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22화 (122/254)

제 122화

<또 다른 사람들>

손에 넣은 두 번째 귀물.

다행이 이번에는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현철보검.

성분을 알 수 없는 미지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보검으로, 현철이라고 불리는 이 금속은 강한 강도를 자랑한다.

소유한 사람의 기운을 소량 증폭시킬 수 있다.

보검으로 펼치는 무공의 위력이 증가한다.

'흐음.'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뒤늦게 추이샤오라는 자가 가지고 있는 기운에 비해서 어떻게 그렇게 강한 힘을 쏟아낼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이정도 귀물을 얻었다면 포인트도 만만찮게 들었을 게 분명한데.'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포인트를 모았다고 자부하고 있던 강준우였지만, 그조차도 귀물은 엄두를 내지 못 하고 있었다.

나중에 최상급에 속해 있는 귀물을 얻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다른 무공을 얻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런 귀물을 손에 넣었다?'

여기까지 살아오면서 얻은 포인트 대부분을 모조리 쏟아 부으면 가능할 지도 몰랐다.

하지만 추이샤오가 사용하는 무공은 평범한 것들이 아니었다.

완벽한 화산파의 무공이었다.

그것도 절정에 이른, 화산파의 비기를 손에 넣은 상태였다.

가진 포인트를 그 검에 모두 쏟아부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어찌 됐든 귀물을 손에 넣은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큰 힘이 되어 줄 물건이었다.

'무공의 위력이 증가한다라.'

가만히 그 말을 되뇌던 그는 천천히 기운을 끌어 올렸다.

파츠츠츠.

천마신공 특유의 회색 검기가 순식간에 검신을 뒤덮었다.

검기에 휩싸이며 더욱 매끈해진 검신을 확인한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력이 더 좋아진 건가?'

따로 확인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다이스케는 그런 강준우의 모습에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뭐하는 거야? 미쳤어?"

"……."

"나보고는 가만히 있으라면서? 완전히 제멋대로라니까. "

"그놈들은 이미 다 지나갔어. 주변에 아무도 없다."

"……."

다이스케는 강준우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오히려 당당한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옐레나라는 여자를 잡고 손에 넣은 메모라이즈를 시험하려고 마나를 일으키기 무섭게 강준우의 타박이 이어졌었다.

주변에 다른 놈들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이었다.

물론, 부드러운 말투가 아니었다.

"분명히 뒈지고 싶으면 혼자 뒈지라고 했었지? 아마?"

"나하고 너는 다르잖아?"

"다르긴? 다르긴 뭐가 달라? 이미 한 배를 탄……"

"나는 감당할 힘이 있고. 너는 감당할 힘이 없잖아."

"와! 인성……"

가슴에 꽂히는 비수 같은 말에 다이스케는 말을 잇지 못 했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다.

'분명히 성격에 모가 난 놈이라니까.'

다이스케의 얼굴이 절로 구겨졌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

"밖에 있었던 놈들이 동료를 죽인 우리를 가만히 두지는 않겠지. 거기에 요르문이라는 이상한 놈. 무시하지 못할 힘을 가진 놈이 뒤에 있는데 부딪쳐봤자 좋을 건 없었으니까."

"……."

"그놈들과 싸우다가 물러날 자신이 있는 거냐?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나서도 상관없고."

"그, 그냥 걱정돼서 한 소리라고."

당당한 강준우의 말에 다시 말문이 막혀왔다.

그리고 괜히 이런 것을 따져봐야 자신만 손해라는 사실에 다이스케는 말을 아꼈다.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강준우도 따로 그의 기분을 풀어줄 생각은 없었고, 다이스케도 울컥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말은 재수 없게 해도 결국에는 나 때문에 참았다는 거잖아?'

실제로 강준우 혼자서 움직이면 굳이 이런 일이 생길 일도 없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떠올린 다이스케는 씁쓸해하며 입을 열었다.

"아무튼 고마웠다."

"알면 됐네."

"와! 인성…… 크흠."

역시나 살가운 놈은 아니었다.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면서 친분을 쌓으려던 권우철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지만, 왠지 퉁명스러우면서도 은근히 챙기는 그 모습을 보면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았다.

헛기침을 하면 말을 아낀 다이스케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 그 여자를 잡고 메모라이즈라는 마법을 얻었어. 아무래도 그 여자가 곧바로 마법을 펼칠 수 있었던 게 그 이유였던 것 같아."

"……."

"아, 그리고 내가 처음에 얻은 마법은 그래비티라는 마법이야. 중력을 조절할 수 있지만, 그만큼 마나가 엄청 소모되는 마법이고."

"그걸 말하는 이유가 뭐야?"

"그야…… 앞으로 함께 움직일 거니까! 내가 어떤 마법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도움이 되지 않겠어?"

옐레나라는 여자와 부딪치면서 매직 미사일로 보조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렇게 나쁘지 않은 호흡에 강준우는 말을 아꼈고, 다이스케는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매직 미사일은 끝까지 올렸어. 모두 12발이 나가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있고."

"……."

"그리고 실드를 익히고 있고, 이제…… 플라이랑 블링크를 익힐 생각이야."

가만히 자신의 능력을 설명하는 다이스케의 말에 강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내보인 능력은 그게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발목을 잡을 것 같지는 않았다.

"플라이? 그래비티라는 마법이 있다며?"

"중력을 조절할 수 있지만…… 그만큼 마나를 너무 잡아먹더라고."

"……."

"이번에 그 여자를 보니까, 플라이를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다이스케도 느낀 게 많았다.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마법사를 만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행히 옐레나라는 여자가 강주우와 싸우면서 마나를 많이 소진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진즉에 그녀의 손에 죽었을 게 분명했다.

다시 그 사실을 떠올린 그는 강준우에게 고마워했다.

그렇다고 낯 뜨겁게 따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는 않았다. 그 말을 건네더라도 좋은 말을 들을 것 같지는 않았다.

'괜히 말했나?'

어색했다. 민망해하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괜히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사람들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근처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온 상황이었다.

먼지가 가득 내려앉은 듯한 곳은 누군가가 살고 있는 집 같았다.

집기나 다른 물건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접시나 식탁, 의자 같은 것만 보면 이곳에 문명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닫힌 문을 확인하며 그곳으로 걸어갔다.

"주변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알아서 해."

"……."

강준우는 다른 곳에 관심을 쏟았다.

그는 옐레나라는 제대로 된 마법사를 상대했던 때를 떠올렸다.

이번에 상대한 마법사의 공격이 너무 낯설었다.

'언제 어떤 마법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게 문젠가?'

위력적인 마법을 펼치기 위해서는 캐스팅이 필요했지만,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존재했다.

메모라이즈나 그에 준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만 했다.

'갑자기 날아오는 마법이라.'

위력적인 힘이 속성을 띄고 날아드는 것 자체가 위협적이었다.

더군다나 마법은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공중에 떠 있는 놈을 상대해야하는 게 문제인데.'

오히려 마법을 익힌 자들을 상대하는 게 더 까다로운 것 같았다.

경공을 이용하면 못 쫓을 것도 없었지만, 블링크 같은 능력을 떠올리면 힘겨운 싸움이 계속 이어질 지도 몰랐다.

'가장 좋은 점은…… 상대를 같은 마법사에게 넘기는 건가?'

문제는 함께 하고 있는 다이스케가 아직 그 정도의 힘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 사실에 씁쓸해하던 그는 비도술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익힌 비도술을 활용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았다.

대충 생각을 정리한 그는 손에 쥔 검을 바라봤다.

'현철보검.'

쓸만한 귀물이 손에 들어온 만큼 이 귀물을 잘 활용할 생각이었다.

현철보검을 이용하면 작은 내공으로도 검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동안 검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사용한 내공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같은 내공으로 검기를 만들어낸다면 그 위력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했다.

'형상기검을 사용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나?'

더 이상 검이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손에 쥔 검을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 것 같았다.

가만히 보검을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기운을 흘려 넣기 시작했다.

파츠츠츠.

현철보검에 기운이 맺혔다.

작은 힘을 쏟아냈지만, 순식간에 검기가 만들어졌다.

회색의 검기.

그것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강기(罡氣)라는 실마리를 얻었었는데. 이놈을 이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초절정에 올라서면서 강기에 관한 실마리를 얻었다.

지금의 실력으로는 무리가 있었지만, 귀물의 도움을 받으면 강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는 내공을 집중시켰다.

가진 내공이 현철보검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만들어진 검기가 점점 진해졌다.

우우우웅.

많은 힘이 모여 들자 검신이 떨려왔다.

남다른 강도를 자랑하는 현철이었기 때문에 부서질 염려는 없었지만, 계속해서 기운을 모으는 강준우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흐음. 아직까지는 무린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기운을 흘려보내고 있었지만, 검기의 색만 더 진해질 뿐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았다.

그저 실마리만으로는 검강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괜히 무리를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무리를 얻고 검강을 만들어내는 때를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보검에 기운을 흘려 넣던 그는 끌어 올린 기운을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어디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가, 강 상!"

"……."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이스케였다.

집안을 둘러본다고 움직이던 그의 목소리에 강준우는 곧장 기감을 확장시키며 주변을 살폈다.

'뭐지?'

딱히 이상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낯선 기운을 감지하지 못 했지만, 다이스케는 다시 한 번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강 상! 이리로 와 봐!"

"……."

강준우는 곧바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뭔가를 가리키는 다이스케를 발견했다.

"무슨 일이야?"

"과, 관!"

"……."

"관이 있어. 관이!"

주변에 매직 미사일을 펼쳐놓으며 한 곳을 경계하는 그의 모습에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관짝이 세워져 있었다.

벽에 세워진 여러 개의 관.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광경이었다. 그 안에는 시체가 있을 게 분명했다.

놀란 다이스케는 그 자리에서 관만 노려봤고, 강준우는 그 모습에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떡하라고?"

"…… 그, 글쎄."

썩 내키지 않은 듯한 반응이었다.

눈빛으로는 관을 한 번 열어보라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네가 열어보면 되잖아?"

"나, 나는…… 마법사잖아. 뒤에서 보조해 줘야지."

"……."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지만, 그는 관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호기심이 동하기는 했다.

'뱀파이어가 나오는 곳에 있는 관들이라.'

여러 개의 관이 자리를 지키는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그는 기운을 끌어 올리며 관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관을 열었다.

끼이익. 쿠웅.

삐걱대는 소리와 함께 관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창백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는 자가 잠들어 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 그 모습에 강준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뱀파이어들인가?'

잠들어 있는 모습이 의문이었지만, 이어지는 알림에 그는 생각을 계속 이어갈 수 없었다.

**

잠들어 있는 뱀파이어들이 깨어납니다.

인간에 대한 적의로 가득 찬 그들은 피를 갈구합니다.

깨어난 뱀파이어들을 처치해야 합니다.

목표 : 뱀파이어 토벌.

전체 보상 : 고성의 성문 개방.

개인 보상 : 처리한 적의 수에 따라 차등 지급.

**

관을 열자마자 새로운 임무가 생겨났다.

언젠가는 나타날 임무였지만, 이런 식으로 주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시기가 너무 공교로웠다.

임무를 확인한 강준우의 시선이 곧바로 관에 잠들어 있는 뱀파이어에게로 향했다.

번쩍.

잠들어 있던 놈의 눈이 번쩍 떠졌다.

붉게 충혈된 듯한 싸늘한 시선이 강준우에게 향했고, 그 눈빛에 놀란 강준우의 손이 그대로 앞에 있는 놈의 몸을 꿰뚫었다.

푸욱.

[하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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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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