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03화 (103/254)

제 103화

<불편한 연합>

"오랜만입니다."

"…… 네. 오랜만이네요."

강준우에게 어색한 인사를 건네는 한 사람.

뒤에서 그 얼굴을 확인한 권우철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 임창현?"

"누구? 임창현? 그게 누구야?"

"그 군인이잖아? 그 사람이 저기에서 왜 나와?"

"……."

무리를 이끌고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바로 임창현이었다.

뒤늦게 그의 정체를 확인한 모두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뒤늦게 강준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쑨웨라는 자를 인질 형식으로 붙잡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강준우는 오히려 그를 죽였다.

당연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돌발적인 그의 행동이 가지고 올 파장은 그들의 목숨을 모두 걸 정도로 위험한 짓이었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지만, 그것만큼은 강준우의 오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보인 게 분명했다.

남은 일행들이 생각한 것처럼 그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행동했다.

'운이 좋았네. 여기에서 저 사람을 만나고.'

처음에는 어느 정도 힘만 보여 줄 생각이었다.

그래도 저들과 뜻을 합친다면 그저 꼭두각시처럼 움직이지 않을 생각으로 쑨웨라는 자를 붙잡았다.

하지만 그때, 주변에서 또 다른 자들의 기감이 잡혔다.

공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그들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었고, 앞서 나타난 중국인들과 같은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은밀한 움직임.

무엇보다 도움이 필요하냐는 임창현의 전음에 그는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

굳이 약한 모습을 보여서 끌려다니지 않아도 충분할 거라는 계산이 섰고, 적이 될 지도 모르는 자의 전력을 줄인 것이다.

두 사람의 조우가 어색했지만, 그 시간이 길지 않았다.

"미친 새끼! 죽인다!"

"이 새끼가 감히……"

"그래서? 싸울 거면 덤벼."

"……."

강준우는 흥분한 그들을 한 마디로 일축시켰다.

싸늘한 그의 물음에 그들은 말을 아꼈다.

강준우와 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의 일행으로 보이는 자들이었다.

임창현은 여전히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우르치라는 놈을 쓰러뜨리는 과정에서 희생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전보다 더 늘어나 있었다.

'한 50명 쯤 되려나?'

장자오쉬에게 들었던 중국인들에 비하면 절반 정도밖에 못 미치는 수였지만, 다행히 이곳에 모인 중국인들의 수는 그들에 비해서 많지 않았다.

임창현이 작은 도움만 주더라도 저들에게 당할 것 같지는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그들의 모습에 중국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고작 일곱에 불과하다는 놈들의 수가 여덟 배로 불어나 있었다.

수월하게 그들을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강한 힘을 가진 동료만 잃은 셈이었다.

"이거 하나만 확실히 알아라. 너희들 지금 실수하고 있는 거라는 걸!"

"실수? 먼저 시비를 건 놈은 이놈인 걸로 알고 있는데?"

"…… 그렇다고 죽일 필요는 없었잖아!"

강준우의 말에 한 명이 흥분하며 소리쳤다.

곧 달려들 것처럼 격앙된 모습이었지만, 그의 일행이 그를 가로막았다.

"그건 미안하네. 나도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거든."

"……."

"우리가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끼어든 건 이놈이었잖아? 더군다나 되지도 않은 협박까지 했고. 이런 상황에서 죽이지 않은 게 더 이상하지 않나?"

"……."

말문이 턱 막혀왔다.

강준우의 행동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사실을 물고 늘어져봤자 좋을 건 없을 것 같았다.

- 흥분하지 마. 일부러 우리를 도발하는 것 같으니까.

- 쑨웨가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다고!

- 그만큼 저놈이 대단하다는 거야.

"……."

- 쑨웨를 그렇게 쉽게 죽일 정도로 강하다는 거지. 저 자신감을 보면 모르겠어?

동료의 말에 흥분하던 자는 말을 잇지 못 했다.

창을 사용하는 쑨웨는 그들과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를 스스럼없이 죽인 사람이 바로 강준우였다.

동료의 말마따나 지금 그들을 일부러 도발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일! 잊지 않겠어."

"나 역시."

"……."

지지 않은 그의 대응에 상대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자들이 저들에 비해서 압도적이라고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쑨웨를 처리한 놈을 쉽게 볼 수 없었다.

'류웨이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건가?'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상대의 실력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죽은 쑨웨도 방심을 한 경향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실력은 아니었다.

'아무리 방심을 했다지만, 쑨웨가 그렇게 힘없이 당할 정도는 아니었겠지.'

이 상황에서 저들과 부딪쳐봤자 서로에게 좋을 게 없었다.

나중을 기약한 그들은 그대로 물러났고, 강준우는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 그에게 유키코가 다가오며 물었다.

"이대로 그냥 보내는 건 찝찝하지 않아?"

"그럼 싸우기라도 할까?"

"그거야 당연히…… 처리해야지."

나타난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치면 저들을 상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임창현과 안면이 있다지만, 저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런 강준우의 모습에 유키코는 말을 아꼈다.

새롭게 나타난 자들의 시선이 그렇게 우호적인 것 같지 않았다.

'분위기가 왜 이러지?'

강준우와 임창현의 사이도 왠지 서먹서먹해 보였다.

이상한 분위기에 그녀는 멋쩍어하며 뒤로 물러났고, 임창현은 그런 강준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네. 그쪽도 무사했네요. 여전하네요? 규모는 더 늘어난 것 같고요."

"저희들이야. 뭐…… 이런 식으로 힘을 모아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니까요."

임창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나저나 저 사람들은……"

"중국인들끼리 모인 것 같더군요."

"하긴, 여기에서 상대할 놈들이 만만치 않은 것 같긴 하더라고요."

임창현도 웨어 울프들과 상대를 해봤기 때문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저런 식으로 힘을 합치는 게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런 자들과 마찰이 생겼다는 게 문제였다.

강준우와의 조우는 반길만한 일이었다.

그래도 중국인들과의 마찰은 달갑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잖아?'

이미 물은 엎질러진 이후였다.

어차피 그도 강준우를 찾고 있었다. 우르치를 쓰러뜨린 그라면 이번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죠?"

"임무를 해결해야겠죠. 웨어 울프들을 처리해야하지 않을까요?"

"…… 흐음. 이번에도 힘을 합치는 건 어떻습니까?"

임창현은 조심스럽게 그의 의중을 물었다.

당시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함께 했었고,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과 다르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 강준우였지만, 강준우는 흔쾌히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남아 있던 웨어 울프들은 힘을 모아야 할 것 같더라고요."

"다행이네요. 이번에도 잘 부탁합니다."

"저도 잘 부탁드리죠."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손을 잡았다.

하지만 강준우는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중국인들하고는 관계가……"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

"그 사람들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을 겁니다."

자신하는 임창현의 모습이 낯설었다. 하지만 그가 빈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정확히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강준우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을 했다면 이런 식으로 돕지 않았을 임창현이었다.

***

강준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임창현이 자신했던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너냐? 쑨웨를 죽였다는 사람이?"

"……."

"먼저 위협을 한 곳은 그쪽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례하게 굴었던 사람도 그쪽이었고요."

"……."

임창현의 말에 류웨이는 말을 잇지 못 했다.

그를 바라보는 몇몇 사람들의 시선은 상황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쑨웨의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모든 무리를 이끌고 강준우를 찾았다.

아무리 임창현이 대동한 자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지만, 그들은 그 배가 넘는 자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그들을 찾은 류웨이는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이대로 싸우기라도 할 생각인가?"

"저자가 우리 일행 중에 한 명을……"

"듣자하니 위협적인 상황으로 끌고 간 건 그쪽인 것 같던데?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네. 자네는 안 그랬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건가?"

"……."

몰아붙이는 그의 말에 류웨이는 말을 아꼈다.

상황은 그가 의도했던 것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처음부터 싸울 생각은 없었다.

그저 수적인 우위와 힘으로 그들을 압박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생각이었다.

웨어 울프들과의 싸움에서 한국인들을 앞세우고 상황을 유리하게 풀어나갈 생각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마주한 것이다.

'이놈들끼리 연합을 했을 줄이야!'

한국인과 일본인들의 연합.

무리를 이루며 움직이는 사람들은 한국인들 혼자가 아니었다.

일본인들도 나름 사람을 모아서 웨어 울프들에게 대응을 하고 있었고, 동쪽과 남쪽에서 놈들을 상대하다가 만난 두 무리는 서로 뜻을 합친 상황이었다.

우선 웨어 울프라는 공통의 적을 먼저 상대하기로 한 것이다.

임창현이 중국인들과의 마찰을 크게 걱정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류웨이가 모두를 이끌고 그들을 찾았을 때, 임창현은 일본인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름 큰 무리를 갖춘 세 무리의 우두머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미 지나간 일인 것 같은데. 여기에서 그만 덮는 건 어떻겠나?"

"그걸 그냥 덮으라니! 말도 안 되는……"

"그럼, 싸우자는 건가? 말했다시피 우리는 사람들끼리 싸우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생각이 없네. 더군다나 뜻을 함께한 사람들이 당하는 것을 지켜볼 생각은 더더욱 없고."

"……."

자신을 압박하는 중년인의 말에 류웨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침묵하는 그 모습에 이부키라는 중년인이 그들을 중재하기 위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일은 여기에서 덮는 게 좋겠네. 어떤가?"

"그게 좋을 것 같네요."

"그래. 잘 생각했네. 류웨이라고 했던가? 그쪽은 어떤가?"

"……."

"지금은 웨어 울프를 상대하는 게 좋지 않겠나? 우리끼리 싸워봤자 저놈들에게만 좋을 거네."

"…… 좋습니다. 당분간은 덮도록 하지요."

시원스러운 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따로 분란을 일으킬 것 같지 않았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이부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답을 들으려는 듯이 말했다.

"좋아. 그럼 이 자리에서 확실히 하는 게 좋겠네."

"확실히?"

"어차피 신성목으로 가야 할 것 아닌가?"

"……."

"임무를 완수하기 전까지는 서로 반목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다른 쪽이 개입해도 아무 말을 하지 않기로 하지."

이부키의 말에 자리한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리에서 다른 뜻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럼 방향을 정해서 움직이는 걸로 하지."

"우리는 북쪽과 서쪽을 맡죠."

류웨이의 말에 이부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시선이 임창현에게로 향하자 임창현도 자신의 뜻을 밝혔다.

"우리는 남쪽을 맡죠."

"좋네. 우리는 동쪽을 맡겠네."

순식간에 방향이 정해졌다.

혹을 떼려다가 오히려 혹을 붙인 류웨이의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남은 사람들은 꽤나 만족하는 듯한 눈치였다.

"그럼 건투를 빌겠네. 신성목이라는 곳에서 다시 볼 때까지 다치지 말게."

인사를 건넨 이부키는 함께 온 사람들을 대동하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류웨이는 강준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쑨웨의 죽음에 관해서 제대로 된 사과가 있어야 할 거다."

"미안하다. 그때는 내가 성급했었다."

"……."

"됐지?"

성의 없는 그의 말에 류웨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강준우만 노려볼 뿐이었다.

살기를 뿜어내던 그의 모습.

강준우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처럼 분위기가 흉흉해졌지만, 임창현이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약속은 잊은 건 아니겠지요?"

"……."

그의 말에 류웨이는 몸을 돌렸다.

하지만 강준우에게 경고를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다.

- 네가 한 일……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살기가 가득한 전음이었다.

다만, 그 말을 들은 강준우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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