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0화
<인간vs짐승>
갑자기 날아오는 비도에 장자오쉬는 깜짝 놀랐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그게 본인 때문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문제는 불시에 날아드는 비도에 저절로 반응한 몸이었다.
채앵.
그냥 피해냈으면 충분했지만, 공격을 쳐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그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은신은 완벽했고, 지금까지 은밀했던 움직임을 알아챈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꽤나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걸리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지만, 흔하지 않은 상황에 당황한 것이 문제였다.
뒤늦게 상대가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서 비도를 날렸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자책할 겨를이 없었다.
저들이 그의 존재를 눈치챘다는 것을 알게 된 만큼 도망가는 게 먼저였다.
파앗.
생각은 길었지만, 반응은 빨랐다.
장자오쉬는 곧장 나무를 박차며 뒤로 물러났고, 그가 있던 자리에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법 실력이 있는 놈이었나?'
간발의 차로 그를 놓친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물러나면서 그의 모습을 확인한 장자오쉬의 눈이 커다래졌다.
'고수다!'
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무리를 이루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놈이 어느 순간 그가 있던 자리에 나타났다.
놀란 장자오쉬는 내공을 더욱 끌어 올리며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그의 존재를 눈치챈 강준우는 곧바로 그의 뒤를 쫓았다. 이대로 그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흥! 나를 잡겠다고?'
뒤쫓는 그의 모습에 장자오쉬는 코웃음을 치며 더욱 속도를 끌어 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몸이 멀어져갔고,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신법에 자신이 있는 놈이라 이건가?'
일전에 동굴에서 한 놈을 놓친 상황을 떠올린 그도 내공을 아끼지 않았다.
3성으로 올라선 일섬에 힘을 쏟아내며 빠르게 그의 뒤를 쫓았다.
문제는 상대의 신법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그 역시도 힘을 끌어내고 있었지만, 놈을 쉽게 따라잡을 수 없었다.
강준우는 곧장 비도를 던지며 도망가는 상대의 방향을 조절했다.
직선적인 움직임은 뒤지지 않았지만, 방향을 바꾸면 조금씩 거리가 벌어졌다.
쉬이익.
'크윽!'
예리한 공격에 장자오쉬는 깜짝 놀라며 몸을 비틀었다.
그가 방향을 바꾸려는 곳으로 공격이 날아들었다. 그래도 저런 공격이 계속 이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비도가 무한할 수는 없겠지.'
상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비도를 날렸는지 알 수 있었지만, 그를 떨쳐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감히 내 만리추풍신법(萬里追風身法)을 따라잡는다고?'
신법으로 유명한 개방이었다.
그런 신법들 중에서도 수위로 꼽는 경공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스스로의 신법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는 다시 상대와의 거리를 벌릴 생각이었다.
표횰한 신법을 펼치며 나무 사이를 뛰어 넘는 그의 모습에 강준우는 이를 악물었다.
일섬을 섞은 유령보만으로는 상대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쉬이익.
방향을 바꿀 기미를 보이는 장자오쉬의 행동에 강준우는 다시 비도를 날리면서 손가락을 뻗었다.
다시 위협적인 공격이 날아들었지만, 장자오쉬는 오히려 입술을 비틀었다.
'병신! 어디를 노리는 거야?'
강준우의 공격은 그가 의도한 대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비도의 수를 줄일 생각이었다.
다행히 그의 의도가 먹혀들었고, 나름 작정을 하고 공격을 날린 상대의 공격은 엄한 곳으로 날아갔다.
'크큭.'
허무하게 날린 비도도 비도였지만, 완전히 동떨어진 곳으로 날아가는 지풍에 절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뒤늦게 그의 의도를 깨달은 그의 얼굴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미친!"
투욱. 우지직.
그가 밟을 나뭇가지가 힘없이 부러져 나갔다.
뒤따르던 강준우가 쏘아낸 지력이 그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의 나무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상대의 모습에 그는 말을 잇지 못 했다.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지만, 지금은 그런 불만을 토로하는 것보다 떨어지는 몸을 다잡는 것이 먼저였다.
장자오쉬는 곧바로 몸을 비틀며 나무를 박찼다.
이대로 잡힌다면 좋을 꼴을 못 볼 거라는 사실에 내디딘 발에 힘을 줬지만, 그전에 그의 몸이 꺾여나갔다.
'크윽.'
갑자기 파고든 한기가 강한 고통을 전해줬다.
그는 급히 내공을 끌어 올리며 그 힘에 대항했다.
그 순간 상대는 더욱 거리를 좁혀오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쐐에엑.
섬광처럼 뻗어 나오는 지풍에 장자오쉬는 다시 몸을 비틀어야만 했다.
파앗.
아슬아슬하게 스친 지력이 그의 어깨를 스쳤다.
살짝 스치는 것만으로도 피가 튀었다. 꽤나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행히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다.
"크윽."
아슬아슬하게 그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지만, 문제는 이어지는 상대의 변칙적인 공격이었다.
'뭐, 뭐야?'
촤아악.
그를 스친 힘이라면 그대로 사라져야만 했다. 하지만 그 힘은 그대로 유지되며 그의 몸을 베어왔다.
생각지도 못한 변화에 가슴이 길게 베인 그는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쿠웅.
그 와중에도 몸을 비틀며 충격을 줄였지만, 문제는 그를 내려다보는 한 사람이었다.
강준우는 쓰러진 사람을 확인하며 손에 쥐어진 검을 바라봤다.
'이게 형상기검?'
처음 사용해 보는 무공이었다.
일양지를 펼치면서 곧바로 형상기검을 펼치자 기다란 검이 손에 들어왔다.
기로 만들어진 검.
검강이라고 하기에는 그 강도가 턱없이 부족했지만, 충분히 예리한 힘을 낼 수 있는 무기였다.
검기로 이루어진 검으로,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일양지를 펼친 이후에 변칙적인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처음 사용하는 이 무공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등급 외로 분류된 이유가 있었구나.'
강한 놈들과 부딪치면서 깨져나가는 검을 떠올린 그는 옅은 미소를 보였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검기로 검을 만든 형태였지만, 검에 검기를 씌우는 것보다 더 많은 내공이 필요했다.
손에 쥔 검을 뒤로한 그는 평범한 청강검을 꺼내들며 쓰러져 있는 자를 바라봤다.
"크윽. 너 지금 실수하고 있는 거야."
"…… 중국인인가?"
"끄윽."
대충 예상은 했었다.
이미 일본 국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난 상황이었다. 중국인과 만난다는 것도 이상하지만은 않았다.
다만, 이런 식으로 만났다는 게 달갑지 않을 뿐이었다.
"무슨 꿍꿍이였지? 왜 숨어서 지켜본 거지?"
"내 눈 가지고 내가 보는데 뭐가 잘못됐던 거냐?"
"하긴, 그건 네 자유지."
"…… 자, 잠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강준우의 모습에 장자오쉬는 당황하며 크게 소리쳤다.
왠지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살짝 검에 힘을 주는 그의 모습에 당황한 그는 강준우를 막았다.
"나를 죽이면 후회할 거다."
"글쎄. 후회는 그 다음에 생각해보도록 하지."
"저, 정말이야! 내 뒤에는 백 명도 넘는 사람들이 있다고!"
"……."
"나는 그냥 주변을 살피는 선발대 중에 한 명이야. 내가 죽으면 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다급한 그는 자신의 상황을 전했지만,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는는 못 했다.
굳은 강준우의 모습에 그는 마저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싸우자는 건 아니야."
"……."
"너희들도 알고 있겠지? 여기에 있는 웨어 울프 전사들 말이야."
"그런데?"
"그 수가 너무 많아. 우리들도 힘을 합칠 사람들을 찾고 있었어. 내가 그 역할을 맡았고, 너희들을 발견한 거야. 따로 소식을 알리려고 했는데, 네가 오해한 거라고!"
이들 역시 웨어 울프들을 상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백여 명도 넘는 자들이 그렇게 단체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만한 인원이 뜻을 하나로 모았다고? 거기에 함께 할 자들을 찾는다?'
이상한 점이 많았지만, 그는 말을 아꼈다.
그리고 그런 강준우의 반응에 장자오쉬는 마저 말을 이어갔다.
"우선 나를…… 도와 줘."
"뭐?"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잖아! 작은 오해가 있어서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것 같지만, 어차피 내 잘못도 있었으니까 이번 일은 내가 눈 감고 그냥 넘어가 줄 게."
"……."
황당한 말에 강준우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냉담한 그의 반응에 장자오쉬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다짜고짜 공격한 건 너잖아?"
"몰래 염탐한 건 너였지."
"포인트가 없다고! 이대로라면 나는 죽어!"
"……."
"말했잖아! 내가 잘 말해줄 테니까 빨리…… 끄윽."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그대로 상대의 목숨을 취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뭐야? 포인트가 없다더니.'
강탈한 포인트를 확인한 강준우는 황당해하며 쓰러진 자를 바라봤다.
내심 그가 가지고 있는 신법이 넘어오기를 바랐지만, 그런 운은 없었다.
굳이 이자의 말을 듣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미 좋지 않은 감정이 쌓인 놈을 살려줄 이유가 없었다.
그의 말마따나 중국인들이 힘을 함께 할 자들을 찾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쓰러진 자에게 그런 일을 맡길 이유는 없었다.
'이놈 말이 사실이라면 중국인들끼리 뭉쳤다는 건데.'
그들도 힘을 합칠 자들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같은 뜻을 가진 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었다.
가만히 쓰러진 자를 바라보던 강준우는 곧 그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냥 이대로 두고 물러나면 일이 커질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죽였다는 사실은 감춰야겠지?'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닐 지도 몰랐지만, 일을 벌인 만큼 조금 더 확실히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쓰러진 자를 들쳐 업은 그는 다시 방향을 정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멀지 않은 곳에 죽은 장자오쉬를 처리해 줄 놈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
***
웨어 울프들에게 죽은 장자오쉬를 넘겨주고 다시 돌아오던 강준우의 움직임이 신중해졌다.
인근에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가진 자들이 떼로 움직이고 있었다.
'대략 열 명 정도가 움직이는 건가?'
낯선 기감을 느낀 그들은 조심스럽게 그들의 모습을 살폈다.
모두가 처음 보는 자들이었다.
외형만 보자면 조금 전에 처리했던 장자오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자들이었다.
아마도 그의 동료들인 것 같았다.
큰 무리를 지어서 움직이고 있다는 자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개중에 일부인 것 같았지만, 저들의 움직임이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냥 놓아줄 걸 그랬나?'
뒤늦게 그 일이 후회됐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죽은 놈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다른 뜻을 가지고 있었다면 오히려 낭패를 보는 쪽은 그들이었다.
이미 포인트가 없다고 속인 놈이었다.
그런 놈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어차피 웨어 울프들 손에 찢겨졌으니 상관 없으려나?'
가만히 그들의 모습을 살피던 강준우였지만, 그들이 움직이는 방향에 침음을 삼켰다.
열 명의 중국인들이 향하는 곳은 그의 일행이 있는 곳이었다.
'저대로라면 부딪칠 게 뻔한데.'
권우철을 비롯한 여섯은 아마도 그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당연히 그곳으로 향하는 놈들과 부딪칠 수밖에 없었고, 그게 걱정이었다.
이미 장자오쉬를 처리한 그였기 때문에 상황이 이상하게 꼬이는 점도 염두에 둬야만 했다.
'차라리 지금 처리하는 게 나으려나?'
고민이 됐지만, 성급하게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계속해서 그들의 뒤를 쫓았다.
강준우의 우려대로 그들은 일행과 마주했다.
이미 강준우가 누군가를 쫓기 위해 움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긴장한 채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그들의 모습에 곧바로 대치가 이어졌고, 두 무리 사이에 묘한 긴장이 흘렀다.
"뭡니까? 무슨 의도로 접근한 거죠?"
"한국인?"
"……."
놀란 듯한 그 목소리로 나타난 자들의 출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자들의 등장에 남아 있던 여섯은 깜짝 놀랐지만, 이런 상황이 이상하지는 않았다.
그들 역시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채로 무리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에 나타난 열 명의 의도였다.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그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나타났는지가 관건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있는 상황.
그때,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열 명의 무리를 이루고 자들 중에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행을 찾고 있는데. 혹시…… 우리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까?"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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