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3화
<신성수를 지키는 놈들>
새로운 임무를 확인한 모두의 시선이 앞에 있는 나무로 향했다.
거대한 고목이었다.
수십 명이 손을 맞잡아도 쉽게 품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고목이었다.
텅 빈 주변은 그 나무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정확히 고목림의 중심에 위치한 그 나무는 마치 주변의 나무들이 그 나무를 지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신성수를 지키고 있는 것은 나무들뿐만이 아니었다.
임무가 나타나기 무섭에 신성수 안에 있던 웨어 울프들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와! 저 많은 놈들이 안에 있었다는 거잖아?"
"……."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많은 놈들이었다.
넓은 공간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웨어 울프들의 모습에 그들은 말을 잇지 못 했다.
놈들의 수는 가볍게 세 자리를 넘길 것 같았다.
'세 사람을 받아들인 게 다행이었나?'
그들만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을 규모였다.
그나마 유키코를 비롯한 세 사람과 함께 하면서 안전성을 더욱 키울 수 있었지만, 그래도 부족해 보였다.
"저놈들하고 싸워야하는 거잖아?"
"유인해서 수를 줄여야겠지."
"저것도 다 빠져나온 것 같지 않은데?"
아직 신성수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놈들도 많은 것 같았다.
그 엄청난 규모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적당한 장소를 찾자."
"적당한 장소?"
"놈들을 유인해야지."
"…… 그런 힘을 가진 이유가 있었구나."
놈들의 수만 봐서도 그냥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지만, 강준우는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나 먼저 움직일 게."
"미친. 혼자서?"
"그게 더 편할 것 같거든."
말을 마치자마자 사라지는 강준우의 모습에 유키코는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남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혼자……"
"뭐, 미칠 것까지야."
"원래 저래. 신경 써봤자 너만 손해야. 그냥 그러려니 해."
"……."
담담한 세 사람의 반응에 그녀는 말을 잇지 못 했다.
오히려 자신이 비정상으로 느껴졌다.
"근데, 너희들은 뭐야?"
"뭐가?"
"이상하지 않아? 저렇게 무모하게 움직이는 게?"
"뭐래? 얼마 전까지 네가 저랬어."
"……."
다이스케의 꽉 찬 돌직구에 그녀는 말을 아꼈다.
여기에서 더 말을 해봤자 자신만 손해인 것 같았다.
"그만 움직이자, 적당한 장소를 찾아봐야지."
"저 사람은 그냥 두고 움직인다는 거야?"
"…… 알아서 찾아 올 거야."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직까지 남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경험이 많지 않은 유키코만 불안한 듯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
***
따로 움직인 강준우는 앞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기운을 가늠하며 놀라워했다.
'그냥 평범한 놈들이 아니잖아?'
튀어나온 놈들은 지금까지 상대했던 웨어 울프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기운은 평범한 웨어 울프들보다 강력했다.
평범한 오크와 오크 전사가 차이가 나는 것처럼 지금 자리한 놈들 역시 비슷했다.
'웨어 울프 전사들인가?'
상급 전사라는 놈을 상대한 경험이 있던 그로서는 대충 그 중간 격인 놈들의 힘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들이 강해진 만큼, 그 역시도 달라져 있었다.
유령보로 모습을 감춘 그는 신성수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놈들을 노렸다.
푸욱.
[웨어 울프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평범한 웨어 울프보다 2배나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만큼 놈들의 힘도 배나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기습으로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런 기습을 계속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아우우우.
한 놈이 쓰러지기 무섭게 주변에 있던 놈들이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외각에 따로 떨어져 있는 놈이었다.
두어 놈을 더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한 놈을 끝으로 그런 이점을 버려야만 했다.
'아쉽네.'
곧장 반응한 놈들이 발톱을 세우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수백 명의 웨어 울프들이 전부를 그를 쳐다봤다.
살기가 가득한 놈들의 시선에 절로 솜털이 곤두섰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힘을 끌어올렸다.
'천마기멸격!'
상당한 내공을 소진하는 기술이었지만, 이제는 거침이 없었다.
7성에 오른 천마신공의 힘은 필요한 천마기멸격의 내공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쉬이익.
콰과과광. 콰과과광.
전방에 생겨나 수많은 반월들.
검기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기운이 달려드는 웨어 울프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허공을 가득 채우는 빛무리가 그대로 웨어 울프들을 휩쓸었고, 커다란 굉음과 함께 주변이 초토화됐다.
빛무리가 사라진 주변은 붉은 피로 흥건했다.
모두 웨어 울프들이 남긴 흔적들이었다.
기세 좋게 달려들던 놈들도 경천동지할 위력에 걸음을 멈췄다.
'후우. 다행히 버틸만하네.'
잘만 하면 다시 한 번 천마기멸격을 더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강력한 기운을 날아들었다.
쉬이익.
그가 있던 공간에 낯선 기운이 들어오자, 본능적으로 그것을 눈치 챈 강준우는 곧장 검을 들어 올렸다.
터엉.
강력한 기운이 그의 머리를 노리며 날아들었지만, 제때 그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다.
검신을 세운 그는 공격을 흘려냈다.
콰앙.
빗겨난 공격이 뒤에 있던 고목에 꽂혔고, 두꺼운 나무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정면에서 받아냈다면, 그대로 튕겨져 나가며 큰 충격을 입었을 정도로 강한 공격이었다.
'이게 사량발천근의 힘인가?'
공간에 대한 이해가 증가하면서 건곤대나이의 힘을 조금 더 수월하게 끌어낼 수 있었다.
작은 힘으로 공격을 쳐낸 그는 확연히 늘어난 것 같은 스스로의 힘에 자신을 가졌다.
'이런 게 아무 쓸모가 없는 게 아니었잖아?'
공격을 흘린 스스로의 상태가 놀라웠다. 하지만 지금은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그를 위협할 정도로 강한 공격을 날린 놈이 울부짖으며 분노를 토해냈다.
"아우우우!"
그 외침에 멈춰있던 웨어 울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대전사 울킨의 마력에 저항합니다.]
'이제는 대전사야?'
울킨이라는 대전사.
다른 웨어 울프들과는 다르게 금빛 털을 가진 놈이었다.
그 외형만큼이나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평소라면 대전사의 마력을 이겼다고 알려왔을 게 분명했지만, 가진 힘이 비등했기 때문에 저항을 한다고 알려온 것 같았다.
몰려드는 웨어 울프들을 확인한 그는 곧장 바닥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물론, 그 와중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거리를 좁혀오는 놈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검기를 날렸고, 커다란 굉음이 주변을 휩쓸었다.
콰과광.
어지간한 웨어 울프들은 그대로 쓰러뜨릴 정도의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를 쫓는 놈들은 평범한 웨어 울프들이 아니었다.
'확실히 정면에서 부딪치면 힘들어.'
가장 좋은 것은 기습을 통해서 놈들의 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빈틈을 노린 치명적인 일격은 아무리 회복력이 강한 웨어 울프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무영검을 통해서 그렇게 기습을 펼치는 게 가능했지만, 엄청난 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뒤로 물러나던 강준우는 문득 불안함이 스쳤다.
'설마 모두 쫓아오는 건 아니겠지?'
대전사라고 불리는 놈까지 따라오면 오히려 위험할지 몰랐다.
잠깐 고민을 하던 그는 곧장 나무 기둥을 박차며 방향을 바꿨다. 이 상태로 놈들을 끌어들인다면 오히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위험할 게 분명했다.
'이때 그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문득 임창현이 떠올랐다.
그가 이끌던 무리가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지만, 그런 생각은 뒤로 미뤄야만 했다.
강준우는 여전히 뒤를 쫓아오는 놈들을 확인하며 일행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놈들을 이끌었다.
***
7성으로 올라선 천마신공이 큰 힘이 되고 있었다.
늘어난 내공은 천마기멸격을 펼치고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전해줬다.
문제는 뒤따르는 놈들이었다.
벌써 상당한 거리를 움직이고 있었지만, 놈들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떡한다?'
이대로라면 숲의 끝까지 내달려야 할 것 같았다.
그는 곧바로 유령보를 펼치면서 모습을 감췄다.
나무 위를 내리던 그는 큰 기둥으로 놈들의 눈을 가리고 몸을 숨겼다.
"크르릉."
갑자기 사라진 강준우의 모습에 뒤쫓던 웨어 울프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속였나?'
다행히 그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대로 스쳐지나가는 놈들의 모습에 내심 안도했지만,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크아아!"
강준우를 스쳐 지나가던 놈들이 돌연 방향을 바꿨다.
갑자기 달라진 놈들의 행동이 당혹스러웠지만, 문제는 놈들이 정확히 그가 있는 곳을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놈들은 오히려 그를 포위했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놈들의 모습에 강준우는 나무를 박차며 위로 뛰어 올랐다.
'약은 새끼들!'
놈들의 눈을 속일 수는 있었지만, 코를 속일 수는 없었다.
놈들의 후각은 그만큼 발달돼 있었고, 이미 그의 체취를 파악한 놈들은 어렵지 않게 그를 찾아냈다.
더는 유령보의 이점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순식간에 주변을 가득 채운 놈들의 모습에 위로 솟구쳐 오른 강준우는 나무를 타며 위로 내달렸다.
"크아앙!"
쫓아오는 놈들과 비교해서 그나마 뛰어나다고 여겨지는 것이 바로 경신술이었다.
이미 경신(輕身)이라는 무리를 얻은 그로서는 중력을 거스르며 움직이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반면, 웨어 울프들은 발톱을 세우며 나무를 뛰어 올라야만 했다.
터엉. 터엉.
일부는 나무기둥을 차며 치솟아 올랐지만, 위에 올라선 강준우는 검격을 뿌리며 놈들을 떨쳐냈다.
쉬이익. 캐앵.
[웨어 울프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는 까마득한 높이에서 균형을 유지한 채, 쫓아오는 웨어 울프들을 처리했다.
이미 그를 쫓아서 위로 떠오르는 놈들이 많았다.
당연히 그들은 강준우의 공격에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웨어 울프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웨어 울프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새롭게 찾은 방법이 꽤나 큰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어렵지 않겠는데?'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것 같았다.
소진하는 내공도 크지 않은 것 같았지만, 문제는 상대하는 놈들도 마냥 당하고 있을 생각이 없다는 점이었다.
콰앙. 콰앙.
뒤쫓던 놈들은 그를 따라 오르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그가 서 있는 나무를 후려치며 그를 떨어뜨리려고 노력했다.
'개새끼들 지능이 왜 이렇게 높은 거지?'
밟고 서 있는 나무가 크게 흔들렸다.
강준우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날리며 다른 나무를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가 내려서기도 전에 그 나무도 크게 흔들렸다.
아우우우.
근처를 빼곡히 채운 놈들은 그가 움직일 곳을 노리며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크게 휘청거리는 나무에 겨우 내려앉은 그는 다시 나무를 박차며 빠르게 움직였다.
가벼운 몸놀림을 최대한 선보이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을 계속 지속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이대로는 힘들겠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놈들을 떨쳐내며 빠져나가는 게 쉬울 것 같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내공을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체력이 문제였다. 연신 움직이고 있는 그는 조금씩 가빠지는 숨을 느끼며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그런 그의 눈에 낯선 광경이 가득 들어왔다.
'응? 저건!'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주변에 있던 나무가 크게 흔들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누가 싸우고 있나?'
충격에 주변의 나무들이 휩쓸리고 있었다. 그 모습만 봐서는 누군가가 싸우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를 잡기 위해 모여 있는 웨어 울프들.
쉽게 떨쳐낼 수 없는 놈들이었다.
상황을 파악한 그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잡았다.
'후우. 어쩔 수 없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싸우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미안했지만, 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놈들과의 추격전으로 먼저 지칠 게 분명했다.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지.'
애써 위안을 한 그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뒤따라 붙는 놈들을 떨쳐낼 방법은 새로운 상대를 붙여주는 것뿐이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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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