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9화
<인간vs짐승>
"어떻게 된 게 개새끼들이 고블린 새끼들보다 더 많은 것 같지?"
"…… 표현 한 번 살벌하네."
다이스케는 김연희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자라고 하기에는 입이 너무 걸었다. 하지만 유키코는 그런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좀비 같은 새끼들! 개새끼들인데 어떻게 대갈통을 깨부숴야 뒈지는 거야?"
"……."
유키코 역시 김연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표현력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를 욕할 게 아니라는 사실에 다이스케는 말을 잇지 못 했다.
계속해서 모여드는 웨어 울프들은 도무지 줄어들 줄을 몰랐다.
결국 놈들을 상대하던 그들은 물러나야만 했다.
빠르게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만큼 체력과 내공도 빠르게 소진됐다.
"허억. 허억."
시간이 지날수록 거친 숨을 몰아쉬는 일행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웨어 울프들의 체력은 대단했고, 놈들은 집요하게 그들을 쫓아왔다.
"저런 놈들을…… 허억. 어떻게 떨쳐낸 거야?"
"……."
새삼 강준우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일부러 놈들을 떨쳐내기 위해서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그들로서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직접 겪은 웨어 울프들의 집요함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했다.
이런 놈들을 떨쳐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차마 다른 사람들을 이용했다는 것을 밝힐 수 없었던 강준우는 말을 아꼈다.
침묵하는 그의 모습에 김연희는 방법을 찾으려는 듯이 물었다.
"이대로라면 도망가기도 전에 지치겠는데? 어떡하지?"
"그, 글쎄. 어떡할까?"
모두의 시선이 강준우에게로 향했다.
유키코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강준우를 바라봤고, 그 시선을 확인한 그는 김연희를 향해 말했다.
"마법으로 길목을 막아."
"마, 마법? 설마, 파이어 월?"
"그래. 불길로 놈들을 막고, 나무를 태우면서 놈들의 후각을 교란시키면 따돌릴 수 있을 지도 모르지."
"후각? 그래! 후각이었어! 개새끼들이라서 냄새를 잘 맡는다는 거지?"
그제야 놈들이 집요하게 쫓아오는 이유를 인지할 수 있었다.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도망가고 있었지만, 놈들은 귀신 같이 그들을 쫓아왔다.
물론, 마법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놈들의 집요한 추격은 대단했다.
강준우의 말에 김연희는 곧바로 마법을 캐스팅했고, 유키코는 뒤따르는 놈들을 막아내기 위해서 움직였다.
권우철은 그런 김연희의 앞을 막았다.
남은 세 명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마법을 캐스팅하며 자리를 지켰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이들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체계는 잡힌 것 같은데.'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신성수를 지키는 놈들을 전부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웨어 울프들의 토벌이라. 쉽지는 않겠어.'
임무의 목표를 떠올린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웨어 울프들의 수였다.
물러나는 그들을 쫓아오는 놈들의 수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신성수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라 주변에 있던 놈들이 모조리 그들에게 향한 것도 있었지만, 움직인 놈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감당할 수가 없었다.
이곳에 있는 놈들이야 대충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향으로 간 놈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밖으로 나온 놈들만 처리한다고 임무가 완수되는 게 아니었다.
신성수라는 곳에서 다른 놈들이 더 나타나는 경우도 염두에 둬야만 했고, 대전사라는 놈도 염두에 둬야만 했다.
아직 그놈이 얼마나 강한지 알지 못했다.
'대전사라. 쉬운 놈은 아닐 것 같은데.'
어렵게 다른 놈들을 쓰러뜨린다고 하더라도 대전사라는 놈이 남아 있었다.
그놈과 싸울 수 있는 힘을 비축해둬야만 했다.
이대로는 힘들 것 같았다. 일행들만으로는 부족했다.
적어도 임창현이 이끄는 무리와 힘을 합쳐야만 그나마 가능성이 보일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하고 힘을 합친다라.'
따로 임창현을 찾는 것도 고려해 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따라붙는 놈들을 떨쳐내고 휴식을 취하는 게 먼저였다.
콰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상념을 떨쳐낸 그는 유키코와 일행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굳이 그가 나서지 않아도 그들은 뒤쫓은 놈들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그는 나서지 않았다.
대신, 남은 포인트를 살피면서 얻은 것들을 확인했다.
등급 외의 무공을 해제하느라고 대부분의 포인트를 소진했지만, 어느새 상당량을 다시 쌓을 수 있었다.
그만큼 강준우가 처리한 웨어 울프들의 수는 많았다.
대부분이 전사였고, 놈들이 남긴 포인트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았다.
포인트를 확인한 그는 다른 무공들을 떠올렸다.
'천마신공의 다른 무공들이라.'
염두에 둔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선결되는 조건이 필요했다.
몇몇 무공을 염두에 둔 그는 우선 삼재보법을 12성으로 끌어 올렸다.
그동안 유령보를 펼치면서 삼재보법도 6성까지 오른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포인트가 필요했다.
삼재보법을 12성으로 올리는데 2천에 가까운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래도 처리한 웨어 울프 전사들의 수가 상당했기 때문에 그 정도의 포인트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삼재보법이 12성으로 올라섭니다.]
[보법에 관한 이해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보법과 관련된 무공의 성취가 100% 상승합니다.(무작위)]
'보법에 관한 무공?'
낯설지 않은 보상이었다.
삼재심법을 12성으로 올렸을 때도 비슷한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그때와는 다르게 보법과 관련된 무공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이런 보상은 생각지도 못한 보상이었다.
철포삼을 올렸을 때처럼 새로운 무리나 능력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예상과는 다른 보상이었지만, 이런 보상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새로운 알림을 확인하기 무섭게 다시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천마군림보가 3성으로 올라섭니다.]
[천마군림보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천마군림보! 이것도 보법이라고 볼 수 있나? 아무튼 대박인데!'
삼재보법을 완성시키자 관련된 무공 중에 하나가 무작위로 올라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등급 외에 있는 천마군림보가 오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럼 다른 무공도 비슷하겠지?'
최소한 F등급에 있던 무공은 비슷한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육합심법을 배우지 못했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
그곳에 등재되어 있던 무공들 중에서 삼재심법과 관련된 무공들을 하나만 익힐 수 있었던 이유가 이런 보상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좋은 보상을 확인한 만큼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강준우는 곧장 검법과 권법을 떠올리며 포인트를 투자했다.
[삼재권법이 12성으로 올라섭니다.]
[권법에 관한 이해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권법과 관련된 무공의 성취가 100% 상승합니다.(무작위)]
[일양지가 3성으로 올라섭니다.]
[일양지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일양지!"
지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일양지도 크게는 권법의 부류에 들어간 것 같았다.
이제 일양지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게 된 만큼 그 성취가 오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귀음신장이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뒤늦게 그런 사실을 떠올린 그는 남은 검법을 확인했다.
그가 익힌 검법은 무영검과 형상기검이 전부였다.
아직 제대로 된 위력을 확인하지 못한 형상기검과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무영검.
둘 중에 어떤 게 올라도 크게 나쁠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등급 외에 있는 무공이 오르는 게 더 나으려나?'
잠깐 고민하던 그는 A등급인 무영검의 성취를 올렸다.
2성의 무영검을 3성으로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해당 무공은 더 이상 포인트를 통한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이건 무슨 소리지?'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동안 다른 무공을 12성까지 올렸던 그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포인트를 투자해서 성취를 높이려고 했지만, 동일한 말만 계속될 뿐이었다.
[해당 무공은 더 이상 포인트를 통한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포인트로 올릴 수 있는 건, 3성이 최대라는 건가?'
아무래도 포인트로 올릴 수 있는 것에 제약이 있는 것 같았다.
등급 외의 무공이야 포인트로 올리지 못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A등급도 한계가 정해졌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다.
그동안 미뤄두면서 제대로 된 성취를 올리지 않았던 탓이 이제야 처음 알게 됐지만, 당연히 이런 사실이 달가울 리가 없었다.
씁쓸해하던 그는 마저 삼재검법의 성취를 올렸다.
다시 2천에 가까운 포인트를 사용하며 삼재검법의 성취를 12성까지 끌어 올렸고, 비슷한 보상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형상기검이 2성으로 올라섭니다.]
[형상기검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기검 형성에 필요한 내공이 줄어듭니다.]
다행히 등급 외에 있는 무공의 성취가 올랐지만, 이마저도 썩 달갑지 않았다.
아직 형상기검이라는 무공을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건가?'
아직도 이 세계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다.
F등급에 있는 기본적인 무공을 완성시키면서 관련된 무공의 성취를 올리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만능이라고 생각됐던 포인트의 한계를 확인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야 포인트의 압박에서 벗어난다 했더니.'
입안이 썼다.
이제 얻게 된 다른 무공들은 포인트를 이용해서 최대한 성취를 높이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았다.
콰아앙. 화르르르.
새로운 사실을 확인한 그는 앞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에 정신을 일깨웠다.
"뭐하고 있어? 가자!"
어느새 김연희가 파이어 월을 펼치면서 놈들의 움직임을 막았다.
남아 있던 일행이 모두 물러나기 시작했고, 뒤늦게 그 사실을 확인한 강준우도 빠르게 그들의 뒤를 쫓으며 웨어 울프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
냄새를 통해서 그들을 쫓았던 게 확실한 것 같았다.
도망가는 와중에 일부러 나무를 태운 그들은 무사히 놈들을 따돌릴 수 있었따.
"생각보다 더 어려운 것 같은데?"
"그러게. 그 많은 놈들을 언제 다 죽이지?"
"다른 사람들하고 힘을 합쳐야 하지 않을까? 우리들로는 무리인 것 같아."
마주한 임무에 대한 걱정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한차례 웨어 울프들과 부딪친 그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당연했다.
그런 걱정은 강준우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 넓은 곳에서 임창현과 그 무리들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직 그 사람이 살아있다는 보장도 없는데.'
그만한 수가 함께 움직인다면 오히려 죽는 게 더 어려울 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게 짐승들보다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지?"
가만히 뇌까리던 그의 말에 근처에 있던 유키코도 동의하듯 말했다.
"하긴,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
"……."
"그래도 우리 같은 좋은 동료를 얻었잖아? 안 그래?"
환하게 웃는 그 모습에 강준우는 말을 아꼈다.
무뚝뚝한 그의 반응에 유키코는 멋쩍어하며 입술을 삐쭉였다.
"사교성은 더럽게 없…… 뭐, 뭐야? 그냥 혼잣말이었어!"
투덜대던 그녀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의 행동에 당황했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녀가 아닌 다른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꽤나 심각한 그의 표정에 다른 일행들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무슨 일이야?
- 누군가 있어.
"……."
그의 대꾸에 유키코가 주변을 살폈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강준우가 없는 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뭐지?'
자신의 기감에는 잡히지 않은 무언가를 발견한 강준우를 통해서 새삼 그와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 준비해.
- 주, 준비?
- 곧 나타난다!
그의 전음에 그녀는 천천히 기운을 끌어 올리며 이어질 상황에 대비했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준비를 마쳤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비도를 손에 쥐며 어둠 속으로 내던졌다.
쉬이익. 채앵.
익숙하지 않은 비도술이었지만, 효과가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 내던진 비도가 튕겨져 나왔다.
그 소리만으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존재를 확인한 강준우가 연기처럼 흩어졌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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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