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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91화 (91/254)

제 91화

<어색한 동행>

음풍퇴라는 퇴법도 생각했던 것보다 쓸만했다.

임창현이 천마군림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을 한 이후였다.

유타로우를 통해서 천마군림보를 은밀하게 펼칠 수 있는 것을 시험한 그는 퇴법을 펼치면서 여러 상황을 가정했다.

검을 사용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부딪치는 경우는 많지 않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나쁘지 않았다.

퍼억.

"저, 저리 가!"

퇴법에 튕겨져 나간 상대는 강력한 도법을 펼쳤다.

도기를 실지는 못 했지만, 수많은 도풍이 그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꽤나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유타로우라는 놈만 강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의 수준도 낮지 않았다.

여기까지 살아남은 자들이라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게 당연했지만, 급습으로 그들의 수를 줄이면서 조금 만만하게 본 것 같았다.

강준우는 마음을 다잡으며 손을 뻗었다.

귀음신장의 장력이 날아드는 도풍을 와해시켰고, 핏빛 장력이 그대로 상대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앙.

곧바로 펼쳐내는 혈수마공의 장력이 도를 쥔 자를 밀어냈다.

'흐음. 1성으로 벽공장을 날리는 건 무리가 있나?'

장력을 날리는 것도 어색했지만, 위력도 생각했던 것 만큼 나오지 않았다.

상대 역시 위력이 약하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정신적인 충격은 상당한 것 같았다.

유타로우의 무공이 그의 손에 떨어졌다는 것 자체가 상황이 절망적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바로 같은 공격을 날리는 강준우의 행동에 그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하아!"

콰앙.

낭랑한 외침과 함께 다시 한 명이 소수에 적중당하며 튕겨져 나갔다.

권우철의 둔기와 남은 네 명의 마법에 남은 사람들이 빠르게 무너졌고, 강준우는 도를 휘두르는 남자의 품을 파고들며 장력과 퇴법을 쏟아냈다.

전의를 잃은 그들은 더 이상 큰 저항을 하지 못 했다.

눈앞의 상대를 쓰러뜨린 모두는 거칠어진 호흡을 골랐다.

여러 명을 상대해야했기 때문에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두 사람이 많은 수를 줄였기 때문에 상황을 조금 더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이후를 걱정해야만 했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진다는 말.

유키코는 그 말을 잊지 않았다.

당장에 위협적인 적을 처리했다지만, 이제는 방금 전까지 힘을 합쳤던 자들을 경계해야만 했다.

- 천천히 물러나. 괜히 저들을 자극하지 말고.

다이스케는 들려오는 유키코의 전음에 그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권우철 역시 그들의 행동을 눈치챘지만,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 역시 상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유키코를 비롯한 세 사람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강준우는 아직 남은 한 사람을 상대하고 있었다.

혈수마공과 퇴법으로 적을 몰아붙이고 있는 강준우의 모습에 유키코는 침음을 삼켰다.

'상상했던 것 이상이잖아?'

검이라는 무기 없이 싸우는 강준우의 모습도 약하지 않았다.

맨손으로 여러 가지의 무공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위력적이었다.

'저기에 무기를 들면…… 후우.'

절로 한숨이 새어나올 정도로 막막한 상대였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그녀는 곧장 영약을 먹으며 앞으로의 상황에 대비했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부족한 마나를 채우기 위해서 포인트를 아끼지 않았다.

콰앙.

결국 상대는 철사장을 허용하면서 무너져 내렸다.

다른 무공에 비해서 단순한 초식이 주를 이룬 장법이었지만, 그나마 성취가 높아서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 있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포인트를 제외하고 따로 얻은 것은 없었다.

그래도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손에 넣은 이후였다. 이제는 그것들을 확인하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저들과의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겠지?'

강준우는 자신을 주시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인하며 스스로의 상태를 살폈다.

소진한 내공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유타로우라는 놈과 싸우면서 손에 화상을 입었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손. 괜찮아? 힐!"

그마저도 권우철의 도움으로 말끔히 사라졌다.

힐을 통해 상처를 회복한 그는 어느새 모여 있는 세 사람과 마주했다.

"……."

주변에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면서 침묵했고, 그 답답함을 참지 못한 유키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약속은 지키겠지?"

"……."

강준우는 그녀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주변에 나뒹구는 검을 손에 쥐었다.

쓰러진 놈들 중에서 검을 사용하고 있던 놈의 무기를 손에 쥔 그는 가볍게 그것을 휘둘렀다.

휘익. 휘익.

유타로우와 싸우면서 부서진 검을 대신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모습은 유키코와 남은 두 사람에게 상당한 위협으로 느껴졌다.

"이대로 싸운다고 순순히 당해줄 것 같아? 적어도 너희들 중에 한두 명은……"

"답이 늦어진 것뿐이다.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싸울 일은 없을 거다."

"……."

강준우의 말에 유키코는 얼굴을 붉혔다.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망할 자식!'

주도권은 이미 넘어갔다는 사실에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그런 반응은 당연했다.

그만큼 안전은 중요했다.

비록, 적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도 없었다.

그들은 강준우의 눈치를 살피며 만약의 경우에 대비했고, 강준우는 뒤에 있는 일행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친 사람?"

"없어. 너는 괜찮아?"

"보시다시피."

멀쩡한 그의 모습에 세 사람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우선…… 소모한 힘을 회복하고 움직여야할 것 같은데?"

"저 빛기둥은 본 거지?"

"응. 봤어."

그들이 싸우는 사이, 정확히 임무가 완료되면서 빛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그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겨난 빛기둥이었다.

고블린들을 처리하고 마주했던 것과 비슷한 형태로, 아마도 그곳에 다른 곳으로 통하는 입구가 있을 게 분명했다.

"아, 여기가 서쪽 마을인 것 같던데."

"그 말은 나도 들은 것 같아."

"어떻게 할래?"

"글쎄. 우선…… 내공을 회복한 이후에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 그래. 우선 쉬어. 주변은 내가 경계하고 있을 게."

"형은 괜찮은 거야?"

"나야 방패로 막은 게 전부니까. 마법사가 여럿이라 나한테 오기도 전에 쓰러지더라고."

권우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준우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만에 하나라도 다른 마음을 품을 지도 모를 사람들을 대비하기 위해서 조금 떨어진 지붕 위로 올라섰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싶으면 곧바로 움직일 수 있는 곳이었다.

권우철과 남은 두 사람도 주변에서 상대를 견제했고, 유키코와 둘은 그 자리에서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을 뒤로한 강준우는 스스로의 상태를 살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개별 보상으로 받은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가진 능력들 중에 하나의 숙련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보상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겨우 50%였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부족했던 천마신공의 숙련도를 모두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연히 그 보상은 6성의 천마신공에 사용했다.

[천마신공의 성취가 올랐습니다. 심법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단전의 크기가 확장됩니다. 가진 내공의 총량이 증가합니다.]

[내공의 운용이 더 정교해집니다. 하위 마공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집니다.]

[공간(空間)에 관해서 작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야생의 감각이 공간에 영향을 미칩니다.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집니다.]

'고, 공간?'

천마신공이 곧바로 7성으로 올랐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원했던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절정 이상의 단계로 올라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경지의 변화는 없었다.

대신, 공간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공간.

말 그대로 주변에 퍼져있는 입체적인 장소였다.

그를 중심으로 한 공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주변의 장악력이 더 키울 수 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자, 주변의 상황이 대략적으로나마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렇게 넓지 않은 곳이었지만, 특정 공간에 한해서는 모든 것을 인지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이런 의미였나?'

내공을 사용하자 그 범위가 조금 더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와 멀어질수록 감지할 수 있는 것들이 더 줄었지만, 점점 무림의 고수와 비슷한 풍모를 갖춰나가는 것 같았다.

천마신공을 7성까지 끌어 올린 그는 확장된 단전을 느끼며 영약을 삼켰다.

단약을 이용해서 내공을 회복할 수도 있었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지금,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게 중요했다.

따로 운공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영약으로 기운을 회복하는 게 좋았다.

어차피 포인트는 넘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도 많이 부족하네.'

얻은 포인트를 확인한 그는 철포삼의 남은 성취를 올렸다.

10성에 이른 철포삼의 성취를 2단계 올리는 것에 2천에 가까운 포인트가 필요했지만, 조금 더 단단한 몸을 가지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철포삼이 12성으로 올라섭니다.]

[반탄기(反彈氣)에 관한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흐음.'

12성의 철포삼.

E등급에 등재되어 있던 무공을 완성시켰지만, 그가 생각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삼재심법의 성취를 올렸을 때는 무작위로 한 능력의 성취를 올려줬지만, 철포삼은 아니었다.

그저 처음 듣는 반탄기에 관한 개념을 어렴풋이 확인한 전부였다.

물론, 반탄기라는 힘 자체가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다.

'S등급이었던가? 그 무공을 익힐 조건 중에 이런 게 있었던 것 같았는데.'

이런 식으로 낮은 무공을 완성시켜야 상승 무공을 익힐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 같았다.

문제는 그런 조건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여전히 불친절한 시스템이었지만, 따로 불만을 토로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래도 얻은 게 많네.'

꽤나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았다.

혈수마공을 손에 넣은 것은 물론이고, 천마신공의 성취를 올린 것까지.

가장 큰 것은 천마신공의 성취를 올린 것이었다.

부족했던 내공을 더 키우면서 아슬아슬하게 펼쳤던 천마기멸격을 더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초절정에 오르지는 못 했지만, 새로운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혈수마공을 비롯한 다른 무공들도 올릴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이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았다.

'잠긴 무공을 열려면 남은 포인트는 아껴놔야겠지?'

잠깐 고민이 됐지만, 그런 시간도 길지 않았다.

그가 기운을 회복하고 가진 능력을 정리하는 사이,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던 유키코와 일행들이 움직였다.

서로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던 유키코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잠깐, 할 말이 있는데. 괜찮겠어?"

"…… 무슨 일이죠?"

그녀의 말에 권우철이 앞으로 나섰다.

강준우가 기운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은 권우철이었다.

그의 대꾸에 유키코는 머뭇거렸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이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 테지? 이 사람한테 말하면 되는 건가?'

고민하던 그녀는 권우철을 향해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요?"

"……."

너무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그 의도를 알 수 없던 권우철은 쉽게 답을 하지 못하며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가능하다면 우리도 같이 움직일 수 있을까 해서요."

"같이요? 우리와 같이요?"

"네. 어떤가요?"

"……."

권우철로서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들도 강준우의 배려로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머뭇거리는 그의 모습에 유키코는 마저 설명을 이어갔다.

앞에 있는 권우철이 아닌 뒤에 있는 강준우에게 자신들의 필요성을 부각하려는 듯한 설명이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잖아요. 서로 힘이 되면 좋지 않을까요?"

"……."

"물론,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하지는 않겠죠. 그래도 한 번이라도 손을 맞춰봤다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앞으로 더 강한 적이 나타날 것은 당연한 거고, 새로운 사람을 찾아서 신뢰를 쌓는 것보다 작게나마 믿음을 줬던 우리가 더 나을 것 같은데, 어때요?"

"……."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권우철은 쉽게 답을 하지 못 했다.

그의 시선이 절로 강준우에게로 향했고,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 모아졌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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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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