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3화
<또 다른 사람들>
곧바로 한 놈을 처리했지만, 아직 네 개의 관이 더 남아 있었다.
강준우는 늘어진 관을 확인하며 곧장, 손가락을 뻗었다.
쐐에엑. 콰지직.
내공을 쏟아내며 일양지를 뻗자, 익숙한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하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하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떠오른 두 개의 알람.
하지만 남아 있던 두 개의 관에서는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콰앙.
굉음과 함께 두 개의 뚜껑이 튕겨져 나왔다.
그리고 안에 있던 두 마리의 뱀파이어가 포효하며 튀어나왔다.
"크아아!"
괴성을 지르는 놈들의 키가 유난히 작아 보였다.
뱀파이어라고 모두 비슷한 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괴성을 지르던 놈들은 곧바로 재로 변하며 흩어졌다.
퍼석. 퍼석.
일양지를 쏟아낸 강준우는 곧바로 그 기운을 검으로 바꾸며 두 뱀파이어의 머리를 베어냈다.
[하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하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콰과광.
뒤늦게 마법을 날린 다이스케의 공격은 벽에 부딪치며 터져 나갔다.
개중에 한 놈이라도 처리할 생각이었지만, 그가 마법을 날리기도 전에 상황이 끝난 것이다.
"와아! 고새 다 잡았어?"
"나도 놀란 상태라."
"……."
할 말이 많았지만, 하지 않았다.
강준우를 여기까지 부른 사람은 다이스케 자신이었다.
괜히 말을 꺼내봤자, 본인만 손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는 침묵했다.
문제는 깨어난 뱀파이어들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장치와 임무에 곤히 잠들어 있던 뱀파이어들이 눈을 떴다는 것 자체가 상황이 어렵게 흘러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많던 집들에 이런 관이 다섯 개씩만 있다고 해도……"
"여기에서 빠져나갈 수는 있을까?"
"……."
외곽에서부터 점점 더 안으로 들어온 상황이었다.
밖에 있던 하급 뱀파이어들을 처리하면서 조금씩 안으로 들어왔지만, 졸지에 적진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 상황으로 변해 있었다.
"크아아!"
밖에서 들려오는 놈들의 거친 괴성들.
잠을 깬 것에 분노한 듯한 목소리에 강준우와 다이스케는 말을 아꼈다.
"괜히 숨 쉰다고 달려드는 건 아니겠지?"
"그건 강시 아니냐?"
"…… 그런가?"
깨어난 놈들 전부가 하급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개중에 중급이나 상급이 있을 지도 몰랐다.
'어쩌면 요르문이라는 놈이 섞여 있을 지도 모르지.'
그저 이름만 알고 있는 놈이었지만, 본능적으로 놈이 가장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그런 놈들이 사방에 깔려 있다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깨어난 놈들이 그저 자리만 지키는 놈들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온다."
"오다니? 뭐가?"
"뱀파이어들. 여기로 몰려들고 있어."
"……."
주변에 있던 놈들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콰앙.
낯선 놈들이 창문을 부수며 안으로 들어섰다.
난입한 놈들은 곧장 주변을 살폈고, 열린 문을 확인하며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크아아!"
뾰족한 송곳니를 앞세우며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그 모습에 다이스케는 곧장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쉬이익. 콰과광.
그 소리에 다른 방에 있던 놈들도 그곳으로 몰려들었다.
그렇다고 다이스케의 공격이 큰 피해를 남긴 것은 아니었다.
꽤나 충격을 입은 것 같았지만, 놈을 끝낼 수 없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앞으로 나서며 주먹을 내뻗었다.
콰직.
"뭐하는 거야?"
"조용히 지켜보고 있어."
"……."
단호한 말에 다이스케는 말을 아꼈다.
일부러 뱀파이어의 아가리에 주먹을 들이미는 그 모습이 경악스러웠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았다.
"커헉!"
오히려 강준우의 주먹을 문 놈이 괴로워했다.
송곳니가 박히지 않은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인간의 손에 마력이 빠져나간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강한 충격이 뒤를 이었다.
[건곤대나이가 파고든 힘의 일부를 돌려줍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다이스케의 눈이 커다래졌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흡기공을 펼쳤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기운을 되돌렸다.
점점 능숙해지는 건곤대나이의 힘.
오히려 자신의 마력에 충격을 입은 뱀파이어가 괴로워했고, 강준우는 남은 힘으로 일양지를 쏘아내며 놈의 목숨을 취했다.
퍼석.
축 늘어진 하급 뱀파이어가 재로 변하면서 사라지기 무섭게 다른 놈이 달려들었다.
피를 갈구하는 놈은 곧장 입을 벌리며 송곳니를 앞세웠다.
강준우의 대처는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대로 주먹을 내뻗으며 팔을 내어줬고, 하급 뱀파이어의 송곳니가 그의 주먹을 깨물었다.
"크으으!"
오히려 그런 모습을 반기는 놈이 거침없이 움직였지만, 정작 그의 주먹을 문 놈은 마치 바위라도 깨문 것처럼 괴로워했다.
혈수마공으로 단단해진 주먹은 놈들의 이빨이 박히지 않았다.
뱀파이어들은 스스로 위력적인 무기를 묶고, 기운을 빼앗기고 있었다.
강준우는 문 앞에서 놈들을 막아내며 흡기공과 건곤대나이, 일양지의 숙련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귀음신장을 펼치면서 부족한 숙련도를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퍼석. 퍼석.
순식간에 남은 두 놈이 다시 재로 변하며 사라져 나갔다.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강준우의 모습에 다이스케는 혀를 내둘렀다.
'얼마나 독하면 놈들에게 물리고도……'
무식한 상대법에 말문이 턱 막혀왔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길지 않았다.
콰앙.
"크아아!"
"도대체 얼마나 많은 놈들이 몰려드는 거지?"
다시 나타난 놈들의 모습에 다이스케는 다시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냈다.
강준우는 그런 그의 모습에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때문이잖아!"
"나 때문이라고?"
"지금 네가 소리로 놈들을 불러내고 있어. 다른 마법을 써."
"……."
다른 마법이 없었다.
가진 공격 마법이라고는 매직 미사일이 전부였다.
뒤늦게 자신이 낸 굉음을 떠올린 다이스케는 말을 아꼈고, 강준우는 달려드는 놈을 상대하기 위해서 팔을 내어줬다.
콰직.
"크윽?"
강준우는 이빨이 박히지 않는 단단한 팔뚝에 놀란 뱀파이어를 붙잡았다.
곧장 흡기공을 펼치고, 건곤대나이로 힘을 돌려주면서 귀음신장과 일양지를 펼쳐낸 그는 남은 놈들을 쓰러뜨렸다.
비슷한 방법으로 놈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난입한 놈들을 모두 쓰러뜨리자 다른 놈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다이스케는 그제야 강준우의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른 마법을 익히는 건 어때?"
"다른 마법?"
"언제까지 매직 미사일만 날릴 수는 없지 않겠어?"
"……."
굳이 매직 미사일을 고수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이스케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애초에 그런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뭐야? 바보냐?"
"그게 아니라…… 내 정체성이 사라진다는 느낌이랄까?"
"무슨 개소리야?"
"이것만으로 최고가 될 생각을……"
"이쯤에서 그만 갈라지는 게 나을 것 같아."
"알았어! 알았다고. 근데, 뭘 배우지?"
"……."
심각하게 묻는 그의 모습에 말문이 턱 막혀왔다.
하지만 그는 진지한 모습이었다. 가만히 다이스케를 바라보던 강준우는 얼마 전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전격 계열."
"전격 계열?"
"그 여자를 잡으면서 메모라이즈도 익혔다며? 전격 계열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때?"
"흐음."
그의 말에 고심하던 다이스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근데, 그걸 쓰면…… 너한테도 피해가 가지 않을까?"
"상관없어."
"상관없다고?"
"그래. 상관없다고. 그 정도 마법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테니까."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말에 다이스케의 표정이 구겨졌다. 하지만 그 생각도 길지 않았다.
"또 온다! 이번에는 더 강한 놈인데?"
강준우는 다시 느껴지는 기감을 확인하며 그를 일깨웠다.
곳곳에 자리 잡은 뱀파이어들.
이번에 오는 놈을 조금 전까지 상대했던 놈들보다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
"여기에서 굉음이 들렸다고?"
"예. 안으로 들어간 놈들이 다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흐음."
하급 뱀파이어의 말에 사내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곳곳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처절한 비명과 굉음들.
같은 종족의 괴성과 제법 강한 먹잇감들의 반항이 뒤를 이었다.
까만 재로 변하며 사그라드는 종족들의 죽음에 분노한 그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인간들을 사냥했다.
뜨거운 놈들의 피로 갈증을 채울 수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놈들의 힘은 강력했다.
그 와중에 새로운 소식을 접했다.
안으로 들어간 놈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소식이었다.
그 말을 전해들은 그는 근처에 있는 뱀파이어들을 대동하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은 곳이었다.
뜯겨져 나간 문짝 주변에 남은 흔적으로 봐서는 치열한 싸움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크응. 크응."
주변의 냄새를 맡았지만, 딱히 이상한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중급 뱀파이어는 가만히 눈을 감으며 주변을 살폈다.
기감을 통해서 숨어 있을 지도 모를 인간을 찾았고, 그런 그의 감각에 낯선 기운이 느껴졌다.
"저긴가?"
"놈들이 숨은 곳을 찾으셨습니까?"
"보통 놈이 아닌 것 같으니, 신중하게 움직인다."
"…… 예."
그는 앞장서서 무리를 이끌었다.
안으로 진입한 놈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봐서 경시할 수 있는 놈은 아니었다.
중급 뱀파이어는 뜯겨진 문 쪽으로 향했다.
마력을 끌어 올리며 안에 있는 인간을 경계했지만, 문 뒤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크르르."
"쉿! 조용히 해라."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디는 와중에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의 말에 뒤따르던 놈들이 입을 닫았고, 중급 뱀파이어는 문 너머를 살폈다.
벽 일부가 깨져 나가 있었다.
세워진 관의 뚜껑이 뜯겨져 나가 있었고, 비어 있는 것으로 봐서 안에 있던 놈들은 이미 당한 것 같았다.
그런 그의 눈에 어색한 광경이 가득 들어왔다.
다른 관은 뚜껑이 뜯겨져 나가 있었지만, 한 개의 관은 멀쩡했다.
'저곳이었나? 낯선 기운이 느껴졌던 곳이?'
가만히 그 힘을 가늠하던 그는 천천히 뚜껑이 닫힌 관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손톱을 세우며 그대로 관을 가리켰다.
콰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뚜껑이 떨어져 나갔다.
허공에서 움직인 그 힘에 안에 있던 다이스케의 눈이 커다래졌다.
"쥐새끼 같은 놈!"
놀란 그의 모습에 중급 뱀파이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마도 이런 식으로 숨어서 안으로 들어온 놈들을 상대한 것 같았다.
발전이 없는 놈의 모습을 비웃은 그는 손톱을 앞세우며 다이스케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가 걸음을 옮기기 무섭게 낯선 기운이 그의 몸을 파고들었다.
"커헉!"
바닥을 타고 흘러 들어온 힘에 절로 몸이 꺾였다.
알 수 없는 상황에 놀란 중급 뱀파이어의 시선이 다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앞에 있는 인간의 기운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위협적이지 않은 놈을 뒤로하고 주변을 살피자, 놀랄만한 광경이 가득 들어왔다.
'하, 함정?'
뒤에서 그를 따라오던 하급 뱀파이어들이 모두 사라졌다.
마지막 남은 하급 뱀파이어의 뒤를 잡은 인간이 검을 뻗으며 그의 목을 베어냈다.
숨이 끊긴 하급 뱀파이어가 재로 변하며 흩어졌고, 모습을 드러낸 자의 시선에 중급 뱀파이어와 부딪쳤다.
"늦었네. 이제야 눈치챈 건가?"
"크윽. 이놈이!"
오히려 이들의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에 그는 분노했다.
하지만 상대가 발을 내딛기 무섭게 예의 낯선 기운이 그의 몸을 파고들었다.
끌어 올린 마력을 방해하는 낯선 기운.
바닥을 파고 들어온 기운에 중급 뱀파이어의 눈이 커다래졌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인간이었다.
그들의 뒤를 잡으며 뒤따르던 하급 뱀파이어를 모두 처리한 놈이 다시 자취를 감췄다.
그런 그가 나타난 곳은 그의 옆이었다.
"크아아!"
뒤늦게 그를 파악한 중급 뱀파이어는 괴성을 내지르며 팔을 뻗었다.
우선 상대를 막아내는 게 먼저였지만, 번뜩이는 섬광과 함께 내뻗은 팔이 잘려나갔다.
"크윽."
너무나 쉽게 팔이 잘리자, 오히려 공격을 감행한 강준우가 더 놀라는 듯한 눈치였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검초를 뿌리며 상대의 목을 베어냈다.
[중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4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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