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96화 (96/254)

제 96화

<신성수를 지키는 놈들>

"뭐야? 왜 이렇게 늦었어?"

"괜찮은 거야? 다친 곳은 없어?"

강준우의 몸 곳곳에 보이는 처절한 싸움의 흔적에 권우철과 일행들은 걱정의 기색을 내비췄다.

그만큼 그는 너무 늦게 도착했다.

가만히 자리를 잡고 그가 웨어 울프들을 끌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그들로서는 걱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던 웨어 울프들의 울부짖음이 그들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늦은 거야?"

"웨어 울프들은?"

"설마, 혼자 다 처리한 건 아니지?"

다행히 큰 일은 없었던 것 같았지만, 뒤늦게 궁금증이 몰려들었다.

이렇게 늦게 도착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향해 많은 질문이 쏟아졌고, 강준우는 남은 사람들에게 상황을 전했다.

"놈들을 유인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

"쉬, 쉽지 않다니?"

"한꺼번에 너무 많은 놈들이 몰려들더라고."

"…….

그들은 뒤늦게 강준우가 늦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수많은 놈들을 대동하고 움직였다면 그들이 위험했을 게 분명했다.

그 사실을 걱정한 그는 일부러 놈들을 다른 곳으로 이끌었고, 놈들을 떨쳐내기 위해서 고군분투한 것이다.

"고생했다. 힘들지?"

"아니. 괜찮아."

"그래도 조금 쉬는 게 좋겠다."

그 많은 놈들을 떨쳐내고 움직였다면 당연히 많은 힘을 소진했을 게 분명했다.

권우철은 그런 그를 걱정했지만, 유키코는 앞으로를 걱정했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

"그런 식으로 유인을 할 수 없다면 계속 여기에 있을 이유는 없잖아?"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던 그녀로서는 당연한 질문이었다.

내심 위험하더라도 부딪쳤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위험을 감내할 수도 없었다.

자신보다 강자인 게 분명한 강준우가 싸움을 피하려고 한 것을 보면, 놈들의 전력을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겠지."

"……."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이 움직일 때까지?"

"우리들만으로는 놈들을 상대할 수 없을 것 같거든."

딱히 대안이 없었다.

이대로 부딪쳤다가는 모두가 위험할 지도 몰랐다.

임창현과 같이 여러 사람들과 움직이고 있는 무리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어차피 빛기둥이 치솟아 오르면서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릴 것은 분명했다.

힘들겠지만, 그런 그들과 힘을 합쳐서 놈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 그래. 알았어."

강준우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에서는 달리 방법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우선은 강준우가 쉬는 게 먼저였다.

그녀의 답에 그는 따로 자리를 잡으며 휴식을 취했다.

소진한 내공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번에 얻은 것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불사조의 깃털과 형상기검이라.'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불사조의 깃털이었다.

최상급 귀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포인트가 필요했다.

비록, 손에 넣은 게 최상급 귀물은 아닐 게 분명했지만, 이런 형태의 귀물이라도 작지 않은 포인트가 필요했다.

불사조의 깃털.

불꽃으로 만들어진 불사조가 남긴 하나의 깃털.

소유하는 것으로도 화염 마법의 파괴력을 늘릴 수 있다.

'흐음.'

가만히 손에 넣은 귀물을 확인한 그는 침음을 삼켰다.

무공을 사용하는 그에게는 그렇게 유용한 물건이 아니었다.

'화염마법이라.'

뒤늦게 류노스케라는 자가 펼친 파이어 스톰의 위력이 이해가 갔다.

마법 저항이 높은 웨어 울프들을 한꺼번에 불 태워버릴 정도의 위력은 불사조의 깃털의 힘이 더해진 결과였다.

화염 마법의 파괴력을 높인다는 귀물.

문제는 손에 넣은 불사조의 깃털이 그에게는 계륵이라는 점이었다.

'죽 써서 개 주는 건가?'

그보다는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이었다.

특히, 화염 마법을 사용하는 김연희에게 유용할 물건이었다. 그래도 가만히 가지고 있다가 놀리느니 그런 식으로 힘을 내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쉬움을 뒤로한 그는 쇼타라는 자에게서 얻은 무공을 살폈다.

그를 제외하고도 다른 사람들을 많이 잡았지만, 그들에게서 얻은 것은 포인트가 전부였다.

형상기검(形狀氣劍).

가지고 있는 기운을 형상화하며 검술을 펼칠 수 있다.

불친절한 설명은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손에 들어온 무공을 활용하는 법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가만히 내공을 끌어 올리자, 그의 손에 회색빛의 기운이 어렸다.

손가락을 세우며 힘을 쏟아 넣자, 일양지를 사용하는 것처럼 그 기운이 길게 늘어났다.

쏘아낸 힘이 한 번만 나타났다가 사라지지 않았다.

손에서 쏘아진 유형화 된 기운이 그대로 유지되기 시작했다.

'기를 형상화 할 수 있는 무공이라.'

일양지와 관련되어 있는 무공이 분명했다.

쇼타라는 자가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일양지를 떠올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등급 외에 등재되어 있는 무공.

그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 먼저 익혀야만 하는 무공이 바로 일양지였다.

일양지뿐만 아니라 세세한 부분이 더 있었지만, 일양지를 익히고 일정한 성취까지 높여야 무공을 익힐 수 있었다.

'일양지를 익혀야 제대로 된 무공을 낼 수 있는 건가?'

그에게 나쁘지 않은 무공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무공이었다.

등급 외에 등재되어 있는 이유가 있었지만, 그만큼 부담스러운 힘이었다.

이 무공으로 검을 형상화하기에는 소진되는 기운이 너무나 컸다.

'흐음.'

검을 만들고 이런 상황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7성에 이른 천마신공이라 내공은 확실히 늘어난 상황이었다.

작정을 하고 사용을 하자면 못할 것도 없었지만, 그것보다는 차라리 검기를 유지하는 게 더 나을 지도 몰랐다.

'순간순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손에 들어온 무공을 놀릴 생각은 없었지만,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았다.

어떻게 사용해야 더 효과적일지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

얻은 게 작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손에 넣지 못할 정도로 위력적인 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거기에 어마어마한 포인트까지 손에 넣었다.

'이놈들은 포인트를 얼마나 아껴놨던 거지?'

그가 가지고 있었던 포인트를 더하자 1만이 넘는 포인트가 모였다.

잠겨있던 등급 외의 무공을 해제할 수 있는 포인트였다.

'다른 숙련도를 올리는 게 좋을까? 아니면 남은 무공을 여는 게 좋을까?'

고민이 됐다.

S등급에 있는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다른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했다.

등급 외에 있는 무공이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흐음.'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결국 잠긴 무공을 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금 당장은 강해지는 게 중요했지만, 남은 천마신공의 다른 무공들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미 천마기멸격의 힘을 확인한 상황이었다.

다른 천마신공의 무공을 먼저 익히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관련 무공을 익히기 위한 하위 조건을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어차피 성취를 올릴 무공들이라면 주력으로 사용한 무공의 선결 조건을 확인하고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강준우는 과감하게 포인트를 투자했다.

그저 등급 외에 있는 무공을 여는 게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커다란 산을 넘은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건 무공을 배우는 건가?'

잠긴 무공은 모두 열 수 있었지만, 그것을 익히는 것도 문제였다.

강한 위력을 낼 수 있는 등급 외의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당연했다.

오히려 포인트만으로 익힐 수 있다면 더 이상할 것 같았다.

'결국에는 기본이 되는 무공들을 차근차근 올려야 한다는 거잖아?'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후우."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등급 외에 등재되어 있는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다시 1만의 포인트가 필요했다.

S등급에서는 1천의 포인트가 필요했지만, 등급 외는 정확히 그 10배였다.

잠긴 등급을 풀어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큰 힘이 되지 못 했다.

'남은 천마신공의 무공이라. 우선 삼재 보법과 권법, 검법을 올려야 하나?'

대충 생각을 정리한 그는 가만히 눈을 감으며 운공을 이어갔다.

운기를 하면서 피로를 풀어내고, 힘을 회복해야만 했다.

***

"차라리 다른 마을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면 어떨까?"

"다른 마을?"

"그래. 여기에서 저놈들을 제대로 상대할 수 없다면 다른 곳으로 움직여서 힘을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때?"

"글쎄. 괜히 잘못되면 다른 사람들과 부딪칠 거야."

"……."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갔지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냥 한 번 부딪쳐보는 건 어때?"

"준우가 괜히 놈들을 다른 곳으로 몰아가지는 않았을 거야."

"……."

신중한 권우철의 말에 유키코는 말을 잇지 못 했다.

그렇다고 그가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럴 거였으면 우리끼리 움직이는 게 더 속편했겠는데?'

거의 하루를 그냥 보낸 것 같았다.

당연히 그 시간이 아까울 수밖에 없었다. 이 시간에 사냥을 이어갔다면 더 많은 포인트를 얻었을 게 분명했다.

괜히 그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런 생각을 계속 이어갈 수 없었다.

심각하게 논의하는 그들을 향해 강준우가 다가왔다.

"뭐하고 있어?"

"아,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

"그래서? 답은 나왔어?"

"…… 표정을 보면 모르겠어? 네 생각은 어떤데?"

"글쎄."

"결국에는 네 생각이 중요할 것 같은데?"

그녀의 말에 강준우는 쓰게 웃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었다.

"따로 나온 의견은 뭔데?"

"그야 뭐…… 나는 다른 마을로 가자는 거고, 남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반응이고."

"……."

"이대로 사냥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마을로 움직여서 포인트를 모으는 게 좋지 않을까?"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

그로서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도 오래가지 못 했다.

먼 곳에서부터 낯선 움직임이 감지됐다.

'뭐지?'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거대한 움직임.

아주 어렴풋이 느껴졌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분명했다.

별다른 말없이 심각하게 한쪽을 바라보는 강준우의 모습에 유키코는 이상함을 느꼈다.

"뭐, 뭐야? 무슨 일인데?"

"…… 놈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데?"

"노, 놈들? 웨어 울프?"

"웨어 울프 전사들."

"전사?"

그냥 평범한 웨어 울프들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야 그 이름을 들은 유키코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사라니? 저기 모여 있는 놈들이 다 전사라는 소리야?"

"지금까지 상대했던 평범한 놈들보다 조금 더 강할 거야."

"……."

조금 강하다고는 했지만, 그건 강준우의 기준에 한한 말이었다.

생각보다 강할 것 같은 놈들의 모습에 그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제야 강준우가 그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움직였던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어떡하지?"

"글쎄. 우선 부딪쳐볼까? 이제 와서 물러난다고 해도…… 놈들을 떨쳐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을 것 같은데."

"괜찮을까?"

뒤늦게 걱정이 됐는지 유키코가 우려의 말을 건넸다.

강준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옅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싸우고 싶어서 안달난 거 아니었어?"

"아, 안달이라니? 그냥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아까웠을 뿐이라고."

"……."

"기다리고 있어. 내가 한 번 둘러보고 올 테니까."

"아, 알았어."

그의 말에 권우철이 앞으로 나섰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를 갖춘 것이다.

그의 행동에 유키코도 그의 뒤에 서며 만약의 상황을 대비했고, 남은 네 명은 그 뒤에서 마법을 캐스팅하며 준비를 갖췄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김연희에게 다가갔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그녀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이거 너한테 도움이 될 거야."

"이게 뭔데?"

"선물."

"서, 선물?"

갑자기 건네는 닭털 같은 물건에 김연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물이랍시고 주는 것치고는 너무나 초라해보였다.

퉁명스럽게 건넨 붉은 깃털.

장난스러운 물건에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백선화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나는?"

"뭐?"

"내건 없어?"

"너보다는 얘한테 더 잘 어울리는 물건이라서."

"쳇. 누구는 입이고, 누구는 주둥이야?"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백선화의 모습이 신선했지만,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붉은 깃털을 쥔 김연희는 깜짝 놀라며 강준우를 바라봤다.

"이, 이건?"

"앞으로 화염 마법을 중점적으로 익혀 봐."

"저, 정말로 나한테 주는 거야? 이 귀한 걸?"

"싫으면 다시……"

"당연히 땡큐지!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너한테 이런 선물을 다 받고!"

꽤나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그것도 효과가 뛰어난 물건을 얻은 그녀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뭔데? 좋은 거야?"

"응. 엄청 좋은 거야. 불사조의 깃털이래."

"부, 불사조의 깃털? 그 닭털 같은 게?"

"다 죽었어. 웨어 울프 새끼들!"

김연희는 꽤나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그 물건의 정체를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일행을 일깨웠다.

"여차하면 도망가야 할 거야."

"아, 알았어."

"먼저 살펴보고 올 게."

"그, 그래. 조심해!"

다시 사라지는 그의 모습에 권우철이 뒤늦게 소리쳤다. 하지만 강준우는 이미 모습을 감춘 이후였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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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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