠지."

"미친 건가? 저 놈들은 한국인이라고!"

"그게 어때서?"

"흥! 저놈들한테 붙었다가는 오히려 뒤통수를 맞을 걸?"

자신을 유타로우라고 밝힌 자는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하지만 유키코는 그의 말을 비웃었다.

"본인은 아닌 듯이 말하는 게 웃기지 않아?"

"뭐, 뭐라고?"

"이 상태로 너희 쪽에 붙는다고 해서 좋은 꼴을 못 볼 것 같아서 말이지. 모두가 네 눈치를 살피고 있거든. 대충 어떤 식으로 이용될지 눈에 뻔히 보여서 말이야. 저 여자들도 밝은 표정도 아니고."

"……."

"차라리 저쪽에 붙어서 우리들 가치를 높이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어때?"

유키코는 강준우를 향해 물었다.

확답을 주면 그들과 뜻을 함께하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강준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네."

"…… 뒤통수를 치는 일은 없겠지?"

"말로 한다고 믿을 것 같지는 않은데?"

"흐음. 그게 더 믿음이 가기는 하네."

"……."

강준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이런 선택을 내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긴 저 인원으로 여기까지 살아난 걸보면……'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직관력이 뛰어난 것 같았다. 파이칸이라는 놈에게서 도망간 것을 보면 가진 실력도 떨어지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 둘의 대화에 유타로우는 황당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한국 놈들과 손을 잡으시겠다?"

"지금까지 뒤통수를 친 놈들은 죄다…… 일본인이었거든."

"……."

고블린은 물론이고, 오크들과 싸우면서 마주했던 추악한 일들은 모두 일본인에 의해서였다.

딱히 국적이 같다고 도움이 되는 건 없었다.

'상급 전사라는 놈을 이렇게 처리한 걸 보면…… 엄청난 강자겠지?'

온몸이 난도질당한 채로 죽어 있는 웨어 울프.

결정적인 사인은 잘린 목이었다.

파고든 각도가 위에서 아래로 향해 있었다. 그 말인 즉슨, 놈이 이미 무릎을 꿇은 이후에 마무리를 지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직접 놈을 상대한 그녀로서는 그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아무리 소수의 힘으로 놈의 몸뚱이를 때렸어도 끈질기게 달려들던 놈이었다.

얻은 포인트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나름 작정을 하고 움직인 상황이었다.

그렇게 힘을 키웠어도 파이칸이라는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 했지만, 놈은 누군가에게 무기력하게 쓰러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앞에 있었다.

멀쩡한 상태로 다시 나타난 강준우의 모습을 확인한 그녀는 생각보다 쉽게 마음을 결할 수 있었다.

앞에 있는 사람들과 뜻을 함게 하기로.

"좋아. 그래서 우리들과 싸우겠다고?"

"너희들이 그냥 물러가면 싸울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어때?"

"…… 개소리!"

"그럴 줄 알았지. 다이스케!"

"저, 정말 싸울 거야? 편을 잘못 고른 건 아니지?"

유키코의 물음에 다이스케는 울상을 지으며 물었다.

도저히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캐스팅을 이어가고 있었고, 옆에 있던 일행도 마법을 준비했다.

- 이제 어떻게 할 거지?

- 원하는 거라도 있나?

- 내가 앞에 있는 놈을 맡을 게.

유키코는 유타로우를 가리켰고, 강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강해 보이는 놈을 맡아준다면 일을 더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적과 아군은 가려졌다.

공통된 적이 생겨난 만큼, 딱히 이들과의 공조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 싸움이 시작되면 뒤에 있는 두 사람을 이곳으로 보내라.

- 그게 무슨……

- 몇 번의 공격은 막아낼 수 있을 거다.

뒤늦게 권우철의 모습을 확인한 유키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곧장 두 사람에게 그 말을 전했고, 둘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와서 상황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왔기 때문이다.

그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동안, 유타로우 역시 일행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부딪칠 시기만을 기다렸다.

긴장감이 가득 흐르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유키코는 그 시기를 조율하기 위해서 강준우를 찾았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잇지 못 했다.

'뭐, 뭐야? 어디 간 거지?'

자취를 감춘 그는 어느새 모여 있는 상대의 마법사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그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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