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7화
<고성에서의 임무>
12성으로 올라선 귀음심공.
남은 숙련도를 조금만 더 올리면 다른 두 무공도 곧 성취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심법의 안정성이 크게 상승합니다.]
[심법의 이해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심법과 관련된 무공의 성취가 100% 상승합니다.(무작위)]
'설마?'
[귀영심법의 성취가 올랐습니다. 심법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후우."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천마신공의 성취를 올리기 위해서 익혔던 무공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것 같았다.
귀영심법도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심법이었지만, 천마신공에 비할 바는 못 됐다.
'어쩔 수 없는 건가?'
아쉬움을 뒤로한 그는 4성으로 오른 귀영심법을 확인했다.
귀영심법도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가진 힘을 숨길 수 있는 상승무공으로, 지금까지 많은 덕을 봤던 은신에 특히 특화됐다고 할 수 있는 무공이었다.
그런 심법이 올랐다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천마신공의 숙련도가 올랐다고 하더라도 성취가 오르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심법의 이해도가 더 오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테니까.'
선수가 바뀌었지만, 언젠가는 귀영심법의 성취도 끌어올려야만 했다.
상념을 떨쳐낸 그는 귀음신법을 펼치면 뱀파이어의 뒤를 잡았고, 귀음신장을 날리며 놈들을 공격했다.
투욱. 투욱.
멀리서 날리는 격공장에 뱀파이어의 몸이 꺾여나갔다.
은밀한 장력은 공격이 어디에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듯한 눈치였다.
사용하는 내공은 손에 잡힌 하급 뱀파이어로 채울 수 있었다.
따로 한 놈의 목을 틀어쥔 그는 하급 뱀파이어의 마력을 뽑아내면서 귀음신장을 날렸다.
투욱. 투욱.
음기에 움찔거리는 뱀파이어가 결국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까만 재로 변하며 흩어지는 뱀파이어들.
그렇게 몇 놈을 더 처리하자, 다시 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귀음신장이 12성으로 올라섭니다.]
[장법에 관한 이해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발경에 관한 무리를 가지고 있는 상태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장법과 관련된 무공의 성취가 50% 상승합니다.(무작위)]
[혈수마공의 성취가 올랐습니다.]
'50%상승?'
귀음신장을 12성으로 올리면 발경과 관련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발경이라는 무리를 얻은 상황이었다.
다른 보상으로 대체됐지만, 얻은 보상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혈수마공의 성취가 오른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는 귀음신법을 펼치면서 달라붙은 놈들을 처리했다.
3성으로 올라선 혈수마공을 이용하자, 놈들을 쓰러뜨리는 것이 더 수월해졌다.
[하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몇 놈이 더 쓰러지기 무섭게 남아 있던 귀음신법의 성취가 올랐다.
[귀음신법이 12성으로 올라섭니다.]
[보법에 관한 이해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경신에 관한 무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상이 달라집니다.]
[보법과 관련된 무공의 성취가 50% 상승합니다.(무작위)]
[유령보의 성취가 올랐습니다.]
'흐음.'
이번에도 원하던 무공이 오르지 않았다.
천마군림보가 아닌 유령보의 숙련도가 오르면서 성취가 올랐다.
이제는 이런 식의 성장도 크게 아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음풍퇴가 안 오른 게 어디냐.'
B등급의 음풍퇴가 오르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다.
새삼 낮은 등급의 무공에 관해서 고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이야 높은 등급의 성취를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보다 낮은 등급의 무공을 먼저 올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잠깐 고민하던 그는 달라진 상황에 정신을 일깨웠다.
"물러나! 우선 뒤로 빠져!"
뱀파이어들과 치열하게 싸우던 사람들이 퇴각을 결심했다.
그 자리를 지키면서 놈들을 상대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아무리 힘을 합쳤다고 하지만, 쏟아지는 뱀파이어들을 모두 상대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들은 물러나는 것을 택했고, 그들은 달라붙은 놈들을 떨쳐내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다이스케에게 따로 전음을 보냈다.
- 당분간 그 사람들하고 같이 있어. 나는 따로 움직일 테니까.
"……."
갑작스러운 강준우의 전음에 다이스케는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통보하듯 알리는 강준우의 모습에 그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
골목 곳곳에서 물러나는 사람들과 그들을 쫓는 뱀파이어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준우는 그들과 반대되는 곳으로 움직였다.
무모하다고 싶은 움직임이었지만, 그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적진을 휩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은밀하게 움직이면 충분하겠지?'
귀음신법만으로도 은밀한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확인한 이후였다.
귀영심법과 유령보를 펼치면서 움직인다면 더 은밀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이 무공들만으로도 하급 뱀파이어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곳곳에서 치열할 싸움이 이어지는 제한된 곳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보다는 적진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침투해서 놈들을 상대하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마음을 굳힌 그는 모두가 움직이는 반대로 향했다.
그 와중에 유령보를 펼친 그는 몸을 숨기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디가 좋을까?'
고심하던 그는 활짝 열린 성문을 바라봤다.
이미 많은 놈들이 빠져나온 성안은 전과 다르게 빈 공간이 많이 보였다.
잠깐 그곳을 살피던 그는 곧바로 힘을 끌어올리며 곧바로 성문으로 뛰어들었다.
스르륵.
유령 같은 움직임이었다.
가진 힘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무공을 펼치자, 그는 순식간에 성문을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눈치챈 놈이 없는 건가?'
직접 움직이고 있었지만,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뱀파이어들이 그의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놈들의 옆을 스쳐지나갈 때까지 그들은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눈치채지 못 한 건가? 아니면 모른 체를 하는 건가?'
원체 영악한 놈들이었다.
오히려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떤 상황이든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념을 떨쳐낸 그는 과감하게 움직이며 성벽이 있는 계단으로 향했다.
우선 성벽으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따로 성벽 위를 지키는 놈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은밀하게 놈들의 수를 줄여나갈 계획이었다.
"누구냐?"
하지만 상황은 그의 생각과 또 달랐다.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성벽 위에는 또 다른 놈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성벽 위로 올라선 그는 낯선 소리에 숨을 죽였다.
주변을 둘러보는 한 놈의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최대한 숨을 참으며 몸을 숨긴 강준우는 조심스럽게 놈들의 모습을 살폈다.
'저놈은 누구지?'
유난히도 창백한 얼굴을 가진 놈이었다.
대부분의 뱀파이어들이 핏기가 없는 창백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만, 앞에 있는 놈은 유난히 새하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주변을 둘러보는 놈의 행동.
'들킨 건가?'
그저 마주한 것만으로도 강한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강렬한 놈은 강준우가 올라왔던 계단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잘못 된 것입니까?"
"아니다."
"……."
"경계를 철저히 해라."
"예."
의아해하던 놈은 다시 몸을 돌렸다.
성벽 위에서 밖을 살피던 놈은 다른 뱀파이어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이곳 상황을 통제하고 있었다.
'저놈이 여길 맡고 있는 놈인가?'
상당한 기운을 품고 있는 놈인 것은 분명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튀어나가서 놈의 목을 취하고 싶었지만, 놈을 보필하는 다른 뱀파이어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상급인가?'
일전에 마주했던 상급이라는 놈들이 여럿이었다.
중급과 상급 뱀파이어들이 보필하는 놈이었다. 평범한 신분이 아닐 것은 분명했다.
당연히 가진 힘도 범상치 않을 게 분명했다.
놈의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마음을 다스렸다.
막상 분탕질을 치려고 이곳으로 들어섰지만, 아직 제대로 힘도 써보기 전에 쫓겨날 수는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침묵하며 자리를 지키자, 결국 성벽 위에 있던 놈들이 아래로 내려갔다.
뒤늦게 안도한 그는 사라지는 놈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운 놈은 아닌 것 같은데.'
문득 요르문이라는 이름이 떠올렸지만, 그놈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아무래도 요르문의 수하들 중에서 수위에 꼽는 놈인 것 같았다.
외성을 책임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놈을 확인한 강준우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저런 놈이 외성을 지키고 있다면, 요르문이라는 놈은…… 얼마나 강한 거지?'
새삼 걱정이 됐다.
그저 이름만 알고 있는 요르문이었지만, 마주한 놈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면 쉬운 놈이 아닐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떠오르는 상념을 떨쳐냈다.
지금은 이곳에 있는 하급 뱀파이어들의 수를 줄이는 게 먼저였다.
'슬슬 움직여볼까?'
강한 기운을 가진 놈은 모습을 감췄다.
놈을 보필하던 상급과 중급 뱀파이어들도 모습을 감추자, 강준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르륵.
귀영심법을 토대로 유령보를 펼친 그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계단을 통해서 성벽 아래로 움직인 그는 홀로 떨어져 있는 뱀파이어를 노렸다.
뱀파이어들 대부분이 성벽을 경계로 모여 있었지만, 놈들이 따로 대열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격을 가진 놈들이라 그런가? 영락없는 사람인데?'
별의 별 놈들이 다 있었다.
자리를 지키며 대기하는 놈들이 있는가하면, 따로 구석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짓을 하는 놈들도 여럿이었다.
각자게 제 생각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놈들의 자유로운 행동이 그에게 나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살피던 그는 목표했던 놈을 향해 다가갔다.
은밀하게 뒤를 잡을 때까지 놈은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스르륵. 푸욱.
강준우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일검을 뿌렸다.
[하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뒤통수가 꿰뚫린 하급 뱀파이어는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못하고 모습을 사라졌다.
재로 변한 채 사라지는 그 모습에 강준우는 다시 모습을 감췄다.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뱀파이어가 사라졌지만, 근처에 있는 뱀파이어들 누구 하나 그것을 알아채지 못 했다.
'이 무공만 완성해도 엄청나겠는데?'
암습을 펼친 강준우조차도 놀랄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다시 한 번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한 그는 다시 대상을 물색했다.
'누가 좋을까?'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아무리 효과가 좋다고 하지만, 상대하는 놈들도 평범한 놈들은 아니었다.
하급이라고 하더라도 놈들은 뱀파이어였다.
포인트만 보자면 고블린 족장이나 웨어 울프 전사에 버금가는 놈들이었다.
처음에는 도저히 쓰러뜨릴 수 없을 것 같았던 고블린 족장과 같은 힘을 가진 놈들.
그 힘을 경시할 수 없었다.
그는 따로 떨어진 놈들만 노렸다.
다른 뱀파이어들의 시선에서 떨어진 놈들로 그가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는 놈들이었다.
적당한 놈을 찾은 그는 다시 움직였다.
적진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을 휘젓고 다녔지만, 그를 찾아내는 놈들은 없었다.
어렵지 않게 목표에 접근했고, 검격을 뻗으며 놈의 목숨을 취했다.
[하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무영검을 사용하면 어렵지 않게 놈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일섬을 섞은 유령보와 일섬을 섞은 무영검.
위력적인 힘에 하급 뱀파이어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원체 많은 놈들이 있으니까 티도 안 아는 건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놈들의 수는 여전히 많았다.
푸욱. 푸욱.
점점 그의 움직임이 과감해졌다.
처음에는 동떨어져 있던 뱀파이어 한 놈을 상대했지만, 두어 놈이 모여 있어도 개의치 않았다.
그만큼 무영검은 위력적이었다.
뱀파이어가 이상함을 눈치채기도 전에 놈들은 까만 재로 흩어졌다.
[일섬이 5성으로 올라섰습니다.]
[후발선지(後發先至)에 관한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4성으로 올라선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 일섬이 5성으로 올라섰다.
보법과 검법을 펼칠 때마다 수시로 사용한 만큼 성취를 빨리 올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일은 새로운 무리에 대한 단초를 얻었다는 점이었다.
'후발선지?'
어렴풋이 들어봤던 단어였다.
그 의미를 곱씹던 그는 다시 모습을 감추며 성벽으로 움직였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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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