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17화 (117/254)

제 117화

<예상을 벗어난 일들>

지쳐 쓰러진 여성 뱀파이어를 가지고 노는 듯한 강준우의 모습.

든든하게 느껴졌던 그의 모습이 달라보였다.

환한 미소를 머금은 강준우의 표정이 오히려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런 다이스케의 감정과는 별개로 강준우는 뿌듯함을 느꼈다.

결국, 목표했던 바를 이룰 수 있었다.

'이제 흡기공을 배울 수 있는 건가?'

10성으로 올라선 착과 흡기라는 무리의 단초.

S등급에 있는 흡기공이라는 무공을 배울 조건이 갖춰졌다.

천마흡기공이라는 등급 외의 무공을 배우기 위해서는 흡기공을 10성까지 올릴 필요가 있었다.

이제 겨우 첫발을 뗀 것이다.

강준우는 곧바로 상점창을 확인하며 흡기공을 살폈다.

흡기공(吸氣功).

상대의 기운을 갈취하여 흡수할 수 있는 마공.

성취가 높아질수록 갈취할 수 있는 기운이 늘어난다.

다른 기운이 때로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기의 운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상대의 기운을 갈취할 수 있는 무공.

권현수가 사용했던 그 무공이 분명했지만, 막상 배우려고 하자 쉽게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때로는 독이 된다? 내기의 운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충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이런 흡기공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아직 흡기공의 힘을 확인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위험할 것 같았지만, 위력은 확실할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사용한 S등급의 무공은 모두 그 등급에 걸맞은 위력을 내보이고 있었다.

'천마신공이라면 부작용을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천마흡기공이라는 무공이 따로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모든 마공의 원류가 되는 무공이 바로 천마신공이었다.

다른 마공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천마신공이라면 그런 부작용도 이겨낼 수 있을지 몰랐다.

잠깐 고민하던 그는 과감하고 흡기공을 익혔다.

이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 그 많던 하급 뱀파이어들을 학대하면서까지 착을 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 이상 포인트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공을 익힌 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 주변을 둘러봤다.

'따로 시험을 해볼 상대가…… 없을까?'

짧은 순간, 다이스케에게 시선이 머물렀지만, 그에게서 이 무공을 시험할 수는 없었다.

'왜 나를 쳐다보는 거지?'

왠지 섬뜩한 눈빛에 다이스케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생각에 강준우의 눈치를 살피던 그가 뒷걸음질을 쳤고, 그 모습을 바라본 강준우는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렇게 눈치가 빨랐던 놈인가?'

그저 눈빛만으로도 의도를 읽은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응? 뭐, 뭐라고?"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냐고?"

"그, 글쎄. 여기 오니까 나 혼자였어.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어!"

"……."

아무래도 선택이 엇갈린 것 같았다.

어쩌면 권우철의 신성력이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흐음. 마법사라. 그것도 매직 미사일만 날리는 놈이라면……"

"다른 마법도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앞으로 함께 움직일 사람이었다.

그것도 마법사였다. 문제는 따로 그를 지켜줄 사람은 없다는 점이었다.

이런 다이스케까지 돌보면서 움직인다는 것은 귀찮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안면이 있는 놈을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었다.

'뱀파이어라는 놈들 하는 짓을 보면……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던데.'

멀리 보이는 고성과 가까워질수록 다른 사람들과 만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들과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지금까지 본 뱀파이어들의 행태로 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서로에 대한 불신일 것 같았다.

그런 상황이라면 다이스케가 도움이 될 지도 몰랐다.

자신만만해 하는 그 모습에 강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매직 미사일만으로도 충분히 강한 힘을 내는 놈이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자신감을 내비칠 것 같지는 않았다.

"우선 주변을 살펴보자. 다른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

"아, 알았어."

자신만만해 하는 그를 뒤로한 강준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은 다이스케처럼 같은 선택지를 고른 사람을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무엇보다 흡기공이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게 중요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뱀파이어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두 명의 하급 뱀파이어는 역시나 다른 사람들과 쉽게 구분이 가지 않았다.

마력이라는 다소 독특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곳에 온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내공이나 정령력, 마나로 불리고 있었지만, 근원적인 힘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이었다.

쉽게 구분이 되지 않았다.

"캬아! 죽어라."

그나마 차이가 있다면 유난히 뾰족한 송곳니겠지만, 볼 때마다 이를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설픈 수작이 통하지 않자 놈들은 곧바로 달려들었다.

검신이 얇은 검을 앞세운 한 놈은 거리를 좁히며 강준우를 노렸고, 남은 한 놈은 뒤에 있는 다이스케를 향해 달려들었다.

"매직 미사일! 십이 연발!"

쉬이익. 콰과광.

전보다 성장한 그는 어렵지 않게 놈을 막아냈다.

12개의 구체가 달려드는 하급 뱀파이어를 두드렸다.

강한 충격에 놈이 밀려나며 휘청거렸고, 다이스케는 곧바로 12개의 매직 미사일을 다시 만들어내며 계속해서 놈을 공격했다.

'마법 한 번 무식하네.'

무식하다는 표현이 정확히 어울렸다.

여러 놈을 상대하면서 견제용으로 사용했던 매직 미사일이 한 곳에 집중되자, 상당한 위력을 내보였다.

그의 말마따나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충분할 것 같았다.

다이스케를 뒤로한 강준우는 앞에 있는 당황한 뱀파이어를 바라봤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펼칠 수 있을 정도로 착이 완숙에 이른 상태였다.

딱 달라붙은 검신에 하급 뱀파이어는 황당해했고, 상대의 무기를 묶은 그는 곧장 상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크아아!"

그가 다가오기 무섭게 하급 뱀파이어는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대로 물어뜯으려는 듯한 모습에 강준우는 움찔거리며 놈의 목을 틀어쥐었다.

"커억!"

다른 곳을 붙잡을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흡기공을 사용할 수 없었다.

오히려 놈에게 물리면서 피를 빼앗길 것 같다는 생각에 곧장 방법을 달리하며 상대의 몸을 두드렸다.

타다닥.

그는 순식간에 상대의 혈도를 점했다.

일전에 얻은 점혈을 이용하며 하급 뱀파이어의 움직임을 제약할 생각이었다.

'된 건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종족에게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뱀파이어에게는 점혈을 사용하는 게 처음이었다.

조심스럽게 상태를 살피던 그는 눈동자를 굴리는 뱀파이어를 확인하며 안도했다.

다른 종족에 비해서 소진한 내공이 더 많아진 것 같았지만, 일전에 성취를 끌어올렸던 만큼 효과는 확실한 것 같았다.

"크르르."

갑자기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한 놈이 괴상한 소리를 내질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그를 뒤로하고 뒤에 있는 다이스케를 바라봤다.

콰과광. 콰과광.

계속해서 거리를 유지한 채, 날려대는 매직 미사일.

하급 뱀파이어는 그를 잡기 위해서 최대한 몸을 비틀며 거리를 좁히려고 했지만, 수십 발의 매직 미사일을 막아낼 수 없었다.

"크윽. 덤벼라!"

"지금 덤비고 있잖아?"

"으아아아!"

그런 다이스케가 얄미웠는지 하급 뱀파이어는 광분하며 돌격했다.

그대로 무기를 휘두르며 매직 미사일을 쳐냈지만, 다이스케가 날리는 매직 미사일의 움직임이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콰앙. 퍼엉. 콰앙.

마치 유도 미사일처럼 그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매직 미사일 장인.

그 말이 딱 맞아 떨어졌다.

비록, 낮은 마법이었지만, 마법 자체가 강한 위력을 내보이고 있었다.

부가적인 것들도 익혔는지 위력이 낮지 않은 것을 보면 하급 뱀파이어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이스케에 대한 걱정을 떨쳐낸 그는 다시 앞에 있는 뱀파이어에게 집중했다.

불안한 듯이 눈동자를 굴리는 놈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무슨 짓이냐?"

"……."

강준우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놈의 목을 틀어쥐며 가만히 흡기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파츠츠츠.

하급 뱀파이어의 마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마력이 움직이자, 놈은 당황한 눈으로 강준우를 바라봤다.

"머, 멈춰! 무슨 짓이냐?"

"……."

다급한 목소리였다.

불안함이 가득했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흡기공을 계속 이어갔다.

파츠츠츠.

상대의 마력이 그의 손바닥으로 모여들었다.

마주한 손바닥을 타고 조금씩 기운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흐음.'

이질적인 낯선 기운이 조금 꺼림칙했지만, 그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어차피 흡기공을 10성까지 끌어올려야만 했다.

여기에서 멈출 생각이었다면 그 고생을 하면서 다른 무공의 성취를 올릴 이유가 없었다.

천천히 기운을 뽑아내는 강준우의 표정이 점점 찌푸려졌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낯선 기운의 반발을 막아냅니다.]

'천마신공!'

다행히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흡기공의 피해를 막아낼 수 있는 것 같았다.

기맥을 타고 흐르는 상대의 마력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했고, 낯선 기운을 움직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가만히 흡수한 기운을 가늠하던 그는 흡기공을 멈추며 빨아낸 기운을 이용해서 무공을 펼쳤다.

쐐에엑. 콰앙.

손가락을 통해서 빠져나간 힘이 강한 폭발을 내며 바닥을 때렸다.

'일양지의 위력이…… 더 강해졌잖아?'

평소에 그가 사용하던 일양지보다 더 강한 위력을 보였다.

흡수한 낯선 기운은 그가 가지고 있던 기운과 그 성질이 달랐다.

조금 더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거친 기운은 펼쳐낸 무공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았다.

흡수한 기운으로도 무공을 펼칠 수 있고, 그 위력도 더 강해졌다는 것은 만족할 만한 일이었지만, 몸속에 남아 있는 낯선 기운을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었다.

'찌꺼기 같은 게 남는 건가?'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작정을 하고 기운을 내보내면 가능할 것도 같았지만, 그 자리에서 내공을 모두 쏟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천마신공이라고 완벽할 수는 없는 건가?'

즉각적인 효과를 보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흡기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무엇보다 기운을 빼앗긴 상대 역시 무사하지 못 했다.

"크으으. 네놈이 어떻게 우리 일족의 힘을……"

"미친. 기운을 흡수하면 다 흡혈귀냐?"

"네놈이 어떻게…… 흐읍!"

당황한 하급 뱀파이어가 황당해하며 소리쳤지만, 마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강준우는 다시 놈의 목을 틀어쥐며 흡기공을 사용했다.

기운을 갈취당한 뱀파이어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눈빛이 흐려지는 놈의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들려오는 익숙한 알림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그 소식이 들려오기 무섭게 빳빳하게 굳어 있던 하급 뱀파이어가 무너져 내렸다.

까만 재로 변하며 사라진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몸 안에 남은 그 기운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기운을 흡수할 수는 없는 건가?'

낯선 기운이었지만, 그 기운을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내공을 더 늘릴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영약을 섭취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일이 쉬워보이지는 않았다.

가만히 그 기운을 가늠하던 그는 떠오른 상념을 떨쳐냈다.

그리고 낯선 시선을 느끼며 시선을 돌렸다.

"왜? 할 말이라도 있어?"

"어? 아, 아니야. 하, 할 말은 무슨……"

뒤에 있던 다이스케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뒤늦게 손사래를 치며 말을 얼버무렸지만, 그는 강준우가 하급 뱀파이어를 처리한 모습을 확실히 목격했다.

'도대체 정체가 뭐야? 뱀파이어라는 놈의 기운을 빨아먹은 것 같던데.'

어쩌면 뱀파이어라는 놈들보다 더한 놈인 지도 몰랐다.

이제는 그런 강준우와 함께 해야만 했다.

'젠장, 그냥 혼자 움직일까?'

당혹스러운 상황에 고민을 했지만, 그런 생각도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뭐해? 안 가?"

"가, 갑니…… 아니, 가! 가야지."

[작품 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