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21화 (121/254)

제 121화

<또 다른 사람들>

주변을 가득 채우는 자색의 검기.

꽃잎처럼 변하며 흩날리는 공격에 상대가 어떤 무공을 사용하는지 알 수 있었다.

'화산파?'

자색의 검기는 자하신공인 것 같았고, 펼치는 검술은 매화검법인 것 같았다.

화산의 무공과 제대로 부딪친 적은 없었지만, 너무나 유명한 검법이라 알아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정도로 위력적인 검술이 그의 목숨을 노리며 날아든다는 점이었다.

주변을 가득 채운 검격에 강준우는 힘을 끌어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그저 피하는 것만으로는 공격을 모두 막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

티디딩. 티디딩.

뻗어낸 검격이 날아오는 검기를 모두 쳐냈다.

"미친! 거, 검막?"

일정 공간에 들어서지 못 하고 터져나가는 자신의 검기에 추이샤오는 황당해하며 소리쳤다.

강준우가 그 경지에는 이르지 못 했지만, 보이는 것만으로는 검막을 펼치고 있는 것 같았다.

깜짝 놀란 그가 황당해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놀라는 것보다 물러나는 게 먼저였다.

앞에 있는 놈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한 고수인 것 같았다.

파앗.

추이샤오는 바닥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다섯 번의 변화를 보이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공격에 대비했다.

사용한 보법 역시 화산이 자랑하는 오행매화보(五行梅花步)였다.

화산의 무공을 주력으로 익힌 그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기민했지만, 강준우는 포기하지 않고 그를 쫓았다.

'크윽. 잘못 건드렸나?'

추이샤오는 뒤늦게 후회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우선 앞에 있는 자를 떨쳐내야만 했다.

"물러나!"

그런 그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그 소리에 다시 기운을 끌어 올리며 바닥을 박찼다.

어떤 공격이 날아올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곧장 물러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를 쫓아왔다.

'엄청 까다로운 놈이잖아!'

옐레나라는 여자의 마법을 경험한 강준우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물러나라는 경고까지 전하는 것을 보면 날아들 마법은 뻔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앞에 있는 중국인에게 따라붙었다.

전격 마법이 날아든다면 앞에 있는 자도 무사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천마군림보를 펼치면서 상대의 움직임을 방해하자, 물러나던 자의 몸이 멈칫거렸다.

"크윽."

갑자기 파고든 이질적인 기운에 추이샤오는 이를 악물었다.

상대의 기운이 기맥을 파고들며 내기의 운용을 방해했다.

낯선 기운에 놀란 그가 움찔거리는 사이, 강준우의 검이 날아들었다.

"흐읍!"

추이샤오는 자하신공의 힘을 끌어내며 파고든 기운을 억눌렀다.

동시에 곧바로 검격을 뿌렸다.

채앵.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받아냈지만, 그 충격을 완전히 떨쳐낼 수가 없었다.

밀려난 추이샤오는 다시 검격을 뿌렸다.

한 번의 공격으로는 상대를 막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시간을 벌어야만 했고, 그가 선택한 것은 질보다 양이었다.

"하압!"

힘을 끌어내려는 듯이 크게 소리친 그는 연신 검을 휘둘렀다.

매화낙락(梅花落落)이라는 초식으로 계속해서 휘날리는 매화가 강준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렵지 않게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지만, 공격을 쳐내는 강준우의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내상을 입은 것 같은데. 이 정도의 힘을 쏟아낼 수 있다는 건가?'

느껴지는 상대방의 기운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작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자였다.

그가 굳이 기습을 선택한 이유는 충분히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기운으로 봐서는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예상과 다르게 상대의 공격은 더 강력했다.

콰과광. 콰과광.

끊임없이 쏟아지는 자색의 검기들.

휘황찬란한 빛이 눈을 어지럽히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받아내지 못할 힘은 아니었다.

상대를 바짝 쫓으면서도 천마군림보를 펼친 그의 시선이 상대의 검에 꽂혔다.

'평범한 검이 아닌가?'

아무래도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점점 무뎌지는 상대의 모습에 강준우는 마음을 다잡았다.

눈에 보이는 귀물을 그냥 놓칠 생각이 없었다.

계속해서 천마군림보를 펼치면서 뒤를 쫓으면 충격은 점점 누적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상대를 잡아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강준우는 힘을 아끼지 않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옐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너무 가까이 붙은 상황에서 마법을 펼치면 추이샤오 역시 휩쓸릴 게 분명했다.

'내 마법을 쉽게 떨쳐내던 자라면……'

오히려 추이샤오가 위험했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뒤에 있는 다이스케에게로 향했다.

'우선 저자를 제압하는 게 좋겠어!'

그녀는 강준우가 아닌 다이스케를 향해 마법을 날렸다.

콰지지직.

쏘아낸 마법이 순식간에 다이스케를 향해 날아들었다.

전격을 머금은 새하얀 빛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쏘아졌지만, 다이스케 역시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는 곧장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콰과광. 콰과광.

라이트닝 볼트에 휩쓸려 쏟아낸 매직 미사일이 무기력하게 터져나갔다.

그래도 다이스케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내며 그녀를 압박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무표정하던 옐레나의 얼굴이 더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런 식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놈은 처음이었다.

엽기적인 놈의 마법에 얼굴을 찌푸린 그녀는 상대와의 거리를 좁혔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붙어야 전격 마법이 제대로 된 힘을 낼 것 같았다.

멀리서 공격을 펼쳐봤자, 매직 미사일만 터뜨릴 뿐이었다.

조금 더 거리를 좁힌다면 상대 마법사에게도 그 힘이 미칠 게 분명했다.

그 사실을 염두에 둔 그녀는 거리를 좁힌 채, 다시 라이트닝 볼트를 날렸다.

"흥! 이것도 받아라!"

낭랑한 외침과 함께 다시 라이트닝 볼트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상대하는 다이스케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그는 만들어낸 매직 미사일을 흩트렸다.

마법을 다시 마나로 되돌린 다이스케는 그대로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맨몸으로 돌격해 오는 그 모습에 옐레나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콰지직. 파삭.

그녀가 날린 라이트닝 볼트는 다이스케의 앞에서 터져 나갔다.

그가 만들어낸 실드를 부수며 사그라들었다.

동시에 다이스케의 노림수가 이어졌다.

"그래비티!"

그가 숨기고 있었던 한 수였다.

딱히 사용할 상황이 오지 않아서 아껴두고 있었던 마법이었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적절하면서도 치명적인 마법이었다.

갑작스러운 마법에 옐레나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흐읍!"

플라이를 사용하고 있던 그녀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중력이 그녀를 끌어당겼고, 옐레나는 그 힘을 이기지 못 했다.

"플라이! 플라이!"

추락하는 몸에 그녀는 계속해서 플라이를 펼치며 간신히 바닥으로 내려섰다.

당황한 그녀를 향해 예의 매직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주변을 빼곡히 채운 매직 미사일은 오히려 더한 공포로 다가왔다.

"시, 실드!"

당황한 그녀는 곧바로 실드를 만들어냈다.

그런 그녀에게 다이스케의 마법이 날아들었다.

콰과광. 콰과광.

기초적인 마법이었지만, 생겨난 매직 미사일이 연신 실드에 부딪치며 터져나갔다.

결국,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실드가 깨졌다.

경악한 그녀는 다시 실드를 만들어냈고, 다이스케는 쉬지 않고 공격을 쏟아냈다.

콰과광.

커다란 굉음이 연신 들려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한 쪽은 다이스케였다.

이미 상당한 마나를 사용한 옐레나는 점점 지칠 수밖에 없었지만, 다이스케는 충분한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굉음.

다이스케가 상대를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강준우도 이 상황을 계속 이어갈 생각은 없었다.

'동료들인가?'

멀리서 다른 자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렇게 대단한 힘을 가진 자들은 없는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수가 많았다.

괜히 시간을 끌어봤자 저들의 방해만 받는다는 사실에 그는 기운을 끌어 올리며 추이샤오를 노렸다.

'흐읍. 무슨 놈의 힘이……'

다시 달라진 분위기.

왠지 모를 섬뜩함이 그를 옥죄어왔다.

절로 돋아나는 소름에 이상함을 느낀 추이샤오는 남은 힘을 끌어 모았다.

그런 그의 눈에 허리를 비트는 강준우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동시에 빠르게 휘둘러지는 검격.

그의 검이 뿌려질 때마다 섬뜩함을 전해주는 검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주변에 떠오르는 수많은 반월들.

순식간에 전방을 가득 채운 검기가 그를 향해 방향을 틀었고, 그 모습을 확인한 추이샤오는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흐읍!'

겁에 질린 그의 눈동자에 붉은 빛이 어렸다.

빨갛게 변한 동공이 확장되고, 그 붉은 공간을 회색의 검기가 가득 채웠다.

쉬이익. 콰과과과광.

손을 뻗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검술을 펼친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추이샤오로서는 그저 복잡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드는 검기를 넋 놓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굉음과 함께 뿌려지는 핏빛 안개.

추이샤오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사량발천근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새로운 무리(武理), 사량발천근(四兩撥千斤)을 얻었습니다.]

[현철보검의 소유권이 바뀝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기존에 실마리를 가지고 있던 무리를 얻고 생각지도 못한 귀물을 얻었지만, 강준우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요르문이 당신을 경계합니다.]

'요르문?'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절로 솜털이 곤두설 정도로 위험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상함을 느낀 그는 쓰러진 자를 바라봤다.

천마기멸격에 당한 그는 온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난자된 채로 쓰러진 추이샤오는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뭔가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형체에 그는 바닥에 꽂힌 현철보검을 손에 넣었다.

'귀물인가?'

평범한 검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가만히 검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추이샤오라는 자의 목에 머물렀다.

우연찮게 그곳에 남아 있는 상처를 확인한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물린 상처잖아?'

조금 전에 들었던 그 알림이 석연찮았다.

찝찝함을 느꼈지만, 그 상처만으로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뱀파이어에게 물린 듯한 상처를 확인하며 고심했지만, 이어지는 비명과 굉음에 그는 상념을 떨쳐냈다.

"아악!"

콰과광. 콰과광.

뒤를 돌아보자 다이스케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옐레나라는 여자 마법사를 쓰러뜨렸지만, 그는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놀란 눈으로 잘게 몸을 떠는 그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강준우는 그를 일깨웠다.

"뭐해?"

"……."

"너 괜찮아?"

"…… 으으으."

겁에 질린 듯한 모습이었다.

정상이 아닌 그 표정에 강준우는 다이스케의 뺨을 때리며 그를 일깨웠다.

퍼억.

얼굴을 맞은 다이스케가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강렬한 고통에 정신을 차린 그가 퉁퉁 부은 볼을 부여잡으며 괴로워했다.

"뭐, 뭐하는 짓이야?"

"괜찮은 거냐?"

"끄윽. 괜찮을 리가 없잖아! 얼굴 한 쪽이 날아갈 것 같은데. 도대체 왜 때린 거야?"

"……."

생각보다 힘이 실린 것 같았다.

그래도 다이스케는 다시 정신을 차렸는지, 뺨을 부여잡으며 투덜거렸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그를 무시하고 쓰러진 여자를 확인했다.

그녀 역시 숨을 거둔 이후였다.

다이스케의 매직 미사일에 당했는지 몸이 기형적으로 꺾여 있었지만, 가늘고 흰 목에는 익숙한 형태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이 여자도 물린 것 같은데.'

확실히 이상했다.

이 정도의 실력자들에게 비슷한 상처가 있다는 것이 의문이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들렸던 그 알림과 이름.

그리고 섬뜩한 느낌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뭐하는 거야?"

"응? 아무 것도 아니다."

"혹시 그 이상한 이름 때문에 그런 거야?"

"이상한 이름?"

"너는 아무렇지도 않았어? 뭐가 나를 경계한다고……"

"요르문?"

"마, 맞아! 그 이름이었어."

뒤늦게 그 감정을 떠올렸는지 다이스케는 절로 몸을 떨었다.

그저 이름을 들은 것만으로도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 같았다.

'평범한 놈은 아니라는 소린데.'

이곳에서 만나야 할 놈인 것 같았다.

죽은 둘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사실이 찝찝했지만, 지금은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멀리서 느껴지던 기운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강준우는 다이스케를 이끌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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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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