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4화
<또 다른 사람들>
"마법은 배운 거냐?"
"우선 라이트닝 볼트를 배우기는 했는데."
"그럼 그걸 쓰면 되겠네."
"근데…… 정말 괜찮겠어?"
다이스케는 불안해했다.
라이트닝 볼트는 매직 미사일과 같은 마법이 아니었다.
한 개체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다른 개체에게도 영향을 주는 마법이었다.
전격 마법이 빠르면서 강력했지만, 쉽게 익힐 수 없었던 이유는 그만큼 다루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조금만 잘못하면 오히려 마법을 사용한 사람이 다칠 수 있었다.
시전자는 항상 실드를 펼치면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만 했다.
라이트닝 볼트보다 강력한 마법은 더욱 신중하게 펼쳐야 했다.
모든 마법이 강한 만큼 그 정도의 주의는 필요했지만, 전격 계열의 마법은 더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정말 괜찮을까?'
다이스케 본인은 어차피 실드를 익히고 있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었지만, 문제는 강준우였다.
본인은 크게 상관은 없다고 했지만, 역시나 불안했다.
뱀파이어라는 놈들과 엉켜 있는 상황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영향이 없을 수가 없었다.
"나는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너도 포인트를 얻어야 할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이번에 공격을 온 놈들은 모두 강준우의 몫이었다.
어차피 다이스케가 한 거라고는 관속에 숨어서 놈들의 이목을 끄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크게 억울할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앞으로를 위해서 포인트를 얻을 필요가 있었다.
"쉬었다가 다시 움직이자."
"아, 알았어."
강준우는 그런 다이스케를 뒤로하고 손에 쥔 검을 바라봤다.
생각했던 것보다 현철보검의 능력이 더 뛰어난 것 같았다.
작게나마 가진 힘을 증폭시키는 능력.
펼친 검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위력적으로 변했다.
손에 넣은 귀물의 힘이 대단한 것도 있었지만, 이번에 익힌 귀영심법도 생각보다 뛰어난 것 같았다.
'놈들이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도 내 정체를 모를 정도라니.'
유령보를 펼친 것도 영향을 끼쳤지만, 귀영심법을 이용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완벽한 암살자를 흉내 낼 수 있었다.
귀영심법의 가장 큰 장점이 기운을 감추는 것이었다.
귀영심법을 운용하면서 기운을 감추고, 유령보를 펼치면서 뒤를 잡는 상황이 상당히 매끄럽게 흘러갔다.
거기에 무영검을 이용해서 마무리를 짓는 것까지.
무엇하나 나무랄 것이 없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건곤대나이와 흡기공의 성취를 올릴 수 없다는 점이었다.
'우선은 흡기공하고 건곤대나이의 힘을 키우고, 다이스케의 힘을 키우는 게 좋겠지?'
대충 생각을 정리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급 뱀파이어를 상대했지만, 생각보다 소진한 힘이 많지 않았다.
암습을 펼쳤기 때문에 내공을 더욱 줄일 수 있었고, 현철보검도 큰 힘이 됐다.
"그만 움직이자."
"움직여? 어디로?"
"다른 곳으로. 여기에 계속 있어봤자 좋을 건 없을 것 같으니까 외곽으로 빠져야지."
"알았어."
안쪽이라면 더 많은 놈을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했다. 뱀파이어들에게 포위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내공이야 흡기공으로 확보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체력이었다.
아무리 만월의 축복으로 체력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체력이 무한할 수는 없었다.
***
콰직.
붉게 변한 팔에 뱀파이어의 이빨이 틀어박혔다. 하지만 공격을 받아낸 강준우의 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이야."
"알았어."
그의 신호에 뒤에 있던 다이스케가 마법을 날렸다.
준비하고 있던 라이트닝 볼트가 앞에 있는 하급 뱀파이어의 몸에 꽂혔고, 강한 전력이 뱀파이어의 몸을 통해서 강준우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뇌기(雷氣)를 이겨냅니다.]
[건곤대나이가 파고든 힘의 일부를 돌려줍니다.]
[반탄기의 묘리로 충격의 일부가 줄어듭니다.]
"끄으윽!"
다이스케가 쏘아낸 마법이 하급 뱀파이어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그래도 일격에 놈을 쓰러뜨릴 수는 없었다.
"계속 날려!"
"아, 알았어."
다이스케는 계속해서 라이트닝 볼트를 만들어냈고, 앞에 있는 하급 뱀파이어를 향해 공격을 쏟아냈다.
콰지지직. 콰지지직.
연신 꽂히는 라이트닝 볼트에 앞에 있는 뱀파이어는 물론이고, 그 뒤에 있는 놈들까지도 충격을 입었다.
강준우 역시 그 힘에 휩쓸렸지만,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파고든 뇌기를 되돌리면서 건곤대나이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었다.
굳이 다이스케에게 전격 마법을 익히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강한 위력도 위력이었지만, 건곤대나이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올랐습니다.]
4성으로 올라선 건곤대나이.
등급 외의 무공이라 성취도를 올리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뱀파이어를 상대하면서 많은 숙련도를 올릴 수 있었다.
흡기공으로 뽑아내는 상대의 마력은 물론이고, 밖에서 파고드는 다이스케의 마법까지 건곤대나이의 힘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다.
이번에 얻은 사량발천근의 무리도 건곤대나이의 힘을 키우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었다.
올라선 건곤대나이에 흡족해하는 그의 모습에 뒤에 있던 다이스케가 조심스러운 기색을 보이며 물었다.
"괜찮은 거야?"
"괜찮아. 너는 어때?"
"나야…… 이런 식으로 포인트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 자체가 고맙지."
"플라이라는 마법은 배운 거냐?"
"아직.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그럼 다시 움직이자."
왠지 평소와 다르게 강준우의 말투가 더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오히려 달라진 그 말투가 더욱 찝찝하게 느껴졌지만, 다이스케는 그런 감정을 떨쳐냈다.
지금은 강준우의 도움으로 뱀파이어를 처리하면서 포인트를 얻는 게 먼저였다.
'언젠가는 도울 날이 있겠지.'
곧 그에 대한 보답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고마운 마음을 뒤로한 그는 강준우를 따라서 다시 움직였고, 점점 외곽으로 물러난 그들은 여러 뱀파이어들을 상대했다.
강준우는 그 와중에 올리기 힘든 숙련도를 키울 수 있었고, 다이스케는 포인트를 얻으면서 새로운 마법을 익힐 수 있었다.
***
"라이트닝 볼……"
"그냥 날려. 지금 공격한다고 광고 하는 것도 아니고."
"마법은 원래 영창을 해야 위력이 강해진다고!"
"…… 처음 듣는 말인데?"
"크흠. 아무튼! 공격한다는 의미잖아! 너도 대비를 하라는 의미로……"
"그냥 날려. 그런다고 덜 아프지도 않으니까."
"……."
냉랭한 반응에 다이스케는 말을 아꼈다.
조금씩 강준우의 무뚝뚝한 말투가 적응이 되고 있었다.
말은 저렇게 퉁명스럽게 해도 포인트는 모두 그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다이스케는 다시 마법을 날렸다.
콰지지직.
"크아아."
괴성을 지르며 사라지는 뱀파이어와 그 자리를 대신하는 다른 놈들.
강준우 역시 라이트닝 볼트에 영향을 받았지만, 이제는 개의치 않고 마법을 날릴 수 있었다.
콰지지직.
지체 없이 날아드는 마법에 강준우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이번에 날아든 마법은 뱀파이어가 아닌 그에게 직접 꽂혔다.
"뭐하는 거야?"
"실수."
"…… 실수가 아닌 것 같은데?"
"그, 그럴 리가. 기분 탓이겠지."
"……."
"위력이 올라갔어. 조절이 잘 안돼서 그런 거야. 정말이라고."
그런 다이스케의 말이 사실이었는지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뱀파이어들의 더 빨리 사라졌다.
강준우 역시 위력이 더 강력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대로는 힘들겠는데.'
낮은 위력의 라이트닝 볼트는 버틸만했지만, 점점 위력이 강해지면서 받아내는 게 힘들어졌다. 따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역할을 바꿀 때가 된 것 같았다.
콰지직.
마지막 뱀파이어까지 쓰러지자 그는 내공을 끌어 올리며 만월의 축복에 힘을 실었다.
마법을 받아내고, 뱀파이어를 상대하면서 생긴 상처가 사라졌다.
"후우."
"괜찮은 거지?"
"그래. 플라이는 배운 거냐?"
"이번에 배웠어."
"진즉에 배우라고 했잖아!"
"그야…… 라이트닝 볼트를 먼저 완성시키고…… 크흠. 아무튼 배웠잖아."
"……."
"근데, 왜 그렇게 플라이에 집착하는 거야?"
"나중에. 곧 알게 될 거야."
왠지 찝찝한 말이었다.
이전과 비슷하게 묘한 느낌을 받았지만, 미처 대꾸를 할 틈도 없었다.
자리에 앉아 있던 강준우가 몸을 일으키며 경고의 말을 내뱉었다.
"누가 온다."
"또 뱀파이어야?"
"…… 글쎄."
그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일련의 무리들이 모여들었다.
대략 열 명 안팎의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을 내보이며 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안에 있던 강준우와 다이스케는 들어온 자들을 경계했고, 그들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둘을 마주했다.
"뱀파이어인가?"
"그러는 그쪽이 뱀파이어들인가?"
"……."
오자마자 정체를 묻는 그들의 모습에 다이스케는 황당해하며 되물었다.
이미 옐레나라는 여자와 치열하게 부딪친 경험이 있던 그들로서는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
그 물음에 침묵하며 둘을 살피던 그들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기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서."
"……."
"뱀파이어가 죽었다고 해도 흔적이 있을 리 없을 테고. 그쪽은 인간인가?"
"인간이라도 말하면 믿어 줄 건가?"
"……."
애매한 상황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싸우는 것뿐이었다.
가만히 그들을 살피던 강준우는 그 상황을 지켜봤다.
그의 마음이 달라지기 무섭게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순간 싸한 느낌에 무리들 사이에 있던 사내가 양 손을 들어 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우리는 인간이다! 그쪽도 인간이라면 굳이 싸울 이유는 없지 않을 것 같은데?"
"……."
"아, 나는 안드레이라고 한다. 러시아 출신이지."
스스로의 이름을 밝힌 자는 강준우의 모습을 살피며 말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설명을 이어갔다.
"임무는 받았겠지?"
"그런데?"
"우리 인간들끼리 싸워봤자 좋을 건 없잖아? 서로 죽여봤자 뱀파이어들만 좋은 일일 테니까."
"……."
"같은 인간이라면 힘을 합치기 위해서 이렇게 찾아 온 거다. 도울 수 있는 상황이라면 도우려고 했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상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해하지 말고,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무슨 뜻이지?"
"니키타!"
그의 외침에 뒤에 있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교적 뒤에 위치한 그녀가 안드레이라는 남자를 향해 힘을 쏟아냈다.
"힐!"
"……."
새하얀 빛이 그를 뒤덮었고, 안드레이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런 식으로 뱀파이어를 확인할 수 있지. 조금 전에 사용한 건 사제의 힐이고."
"……."
"실례가 안 된다면 너희들에게도 힐을 사용해보고 싶은데. 어때?"
꽤나 신중한 모습이었다.
거절하면 곧바로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다이스케."
"뭐야? 설마 나보고……"
"죽으면 복수는 해 줄 게."
"이런 냉정한 새끼!"
다이스케는 투덜거리면서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안드레이는 강준우의 모습에 마른침을 삼켰다.
여차하면 바로 공격할 기세였다.
검을 뽑지 않아도 느껴지는 강력한 살기에 그는 뒤에 있는 니키타를 불렀다.
"니키타!"
"…… 힐!"
그녀의 기운이 다이스케로 향했다.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 힘을 전해 받은 다이스케의 표정이 더 밝아졌다.
"정말로 힐인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
"……."
"그쪽은…… 확인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기는 한데."
"확실히 하는 게 좋겠지."
"괜찮은 거지?"
굳이 의심을 남길 이유는 없었다.
강준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안드레이는 니키타를 부르며 강준우의 상태를 살폈다.
오히려 그 힘에 자잘한 상처가 치료됐고, 서로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다행이네. 사람이었어."
"……."
"둘만 움직이는 건가? 우리와 함께 움직이는 건 어때?"
"글쎄. 아직 그쪽을 믿을 수 없어서."
"……."
힐을 통해서 뱀파이어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 사람은 고작 셋뿐이었다.
그의 말에 안드레이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이면……"
"다른 방식으로 판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다, 다른 방식? 뱀파이어를 확인하는 다른 방법이 있나?"
안드레이는 강준우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뱀파이어를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의아해하는 그 모습에 강준우는 진지하게 말했다.
"요르문. 개새끼 해봐."
"…… 요르문 개새끼?"
뜬금없는 말에 모두의 표정에 의구심이 어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사람.
안드레이의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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