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94화 (94/254)

제 94화

<신성수를 지키는 놈들>

"파이어 볼!"

콰과광.

굉음과 함께 불덩이가 터져 나갔다.

그 공격에 휩쓸린 웨어 울프들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며 재로 변했다.

그 폭발에서 살아남은 놈들에게는 근처에 있던 자들이 달려들며 치명적인 공격을 감행하며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푸욱. 서걱.

상당히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여러 차례 손을 맞춰 봤는지 그들은 각자가 해야 할 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류노스케! 다 처리했어."

"그래? 이번에는 누구 차례지?"

"쇼타?"

"으응?"

"으응? 이런 빠가! 뭐하는 거야? 말하지 않아도 빨리 대령해야지!"

"미, 미안해. 여, 여기!"

뒤늦게 단약을 건네는 그의 모습에 남아 있던 모두가 절로 얼굴을 찌푸렸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류노스케라는 사내의 눈치를 살폈고, 류노스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뇌까렸다.

"저런 병신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했는데."

"미, 미안해! 이번에는 내 차례가 아닌 줄 알았어."

"뭐야? 그럼 네 차례도 아닌데, 우리들 중에 누군가가 너한테 떠넘겼다는 거야?"

"아,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이런 병신이?"

"미, 미안해."

쇼타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후우. 차라리 그때 힘을 합쳐서 싸워야만 했나? 내가 이런 꼴을 당할 줄이야.'

스스로도 작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아니었다.

이미 똘똘 뭉쳐있는 무리에 뒤늦게 들어온 이상, 이곳에서는 저들의 눈치를 살펴야만 했다.

개개인으로 싸우면 크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뜻을 함께 하고 있는 놈들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 류노스케라는 놈이 문제였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모두를 압도하는 놈이었다.

지금도 피 같이 아까운 포인트로 놈의 소진한 마나를 채우기 위해서 단약을 바쳐야만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뭘 못해보고 저 새끼 뒤로 다 처박아 넣겠어.'

이미 노예로 전락한지 오래인 것 같았다.

놈들은 그를 끼워준 대신 그의 포인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냥에서 포인트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소모품으로 바꿔서 넘겨줘야 했기 때문에 따로 힘을 키울 여력도 없었다.

그렇다고 반항을 할 수도 없었다.

목숨이 달린 일에 그는 속으로 욕을 삼키며 사용한 내공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저 빛에 닿을 수 있겠는데?"

"주변에 다른 놈들이 있겠지?"

"없는 게 더 이상하겠지."

또 다른 놈들이 있을 거라는 사실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개중에 한 명은 침울해 하는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뭐가 걱정이야? 우리한테는 류노스케가 있는데."

"그, 그렇지! 류노스케의 불꽃이라면 적수가 없을 거야!"

그들은 의도적으로 그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낯뜨거운 말이었지만, 류노스케는 그 말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찬양하고 있는 그들의 말이 나쁘지 않은지 웃음을 보였다.

그러던 그때, 그들의 머리 위로 누군가가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은밀하면서도 빠른 움직임이었지만, 누구도 그를 본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에 낙담하며 분을 삭이고 있던 쇼타는 우연찮게 그 모습을 확인하며 깜짝 놀랐다.

"뭐, 뭐야?"

"왜 그래?"

"뭐가 빠르게 지나갔어. 머리 위로!"

"…… 무슨 개소리야? 새라도 날아다녔다는 거야? 여기에 새가 어디 있어?"

흐릿한 뭔가를 확인한 쇼타의 외침에 그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또 쇼타지? 저 병신."

"저, 정말인데."

뒤늦게 주변을 둘러봤지만, 누군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뭐? 누가 있다는 거야?"

"……."

짜증 섞인 반응에 그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들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아우우우.

요란한 울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렸다.

무언가가 빠르게 몰려들고 있다는 사실에 그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웨, 웨어 울프다!"

"……."

뒤늦게 그 존재를 눈치챈 누군가가 소리쳤다.

"죽은 놈들이 부른 놈들인가?"

"조금 전에 뒈진 놈들은 소리도 못 지르고 죽었어!"

"그럼, 저놈들은……"

"막아! 우선 앞을 막아."

"아, 알았어."

류노스케의 명령에 그들은 급히 대열을 갖추며 앞을 가로막았고, 명령을 내린 그는 곧바로 캐스팅을 이어갔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제법 강한 힘을 끌어냈다.

다가오는 놈들은 강준우를 뒤쫓는 웨어 울프들이었다.

신성수에서 뛰쳐나온 놈들로 강준우를 잡기 위해서 뒤따르는 놈들이었다.

미안한 일이었지만, 강준우는 저들에게 상대를 떠넘겼다.

하지만 움직이는 와중에 익숙한 얼굴과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쇼타? 어디서 들어본 저기 있는…… 뭐지? 이 힘은?'

무엇보다 그는 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힘에 걸음을 멈췄다.

그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의 강한 마력이 모아지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한 강자의 등장에 그는 걸음을 옮겼고, 몸을 숨기며 그들의 모습을 살폈다.

"뭐하는 거야! 쇼타! 먼저 공격해!"

"아, 알았어."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놈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류노스케도 쉽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그들은 희생자를 찾았고, 당연히 그 사람은 가장 늦게 들어온 쇼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당사자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뒤로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랬다가는 기다리고 있던 놈들의 공격이 그에게 쏟아질 것은 분명했다.

'개자식들! 두고 보자.'

마음을 단단히 먹은 그는 손에 쥔 검에 힘을 줬다.

그리고 남은 힘을 쥐어짜며 달려드는 웨어 울프들을 향해 검격을 떨쳐냈다.

쉬이익. 콰앙. 콰앙.

쏟아진 검풍이 몰려드는 놈들을 후려쳤다.

나름 강한 공격을 펼치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웨어 울프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

'젠장! 그 무공만 사용할 수 있었어도!'

아직 그 힘을 끌어내기에는 준비가 부족했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도 쓰지 못 한다는 사실이 아쉬웠지만, 그는 대부분의 힘을 쏟아내며 기회를 노렸다.

"뭐야? 저 새끼…… 꽤 하잖아?"

"류노스케가 어설픈 놈을 받아들였을 리가 없잖아."

"그건 그런데…… 저 병신. 너무 한 번에 쏟아내는 거 아니야?"

그의 우려대로 쇼타는 모든 힘을 쏟아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나마 맹렬한 공격에 웨어 울프들의 걸음이 멈췄다지만, 아직도 많은 놈들이 남아 있었다.

"허억. 허억."

"병신아!"

"미, 미안. 조금만 쉴 게."

"빨리 튀어나와!"

"아, 알았어."

지친 그는 급히 뒤로 물러나며 다시 호흡을 골랐다.

그 사이, 앞에 있던 자들은 달려드는 웨어 울프들을 떨쳐내며 시간을 벌었다.

쇼타는 의도적으로 모든 힘을 쏟아냈다.

앞에 놓인 수많은 웨어 울프들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일부러 뒤로 빠지면서 기회를 노릴 생각이었지만, 이들은 꽤나 잘 싸우고 있었다.

그렇다고 웨어 울프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잘 싸운다고 하지만, 몇 배가 넘어가는 놈들을 처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속된다면 그들이 먼저 쓰러질 판이었지만, 그때, 모두가 믿었던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크게 소리쳤다.

"물러서!"

"무, 물러나!"

"모두 태워주겠어. 파이어 스톰!"

휘이이익.

그가 손을 뻗기 무섭게 모인 마력이 한 곳으로 몰려들었다.

정확히 웨어 울프들의 중심이 되는 곳에 생겨난 작은 불덩이가 회전을 하며 점점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화르르르.

말 그대로 불의 폭풍이 그들을 휩쓸었다.

엄청난 마력이 쏟아진 결과는 커다란 불길로 나타났고, 곧 주변에 있는 수많은 웨어 울프들을 집어 삼켰다.

"크아아."

"아우우우!"

발악하는 놈들의 모습에 남아 있던 일행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역시 류노스케야!"

"후우. 후우. 남은 놈들은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해!"

"아, 알았어."

아무리 강한 마법이 대부분을 휩쓸었다고는 하지만, 마법을 피한 웨어 울프들도 많이 남아 있었다.

물러난 그들은 여전히 전의를 잃지 않고 달려드는 놈들을 상대했다.

"쇼타!"

"으응?"

"단약!"

"그, 그게…… 포인트가 부족해서."

"이런 병신!"

"미, 미안해."

"쓸모없는 새끼."

류노스케는 그런 쇼타를 욕하며 상점창을 띄웠다.

조금 전에 쏟아낸 공격으로 수십 마리의 웨어 울프를 처리했지만, 자신의 포인트로 소모품을 산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그 말을 들은 쇼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개자식! 저렇게 많은 놈들을 잡았으면서 나한테…… 그, 그래!'

속으로 화를 삭이던 그는 번뜩 스치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봤다.

남은 웨어 울프들을 잡기 위해서 모두가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이미 대부분의 마력을 소진한 류노스케는 단약을 집어 삼키며 쇼타를 향해 말했다.

"옆이나 지켜!"

"아, 알았어."

그는 쇼타에게 명령하듯 말을 하며 눈을 감았다.

소진한 마나를 채우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쇼타는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일행들을 바라보며 마음을 굳혔다.

'언제까지 이놈들 뒤에 포인트만 처박아 줄 수는 없잖아?'

옆에는 수많은 포인트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그동안 소모품은 일행들의 포인트로 해결하고, 수많은 포인트를 모아놓은 사람.

'류노스케. 이 새끼만 죽이면!'

엄청난 포인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포인트가 힘이 되는 곳이었다.

이미 좋은 무공을 익히고도 아직 제대로 된 힘을 끄집어내지 못하고 있는 그에게는 이 상황이 절호의 기회였다.

마음을 먹은 그는 남은 옆에 있는 류노스케를 바라봤다. 하지만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무방비로 등을 맡길 것 같지 않았다.

엄청난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강자가 그냥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 유혹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쇼타는 손에 쥔 검에 힘을 주며 류노스케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러던 그때, 류노스케가 눈을 뜨며 쇼타를 노려봤다.

"뭐하는 거냐?"

"……."

싸늘한 목소리였다.

이미 의도를 간파했다는 듯한 그의 반응에 쇼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그게……"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네가 그래서 그딴 취급밖에 못 받은 거야. 이 새끼야."

"아, 아니야. 나는 그냥……"

"닥쳐! 곧 뒈질 새끼를 거둬줬더니 이딴 식으로 뒤통수를 쳐?"

"…… 이익! 거둬주긴 뭘 거둬줘! 내 등골을 빼먹은 새끼들이! 그동안 나를 개 취급 했던 놈들이 무슨 개소리야? 그냥 죽어!"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었다.

쇼타는 곧장 류노스케와의 거리를 좁히며 그대로 검을 내뻗었다.

이제는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쉬이익. 콰앙.

모든 기운을 쏟아내며 류노스케를 공격했다.

그의 검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쏟아졌다.

강력한 검풍이 류노스케를 휩쓸었지만, 그는 그 자리에 없었다.

"뭐, 뭐야?"

"쓰레기 같은 새끼. 내가 아무런 대비도 없었을 것 같아?"

"브, 블링크?"

"크큭. 이런 경우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

놀란 쇼타의 모습에 류노스케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공간을 건너뛰며 움직일 수 있는 블링크라는 마법은 꽤나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다.

"죽여주마! 파이어…… 크흡."

"아악! 뭐, 뭐야?"

호기롭게 외치며 쇼타를 노리며 마법을 캐스팅하던 류노스케는 말을 잇지 못 했다.

곧 이어질 마법에 대비하던 쇼타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랐다.

류노스케의 가슴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나왔고, 그의 앞섬이 붉게 물들었다.

붉게 변한 앞섬을 뚫고 튀어나온 것은 뾰족한 검첨이었다.

잔뜩 일그러진 류노스케의 얼굴.

그의 고개가 절로 뒤로 돌아갔지만, 그는 그 행동을 끝내기도 전에 무너져 내렸다.

푸욱.

다시 한 번 그의 목에서 날카로운 검첨이 튀어나왔다.

'까다로운 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쉽게 처리했네.'

축 늘어진 상대의 무게를 느낀 강준우는 쓰게 웃었다.

이들을 이용해서 상황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결국 제 손으로 이들을 처리한 것이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조금 전에 펼친 류노스케의 마법은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위력이야 큰 상관은 없었지만, 파이어 스톰이라는 마법에 휩쓸린 웨어 울프들의 수가 상당했다.

순식간에 절반에 가까운 놈들을 태워버린 마법에 그는 그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획득한 포인트를 강탈한다면 나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불사조의 깃털의 소유권이 바뀝니다.]

'부, 불사조의 깃털?'

처음 듣는 물건이었다.

뒤늦게 죽은 자의 품에 있던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불사조의 깃털을 획득하였습니다.]

강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놈을 손에 넣은 강준우의 시선은 붉은 깃털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작품 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