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2화
<고성으로 향하는 길>
"미친! 내 목숨을 왜 네가 결정해?"
"……."
"그게 지금까지 함께 한 동료한테 할 소리냐?"
다이스케는 황당해하며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까지 함께 한 정이 있었다.
너무나 쉽게 자신의 목숨을 내거는 강준우의 말에 어이없어하던 그는 크게 소리쳤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았다.
담담한 반응에 오히려 경고를 한 정은수가 당황했다.
'동료가 아니었나?'
분명히 앞을 가로막으며 마법사로 보이는 자를 보호하고 있었다.
어쩌면 허세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검을 꺼내들었다.
차라랑.
독특한 형태의 검이었다.
검신에 둥근 고리가 여러개 달린 형태로, 검이 움직일 때마다 검신에 부딪친 고리에서 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예사롭지 않은 무기에 강준우는 다이스케를 향해 전음을 날렸다.
- 실드로 몸을 보호하고 플라이로 거리를 벌려.
"이제 와서?"
"……."
이미 빈정이 상한 이후였다.
신경질적인 다이스케의 반응에 강준우는 말을 아끼며 그대로 바닥을 박찼다.
선수필승이었다.
먼저 선빵을 날리면서 아직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모를 여자를 압박하는 게 먼저였다.
파앗.
유령보를 펼치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는 곧장 일검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검격은 허공을 갈랐다.
'피해?'
내뻗은 검격을 피한 게 아니었다.
상대는 그가 움직이기 무섭게 그의 행동을 파악하며 먼저 물러났다.
미리 행동을 읽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반응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움직임에 놀랐지만, 이어지는 공격에 그런 감정을 계속 이어갈 수도 없었다.
차라랑.
예의 맑은 소리와 함께 은밀한 기운이 날아들었다.
일반적인 공격과는 많이 다른 상대의 공격에 급히 뒤로 물러나자, 그가 있던 공간이 터져나갔다.
콰과광.
'뭐지?'
평범한 공격과는 많이 달랐다.
묘한 파장을 흘리는 그 공격이 낯설었지만, 그는 곧장 바닥을 밟으며 암격을 흘렸다.
쿠웅.
천마군림보였다.
바닥에 내려선 상대를 확인한 그는 곧장 기운을 쏟아내며 상대를 공격했지만, 상대는 그 흐름을 파악하며 뒤로 물러났다.
콰과광.
먼 거리를 격하며 솟구쳐 오른 강한 기운들이 터져나갔다.
미리 움직이던 정은수는 바닥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에 깜짝 놀라며 다급하게 튀어 오르는 공격을 쳐냈다.
"하아!"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솟구쳐 오르는 기운을 막아냈다.
그녀가 쏟아낸 소리에는 강한 힘이 담겨 있었다.
콰과광.
두 기운이 부딪쳤다.
생각보다 강한 공격에 그녀의 몸이 밀려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그 힘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음공?'
음파를 이용해서 공격을 받아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는 자신이 움직이기도 전에 상대가 움직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리 기운을 흘리고, 그 파장을 읽어서 공격을 피하는 건가?
주변에 은밀하게 퍼져 있는 기운을 확인한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범한 기와는 많이 다른 형태였다.
이게 앞선 여자의 힘이라는 것을 확인한 그는 곧장, 내공을 끌어올리며 밖으로 발산했다.
콰과광.
그저 기운을 분출한 것뿐이었지만, 그 모습을 확인한 정은수의 아미가 절로 찌푸려졌다.
'이렇게 빨리 내 힘을 파악했다는 거야?'
생각했던 것보다 앞에 있는 자가 더 대단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곧바로 검을 뻗었다.
차라랑.
검신을 두드리는 맑은 소리와 함께 낯선 기운이 그를 향해 날아 들었다.
검기와는 다른 기운이었지만, 경시할 수 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쉬이익. 콰과광.
강준우는 검기를 뿌리며 공격을 받아냈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터져나가는 공격.
생각보다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공격을 받아낸 그는 앞에 있는 여자가 평범한 검과는 많이 다른 무기를 사용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날아드는 공격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강한 힘을 머금고 있었다.
아마도 소리를 통해서 날카로운 공격을 날리는 것 같았다.
"하압!"
다시 들려오는 낭랑한 목소리.
이번에는 이전과는 또 다른 공격이 그를 흔들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파혼소(破魂笑)를 이겨냅니다.]
'파혼소(破魂笑)?'
음공의 한 종류인 것 같았다.
소리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공격으로 피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공격이었다.
강한 외침에 강준우의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무엇보다 이어지는 그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은수는 그 공격과 함께 뒤로 물러나며 다시 한 번 검격을 떨쳐냈다.
이번에는 강준우가 아닌 그 뒤에 있는 다이스케를 노렸다.
콰앙. 파사삭.
갑작스러운 공격과 함께 다이스케가 튕겨져 나갔다.
실드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그가 펼친 실드는 너무나 무기력하게 깨져나갔다.
그 힘을 이기지 못한 다이스케가 밀려나자, 강준우는 그의 앞을 가리며 검격을 떨쳤다.
쉬이익.
허공을 격하며 날아든 검기가 그대로 정은수를 노렸지만, 그녀는 다시 검을 떨치며 공격을 받아냈다.
차라랑. 콰광.
예의 맑은 소리와 함께 검기가 터져나갔다.
음공이라는 무기를 펼치는 그녀의 실력에 생각보다 대단했다. 하지만 막아낼 수 없는 공격은 아니었다.
생소하지만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아압!"
그의 검격을 받아낸 정은수는 크게 소리치며 다시 한 번 공격을 감행했다.
주변에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목소리.
파혼소였다.
혼을 깨드린다는 음공이 주변을 가득 채웠지만, 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파혼소(破魂笑)를 이겨냅니다.]
어렵지 않게 그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지만, 문제는 다이스케였다.
상대의 음공에 다이스케가 충격을 입으며 피를 토해냈다.
귀에서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는 다이스케의 모습에 강준우는 다시 검기를 날리며 이어질 공격을 막아냈다.
쉬이익. 콰과광.
그가 쏘아낸 공격이 정은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공격을 받아낸 그녀는 그대로 거리를 벌렸다.
날아드는 강준우의 검기를 막아내면서 그 충격을 발판삼아서 뒤로 물러난 것이다.
강준우는 곧장 물러나는 그녀의 뒤를 쫓으려고 했다.
하지만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 동료를 지키는 게 좋지 않겠어요?
정은수의 전음이 들려왔다.
일반적인 전음과는 달랐다. 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그 거리를 격하고 그녀의 말이 전해진 것이다.
-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요. 그쪽하고 싸울 생각은 없었거든요.
"흐음."
-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입혔지만, 다시 싸울 생각도 없어요. 그것만 알아두세요.
이 상황이 오해라는 사실을 확인시킨 그녀는 급하게 거리를 벌렸다.
빠르게 사라지는 그 모습에 강준우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흐음. 일부러 위력을 조절한 건가?'
아마도 다이스케를 죽일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았다.
오히려 그를 살려두는 것이 나으리라는 판단을 내렸고, 그녀의 생각이 적중했다.
강준우는 그 모습에 씁쓸해하며 비틀거리는 다이스케를 바라봤다.
"괜찮냐?"
"크윽. 고막이 터진 것 같아."
"대꾸하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네."
"이런 염……"
담담한 강준우의 반응에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 됐든 강준우의 발목을 잡은 건 다이스케 본인이었다.
"그런 공격도 못 막으면 어쩌자는 거야?"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어야지. 몸이나 회복해라."
"……."
그로서는 억울했다.
날아드는 낯선 기운을 느꼈지만, 미처 대응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 역시도 마나를 이용해서 내부를 보호할 수 있었지만, 너무 생소한 공격이었다.
강준우가 앞에 있으면서 위험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방심을 것도 이런 사단을 낸 이유였다.
"미, 미안하다. 괜히 나 때문에."
"알면 됐다."
"후우. 말을 말아야지."
이제는 그런 퉁명한 반응도 적응이 됐다.
다이스케는 말을 아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공격에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흔들린 마나를 안정시켰다.
***
처음 만난 음공의 고수.
상대했던 그 여자의 실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났다.
무공 자체가 생소한 것도 있었지만, 정확한 판단과 과감한 결정은 그녀가 왜 그런 힘을 가지게 됐는지 알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 사람이 점점 늘어나겠지?'
여기까지 살아남은 사람이라면 그런 힘을 가지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지도 몰랐다.
이런 곳에서 혼자 움직이는 사람은 대부분 고수라고 봐야 했다.
그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실력을 가졌다는 방증이었다.
무리를 지은 채, 움직이는 자들도 경시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들 대부분이 쉬운 상대는 아니라는 건가?'
이제 그런 사람들도 마냥 쉽게 상대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리단양이라는 여자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따로 방심을 끌어내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들이 위험해졌을 지도 몰랐다.
충분히 경각심을 가졌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다이스케였다.
그렇다고 함께한 그를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몇 번은 제법 도움이 된 놈이었는데.'
앞으로 뱀파이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큰 도움이 될지 몰랐다.
비슷한 무인보다는 마법사가 더 나았지만, 이 상태로는 큰 도움이 되지 못 할 것 같았다.
오히려 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정은수와 부딪친 과정에서 단점이 드러난 상황이었고, 다이스케 역시 그 사실을 실감하고 있었다.
"우선 네 힘이나 먼저 키우자."
"그래. 미안하다. 나 때문에."
"알면 됐어."
"……."
강준우는 그런 다이스케를 뒤로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은 다이스케를 돕는다고 했지만, 이 기회에 다른 무공의 숙련도를 올릴 생각이었다.
거기에 교룡피의라는 귀물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확인을 해볼 생각이었다.
"키아아!"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뱀파이어들을 모아왔다.
짧은 순간에 꽤 많은 놈들을 데리고 온 그 모습에 다이스케는 깜짝 놀랐다.
'자기가 움직이면 이렇게 수월할 일을!'
그동안 놈들을 몰아오는 일은 모두 다이스케의 몫이었다.
강준우가 직접 움직이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놈들을 모을 수 있었다.
죽일 듯이 그의 뒤를 쫓는 놈들의 모습에 다이스케는 마법을 캐스팅했다.
- 준비 됐냐?
"그래. 준비 됐어!"
다이스케가 외치자, 강준우는 뒤를 돌아보며 쫓아오는 뱀파이어들을 마주했다.
"죽어라!"
대뜸 방향을 바꾸는 그의 모습에 쫓아오던 하급 뱀파이어가 검을 뻗었다.
그대로 머리를 꿰뚫을 듯이 예리한 공격이 날아들었지만,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그 공격을 받았다.
터억.
머리로 날아든 공격이 너무나 쉽게 막혔다.
그것도 맨손에 가로막히자, 오히려 공격을 날린 뱀파이어의 눈이 커다래졌다.
"흐읍!"
착을 응용한 강준우는 그대로 검신을 잡아당기며 놈을 끌어당겼다.
강한 힘을 이기지 못한 뱀파이어의 몸이 끌려왔고, 어렵지 않게 목을 틀어쥔 강준우는 흡기공을 이용해서 상대의 마력을 뽑아냈다.
그리고 그 힘을 조절하며 남은 뱀파이어들의 기운을 방해했다.
쿠웅.
가볍게 내디딘 걸음에 달려들던 뱀파이어들의 멈칫거렸다.
그 사이 뒤에 있던 다이스케는 크게 소리치며 마법을 날렸다.
"라이트닝 볼트! 2연발!"
다이스케는 곧바로 두 개의 마법을 한꺼번에 날렸고,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런 병신. 높은 등급을……"
콰지지직. 콰지지직.
연거푸 흘러들어오는 전력에 그는 말을 아꼈다.
앞에 있는 뱀파이어들의 모습만 봐서는 효과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라이트닝 볼트! 2연발!"
다시 쏟아지는 마법에 그의 몸으로 라이트닝 볼트의 여력이 흘러 들어왔다.
[건곤대나이가 파고든 힘의 일부를 돌려줍니다.]
힘을 이용해 여력을 떨쳐낸 그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충격에 놀랐다.
'교룡피의의 힘인가?'
외부의 충격에서만 자유로울 줄 알았지만, 안으로 파고드는 피해도 줄일 수 있는 것 같았다. 어차피 뱀파이어를 통해서 흘러들어온 기운도 걸치고 있는 교룡피의를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쁘지 않은 효과였다.
그가 생각했던 정도의 효과를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알림에 담담하던 강준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올랐습니다.]
[건곤대나이가 5성으로 올라섭니다.]
[남은 잠재력이 활성화 됩니다.]
5성에 오른 건곤대나이.
건곤대나이와 관련된 무공들 중에 하나를 떠올린 강준우는 상점창을 확인했다.
'조건 하나가 충족된 것 같았는데.'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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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