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04화 (104/254)

제 104화

<불편한 연합>

"뭐야? 저 사람들은?"

"완전히 군인들이잖아?"

임창현과 다른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을 처음 보는 유키코와 두 사람은 당황했다.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긴, 한국은 의무적으로 군대를 가야하는 거지?"

"그 인간도 군대를 갔다 와서 저렇게 강해진 건가?"

"그럼 권 상은 군대를 안 간 거야?"

"무슨 개소리야? 나도 전역했거든!"

"……."

다이스케와 하야테의 말에 권우철은 언성을 높였다.

발끈하는 그의 모습에 두 사람은 말을 아꼈고, 강준우는 별다른 말 없이 임창현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들이 싸우는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패를 앞세운 사람들이 전방에 서서 웨어 울프들의 공격을 받아내고, 뒤에 있는 자들이 돕는 형태였다.

권우철과 일행들이 싸우는 형태가 더 확장됐다고 봐도 무방했다.

"우리는 계속 가만히 지켜만 보는 거야?"

"저 무리에 섞이는 건 어떨 것 같아?"

"무리에 섞이다니?"

"어차피 형은 방패를 들면 되고, 마법사는 뒤에서 공격하면 충분할 것 같은데."

"나는?"

"너도 중간에 있다가 교대해주면 되잖아?"

"……."

임창현이 이끄는 무리들은 완전히 체계가 잡힌 것 같았다.

처음에 마주했던 것처럼 따로 사람이 끼어들어서 그들의 행동을 방해할 것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가만히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느니 그렇게 참여하는 게 나을 지도 몰랐다.

조금씩 전진하면서 웨어 울프들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들은 대규모의 싸움에 낄 수가 없었다.

그저 구경만 하느니 강준우의 말처럼 저들 사이에 섞여서 포인트를 얻는 게 나았다.

"근데, 너는 왜 가만히 있는 거야?"

"뭐 좀 확인해 보려고."

"……."

김연희는 강준우의 말에 절로 얼굴을 구겼다.

헤이스트까지 걸어준 상황이었다.

강준우의 요청에 아까운 마나를 소진하면서 능력을 사용했지만, 정작 헤이스트를 받은 그는 가만히 자리를 지키면서 앉아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뭔가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두어 번의 헤이스트를 더 받은 그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반복적으로 손가락만 까딱이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그의 움직임에 모두가 그를 따랐지만, 강준우는 그들을 뒤로하고 임창현과 마주했다.

"따로 할 말이라도 있는 겁니까?"

"함께 할 자리가 있나 해서요."

"자리요?"

"계속 지켜보는 것보다 힘을 합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우리들하고 같이 움직인다는 말입니까?"

"힘든 겁니까?"

"아니요. 그건 아닌데. 왜 굳이 우리와……"

"남은 일행들이 그냥 지켜보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각자가 제 몫은 톡톡히 해낼 겁니다."

"……."

따로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오히려 권우철과 다른 두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이미 그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을 한 이후였다.

'다른 세 사람도 어중이떠중이는 아닐 것 같은데. 그럼, 강준우. 이 사람도 함께 섞인다는 건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임창현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강준우도 그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그의 실력이라면 혼자서도 웨어 울프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힘에 부친다면 그들이 있는 곳으로 와서 휴식을 취하면 충분했다.

"저는 방해가 안 되는 선에서 따로 움직이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방해가 안 되는 선이라면?"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거든요."

"……."

"피해가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만약에 일이 생기더라도 책임은 제가 지죠."

오히려 그 말이 더 불안했지만, 거절한다고 하더라도 가만히 있을 강준우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강준우와의 관계를 끊을 수도 없었다.

웨어 울프를 상대하는데 그의 힘이 필요했다.

우르치라는 놈처럼 수장이라는 놈을 상대할 사람으로는 강준우가 제격이었다.

"곧 조치를 취하죠."

"감사합니다."

"아니요. 오히려 제가 더 고마운 일이죠."

이들의 합류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곧바로 함께 싸우는 것도 아니었고, 옆에서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같이 움직인다면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잡힐 것 같았다.

"아! 혹시…… 일본이나 중국 쪽에 따로 사람을 보냈나요?"

"사람이라니요?"

"그쪽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 은밀하게 누군가를 보냈나 해서요."

"아니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닙니다."

강준우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았지만, 임창현은 말을 아꼈다.

지금은 웨어 울프들을 상대하면서 희생을 줄이는 게 먼저였다.

그는 곧바로 저들이 합류할 자리를 만들었고, 그들은 무리에 섞이며 곧바로 사냥을 이어갔다.

***

- 헤이스트를 걸어 줘.

"……."

갑자기 들려오는 전음에 김연희는 놀란 눈으로 강준우를 바라봤다.

지금은 웨어 울프들과 부딪치고 힘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마력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의 요구가 너무 갑작스러웠지만, 그녀는 조용히 캐스팅을 이어갔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강준우는 얼마 전까지 계속 헤이스트를 요구했다.

따로 행동을 보이지 않던 그인지라 이런 요구도 의문이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일 강준우가 아니었다.

캐스팅을 완성한 그녀는 조심스럽게 마법을 사용했고, 그는 달라진 변화에 흡족해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모습을 사라진 그의 모습.

이제는 그런 행동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헤이스트까지 사용하면서 움직이는 강준우의 생각을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그녀를 뒤로한 강준우는 빠르게 숲을 내달렸다.

김연희의 헤이스트로 배는 빨라진 그의 몸이 빠르게 솟구쳐 올랐다.

거대한 고목림 위로 떠오른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방향을 잡았다.

멀리 보이는 연기를 통해서 위치를 확인한 그의 몸이 빠르게 북동쪽으로 쏘아졌다.

'너무 멀리 있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빠르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그는 주변을 살폈다.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누군가를 찾는 게 중요했다.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닐 텐데.'

그들이 있는 곳에도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류웨이와 이부키가 보낸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염탐하고 있는 존재를 모를 강준우가 아니었다.

임창현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는 그냥 놔두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저긴가?'

어렴풋이 느껴지는 기감을 확인한 그는 신중하게 움직였다.

속도를 줄이며 소리를 죽였고, 점점 확실히 느껴지는 기감에 조금씩 근접하며 숨어 있는 사람을 찾았다.

'다행히 한 놈이네.'

이부키가 이끌고 있는 일본인들을 염탐하고 있는 한 사람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제법 실력이 있는 자인 것은 분명했다.

웨어 울프들이 득실대는 곳에서 혼자 움직이면서 다른 무리를 살피는 사람이 허접할 리가 없었다.

목표를 확인한 그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유령보를 밟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감췄고, 일섬을 이용하며 그의 뒤를 잡았다.

유령보와 일섬. 거기에 헤이스트의 도움까지 얻은 상황이었다.

전광석화 같은 강준우의 움직임에 상대는 그의 존재를 눈치챌 수 없었다.

눈치를 챘다고 하더라더 적절한 대응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내뻗은 손에서 뻗어 나온 일양지가 순식간에 숨어 있던 사람의 목을 꿰뚫었다.

푸욱.

순식간에 뒤를 잡힌 자는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조금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 형상기검까지 사용한 강준우는 기검에 꿰인 상대를 확인하며 주변을 살폈다.

'이제 반은 성공인가?'

그는 쓰러진 그를 옆구리에 끼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향한 곳은 웨어 울프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강준우는 죽은 자를 웨어 울프들 사이에 내던지고, 다시 몸을 빼냈다.

'이제 중국 쪽에 있는 일본인들만 처리하면 되는 건가?'

갈 길이 멀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다시 중국인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야만 했다.

그나마 헤이스트로 속도를 높였다지만, 그 시간도 길지 않았다.

'이제 풀릴 것 같은데.'

헤이스트가 유지되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는 그는 어쩔 수 없이 내공을 끌어 올리며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게 무슨 소리야? 연락이 안 되다니?"

"그게…… 아직까지 아무 연락도 없어."

"그게 말이 돼?"

"혹시, 들킨 게 아닐까?"

"들켜?"

"그놈들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거 아니야?"

동료의 말에 류웨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얼마 전에도 장자오쉬가 목숨을 잃은 채로 발견이 됐다.

놈들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그의 소지품을 발견하면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걸렸다고?'

내보낸 자의 실력이 낮지 않았다.

그들 중에서도 신법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가 놈들에게 발각됐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도망을 갈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었다.

"한국 쪽에 보낸 놈은 어떻게 됐어?"

"무사히 귀환했어."

"이상한 점은?"

"크게 이상한 점은 없대. 그놈들은 그냥…… 웨어 울프들만 처리하면서 움직이고 있다고 했어."

지금까지 들어온 보고만 보면 그들은 큰 걱정이 아니었다.

문제는 일본인들이었다.

'이부키라는 그 새끼.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아무리 나이가 많다고 하더라도 아랫사람 대하는 듯한 그의 태도가 불만이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별다른 말은 못 했지만, 유리한 상황을 잡았다고 거들먹거리는 것 자체가 불쾌했었다.

"일본 놈들은 어때?"

"모르겠어. 다시 사람을 보낼 수가 없어서."

"대충 정황이라도 살펴야 할 거 아니야?"

"그게…… 적당한 사람이 없어. 신법에 자신 있어 하는 둘도 그렇게 죽었는데, 누가 나서려고 하겠어?"

"후우."

류웨이는 답답한 상황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국적을 가진 놈들과 만나면서 상황이 그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은 것 같았다.

'이번에도 일본 놈들이 문젠가?'

좋은 감정이 있을 리가 없었다.

마찰이 있는 쪽은 한국인들이었지만, 마음에 더 들지 않은 곳은 일본인들 쪽이었다.

"그놈은? 그놈은 특별히 이상한 게 없었고?"

"그놈이라니?"

"쑤웬을 죽인 놈. 그 건방진 새끼를 예의주시하라고 했잖아."

"그, 글쎄. 별다른 말이 없는 걸 보면……"

석연찮은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쑤웬을 죽인 놈들보다도 일본인들을 견제하는 게 먼저였다.

'제대로 붙어보자. 이거지?'

류웨이는 이를 악물었다.

"장즈펑하고 그 무리를 보내는 게 좋겠다."

"자, 장즈펑을?"

"그래. 어차피 그놈들은 따로 움직이고 있잖아? 일본 놈들을 주시하라고 그래."

"아, 알았어."

그는 곧장 대책을 세웠다. 그런 일본 놈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이런 식으로 압박을 해둬야 나중이 편했다.

그런 상황은 일본 쪽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놈들이 츠카사를…… 잡았다고?"

"예. 놈들이 있는 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발견했을 때는 목숨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흐음. 츠카사를 죽였다라."

이부키는 죽은 수하의 이름을 뇌까렸다.

그런 식으로 염탐을 하고 있었던 것은 그의 잘못이었지만, 그렇다고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단단히 경고를 하는 것만으로 끝낼 수도 있었을 텐데. 아니지. 이게 경고인 건가?'

원래 있던 곳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었다.

여차하면 죽여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만한 곳에서 죽이는 것만큼 확실한 경고는 없었다.

'무작정 일을 벌이고 보는 것은 특유의 민족성인가?'

중국인들은 여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문제는 그런 적의가 자신들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 놈은 그래도 다루기 쉬운 것 같았는데. 역시나 그놈들이 문제야."

"어떻게 할까요?"

"…… 그냥 넘어가."

"너, 넘어간다는 것은…… 이 일을 덮는 겁니까?"

"그럼 어떡하겠어? 빌미는 우리가 제공했는데 항의라도 할까?"

"……."

이부키의 말에 그의 수하는 말을 잇지 못 했다.

그렇다고 반대되는 말을 낼 수도 없었다.

그는 이부키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 이부키는 그런 수하의 불편한 감정을 확인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들 근처에도 중국 놈들이 있을 거야. 그놈들을 찾아."

"중국 놈들을 말입니까?"

"그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지! 당한 만큼 갚아줘야지."

"아, 알겠습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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