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8화
<고성에서의 임무>
콰앙. 콰앙.
밖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굉음들.
전열을 정비한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벽 밖에서 다시 시작된 공세에 안에 있던 뱀파이어들이 동요했다.
안에 있던 놈들은 밖에 있는 뱀파이어들을 돕기 위해서 다시 움직였고,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죽여 놓을 걸 그랬나?'
성문으로 몰리는 놈들의 모습을 확인한 그는 고심했다.
다시 밖으로 빠져나가서 사람들을 도울지, 이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냥 여기에서 분탕질을 치는 게 나을까?'
내부에서 혼란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놈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면 밖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더 편하게 움직일 지도 몰랐다.
어차피 혼자서 암습을 펼친다고 많은 수를 줄일 수 없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놈들을 상대하는 게 더 많은 뱀파이어들을 죽일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강준우는 결정을 내렸다.
계단을 통해서 아래로 내려간 그는 중간에서 걸음을 멈췄다.
따로 무공을 사용하지 않은 그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인간이다! 인간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발견한 놈들이 광분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를 잡기 위해서 몰려드는 놈들을 기다리며 암기를 손에 쥐었다.
"잡아라!"
"놈이 성벽으로 움직인다!"
순식간에 수많은 놈들이 몰려들었다.
계단을 오를 수 있는 길이 비좁았기 때문에 올라오는 놈들의 수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꽉 들어찬 뱀파이어들의 모습을 확인한 그는 곧장 손을 뻗었다.
'만천화우!'
끌어 모은 내공이 손에 쥔 암기로 전해졌다.
계속해서 내던지는 암기가 허공을 빼곡히 채워나갔고, 검은 먹구름이 몰려든 것처럼 하늘을 빼곡하게 채운 암기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후두두두. 콰과광. 콰과과광.
"아아악!"
커다란 굉음과 함께 모여든 뱀파이어들의 처절한 비명이 뒤를 이었다.
[하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하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하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미친듯이 떠오르는 알림과 함께 빼곡히 모인 뱀파이어들이 까만 재로 변하며 흩어졌다.
암기로 가득 찼던 공간이 까만 연기로 가득 채워졌다.
이 공격으로 많은 뱀파이어들이 쓰러져 나갔다.
"후우."
깊은 숨을 내쉰 강준우는 어느새 계단 위로 올라온 뱀파이어들의 공격을 확인하며 손을 뻗었다.
"죽어라. 인간!"
괴성을 지른 놈이 붉게 충혈된 눈을 번뜩이며 달려들었다.
그대로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려는 듯이 손톱을 세우며 공격을 감행했지만,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놈의 손을 잡아냈다.
"크아아!"
손이 묶이자마자 송곳니를 앞세운 놈은 그대로 강준우의 팔뚝을 물었다.
하지만 박히지 않는 송곳니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애쓰지 마. 하급 뱀파이어 이빨은 박히지도 않더라."
"크윽? 끄읍!"
담담하게 대꾸한 그는 곧장 하급 뱀파이어의 머리를 틀어쥐었다.
붉게 변한 손이 우왁스럽게 놈의 머리를 붙잡기 무섭게 그는 흡기공을 이용하며 놈의 마력을 뽑아냈다.
파츠츠츠.
빠르게 모이는 마력을 확인한 그는 곧장 그 기운을 변형시키며 바닥으로 흘려보냈다.
콰과광.
그 힘이 강한 폭발로 이어졌다.
5성에 오른 천마군림보가 힘을 드러내자, 계단으로 올라오던 뱀파이어들이 휩쓸려 나갔다.
생각했던 파괴력은 아니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끄으으!"
괴로워하던 뱀파이어에게서 더 이상 마력이 나오지 않자, 그는 그대로 놈의 머리를 부수며 또 다른 놈의 목을 틀어쥐었다.
계속해서 뽑아내는 마력들.
건곤대나이와 천마신공의 힘으로 별다른 부작용 없이 뱀파이어들의 마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적들의 마력으로 뱀파이어들을 쓰러뜨리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내부에서 나타난 강력한 적에 놈들이 전력이 분산됐다.
성 밖의 움직임도 유리하게 흘러가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뱀파이어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도 계속 이어질 수 없었다.
"물러나라!"
힘 있는 목소리와 함께 모여들던 뱀파이어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홍해가 갈라지듯이 갈라지는 뱀파이어들 사이로 익숙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놈은 얼마 전에 봤던 그놈이잖아?'
크게 소리친 놈은 성벽 위에서 마주한 적이 있는 놈이었다.
외성을 책임지고 있는 뱀파이어가 분명했다.
싸늘한 놈의 눈초리가 강준우의 전신을 훑었다.
기분 나쁜 느낌에 그는 바닥으로 기운을 흘려보냈다.
콰앙.
천마군림보를 펼치며 가볍게 놈의 상태를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격을 감행한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제법 강한 놈이구나."
"……."
"성벽 위에서 느꼈던 그 흐릿한 기운은 네놈이었겠지?"
강력한 폭발에 휩쓸렸지만, 놈은 멀쩡했다.
순간 펼친 실드가 깨져 나가면서 놈은 멀쩡할 수 있었다.
실드는 물론이고, 그 뒤에 숨은 자들까지 휩쓸어 버렸던 무공이 바로 천마군림보였다.
가볍지 않은 힘이었지만, 놈은 실드만으로 그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놈인가?'
거리가 있었던 만큼 제대로 된 힘이 전달되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공격을 받아낸 놈의 실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 확인한 적의 실력에 강준우는 고심했다.
'이대로 부딪치면…… 불리하겠지?'
아직 곳곳에 많은 놈들이 남아 있었다.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고 있다지만, 언제까지 이 상황이 지속될지는 알 수 없었다.
'물러나야하나?'
고민하던 그는 결정을 내렸다.
지금 당장은 물러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뒤로 물러나는 그의 모습에 모두에게 명령을 내렸던 놈이 흥분하며 소리쳤다.
"잡아라!"
"잡아라. 놈을 잡아라!"
그의 외침에 가까이 있던 놈들이 강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놈들의 행동에 그는 현철보검을 꺼내들며 그대로 검기를 뿌렸다.
쉬이익. 콰과광.
계단으로 향하는 길만 막아내면 될 일이었다.
모여든 놈들이 그가 날린 검기에 휩쓸리며 까만 재로 변한 채 흩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몇몇은 흥분하며 다시 소리쳤다.
"성벽 위로 올라가라!"
"크아아!"
괴성과 함께 놈들의 모습들이 달라졌다.
높다란 성벽을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없는 놈들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박쥐로?'
아무래도 박쥐로 변한 채, 성벽으로 오를 생각인 것 같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반대편 계단에서 성벽으로 뛰어오르는 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양쪽에서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강준우는 지체 없이 뒤로 물러났다.
달라진 그의 행동에 앞에 있던 놈들이 그를 노리며 마법을 날렸다.
쉬이익.
그를 노리며 날아드는 검은 구체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놈들이 원거리에서 공격을 감행했다.
조금이라도 그를 붙잡으려는 생각인 것 같았지만, 이어지는 광경에 공격을 감행한 놈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휘이익. 콰과광.
그대로 강준우의 몸을 때릴 것 같았던 마법이 돌연 방향을 바꿨다.
그의 팔에 닿기 무섭게 터져나가야 했지만, 오히려 방향을 바꾸며 주변에 있는 뱀파이어들을 향해 쏘아진 것이다.
그들의 공격이 오히려 동료 뱀파이어들을 휩쓸었다.
강한 충격에 공격을 받아낸 뱀파이어들이 휘청거렸고, 바닥에서부터 시작된 폭발이 그들을 휩쓸었다.
콰과과광.
배진격을 이용해서 공격을 되돌리고, 천마군림보로 마무리를 지었다.
상대방의 힘을 이용한 강준우는 그 사실을 반겼다.
'이대로 마법만 날아오면 좋겠는데?'
생각보다 배진격의 힘이 더 대단한 것 같았다.
상대의 힘으로 적들을 공격하는 것 자체가 효율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죽은 놈들 역시 그가 처리한 것으로 여겨졌다.
당연히 배진격을 활용해서 놈들의 수를 줄이는 게 나았지만, 상대도 바보는 아니었다.
"마법을 날리지 마라. 우선 놈들을 붙잡아라!"
강준우의 밝은 표정에 뒤에 있던 놈이 크게 소리쳤다.
그 명령에 남은 뱀파이어들은 그와의 거리를 좁혔다.
달려드는 족족 그의 손에 쓰러지기 시작했지만, 결국 강준우도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하압!"
큰 기합과 함께 뒤를 잡은 놈이 달려들었다.
그대로 뒤통수를 꿰뚫으려는 듯이 검을 앞세우며 달려들었지만,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그 공격을 받아냈다.
채앵.
그 틈을 노리고 앞에 있는 놈이 손톱을 앞세우며 달려들었다.
뒤에 있는 뱀파이어를 상대하는 강준우에게는 큰 위협이 될 공격이었다.
공격을 감행한 뱀파이어도 그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대뜸 날아오는 동료의 검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짓이냐?"
"크윽. 내 의지가 아닌…… 커억."
공격을 받아낸 강준우는 배진격을 이용해서 공격의 방향을 바꿨다.
강준우를 공격하려던 뱀파이어의 검이 오히려 동료 뱀파이어의 가슴을 노리며 쏘아졌다.
생각지 못한 공격에 아래에서 달려들던 놈은 몸을 비틀었지만, 위에서 검을 뿌린 뱀파이어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틈을 파고든 강준우가 그대로 목을 틀어쥐었기 때문이다.
목을 잡자마자 흡기공을 운용했다.
어느새 3성까지 오른 흡기공은 상대의 마력을 더 빨리 갈취할 수 있었다.
그는 곧장 흘러 들어온 마력을 사용하며 성벽 위에 모여든 뱀파이어들을 흩트렸다.
콰앙.
강한 기운이 터져 나오자 놈들이 튕겨져 나갔다
미처 변신을 하지 못한 박쥐들이 그 힘에 휩쓸리며 쓰러졌고, 이어지는 공격에 까만 재로 변하며 사그라들었다.
'후우. 후우.'
짧은 순간 격하게 움직인 그는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며 성벽 위로 올라섰다.
아찔한 높이였다.
바닥을 확인한 그는 주저했지만, 점점 모이는 뱀파이어들의 확인하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놈들을 쓸어내고…… 빠져나가자.'
천마기멸격을 뿌리고 물러날 생각이었다.
곧바로 기운을 끌어 올린 그는 이후를 준비했지만, 뒤에서부터 강한 기운이 날아들며 그를 옥죄어왔다.
쐐에엑.
검붉은 기운이 날아들었다.
직선을 그리며 쏘아지는 강력한 힘에 강준우는 팔을 뻗으며 그 공격을 받아냈다.
터엉.
배진격을 염두에 두며 일부러 혈수마공을 펼쳤지만, 밀고 들어오는 힘이 생각보다 강했다.
'크흡!'
기운을 끌어 올린 그는 그 힘의 방향을 바꿨다.
쉬이익.
건곤대나이의 힘으로 날아든 공격의 방향을 간신히 바꿀 수 있었다.
날아든 공격은 그대로 우측에 모여 있는 뱀파이어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커다란 굉음과 함께 터져나갔다.
콰과과광.
커다란 굉음과 함께 초토화된 주변.
생각보다 강한 위력에 그도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서 다른 뱀파이어들을 처리하면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지만, 놈의 공격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공중에 떠오른 놈은 다시 마법을 날렸다.
주변에 생겨난 검은 구체들.
마치 다이스케가 여러 개의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위력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쐐에엑.
여러 개의 구체가 사방을 점하며 그를 옥죄어왔다.
콰과광. 콰과광.
강준우는 곧장 검격을 뿌리며 공격을 받아냈다.
따로 배진격을 이용할 겨를이 없었다.
동시에 날아드는 공격은 무영검을 펼치면서 터뜨리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도 모든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다.
별다른 피해 없이 놈의 공격을 쳐냈지만, 새하얀 얼굴을 한 놈이 어느새 그의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언제?'
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상대는 그 거리를 좁혔다.
'블링크?'
일전에 이런 마법을 사용한 적이 있던 자를 떠올린 그는 그 마법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하는 놈이 마법을 주력으로 펼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근접한 마법사라면 그렇게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먼저 거리를 좁힌 놈은 앞에 있는 뱀파이어였다.
자신이 없다면 그런 짓을 벌일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곧 놈의 의도가 드러났다.
"그만 날뛰어라!"
"……."
일갈한 뱀파이어의 손이 그에게 뻗어졌다.
일반적인 마법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빠른 움직임이었다.
그렇다고 막지 못할 공격은 아니었다.
검게 변한 그 손을 확인한 그는 혈수마공을 펼치며 놈의 손을 쳐냈다.
터엉.
순간 부딪친 두 손.
당연히 튕겨져 나가야 했지만, 밀려난 놈은 그대로 강준우의 손을 붙잡았다.
동시에 낯선 알림이 전해졌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순혈의 뱀파이어 볼로쟈의 힘에 저항합니다.]
[건곤대나이가 집중되는 내공의 흐름을 바꿉니다.]
'순혈의 뱀파이어?'
상대를 확인한 강준우의 눈이 커다래졌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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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