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6화
<험악한 단련>
다행히 놈을 쓰러뜨렸지만, 아직도 스무 마리 남짓의 웨어 울프들이 남아 있었다.
남은 내공을 확인한 그는 아직도 숨이 붙어 있는 놈들을 처리했다.
푸욱. 푸욱.
[웨어 울프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웨어 울프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크르르르."
스스럼없이 동료들을 마무리 짓는 그의 모습에 남아 있던 웨어 울프들이 적의를 드러냈다.
전과 다르게 놈들은 신중하게 움직였고, 강준우는 그 모습을 확인하며 내공을 끌어 올렸다.
'흐읍!'
만월의 축복을 이용해서 베인 곳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싸우는 과정에서 다친 곳에 기운을 흘리자, 벌어졌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2성에 오른 만월의 축복이 순식간에 그의 상처를 치료했다.
그에게서 익숙한 기운이 흘러나오자, 주변에 모여 있던 웨어 울프들의 눈이 커다래졌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았다.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움직여야 하나?'
아직 여력은 충분했다.
많은 내력을 쏟아 부으면서 슬로얀이라는 상급 전사를 처리했지만, 만월의 축복이 오르면서 부족한 체력이 더 늘어난 느낌이었다.
내공이야 단약이나 영약으로 채우면 될 일이었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건곤대나이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었지만, 그는 걸음을 멈췄다.
신성수라는 곳 근처에는 대전사라는 놈이 남아 있었다.
금빛 털을 가진 놈을 상대하는 게 쉬워 보이지만은 않았다.
'정상일 때 부딪쳐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마당에……'
잠깐 고민하던 그는 단약을 입에 넣으며 남은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선 이곳에 있는 놈들을 처리하고, 기다리고 있는 임창현과 무리들에게 데리고 갈 다른 놈들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콰과광.
내지른 일검에서 피어오른 검기가 주변을 휩쓸었다.
만만치 않은 놈들이 모여 있었지만, 강준우는 거침없이 움직였다.
상급 전사라는 놈도 사라진 마당에 거칠 것이 없었다.
***
"방패!"
뒤에서 들려오는 임창현의 외침에 방패를 든 사람들이 앞으로 나섰다.
콰앙. 콰앙.
그들이 달려드는 웨어 울프들의 공격을 막아내자, 기다리고 있던 마법사들이 강력한 마법을 쏟아냈다.
콰과광. 화르르르.
한데 뭉친 놈들에게 강한 마법이 꽂혔다.
아무리 마법 내성이 강한 놈들이라지만, 수많은 마법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터져나가는 마법에 모여 있는 놈들이 튕겨져 나갔다.
큰 피해를 입은 채, 밀려난 놈들을 향해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무인들이 달려들었고, 공격을 뿌리며 놈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퍼엉. 퍼엉.
유키코는 나름 이 상황에 만족했다.
비록, 상대하는 놈들의 수가 줄면서 얻게 되는 포인트도 줄었지만, 충분히 안정적인 사냥이 가능했다.
"2선은 그만 물러나!"
"많이 아쉬운데."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그녀는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했다.
"다음에 기회가 더 오겠죠."
"……."
그런 그녀의 모습에 옆에 있던 자가 웃음을 보이며 말을 이어갔고, 유키코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섰다.
그런 그들을 대신해서 앞에서 공격을 막아냈던 자들이 움직였다.
그들 역시 작지 않은 힘을 가진 자들이었다.
비록, 방패를 들면서 달려드는 놈들을 막아내는 역할이었지만, 그들 역시 뒤에 있던 무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콰앙. 콰과광.
남은 놈들은 마법과 무공에 휩쓸린 놈들이었다.
겨우 목숨이 붙어 있는 놈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상대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5분간 휴식!"
짧은 시간 싸웠던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린 임창현의 표정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사람들 수가 늘어나면서 놈들을 상대하는 게 더 쉬워졌어."
"그만큼 얻는 포인트도 줄어든 것 같습니다."
"불만이 많은가?"
"조금 더…… 많은 놈들을 상대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야 할까?"
"그렇다고 무작정 들어갈 수도 없지 않습니까?"
주변에 퍼져 있는 웨어 울프들을 생각하면 무작정 들어갈 수도 없었다.
이미 고블린이나 오크들을 통해서 놈들도 꽤나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조금 느리더라도 신중히 움직여서 희생을 줄이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그 강준우라는 사람이 웨어 울프들을 몰고 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따로 움직인 것 같기는 한데. 아직 아무 소식도 없네."
"그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이번에도 비슷한 역할을……"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있을 것 아닌가?"
"그에게 그런 중요한 놈을 맡긴다라. 슬슬 중대장님께서도 힘을 키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글쎄. 사람마다 다른 쓰임새가 있겠지. 나는 이렇게 움직이는 게 좋은 것 같네."
"……."
임창현의 말에 그는 말을 아꼈다.
별다른 욕심을 보이지 않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런 임창현 때문에 이렇게 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그들도 휴식을 취했다.
아직 제대로 된 힘을 쓰지는 않았지만, 다시 싸움을 하려면 힘을 비축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웨, 웨어 울프다!"
"웨어 울프?"
누군가의 외침에 자리에 앉아 있던 그들이 곧바로 일어났다.
이어질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미미하게 떨려오는 바닥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두두두두.
"뭐, 뭐야? 이게 무슨 소리야?"
"지진인가?"
"이런 곳에서도 지진이 일어난다고?"
아우우우.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
뭔가를 쫓는 웨어 울프의 울음이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임창현은 어리둥절해 하는 일행들을 일깨웠다.
"정신 차려! 준비 해."
"저, 전투 준비!"
알 수 없는 현상에 그들은 긴장하며 전방을 주시했다.
울림은 점점 커져왔고, 묘한 긴장이 주변을 휘감았다.
파앗.
그러던 그때, 수풀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앞을 경계하던 자들이 다급히 방패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나타난 자는 그들이 생각하던 웨어 울프의 모습이 아니었다.
"주, 준우?"
앞에서 방패를 들어 올린 권우철은 나타난 그의 얼굴을 확인하며 깜짝 놀랐다.
강준우는 그런 권우철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뭐야? 네가 왜 거기에서 나와?"
"준비 해!"
"미, 미친!"
권우철은 자신을 뛰어넘어가는 강준우의 모습에 절로 욕설을 토해냈다.
그가 튀어나왔던 곳으로 웨어 울프들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타난 놈들의 수 였다.
처음에 신성수에서 도망갔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임창현이 이끄는 사람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몰려오는 놈들은 지금까지 그들이 상대한 놈들과 왠지 달라 보였다.
"웨어 울프다!"
"뭐가 저렇게 많아?"
"마, 막아!"
콰아앙.
강준우를 쫓던 웨어 울프들이 그대로 방패를 든 그들을 덮쳤다.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충격이 전해졌다.
권우철은 이를 악물며 버텼고, 남은 사람들도 사력을 다했다.
이 상황에서 그들이 뚫린다면 전멸까지 걱정해야만 했다.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자들은 가진 힘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놈들을 막아 세웠고, 당황한 임창현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마, 마법! 마법을 날려!"
"마법!"
그들의 외침에 백선화가 먼저 웨어 울프들을 노렸다.
화르르르.
캐스팅이 필요 없는 정령 마법이었다.
이제 하급으로 올라서 샐러맨더가 나타나며 불길을 토해냈다.
강한 불길에 웨어 울프들이 울부짖었고, 다시 강한 마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파이어 월!"
화르르르.
김연희는 곧장 파이어 월을 펼치며 수많은 웨어 울프 무리들을 나눴다.
적절한 그녀의 조치에 웨어 울프들의 기세가 꺾여나갔다.
그런 놈들에게 강력한 마법이 꽂히기 시작했다.
비교적 안전한 곳에 있던 그들이 캐스팅한 마법을 날리자, 강한 폭발이 달려들던 웨어 울프를 뒤덮었다.
콰과광. 콰과광.
폭발에 휩쓸린 곳이 순식간에 초토화됐지만, 아직도 많은 놈들이 남아 있었다.
몰려드는 놈들은 더욱 그 수를 불렸고, 놀란 임창현이 강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그냥…… 쫓아오는 놈들을 그냥 데리고 온 거라서요."
"……."
아무리 놈들을 몰고 왔다지만, 수가 너무 많은 것 같았다.
조금만 잘못하면 이대로 모두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직접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정 하사! 파이어 월!"
"자, 잠깐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차례 거친 공격을 막아냈다지만, 놈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문제는 웨어 울프라는 놈들이 한 방향으로만 달려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놈들은 방패를 든 놈들을 피해서 빈 공간을 파고들었고, 임창현은 그런 놈들을 막아내기 위해서 놈들의 앞을 막았다.
그는 그대로 바닥을 박차며 뛰어 올랐다.
쿠웅.
바닥으로 내려선 임창현이 크게 발을 구르자 굉음과 함께 바닥이 흔들렸다.
큰 진동이 주변으로 퍼져나갔고, 인근에 있던 웨어 울프들의 몸이 휘청거렸다.
"후우. 후우."
순간 강한 힘을 쏟아낸 그는 다시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마법!"
쉬이익. 콰과광.
다시 꽂히는 마법에 남아 있던 자들이 쓸려 나갔다.
"빈자리는 무인이 채우세요!"
그는 폭발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사람들을 일깨웠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웨어 울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뒤따르는 무인들이 그를 도왔고, 그들은 사방에서 달려드는 웨어 울프들을 상대했다.
콰앙. 콰앙.
그들 역시 많이 놀랐지만, 넋 놓고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미 강한 마법이 모여든 놈들을 휩쓸었다는 점이었다.
맷집이 강한 놈들인 만큼 그 공격에도 버티는 놈들이 존재했지만, 이어지는 그들의 공격에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허억. 허억."
짧은 순간 많은 힘을 쏟아낸 그들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하지만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아우우우우!
뒤에 남아 있던 놈들 중에 누군가가 크게 울부짖었다.
동료를 부르는 그 외침에 남아 있던 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을 가질 겨를이 없었다.
"오, 온다! 또 와!"
"시발! 도대체 얼마나 끌고 온 거야?"
"막아! 욕할 시간이 방패나 들어!"
누군가가 강준우를 욕했다.
정도라는 게 있었지만, 놈은 그 정도를 모르는 것 같았다.
"허억. 허억."
"괜찮아요?"
"도대체 저 놈들을 어떻게……"
"신성수라는 곳 근처로 가니까 알아서 따라오더군요."
"……."
"많이 부족하다고 하셨잖아요?"
말문이 턱 막혀왔지만, 지금은 뭐라고 할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거의 그들의 수에 가까운 놈들을 상대한 것 같았다.
그저 열대여섯 마리를 상대할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놈들은 모이면 모일수록 더 강한 힘을 끌어냈다.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여럿이 더 나을 수밖에 없었다.
동료가 위험하다 싶으면 대신 공격을 받아 내거나 공격을 감행하면서 서로를 도왔다.
그렇다고 놈들이 단순하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다.
지능이 있는 놈들은 빈틈을 파고들면서 마법사들을 노렸다.
다른 무인들보다 마법사를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꺼져!"
쉬이익. 콰과광. 콰과광.
그런 놈들에게 다이스케의 매직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여러 웨어 울프들에게 날아가는 매직 미사일은 견제의 성격이 강했지만, 그래도 작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남은 마법사들은 그 사이 캐스팅을 이어갔고, 몇몇 무인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때, 한 사람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마법으로 반대쪽 길을 막아요."
"아, 알겠습니다."
강준우의 말에 파이어 월을 준비하던 정 하사는 곧바로 그의 반대쪽으로 파이어 월을 펼쳤다.
그런 식으로 진입로를 막는다면 웨어 울프들의 움직임을 제약하고 정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사이, 앞으로 나선 강준우는 마법사를 노리는 놈들을 상대했다.
쉬이익. 푸욱.
"뭐, 뭐야?'
가볍게 어깨를 털 때마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웨어 울프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주, 죽은 거야?"
"미친. 그냥 쳐다보니까 죽은 거지?"
"그게 말이 되냐? 움직였어!"
"우, 움직여? 언제?"
"그냥 지켜 봐. 우리는 저쪽에 있는 놈들만 상대하면 될 것 같으니까."
"……."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강준우가 웨어 울프들에게 근접하면 놈들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뭐야? 시발! 패왕색 패기야?"
보고도 믿기지 않은 모습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강준우는 압도적인 힘을 내보였다.
눈에 보이지 않은 빠른 검격.
어느 정도 내공을 회복한 그는 빠르게 웨어 울프들을 처리해 나갔다.
따로 마법사들을 노린 놈들이라 그 수가 많지 않았지만, 잠깐 드러낸 그의 모습만으로도 그의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도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사, 상급 전사다! 웨어 울프 상급 전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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