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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18화 (118/254)

제 118화

<예상을 벗어난 일들>

눈을 감은 채, 운기를 이어가던 강준우는 곧 얼굴을 찌푸리며 힘을 갈무리했다.

그리고 몸속에 남아 있는 낯선 기운을 한 손으로 모았다.

그가 사용하던 회색 기운이 아닌 붉은 빛을 띠는 기운이었다.

가만히 그것을 살피던 그는 바닥을 향해 기운을 날렸다.

콰앙.

커다란 굉음을 내며 터져나가는 이질적인 힘.

그 소리에 놀란 다이스케가 곧장 매직 미사일을 펼치며 강준우를 견제했다.

"무, 무슨 일이야?"

"…… 그러는 너는 무슨 일인데?"

"응? 아니, 나는……"

"여차하면 공격할 기센데?"

"그, 그럴 리가!"

강준우의 지적에 그는 급히 매직 미사일을 없앴다.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폈지만, 강준우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아무 일도 없어."

"그럼, 그 소리는 뭔데?"

"……."

"아니. 그냥…… 걱정이 돼서."

썩 좋아 보이지 않는 그의 기분에 다이스케는 다급하게 변명을 이어갔다.

계속해서 강준우와 함께 하고 있었지만, 가시방석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그를 대했다. 하지만 조금씩 실체를 알면 알수록 대하는 게 어려워졌다.

작은 오해도 있었지만, 강준우가 쉽게 가까워지기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다이스케는 강준우의 눈치를 살폈고, 강준우는 흡기공이라는 힘에 고민했다.

'천마신공으로 급한 불을 끌 수는 있는 것 같은데.'

문제는 기맥에 남는 낯선 기운들이었다.

찌꺼기 같은 기운들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진지하게 운공을 이어가야만 했다.

아직 많은 놈들을 상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방법이 아니라면 몸 안에 기운을 남겨야 할 것 같았다.

문제는 그렇게 쌓인 기운들을 제때 떨쳐내지 못한다면 내상으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내상을 입는 것 자체는 경계해야 할 것 같은데.'

다급한 상황에서 부족한 내기를 채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지만, 이후를 생각하면 그렇게 좋은 무공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확실한 장점이 있는 만큼, 명확한 단점도 존재했다.

앞으로 10성까지는 주력으로 사용해야할 무공이었다.

아직 천마흡기공이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무공을 익히기 전까지는 흡기공을 능숙하게 사용해야만 했다.

'어쩔 수 없지. 당분간은 감내해야지.'

상념을 떨쳐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에 남아 있는 찌꺼기들을 모두 뽑아냈으니 다시 움직일 생각이었다.

"다, 다시 움직이게?"

"따로 시간이 필요한 거냐?"

"아, 아니. 그럴 리가!"

"근데 왜 그렇게 더듬는 거야?"

"내, 내가? 아, 아닌데?"

"……."

다이스케의 반응이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다이스케는 우연찮게 알게 된 인연 중에 한 명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콰과광.

다시 움직인 그들은 근처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걸음을 멈췄다.

심상치 않은 위력이었다.

꽤나 강력한 소리와 기세에 강준우와 다이스케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냥 지나갈까?"

"글쎄.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

강준우의 말처럼 그런 상황이 이어지지 않았다.

다시 들려온 굉음과 함께 누군가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튕겨져 나왔다.

꽤나 먼 거리를 밀려온 그는 입에 피를 가득 머금으며 괴로워했다.

"도, 도망…… 크윽."

"……."

제대로 된 말도 건네지 못한 그가 숨을 거뒀다.

재로 변해서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그들과 같은 사람이 분명했지만, 문제는 그런 그를 쫓아온 다른 놈이었다.

"호오. 새로운 놈들이 있었네?"

"……."

입가에 피를 흥건히 묻힌 채로 환하게 웃는 놈의 모습에 강준우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다이스케는 깜짝 놀라며 곧바로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마나를 확인한 자는 즉시 바닥을 박찼다.

파앗.

앞으로 쏘아질 듯이 움직인 놈은 뒤에 있는 다이스케와의 거리를 좁혔다.

순식간에 먼 거리를 따라잡은 놈이 그대로 손을 뻗었지만, 그의 옆에서 날아든 강한 기운이 상대를 튕겨냈다.

콰앙. 쩌정.

"크윽."

위력적인 공격에 놈이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강준우의 주먹은 놈의 앞에서 나아가지 못 했다.

"시, 실드야!"

"실드?"

낯선 자에게 장력이 닿기 전에 투명한 무언가가 깨져나갔다.

뒤늦게 그게 실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힘을 사용하는 상대의 정체였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내보인 움직임만 봐서는 마법사 같지가 않았다.

뱀파이어라고 마법을 사용하는 놈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지만, 앞에 있는 놈은 평범한 마법사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크큭. 역시 마법을 쓰는 놈이라 실드를 알아보는 건가?"

"……."

"네놈이 먼저 죽어라!"

쉬이익.

놈은 대뜸 손을 뻗으며 강준우를 노렸다.

순식간에 튀어나온 검은 구체가 그를 덮치듯 쏟아졌다.

콰과광.

커다란 굉음과 함께 주변이 휩쓸려 나갔고, 놀란 다이스케는 곧장 매직 미사일을 날리며 놈을 견제했다.

그런 그의 공격은 앞에 있는 뱀파이어의 손에 터져나갔다.

퍼엉. 콰과과광.

따로 마법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저 손톱을 앞세우며 날아드는 매직 미사일을 모두 쳐낸 게 전부였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공격이 무력화됐다.

'엄청 강한 놈이잖아?'

다이스케는 앞에 있는 놈이 평범한 놈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도 무사한 강준우의 모습과 함께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에게는 뱀파이어보다 더 뱀파이어 같은 괴물이 함께 하고 있었다.

"하급은 아닌 것 같고. 중급인가?"

"…… ."

"중급은 처음인데. 어떨지 모르겠네."

자신을 가늠하는 상대의 말투에 앞에 있는 뱀파이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엇보다 담담한 그의 말투가 마음에 걸렸다.

앞에 선 뱀파이어는 강준우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도 본능적으로 상대가 평범한 놈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다.

'다크 캐논에도 끄떡없는 놈이라니.'

지금까지 만난 인간들 중에서 가장 강한 것 같았다.

그래도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여차하면 뱀파이어의 권능을 사용하면 될 일이었다.

"하압!"

뱀파이어는 그대로 마력을 끌어 올리며 강준우를 노렸다.

예의 검은 구체가 다시 생겨나며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쉬이익. 콰앙. 콰앙.

이미 겪어본 힘이었다.

이 정도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검기를 날리며 날아오는 검은 구체를 쳐냈고, 상대의 마법이 허공에서 터져나갔다.

하지만 그 폭발이 눈을 가리는 사이, 놈이 손톱을 세우며 거리를 좁혀왔다.

'확실히 평범한 마법사는 아니라는 건가?'

날랜 움직임은 어지간한 무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느새 앞으로 나타난 놈은 손톱을 앞세우며 그의 목을 노렸다.

터엉. 콰앙.

마치 조법을 펼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렵지 않게 공격을 받아내며 반격까지 가할 수 있었지만, 쳐낸 놈의 몸뚱이에서 느껴지는 반발력이 작지 않았다.

따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한 번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힘을 가늠할 수 있었다.

'중급이라는 놈이 절정에 이른 사람들과 비슷한 건가?'

하급은 일류, 중급은 절정이라는 경지와 비슷한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상급은 초절정이고, 그보다 더한 놈이 있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었다.

이제 겨우 초절정에 오른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보다 공격을 허용하며 밀려난 뱀파이어의 표정이 더 좋지 않았다.

"크아. 죽인다!"

오히려 먼저 공격을 하고도 밀려났다는 것에 흥분한 놈은 더 강하 마력을 끌어 올렸다.

손톱에 솟아난 유형화 된 기운이 그대로 강준우를 향해 쏘아졌다.

쉬이익.

허공을 격하며 날아든 공격은 강력한 장력과 닮아 있었다.

마법과 무공을 동시에 펼칠 수 있는 놈의 모습이 놀라웠다.

'종특인가?'

불가능할 것 같은 공격이었지만, 개의치 않은 그는 검을 휘두르며 날아오는 공격을 받아냈다.

콰앙. 콰앙.

공중에서 터져나가는 장력.

정작 공격을 날린 뱀파이어가 더 놀랐지만, 그 폭발을 뚫고 무언가가 뱀파이어를 향해 날아들었다.

"흐읍!"

대응을 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빠른 공격이었다.

기겁한 뱀파이어는 몸을 비틀며 공격을 피해냈고,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발을 내디디며 기운을 흘렸다.

쿠웅.

바닥을 통해서 파고든 낯선 기운에 뱀파이어의 몸이 멈칫거렸다.

'이놈이?'

그게 앞에 있는 놈의 암습이라는 것을 확인한 뱀파이어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는 마력을 더욱 끌어 올리며 낯선 힘에 저항했다.

쉽게 떨쳐낼 수 없는 힘이었지만, 오히려 본신의 힘으로 천마군림보의 힘을 막아낸 것이다.

강단이 있는 놈의 행동이 놀라웠지만, 강준우는 그대로 뱀파이어의 목을 틀어쥐었다.

"커헉."

의도치 않게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한 놈은 헛바람을 토해냈다.

하지만 이어지는 상황이 그를 더욱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 이건?'

가지고 있던 마력이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모든 기운이 목을 틀어쥔 상대의 손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사실에 경악한 뱀파이어가 날카로운 눈을 부릅뜨며 그 힘에 저항했다.

"끄으으으."

상대의 피를 갈취하며 힘을 얻는 것은 그들의 권능이었다.

그와 비슷한 행위를 앞에 있는 놈이 펼친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웠다.

그렇다고 그 행동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그 흐름을 멈출 수 없던 뱀파이어는 그대로 입을 벌리며 그의 팔에 이빨을 박아 넣으려고 노력했다.

"미친놈. 그럴 것 같았으면 목을 잡았겠냐?"

"커억."

강준우는 그런 뱀파이어의 행동을 비웃었다.

어떻게든 이빨을 박아 넣으려는 놈의 행동이 우습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때, 뱀파이어가 갑자기 침을 내뱉었다.

침이라기보다는 붉은 피가 가득 담긴 피였다.

아마도 스스로의 입에 상처를 내고 피를 뽑아낸 것 같았다.

놈의 타액이 그의 팔에 묻었고, 동시에 강력한 마력의 유동이 전해졌다.

"죽어라!"

콰앙.

힘을 쥐어짠 놈의 외침과 함께 피가 섞인 타액이 강한 폭발을 일으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강준우는 급하게 뒤로 물러나며 기운을 끌어 올렸다.

"크윽."

다행히 혈수마공을 펼치면서 손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강한 충격에 절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문제는 그의 손을 빠져나온 뱀파이어였다.

놈은 물러나는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쉬이익. 콰과광.

다급하게 검을 휘두르며 그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뱀파이어의 몸이 순간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라졌어?'

짧은 순간, 눈앞에서 상대를 놓쳤다는 게 놀라웠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급히 기감을 펼치자, 그의 뒤에서 강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아, 안개! 놈이 붉은 안개로 변해서 사라졌…… 뒤!"

떨어져 있던 다이스케의 외침이 들려왔다.

하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뱀파이어는 그대로 강준우의 목을 향해 아가리를 벌렸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박아 넣었다.

콰직.

"크윽!"

강준우는 놈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몸을 비틀었다.

다행히 목이 물리는 것은 막아낼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놈의 공격에서 무사할 수는 없었다.

위급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팔을 내어줬다.

혈수마공을 극성으로 펼치면서 나름 대비를 했지만, 놈은 그 단단함을 뚫고 이빨을 박아 넣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상급 뱀파이어의 마력에 저항합니다.]

'상급 뱀파이어?'

중급으로 알고 있던 놈의 정체는 상급 뱀파이어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놈도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고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놈은 마력을 더 끌어 올렸다.

천마신공이 그 힘에 저항하고 있었지만, 조금씩 흘러들어오는 놈의 타액에 팔이 마비되어 갔다.

뱀파이어들이 어떤 식으로 상대를 제압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준우는 그런 상급 뱀파이어를 떨쳐내기 위해서 힘을 끌어 모았다.

내어준 왼팔을 대신해서 오른 손에 내력을 모으고 그대로 놈의 머리통을 노렸다.

그대로 머리통을 터뜨리려고 했지만, 놈의 머리에 손이 닿는 순간, 내공이 흩어졌다.

[상급 뱀파이어의 힘이 내력의 움직임을 방해합니다.]

사력을 다한 놈의 방해에 제대로 된 힘을 끌어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강준우는 오른손에 닿은 놈의 머리통을 붙잡았다. 그리고 다른 힘을 떠올리며 상대의 힘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흐읍!'

강준우의 손을 통해서 다시 빠져나가는 마력들.

상급 뱀파이어의 눈이 더욱 부릅떠졌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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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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