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5화
<신성수를 지키는 놈들>
불사조의 깃털.
범상치 않은 이름이었다.
손에 들어온 붉은 깃털에서부터 묘한 느낌이 전해졌다.
'귀물인가?'
중요하지 않은 물건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소유권이 넘어왔다는 알림이 들려올 리가 없었다.
제대로 된 귀물을 처음 접하는 그의 눈에 호기심이 어렸다.
곧바로 그 물건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살기를 먼저 해결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았다.
"너, 너는! 조금 전에 지나갔던?"
"미안해서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너무 아까워서."
"……."
다른 언어에 쇼타의 눈이 커다래졌다.
자신이 봤던 게 허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앞에 있는 놈이 류노스케를 죽이고 그의 물건을 강탈했다는 게 중요했다.
그들이 두려워하던 류노스케의 최후 치고는 너무나 허무했다.
무방비에 있을 그를 처리하기 위해서 은밀하게 움직였던 그조차도 시도도 하기 전에 걸린 상황이었다.
꽤나 철두철미했던 류노스케였지만, 갑자기 나타난 놈의 기습에 허망하게 쓰러진 것이다.
강준우의 등장에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수많은 웨어 울프들을 몰아온 것도 모자라서 그들에게 적의를 보이고 있었다.
"이런 개자식! 죽어라!"
"……."
앞에 있는 쇼타는 그의 눈치를 살폈지만, 다른 놈들은 아니었다.
이미 쇼타가 다른 마음을 품고 류노스케가 그를 벌하려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놈의 공격은 그들로서도 예상하지 못 했다.
그 기습에 류노스케가 죽고, 그가 가지고 있던 물건도 상대의 손에 들어갔다.
류노스케가 가지고 있었던 포인트가 넘어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의 노력이 생판 처음 보는 놈에게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연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그들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며 도를 휘둘렀다.
쉬이익. 콰과광.
강력한 도풍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고, 그가 있던 공간을 찢어발겼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 자리에 없었다.
연기처럼 흩어진 그는 오히려 공격을 날린 자를 향해 다가가며 일검을 뿌렸다.
쉬이익. 채앵.
어느새 붉은 깃털을 갈무리한 강준우는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크윽!"
"보통 놈이 아니야! 조심해!"
"……."
그 힘을 확인한 자들이 다급히 거리를 벌렸다.
아직 웨어 울프들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그들의 관심은 강준우에게 향해 있었다.
'류노스케의 모든 걸 가져간 놈이야. 저놈만 잡으면……'
류노스케가 누렸던 모든 것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그들에게 마법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일한 마법사였던 류노스케는 다른 마법사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들이 나타나는 족족 처리하며 포인트와 능력을 강탈했다.
새삼 그 사실이 아쉬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계속 이어갈 겨를이 없었다.
"크윽."
"타다요시!"
상대는 엄청난 강자였다.
곳곳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모두 막거나 피해내고 있었다.
남은 자들의 합공을 수월하게 받아내는 것도 모자라서 오히려 날카로운 반격을 가하면서 그들을 압도했다.
이정도로 강한 힘을 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다.
갑작스러운 강자의 등장에 그들은 당황했다.
"위, 위험해!"
서걱.
그들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까지 살아오면서 얻은 힘이 작지 않았다.
비록, 류노스케를 도우면서 포인트를 모으고 있었지만, 웨어 울프 두어 놈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에 있는 놈에게는 그런 힘도 큰 소용이 없었다.
"또 사라졌어."
"조심해! 뒤에 웨어 울……"
"크아앙!"
"끄아악!"
문제는 그들의 적이 한 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아직 많은 웨어 울프들이 남아 있었다.
적의를 가진 놈들을 상대하면서 엄청난 고수를 막아내야만 했다.
당연히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웨어 울프들을 막아내기 위해서 잠깐만 정신을 돌리면, 소리 없이 등을 잡은 놈의 일격이 그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도, 도망가! 우리가 상대할 수 없는 놈이야."
"아아아!"
쉬이익. 콰과광. 콰과광.
결국 그들의 선택은 하나였다.
웨어 울프와 놈을 떨쳐내고 도망을 가는 것뿐이었다.
남은 힘을 쏟아내며 주변으로 뿌린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지금은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빠른 판단을 내리며 흩어지는 그 모습에 강준우는 쓰게 웃었다.
웨어 울프 무리들을 몰아온 것도 모자라서 그들을 사냥하는 자신의 모습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끝낼 수는 없잖아?'
이미 손을 쓴 상황이었다.
어설프게 끝냈다가는 나중에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을 다잡았다.
스르륵.
경신의 무리를 가진 그의 몸이 빠르게 흩어졌다.
그는 곧장 귀영보를 밟으며 남은 자들을 쫓았다.
일섬을 섞은 유령보가 빠르게 도망가는 자들의 뒤를 쫓았다.
오히려 등을 보이며 물러나는 자들을 쓰러뜨리는 것이 정면에서 부딪치는 것보다 더 수월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들려오는 알림을 뒤로한 그는 다시 또 다른 사람을 쫓았다.
공간에 대한 이해로 흩어진 자들을 추적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기감을 확인한 그는 다시 상대를 찾아서 움직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망가는 자들 대부분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후우. 이제 한 놈 남았나?'
마지막 남은 놈은 공교롭게도 쇼타라는 자였다.
이번에도 그와의 만남은 도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다시 내공을 움직인 그는 쇼타를 뒤쫓았다.
"허억. 허억."
"……."
"괴물 같은 새끼! 그런 놈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후우."
거친 숨을 몰아쉰 그는 고요한 주변을 살피며 걸음을 늦췄다.
운이 좋았는지 웨어 울프는 물론이고, 그 괴물도 쫓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뒤늦게 안도하며 숨을 골랐지만, 그는 발을 놀리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멀어져야 해. 조금이라도 더!'
괜히 머뭇거렸다가는 천추의 한이 될 수 있었다.
그는 무거워진 발걸음을 분주히 놀리며 조금 더 멀어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걸음도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크아앙!"
갑자기 앞에서 웨어 울프가 나타났다.
인근에 있었던 놈인지, 뒤를 쫓던 놈인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놈이 그를 적으로 인식했다는 게 중요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놈의 공격에 그는 힘겹게 검을 들어 올리며 그 공격을 받아냈다.
채앵.
길게 돋아난 발톱을 겨우 막아냈지만,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그가 뒤로 밀려났다.
"이 개새끼가!"
"크르르."
남은 내공을 가늠하던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앞에 있는 놈을 간신히 처리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다른 놈이 나타난다면 죽은 목숨이었다.
그렇다고 앞에 있는 놈이 그냥 물러날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에는 놈을 처리해야만 했고, 상황을 판단한 그는 곧장 바닥을 박차며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미친! 내가 그냥 당할 것 같아?"
"크아앙!"
그도 사력을 다했다.
아무리 힘이 빠졌다고 하지만, 허무하게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그는 남은 힘을 모두 쏟아냈다. 그리고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무공을 펼쳤다.
"죽어!"
앞에 있는 웨어 울프의 미간으로 붉은 기운이 쏘아졌다.
불시에 날아드는 공격에 웨어 울프는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못 했다.
그의 검첨이 웨어 울프의 미간을 노렸지만, 아직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공간을 격하며 날아드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웨어 울프의 미간이 꿰뚫렸고, 쇼타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후욱. 후욱."
너무 많은 힘을 소진했다.
사용하지 말아야 할 힘을 사용하면서 대부분의 힘을 소진한 것이 그를 더욱 힘겹게 만들었다.
검을 들어 올린 손을 잘게 떠는 그의 모습.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도 그 모습에 놀라워했다.
쇼타가 사용한 무공은 그가 익히고 있는 무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일양지?'
직선으로 뻗어진 공격은 그가 알고 있는 무공과 닮아 있었지만, 일양지라고 하기에는 형태가 조금 달랐다.
내지른 검첨에서 쏘아진 기운은 검기라고 봐야만 했다.
그렇다고 앞에 있는 사람이 검기를 사용할 정도로 능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구명절초로 남겨두고 있었던 건가?'
그의 무공이 관심을 끌었지만, 그를 처리해야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강준우는 힘겹게 서 있는 쇼타의 뒤를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검격을 펼치며 쇼타의 가슴을 꿰뚫었다.
은밀한 움직임 이후에 날아드는 무영검의 일초.
쇼타라는 자의 몸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가 가진 무공이 강준우에게 전해졌다.
[형상기검을 획득했습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형상기검(形狀氣劍)?'
뜻하지 않은 무공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일양지와 비슷한 형태의 무공이었지만, 그 이름만으로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었지만, 결과는 좋았다.
가만히 얻은 것들을 살피려던 그는 근처에 있던 웨어 울프들을 확인하며 검을 다잡아야만 했다.
"크르르."
"……."
대여섯 마리의 웨어 울프가 그를 찾았다.
수십 마리가 뒤쫓던 것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내 냄새를 알고 있는 것 아니었나?'
이미 류노스케가 마법을 사용하면서 많은 놈들을 줄였다고 하지만, 원체 뒤쫓던 놈들이 많았었다.
당연히 더 많은 놈들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다르게 마주한 놈들이 많지 않았다.
그는 가만히 기감을 넓히며 주변을 살폈다.
'이놈들이 전부인 것 같은데?'
그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결국 원하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달라붙은 놈들을 떨쳐낼 수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귀물과 무공까지 얻은 상황이었다.
"크아아!"
그런 강준우에게 한 놈이 달려들었다.
포효하며 길게 돋아난 발톱을 앞세운 놈이 그대로 그의 몸을 찢어발기려는 듯이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쉬이익. 푸욱.
하지만 그의 어깨가 움직이기 무섭게 달려들던 놈이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흐릿한 잔영에 미간이 꿰뚫린 놈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일섬을 섞은 무영검.
극쾌에 극쾌를 더하자 웨어 울프 전사도 무기력하게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크아앙!"
그런 그에게 남은 놈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강준우는 쇄도하는 놈들을 확인하며 뒤로 물러났다.
쿠웅.
그 와중에 바닥을 구르자, 남은 웨어 울프들이 주춤거렸다.
천마군림보로 놈들의 움직임을 제약하기 무섭게 그는 다시 검을 뿌렸다.
쉬이익. 쿠웅.
길게 늘어난 검기가 가까이 붙은 웨어 울프의 심장을 찔렀다.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놈이 쓰러졌고, 남은 놈들이 충격을 떨쳐내며 그에게 접근했다.
다시 뒤로 물러서며 뻗어내는 검격.
바닥을 통해서 흘러드는 암격이 놈들의 몸을 옥죄었고, 강준우의 손이 다시 뿌려졌다.
푸욱. 푸욱.
순식간에 두 놈이 더 쓰러졌다.
아무리 전사라고 하지만, 미간이 꿰뚫린 채로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결국 세 걸음을 물러난 그는 남아 있는 놈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후우."
강준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호흡을 골랐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놈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내공을 조절하면서 천마군림보의 위력을 줄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천마군림보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게 훨씬 괜찬은 방법 같았다.
강력한 내공을 바탕으로 모두를 휩쓰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렇게 사용하는 편이 내공을 줄이면서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무영검하고 궁합이 좋은 건가?'
순간 경직된 놈들은 좋은 먹잇감이었다.
검기를 섞으며 뿌리는 쾌검은 수월하게 놈들을 꿰뚫었고,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됐다.
촤아악.
검신에 남아 있는 피를 떨쳐낸 그는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다른 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단약을 통해서 기운을 흡수한 그는 다시 나무 위로 뛰어 올라갔다.
아직 기다리고 있을 일행들에게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유령보를 펼치며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주변에 흩어져 있는 웨어 울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놈들은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 했다.
'냄새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뒤늦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숲이 불타면서 그의 냄새가 묻힌 것이다.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찬 숲을 확인한 그는 조금 더 속도를 높이며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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