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5화
<험악한 단련>
분위기기 뒤숭숭했다.
아무래도 일본과 중국 쪽이 서로 부딪친 것 같았다.
처음 만남을 가졌을 때부터 묘한 신경전을 벌였던 그들인지라, 이런 식의 부딪침이 이상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서로 반대되는 쪽에 있는 사람들끼리 부딪친다는 건…… 뭔가 이상한데.'
조금 말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웨어 울프를 처리할 때까지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기도 협의를 했던 그들이었다.
누구보다 그런 사실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이부키가 일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
'설마?'
임창현은 따로 움직였던 강준우를 떠올렸다.
그와 연관됐다는 말은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이 일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혹시, 이번 일 말입니다."
"일이요? 어떤 일이요?"
"…… 아닙니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그 모습에 임창현은 말을 아꼈다.
괜한 질문으로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찾은 임창현의 의문을 모를 강준우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말을 아꼈다. 괜히 그가 이 사실을 알아봤자 좋을 것은 없었다.
'어차피 지들끼리 싸우고 있는데, 알릴 필요는 없겠지.'
만에 하나라도 임창현이 이런 상황을 싫어하는 경우도 염두에 둬야 했다.
지금이야 서로가 필요에 의해서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상황이 달라져도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 지는 의문이었다.
딱히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크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직접 그 사실을 거론하지 못한 임창현은 머뭇거리다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속도를 더 내겠다는 말인가요?"
"예.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흘러가니까, 조금 더 빨리 힘을 키울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좀 도와주겠습니까?"
임창현은 강준우의 도움을 청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제안이 의외였지만, 강준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웨어 울프들을 조금 더 끌어들였으면 좋겠는데요."
"놈들을 몰아오라는 건가요?"
"너무 위험할까요?"
"아니요. 그럴 리가요. 근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
의미를 알 수 없는 물음에 임창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너무 많이 데리고 오면 힘들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오히려 많이 부족한 것 같더군요."
"알겠습니다."
권우철을 비롯한 여섯 명이 들어오고 나서 웨어 울프들을 쓰러뜨리는 게 더 수월해졌다.
50명이 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지간한 놈들은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차례차례 밀고 올라가는 것보다 주변에 있는 놈들을 몰아서 상대하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시간도 아낄 수 있었고, 체력적인 부담도 줄일 수 있었다.
흔쾌히 답을 하는 강준우의 모습에 임창현의 표정이 밝아졌다.
괜한 말로 관계만 어색하게 될 것 같았지만, 다행히 화제를 잘 돌릴 수 있는 것 같았다.
강준우 역시 부담스럽지 않은 부탁이었다.
'웨어 울프들이라면 딱히 어렵게 유인할 놈들도 아니니까.'
이제 사냥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었다.
포인트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빠르게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포인트가 필요했다.
임창현을 뒤로한 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오면 가만히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아직 6성에 머물러 있는 철사장의 성취를 끌어 올렸다.
철포삼을 12성까지 올리면서 '반탄기'에 관한 실마리를 얻은 것처럼 비슷한 형식의 추가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철사장이 12성으로 올라섭니다.]
[반탄기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장법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예상했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조금씩 높아지는 무공에 관한 이해도를 확인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어디 가?"
"부탁 받은 게 있어서."
"부탁?"
"그런 게 있어."
"헤이스트라도 걸어 줄까?"
"…… 괜찮아."
"부담 갖지 마. 어차피 나야 여러 번 쓸수록 좋으니까. 가장 좋은 효과를 보이는 사람도 너고."
"그래.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겼는지 김연희는 곧바로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권우철도 곧바로 블레싱을 걸어주며 강준우를 도왔다.
"무리하지는 마."
"무리는 무슨. 기다리고 있어. 놈들을 몰아 올 테니까."
"모, 몰아 와?"
"웨어 울프들이 부족하나 봐. 어차피 나도 움직일 생각이었으니까, 놈들을 상대하다 보면 쫓아오는 놈들이 있겠지."
"……."
왠지 불안했다.
좋지 않은 느낌에 권우철은 말을 아꼈고, 그 사이 김연희는 헤이스트를 사용하며 작은 도움을 건넸다.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강준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르게 멀어지는 그의 모습에 권우철은 남은 사람들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체력들 비축해 놔."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곧 알게 될 거야."
"……."
알 수 없는 말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권우철은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
주변을 경계하듯이 모여 있는 웨어 울프들의 모습.
그들을 발견한 강준우는 지체 없이 놈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유령보로 모습을 감춘 그는 웨어 울프 전사의 뒤를 잡으며 순식간에 놈을 쓰러뜨렸다.
꿰뚫린 심장과 함께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이질적인 냄새들.
그 냄새에 반응한 놈들의 시선이 저절로 강준우를 좇았다.
다시 움직이면서 놈들의 시선을 피했지만, 더 이상 몸을 숨길 수 없었다.
"아우우우!"
누군가의 울부짖음이 명령을 내린 것 같았다.
놈들은 본능적으로 대열을 갖추며 그를 포위했고, 강준우는 곧바로 내공을 끌어 올리며 바닥을 박찼다.
'쿠웅'소리와 함께 주변에 있던 웨어 울프들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강준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손가락을 뻗으며 일양지를 날렸고, 길게 늘어난 기운이 멈칫거린 웨어 울프의 미간을 꿰뚫었다.
정확히 뒤통수를 빠져나온 기운은 검기로 변하며 휘둘러졌다.
쉬이익. 촤아악.
반원을 그리며 휘둘러지는 검격에 모여 있던 웨어 울프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져 나갔다.
"크아앙!"
일격에 휩쓸리는 놈들의 모습에 뒤에 있던 놈이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상급 전사 슬로얀의 마력을 이겨냅니다.]
'상급 전사!'
신성수라는 곳과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다.
전에는 없던 놈이 나타나자 그도 기운을 끌어 올리며 그대로 손에 쥔 기검을 날려 보냈다.
쉬이익. 콰과광.
손을 벗어난 기검이 그대로 주변을 휩쓸었다.
강력한 위력에 휩쓸린 웨어 울프들이 빠르게 쓰러져 나갔고, 그 사이를 뚫고 슬로얀이 강준우에게 달려들며 그대로 팔을 뻗었다.
쉬이익. 채앵.
기다란 손톱에는 검기처럼 유형화 된 기운이 어려 있었다.
다급히 검을 꺼내든 그가 공격을 막아내자, 슬로얀은 그대로 몸을 비틀며 발을 뻗었다.
두꺼운 다리가 그대로 가슴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강준우는 보법을 밟으며 공격을 피해 나갔다.
'확실히 다르다는 건가?'
파이칸이라는 놈도 그렇고, 지금 상대하는 슬로얀이라는 놈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 놈들은 절정에 이른 고수와 비슷했다.
무엇보다 놈들은 경지가 같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더 위협적이었다.
여러 무공을 익히고 있는 사람들도 충분히 강력했지만, 본능적으로 모든 힘을 펼치는 놈들에 비해서는 부족했다.
"크아앙!"
다시 포효하는 놈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웨어 울프들이 달려들었다.
놈들의 거침없는 움직임에 강준우는 바닥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마음 같아서는 곧장 천마기멸격을 펼쳐서 놈들을 쓰러뜨리고 싶었지만, 지금 그 정도의 힘을 소진하면 이후가 힘들어질 것 같았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검기를 뽑아내며 곧장 팔을 휘둘렀다.
쉬이익. 푸욱. 푸욱.
일섬을 섞은 무영검.
아직 권우철의 블레싱이 사라지지 않았고, 김연희의 헤이스트가 유지되고 있었다.
순식간에 서너 마리의 웨어 울프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모두 미간이 꿰뚫린 채 목숨을 잃었다.
극쾌의 검술에 미처 손을 쓸 틈도 없었다.
검이 미간을 꿰뚫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고 놈들이 쓰러져 나갔다.
"크아아!"
그런 수하들의 모습에 뒤에 있던 슬로얀이 다시 뛰어들었다.
양 손에 기다란 손톱을 잔뜩 세운 놈이 그의 가슴을 노리자, 강준우는 뒤로 물러나며 다시 놈의 공격을 피해냈다.
쉬이익.
하지만 놈의 공격은 공간을 격하며 날아들었다.
마치 검기를 날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경시할 수 없는 위력에 검을 세우자 강한 충격이 검신을 두드렸다.
채앵.
양 팔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과 함께 헤이스트가 사라졌다.
두 배로 활성화되던 세포들이 제 자리를 되찾자, 순간 웨어 울프들의 모든 움직임이 빠르게 느껴졌다.
'조금 기다렸다가 움직일 걸 그랬나?'
부작용 아닌 부작용에 그의 반응이 무뎌졌다.
그 틈을 노린 다른 웨어 울프들의 공격이 그를 덮쳤다.
콰앙. 촤아악.
그대로 옆구리를 때리는 놈들의 공격에 고통이 전해졌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만월의 저주를 이겨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놈들의 공격이 그렇게 위력적이지 않다는 점이었다.
천마신공이 저주를 이겨냈고, 12성에 오른 철포삼과 건곤대나이가 제때 힘을 발하며 충격을 줄였다.
'응? 이건 뭐지?'
거기에 놈들의 공격을 허용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탄기?'
오히려 공격한 놈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물러난 것이다.
철사장을 통해서 반탄기의 이해도를 높인 그는 그 모습에 놀랐지만, 지금은 그럴 것을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크아아!"
뒤에 있던 슬로얀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수하들의 발톱에 공격을 허용하며 피를 보인 놈의 모습에 기회라고 여긴 것이다.
다른 놈들과 확연히 다른 움직임에 강준우는 곧장 손을 뻗었다.
쉬이익. 채앵. 채앵.
일섬을 더한 무영검이 보이지도 않게 날아갔지만, 슬로얀은 그의 공격을 받아냈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며 공격을 쳐내고 흘려내며 거리를 좁혀왔다.
다른 놈들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히기 위해서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며 발톱을 휘둘러댔다.
채재쟁.
곳곳에서 날아드는 예리한 공격들.
가장 경계해야 할 놈은 슬로얀이라는 놈이었지만, 다른 공격들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힘들겠는데?'
계속 밀려나느니 기선을 제압하는 게 중요했다.
무엇보다 슬로얀이라는 놈을 쓰러뜨리는 게 먼저였다.
마음을 굳게 먹은 강준우는 그대로 천마신공을 끌어올리며 바닥을 찍었다.
쿠웅.
천마군림보의 힘이 주변으로 퍼져나가자 웨어 울프들이 멈칫거렸다.
놈들의 공격이 멈춘 것을 확인한 그는 그대로 검격을 뿌렸다.
'흐읍!'
천마기멸격이었다.
빠르게 휘둘러지는 검이 허공을 벴다.
검신에 어린 유형화 된 기운이 반원처럼 빈 공간을 가득 채웠다.
"아우우우!"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슬로얀이 크게 소리치며 주변에 있던 웨어 울프들을 일깨웠지만, 그의 공격은 이미 펼쳐진 이후였다.
공간이 잘려나갔다.
허공을 가득 채운 반원의 검기가 그대로 주변을 휩쓸었다.
쉬이익. 콰과과광. 콰과광.
커다란 굉음과 함께 인근이 초토화됐다.
당연히 그 위력에 휩쓸린 웨어 울프들은 무사할 수 없었다.
검기에 몸이 잘린 놈들의 수급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바닥과 부딪치며 폭발한 검기에 몸이 찢겨 나갔다.
'후우. 후우.'
드러난 광경은 처참했지만, 슬로얀이라는 놈은 건재했다.
간신히 버티고 선 놈의 싸늘한 눈빛이 강준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크아아."
그런 놈을 향해 다가오는 강준우의 모습에 슬로얀은 마지막 공격을 쏟아냈다.
그대로 포효하며 입을 벌리자, 강력한 공격이 날아들었다.
채앵. 콰앙.
회심의 일격이었지만, 강준우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 했다.
이미 파이칸이라는 놈을 처리하면서 확인한 공격이었다.
불시에 이루어진 공격이라면 낭패를 면치 못할 수법이었지만, 이미 이런 공격을 알고 있는 그에게는 위협이 되지 못 했다.
나름 작정을 하고 날린 공격이 허무하게 막히자, 슬로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그의 눈에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강준우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쉬이익. 푸욱.
[상급 전사 슬로얀을 처치했습니다. 5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만월의 축복을 획득하였습니다. 가지고 있는 동일한 능력으로 만월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만월의 축복이 2성으로 올라섰습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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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