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20화 (120/254)

제 120화

<또 다른 사람들>

허공에 뜬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차가운 눈빛.

금발을 휘날리며 내려다보는 여성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다이스케에게 잠깐 머물던 그 시선이 곧장 강준우에게로 옮겨졌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여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했다.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마나를 움직였고 낯선 힘이 주변을 훑었다.

주변에 퍼져나가는 이질적인 힘에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크게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힘은 아니었지만, 다짜고짜 힘을 펼치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자신을 가늠하려는 듯한 의도인 것 같았다.

은밀하게 스치는 힘에 그는 내공을 끌어 올리며 대응했다.

파앙.

기파로 상대의 의도를 날리자, 허공에 떠 있던 여자의 아미가 찌푸려졌다.

가만히 그들을 내려다보던 옐레나는 그가 기운을 퍼뜨리며 의도를 무산시키자, 곧바로 힘을 드러냈다.

"하압!"

가타부타 말도 없었다. 내뻗은 손에서 새하얀 섬광이 뿌려졌다.

옐레나의 공격은 다이스케에게 향했고,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그는 다급히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내며 이어질 공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그가 매직 미사일을 쏘아내는 것보다 낯선 여자의 공격이 먼저 부딪칠 것 같았다.

"흐읍!"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마나로 몸을 보호할 생각을 가졌다.

그런 그의 앞에 익숙한 뒷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강준우?'

뒤에 있던 강준우가 움직이면서 그대로 날아오는 마법을 쳐냈다.

콰앙. 콰지지직.

새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화살이 부서져 나갔다.

검격을 뿌리며 공격을 쳐냈지만, 문제는 날아든 마법의 속성이었다.

라이트닝 볼트는 터져나가면서도 피해를 남겼다.

전력이 그대로 강준우의 검을 타고 흘러들어가며 그의 몸에 휘저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상대방의 마력을 이겨냅니다.]

찌릿한 느낌이 전해졌다.

전격 계열의 마법을 처음 접하는 그로서는 이런 공격이 낯설었지만, 곧바로 대응을 이어갔다.

'흐읍!'

[건곤대나이가 파고든 힘의 일부를 돌려줍니다.]

곧바로 건곤대나이를 이용한 그는 파고든 힘을 상대에게 되돌렸다.

손을 떨쳐내자 안으로 파고든 기운이 다시 뿌려졌고, 라이트닝 볼트의 여력이 다시 날아들자, 허공에 떠 있던 옐레나의 무표정한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파지직.

하지만 되돌린 공격은 그녀에게 닿지 못 했다.

허공에 생겨난 투명한 보호막이 그 힘을 막아냈다.

'실드?'

이미 그 마법을 접한 적이 있는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힘을 파악했다.

실드에 막힌 여력에 옐레나가 놀라워했지만, 그 놀람은 곧 분노로 변했다.

아미를 찌푸린 그녀는 다시 한 번 라이트닝 볼트를 날렸다.

순식간에 완성된 마법이 날아들었고, 강준우의 표정도 절로 굳어졌다.

콰지지직.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드는 전력의 화살.

강준우는 곧장 기운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여러 개의 구체가 라이트닝 볼트를 향해 날아갔다.

콰앙. 콰과광.

두 마법이 부딪치며 허공에서 터져나갔다.

라이트닝 볼트는 근처에 있는 매직 미사일을 터뜨리며 사그라들었고, 자신의 마법이 힘없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옐레나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강준우는 그 틈을 노리며 바닥을 밀어냈다.

내공을 뿜어낸 그의 몸이 허공으로 쏘아지며 공중에 떠 있던 여자와 가까워졌다.

먼저 공격을 당한 만큼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상대가 사람이든 뱀파이어든 우선 쓰러뜨리고 추이를 지켜볼 생각이었다.

경신의 묘를 살리며 작정하고 움직인 그의 몸이 순식간에 금발의 여자와 가까워졌다.

엄청난 도약에 상대도 동요했지만, 그녀도 곧바로 대응을 이어갔다.

"하압!"

낭랑한 외침과 함께 뒤로 물러난 그녀의 손에서 다시 빛이 뻗어 나왔다.

이번에는 조금 전에 펼친 마법과는 조금 달랐다.

손끝에서 뿌려진 빛이 요란한 소리를 내려 그를 향해 쏘아졌다.

쐐에엑.

조금 전에 부딪쳤던 라이트닝 볼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는 그 공격에 강준우는 곧장 검을 내던졌다.

내던진 검이 날아오는 빛과 부딪쳤다.

콰지지직.

강한 스파크와 함께 쏘아진 검의 움직임이 허공에서 멈췄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었다.

쏘아낸 마법의 상당 부분을 흡수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대처법에 그 여자의 눈동자가 커졌다.

놀란 감정을 여실히 드러냈지만, 그녀는 다시 한 번 마법을 쏘아냈다.

'아무런 캐스팅도 없이 마법을 남발 할 수 있는 건가?'

마주하기 전부터 강한 존재감을 느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적의를 드러낸 강자를 쓰러뜨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압!"

강준우는 일부러 크게 소리치며 주먹을 내질렀다.

붉게 변한 팔에서 강력한 장력이 쏘아졌다.

콰과광.

그가 내뻗은 장력이 그 여자가 날린 마법과 부딪치며 터져나갔다.

이번에 사용한 마법은 매직 미사일이었다.

공중에서 터져나가는 마법을 뒤로한 그는 다시 손을 뻗으며 기운을 뿌렸다.

쐐에엑. 콰앙.

강준우가 날린 일양지가 옐레나의 실드를 때렸다.

흐릿한 막이 깨져 나갔고, 그 공격에 놀란 상대의 눈이 다시 커다래졌다.

실드가 깨져나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실드를 깨뜨리면서도 여전히 날아오는 기운이 문제였다.

강한 관통력을 가진 일양지의 힘에 기겁한 그녀는 곧장 몸을 비틀었다.

파앗.

"아악!"

치명상을 피해낼 수 있었지만, 그 기운을 온전히 피해낼 수는 없었다.

일양지가 어깨에 스치자 피가 튀었고, 찌릿한 고통을 느낀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공격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대로 사라질 줄 알았던 그 기운이 유형화되며 다시 날아들었다.

그대로 몸을 양단할 것처럼 휘둘러지는 검격에 기겁한 그녀는 다급히 마법을 펼쳤다.

쉬이익.

'블링크까지?'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시 나타난 그녀의 모습에 강준우는 아쉬워했다.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 같았다.

그만큼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이대로 끝까지 쫓아가며 상대의 목숨을 취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떠오른 그의 몸이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중력을 이기지 못한 그의 몸이 추락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그때,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다이스케가 크게 소리쳤다.

"강 상!"

"……."

다이스케는 강준우를 향해 마법을 날렸다.

그가 쏘아낸 여러 개의 매직 미사일이 그가 있는 쪽으로 날아왔고, 강준우는 그의 판단에 입꼬리를 올렸다.

'센스가 있는 놈이네.'

다이스케가 날린 매직 미사일.

얼핏 보면 그를 공격하는 것 같았지만, 그가 날린 매직 미사일은 강준우의 발 아래로 향했다.

강준우는 그대로 발 끝에 내력을 두르며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을 밟았다.

콰앙. 콰앙.

그 충격을 발판삼은 그의 몸이 다시 허공으로 떠올랐다.

무협지에서나 나왔을 법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었다.

경신의 묘를 살린 그는 징검다리처럼 놓이는 매직 미사일을 밟으며 상대와의 거리를 좁혔고, 멍한 눈으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옐레나를 향해 소리쳤다.

- 하아!

"크윽."

갑자기 들려오는 피어.

전음을 통해서 피어를 뿌리며 상대를 옭아매는 강준우의 행동에 그녀의 몸이 움찔거렸다.

짧은 순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상대를 묶은 것이다.

미처 대응하지 못했던 그녀의 몸이 경직되는 순간, 강준우는 손에 쥔 기검을 날렸다.

쐐에엑.

기습적인 공격이었다.

공격을 마주한 옐레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런 식의 공격이 가능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다. 피어를 흘리면서 이상한 검을 내던지는 것도 처음 보는 형태였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날아드는 공격에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다급히 마나를 끌어올리며 피어를 풀어내고, 곧바로 실드를 펼치며 이어질 충격에 대비했다.

퍼석.

하지만 실드만으로는 그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만들어낸 실드가 너무나 쉽게 깨져나갔다.

기로 만들어진 검은 그녀를 베어내려는 듯이 날아들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뛰어들며 강준우가 날린 기검을 쳐냈다.

"하압!"

콰앙. 콰과광.

표홀한 신법을 펼치며 끼어든 상대가 그의 공격을 받아냈다.

자색의 검기를 잔뜩 머금은 검격을 뿌린 자는 생각보다 강력한 충격에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하지만 무사히 그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일행인가?'

상황이 좋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나서 그 여자를 도운 남자의 실력도 낮지 않았다.

강준우는 곧 바닥으로 내려섰다.

확실히 처리했다고 생각했지만, 또 다른 변수가 생겨났다.

나타난 여자를 마저 처리하고 싶었지만, 간신히 위험을 피한 그녀는 최대한 그와 멀어지면서 그를 주시했다.

공격을 쳐낸 남자도 고통을 참아내며 조심스럽게 그를 살폈다.

"뱀파이어는 아닌 것 같은데. 맞습니까?"

"……."

"아! 우리는 사람입니다."

정체를 묻는 사내의 말투는 정중했다.

조금 전까지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차이가 있는 모습이었다.

여자와는 다른 반응에 강준우는 말을 아꼈다.

지금은 그저 어떻게 해야 저 여자를 마저 쓰러뜨릴 수 있을 지를 고민했다.

그런 그를 대신해서 뒤에 있던 다이스케가 입을 열었다.

"우리도 사람이긴 한데. 왜 먼저 공격을 한 거죠?"

"아, 그게……"

"뱀파이어인 줄 알았으니까."

뒤에 있던 옐레나는 당당하게 소리쳤다.

다이스케는 그 말에 절로 얼굴을 구겼다. 곧 죽일 것처럼 달려든 이유 치고는 너무나 조잡하게 느껴졌다.

정작 죽을 위기에 처해있던 그로서는 당연히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었다.

구겨지는 그의 표정에 앞에 있던 남자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의 말을 건넸다.

"미안합니다. 일행이 경솔했나보네요."

"경솔? 그게 경솔이라는 말로 끝날……"

"됐어."

"……."

흥분한 다이스케가 소리쳤지만, 강준우는 그를 만류했다.

냉정한 그의 말에 다이스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가 알고 있는 강준우는 이런 식으로 상황을 넘길 사람이 아니었다.

의구심이 가득한 그의 눈빛에 강준우는 그를 바라봤다.

- 신호를 주면, 여자를 견제 해.

"……."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강준우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고, 다이스케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침묵하는 그를 뒤로한 강준우는 앞에 있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게……"

그의 물음에 남자는 잠깐 고민했다.

혼자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는지 뒤에 있는 여자를 돌아봤고, 그 순간 강준우는 다이스케를 향해 전음을 날리며 바닥을 박찼다.

- 지금!

'와,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그는 내심 놀라면서도 그의 말에 따랐다.

곧 있을 여자 마법사의 마법에 대항하며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냈다.

뒤에서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옐레나의 눈이 커다래졌다.

일행이 뒤를 돌아보자마자 앞에 있던 자의 모습이 연기럼처럼 사라졌다.

"조, 조심……"

"흐읍!"

놀란 그녀가 소리치기도 전에 강준우는 그 남자를 향해 검을 뻗었다.

그림자도 남기지 않는다는 무영검의 일초였다.

거기에 일섬을 섞자, 그의 검이 그대로 사내의 미간을 꿰뚫었다.

파앗.

'얕다!'

하지만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작정을 하고 기습을 감행했지만, 손끝에 남은 감각이 없었다.

검 끝이 사내의 볼을 살짝 스쳤지만, 그게 전부였다.

"크윽. 예상했는데도 이 정도 쾌검이라니!"

놀란 사내가 볼을 붙잡으며 감탄했다.

그 역시도 강준우의 행동을 예상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살아남은 그 역시도 이런저런 상황을 많이 겪어봤다.

일부러 뒤를 돌아본 것도 상대의 방심을 끌어내기 위한 일이었지만, 상대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곧장 뒤로 물러난 그는 놀란 듯한 강준우를 향해 검격을 뿌렸다.

자색의 검기가 길게 늘어나며 강준우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쉬이익.

강한 힘이 느껴지는 공격이었다.

경시할 수 없는 위력에 강준우는 보법을 밟으며 공격을 피해냈다.

공격을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날아들던 검초가 달라졌다.

목을 베어낼 것처럼 휘둘러진 검이 순간 변화를 일으켰고, 수많은 자색의 검영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마치 꽃잎이 휘날리는 것 같았다.

자색 빛을 띤 검기가 매화를 피워내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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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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