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07화 (107/254)

제 107화

<험악한 단련>

"아우우우!"

울부짖는 놈의 목소리에는 마력이 담겨 있었다.

자리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피어에 어느 정도 대처를 할 수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놈의 등장에 몇몇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 했다.

일부는 그대로 굳어버린 채 당혹스러워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런 그들을 지켜줄 동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이었다.

움직임을 멈춘 모습에 방패를 든 자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확실히 체계가 잡힌 건가?'

예전이라면 당연히 도망가거나 뒤로 물러났을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강준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확실히 성장을 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그 순간 놈이 움직였다.

먼 거리를 뛰어넘은 그는 곧장 팔을 휘두르며 앞에 있는 사람들을 후려쳤다.

콰앙.

놈의 일격에 방패를 들어 올린 사람이 튕겨져 나갔다.

그 역시 나름 힘을 주며 버텼지만, 상급 전사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확실히 다른 웨어 울프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름값을 하는 놈의 괴력에 근처에 있던 자들이 움찔거렸다.

지금까지 상대한 놈들과는 다른 모습에 겁을 집어 먹었지만, 그때 권우철이 나서며 놈을 가로막았다.

"크르릉."

그런 권우철의 행동에 상급 전사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다시 한 번 앞발을 휘둘렀다.

콰앙.

길게 늘어난 발톱이 그대로 권우철의 방패를 후려쳤다.

그대로 방패가 꿰뚫려도 이상할 모습이 아니었지만, 신성력이 깃든 방패는 놈의 발톱을 막아냈다.

'크윽.'

그래도 충격을 모두 떨쳐낼 수 없었던 그는 비틀거렸고, 놈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크앙!"

다시 괴성을 토해낸 놈이 권우철의 옆구리를 노렸다.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어느새 상급 전사의 손톱에는 진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검기와 닮아 있는 힘이었다.

절묘한 순간에 날아든 공격에 권우철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웨어 울프의 앞발이 바닥으로 향했다.

쉬이익. 콰앙.

갑자기 솟아오른 돌기둥에 놈은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쳐낸 것이다.

백선화였다.

뒤에서 지켜보던 그녀가 곧바로 정령을 불러내며 그를 도왔고, 그 사이 유키코가 튀어나오며 웨어 울프를 향해 장력을 뿌렸다.

"하아!"

투명하게 변한 손에서 시린 기운이 터져 나왔다.

주변을 얼릴 듯이 날아간 새하얀 장력이 그대로 상급 전사를 후려쳤다.

콰앙.

강맹한 위력에 놈의 양 팔에 새하얀 서리가 내려 앉았지만, 놈은 어렵지 않게 그 충격을 떨쳐냈다.

"크아아!"

오히려 포효하는 놈의 모습에 권우철이 다시 놈의 앞을 가로막았다.

위태로운 그들의 모습에 김연희가 곧장 강준우를 찾았다.

"어, 어떻게든 해 봐."

"나는 따로 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무슨 일? 지금 두 사람이 위험하다고!"

"한 놈이 아니거든."

"…… 뭐?"

"상급 전사라는 놈. 아무래도 남은 한 놈이 지금 도착한 것 같아."

"미친!"

아우우우.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자리한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 소리에 담긴 마력이 상대의 정체를 알려왔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상급 전사 야프라이의 마력을 이겨냅니다.]

"시발! 도대체 몇 놈이나 더 있는 거야?"

"이대로는 전멸할 각인데?"

"가, 강준우 씨! 어떻게 좀 해 보세요!"

뒤에서 마법을 캐스팅하던 정 하사가 다급하게 그를 찾았다.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다급하게 외치는 그의 말에 강준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남은 놈은 제가 상대하죠."

"아, 알았어요. 부탁드리죠."

말을 마친 그는 곧장 바닥을 박차며 남은 상급 전사를 향해 움직였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그의 모습에 김연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미친놈! 무슨 개수작이지?'

강준우가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짓을 저지를 리가 없었다.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다른 계산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짓을 벌인 건 확실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연희는 의심을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을 이어갈 겨를이 없었다.

"뭐하고 있어? 너도 도와!"

"아, 알았어."

유키코가 상대하는 상급 전사는 여전히 건재했고, 놈과 함께 움직인 웨어 울프들도 많이 남아 있었다.

김연희는 세 사람과 함께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고, 유키코와 권우철이 상급 전사를 묶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창현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며 사람들을 일깨웠다.

"전열을 갖춰!"

"저, 전열을 갖춰요."

그의 말에 놀란 사람들이 다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전열을 정비시킨 임창현은 앞에 있는 유키코와 권우철을 향해 소리쳤다.

"그놈은 두 사람에게 맡기죠. 괜찮나요?"

"힘들어요. 힘을 많이 소진한 상태라서……"

"그럼 남은 네 사람도 함께 저놈들을 상대해 주세요. 가능할까요?"

"아, 알았어요."

그는 강준우와 함께 움직인 여섯이 상급 전사를 상대하게 만들었다.

남은 사람들은 웨어 울프를 중점적으로 상대할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역할이 나뉘었고, 유키코와 권우철은 일부러 상급 전사를 유인했다.

놈을 돕기 위해서 다른 웨어 울프들이 움직였지만, 놈들은 임창현을 비롯한 다름 사람들이 가로막았다.

"내가 놈을 상대할 게."

"아, 알았어. 나는 뒤에서 남은 네 사람을 보호할 게."

이미 상급 전사를 상대한 전적이 있던 유키코였다.

전과 비교해보면 상황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곧장 내공을 끌어 올리며 놈을 상대했다.

권우철은 뒤로 물러나며 김연희를 비롯한 네 사람의 앞을 막았다.

"괜찮을까?"

"괜찮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준비해 둬. 선화, 네가 여차하면 끼어들어서 도움을 줘."

"알았어."

그들이 따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유키코가 밀린다 싶으면 조금씩 상급 전사의 시선을 묶는 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나마 정확성이 높은 다이스케가 매직 미사일로 그녀를 도왔다.

백선화는 수시로 상급 전사의 발목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노움만으로는 놈을 묶을 수 없었다.

콰앙. 콰앙.

연신 터져 나오는 굉음에 주변이 휩쓸렸다.

그들이 고전하는 만큼, 임창현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고전을 면치 못 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연희는 유키코를 향해 소리쳤다.

"유키코! 잠깐 뒤로 빠져!"

"왜? 무슨 일이야?"

"선배. 선배가 잠깐 저놈을 맡아 줘."

"내가? 뭘 하려고?"

"헤이스트! 유키코한테 헤이스트를 걸어주려고."

"……."

따로 공격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라도 도움이 되는 게 나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런 그녀의 생각이 나쁘지 않았다.

"홀리 쉴드! 홀리 웨폰!"

권우철은 곧장 신성력을 두르며 그녀의 자리를 대신했고, 뒤늦게 물러난 유키코는 김연희의 마법을 받으며 깜짝 놀랐다.

"이, 이건?"

"헤이스트야. 당분간은 수월하게 싸울 수 있을 거야."

"아, 알았어."

달라진 몸 상태를 확인한 유키코는 다시 상급 전사와의 거리를 좁혔다.

일전에는 수월하게 상대한 놈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내공을 소진한 만큼 공격을 받아내는 게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공격을 받아낼 필요가 없었다.

'뭐, 뭐야? 완전히 다른 세상 같잖아?'

그저 마법 하나를 더했을 뿐이었는데 그녀의 움직임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날아오는 상급 전사의 발톱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였고, 느리게 느껴졌다. 상대적으로 빨라진 몸에 그녀는 수월하게 놈의 공격을 피하며 장력을 꽂아 넣었다.

콰앙. 콰앙.

계속해서 놈을 몰아붙일 수 있었다.

다만, 제대로 치명적인 공격을 가할 수 없었다.

꽤나 많은 공격을 쏟아부을 수 있었지만, 그만큼 놈은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

"후우. 후우."

"뒤로 물러나서 호흡을 골라."

"아직은 괜찮아!"

자신을 걱정하는 권우철을 뒤로한 유키코는 다시 웨어 울프를 향해 공격을 쏟아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장력을 날리고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헤이스트가 끝났다.

"크아아!"

상급 전사의 공격에 배는 빠르게 느껴졌다.

날아드는 공격도 문제였지만, 반응하는 스스로의 몸이 느려지자, 유키코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촤아악.

"아악!"

"유키코!"

놀란 그들이 크게 소리쳤다.

커다란 상흔을 남긴 유키코는 그대로 튕겨져 나갔고, 놈은 마저 그녀를 끝내려는 듯이 바닥을 박찼다.

쿠웅.

하지만 권우철이 그런 상급 전사를 밀어냈다.

방패를 휘두르며 놈의 주의를 끌었고, 놈은 귀찮다는 듯이 팔을 휘두르며 그를 떨쳐냈다.

콰앙.

굉음과 함께 권우철의 몸이 밀려났지만, 그는 그 공격을 버티며 곧장 신성력을 쏟아냈다.

"힐!"

쓰러진 유키코의 몸에 시린 빛이 흘러들어갔다.

그 와중에도 힐을 사용하는 권우철의 행동이 상급 전사라는 놈에게는 눈엣가시로 느껴졌는지 놈은 더 큰 힘을 토해냈다.

"크아아!"

흥분한 놈의 입이 크게 벌려졌다.

그와 함께 강한 기운이 입으로 몰렸다.

처음 접하는 광경에 놀란 권우철이 그대로 굳었고, 모두의 눈이 커다래졌다.

쐐에엑.

"선배!"

놀란 김연희의 외침이 뒤를 잇자, 권우철은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아앙.

하지만 웨어 울프의 공격은 전방에서 터져 나갔다.

"괜찮아?"

"주, 준우냐?"

"뒤에서 기다리고 있어."

일양지를 날리며 공격을 상쇄시킨 그는 곧장 웨어 울프를 향해 달려들었다.

회심의 공격을 받아낸 그의 모습에 상급 전사의 몸이 움찔거렸지만, 놈은 예의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며 강준우를 노렸다.

채앵. 채앵.

하지만 그의 공격은 강준우에게 닿지 않았다.

번뜩이는 섬광이 그의 손톱을 쳐냈다.

강준우는 계속해서 검격을 뿌리며 놈의 공격을 받아냈고, 은밀하게 귀음신장을 날리며 피해를 중첩시켰다.

"크으아아!"

점점 무거워지는 몸에 상급 전사는 크게 포효했다.

피어로라도 그를 묶을 생각이었지만, 강준우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는 발을 내디디며 상급 전사를 압박해 나갔다.

쿠웅. 쿠웅.

가벼운 발걸음이었지만, 천마군림보의 힘이 담겨 있었다.

그 영향권에 든 상급 전사의 몸이 움찔 거렸다.

바닥을 타고 흘러드는 기운에 놈이 비틀거렸고, 강준우는 그런 놈을 향해 검격을 부렸다.

쉬이익. 푸욱.

몸 안을 파고드는 낯선 기운에 저항하던 상급 전사의 몸이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지금까지 힘겹게 상대하던 놈 치고는 너무나 허무한 죽음이었다.

"아이 씨! 내가 다 잡은 건데!"

"마저 다 잡지 그랬냐?"

"…… 너는 안 잡아도 충분했잖아?"

유키코는 억울하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녀를 무시했다.

그가 상급 전사를 처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황이 정리됐다.

데리고 온 웨어 울프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고, 그들을 상대했던 사람들 역시 바닥에 주저앉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힘겨운 싸움이었다.

그들이 지치는 건 당연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중대장님."

"……."

"중대장님? 어디 다치신 곳이라도?"

"어? 아, 아니야. 아니네. 고생했네."

"……."

임창현은 왠지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 하사는 뒤늦게 그의 시선을 좇았다. 그리고 그가 넋을 놓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강하더군요. 저 사람."

"그, 그래. 강하더군."

"…… 쉬십시오. 다른 사람들도 쉴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 그래."

임창현은 정 하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시선이 강준우에게 향했다.

'조금 전에 그 무공…… 천마군림보였는데.'

상급 전사를 상대하면서 사용한 공격은 그도 잘 알고 있는 무공이었다.

천마군림보.

바닥을 통해서 상대의 몸속으로 자신의 기운을 흘리는 상승 절기였다.

그 무공을 가지고 있는 임창현이 강준우가 사용한 천마군림보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가 펼치는 것과는 다르게 꽤나 능숙하면서도 강한 위력을 내보이는 것 같았다.

'천마군림보를 익힌 사람이라.'

강준우의 무공을 확인한 임창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런 그와 다르게 김연희는 다른 이유로 강준우를 붙잡고 늘어졌다.

"너 일부러 그랬지?"

"무슨 소리야?"

"아무리 유인을 한다고 해도. 아무 생각 없이 저렇게 많은 놈들을 데리고 올 리가 없잖아?"

"……."

"뭐야? 이유가 뭔데?"

김연희는 반드시 그 이유를 듣겠다는 듯이 집요하게 그를 쫓았다. 그리고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귀찮다는 듯이 답했다.

"그래야 다음부터 안 시키지."

"…… 뭐?"

"나중에 또 시킬 것 같더라고."

"……."

생각지도 못한 답에 김연희는 말문이 막혀왔다.

자신도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강준우도 정상이 아닌 게 분명했다.

"저 미친놈."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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