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손에 천마신공-139화 (139/254)

제 139화

<순혈의 뱀파이어>

볼로쟈가 자신 있게 강준우를 붙잡은 이유는 그의 힘을 갈취하기 위해서였다.

순혈의 뱀파이어는 굳이 송곳니를 박아 넣지 않아도 놈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방해에 볼로쟈의 새하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놈은…… 뭐지?'

대부분의 먹잇감들은 이상함을 느낀 순간, 빠져나가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앞에 있는 놈은 달랐다.

빠져나가기 위해서 발악하지도 않았고, 의도한 대로 기운이 뽑혀 나오지도 않았다.

강준우는 오히려 비릿한 미소를 보이며 다른 손으로 그의 남은 손을 붙잡았다.

"미친 짓을…… 흐읍!"

양손을 묶으려는 놈의 행동이 황당했던 볼로쟈는 그를 비웃었지만, 이어지는 마력의 흐름에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그의 마력이 앞에 있는 인간의 손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가 사용하는 수법이었다.

놈은 눈앞에서 그의 마력을 갈취하기 시작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는 격이었다.

황당한 짓거리에 실소가 터져 나왔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놈의 힘이 대단했다.

파츠츠츠.

몰리는 마력이 그의 통제를 벗어났다.

정작 강준우의 힘은 볼로쟈의 의도에 거센 저항을 하는 반면, 볼로쟈의 마력은 강준우의 손으로 너무나 쉽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거지같은 일이!'

누군가에게서 마력을 뺏은 적은 있었지만, 빼앗긴 적은 처음이었다.

볼로쟈는 황당하고도 낯선 상황에 당혹스러워했지만, 그 시간도 오래가지 않았다.

쿠웅.

강력한 힘이 그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빼앗긴 마력이 다시 되돌아오면서 충격을 전해주자, 그의 몸이 들썩였다.

하지만 강준우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크큭. 재미있는 놈이구나!"

"……."

볼로쟈라는 놈은 멀쩡했다.

오히려 실소를 흘리며 그의 행동을 비웃었다.

다시 한 번 뽑아낸 기운을 되돌렸지만, 이번에는 작은 충격도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설마?'

문득 스치는 생각에 그는 기의 흐름을 살폈다.

역으로 되돌린 기운이 그의 몸으로 스며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헛수고만 한 셈이었다.

그는 다시 마력을 뽑아내며 그 힘을 외부로 표출했다.

천마군림보로 상대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볼로쟈 역시 만만한 놈은 아니었다.

"크아아!"

놈은 곧장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다.

그대로 강준우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피를 취할 생각이었다.

"커억."

하지만 들어 올린 강준우의 발에 막혀 나아갈 수 없었다.

강준우는 그 와중에 음풍퇴로 놈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발을 얹은 채, 가슴을 밀어내는 강준우의 행동.

공격이 막힌 것보다 저급한 인간의 발이 몸에 닿았다는 것 자체가 불쾌한 것 같았다.

볼로쟈는 더욱 붉어진 눈으로 강준우의 눈을 직시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볼로쟈의 최면에 저항합니다.]

놈은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강한 눈빛에 위협을 느낀 강준우는 그대로 발을 구르며 놈을 공격했다.

쿠웅. 콰앙.

볼로쟈라는 놈이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기운을 흘렸다.

강한 폭발과 함께 놈의 몸이 들썩였지만, 짧은 순간에 생겨난 검붉은 막이 공격을 막아냈다.

실드인 것 같았지만, 평범한 실드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도 그 공격에 놀랐는지 볼로쟈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이대로 붙어서는 놈을 당해낼 수가 없겠구나!'

기운을 뽑아내면서 놈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앞에 있는 놈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오히려 기운을 빼앗기자 그는 다른 방법을 강구했다.

"크아아!"

크게 포효하는 놈의 몸에서 강한 기파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주변에 있던 물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부서진 잔해들이 곧 그를 향해 쏟아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을 접한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염력인가?'

아무래도 다른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았다.

큰 위협이 되는 공격은 아니었다.

날아드는 잔해들 역시 그가 뿜어낸 기운에 쓸리며 튕겨져 나갔다.

"괴상한 수를 쓰는구나!"

"너만큼 괴상할까?"

"이놈!"

비교적 자유로운 발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천마군림보의 힘으로 쏟아지는 잔해들을 떨쳐낼 수 있었지만, 효율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쏟아지는 잔해들을 떨쳐내기에는 과한 힘이었다.

거기에 뒤에 있는 뱀파이어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저놈들까지 끼어들면…… 피곤해지는데.'

뒤에 있는 놈들은 명령만 내려진다면 언제든지 달려들 기세였다.

주변을 살피던 그는 다른 방법을 강구했다.

서로 팔목을 붙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혈수마공을 펼치면서 놈의 날카로운 손톱을 막아내고 있는 그는 곧바로 기운을 끌어내며 지력을 쏟아냈다.

푸욱.

"끄으윽! 이놈!"

갑자기 팔을 꿰뚫는 강력한 지력.

일양지였다.

큰 충격을 받은 볼로쟈가 이를 악물며 그를 노려봤지만, 강준우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서걱.

"카악!"

그는 쏘아낸 지력을 검으로 바꿨다.

형상기검을 펼치면서 놈의 팔을 잘라내자, 볼로쟈는 소리치며 뒤로 물러났다.

순식간에 양팔이 잘리자 놈은 지체 없이 물러났고, 강준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쐐에엑.

그대로 손에 쥔 기검을 날렸다.

검 자체가 볼로쟈의 가슴을 노리며 쏟아졌지만, 놈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찰나의 순간, 볼로쟈의 몸이 까만 어둠으로 뒤덮였다.

검은 형상을 한 놈의 몸이 커다란 덩어리로 변했지만, 곧 뭉쳐 있던 덩어리가 분열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파드드드득.

쉬이익. 콰과광.

분열한 놈들은 박쥐 떼로 변하며 흩어졌다.

놈을 스쳐지나간 기검은 뒤에 있는 뱀파이어들을 덮쳤고, 휩쓸린 놈들이 까만 재로 변하며 흩어졌다.

'미친! 별 거지같은 수를 다 쓰네.'

강준우는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의 손을 빠져나간 것은 아니었다.

잘라낸 놈의 손이 어느새 몇 마리의 박쥐로 변해 있었다.

대다수의 박쥐 떼는 무사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 뭉치며 제 형상을 찾아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제 모습을 찾아가는 볼로쟈의 모습에 강준우는 손에 힘을 줬다.

"크흑."

발버둥 치며 빠져나가려는 놈들을 터뜨리자, 손에 잡힌 박쥐들이 까만 재로 변하며 흩어졌다.

동시에 볼로쟈라는 놈이 괴로워했다.

충격을 입은 듯한 모습이었지만, 놈을 쓰러뜨릴 정도의 치명상은 아니었다.

멀쩡한 놈의 모습에 강준우는 침음을 흘렸다.

위급할 때, 박쥐 떼로 변해서 흩어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능력이었다.

'괜히 순혈이 아니라는 건가?'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았다.

생각보다 강한 놈을 제때 처리하지 못 했다는 사실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놈이 뱀파이어들 뒤로 물러났다는 점이었다.

마법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놈에게 거리를 준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리고 그런 걱정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놈을 잡아라!"

물러난 불로쟈의 외침에 근처에 있던 뱀파이어들이 달려들었다.

그렇다고 불로쟈라는 놈이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도 않았다.

놈은 곧장 마법을 준비하며 다음 공격을 노렸고, 그 모습에 고민하던 강준우는 곧장 뒤로 물러났다.

휘이이잉.

까마득한 높이의 성벽.

쉽게 뛰어내릴 수 없는 높이었다.

그래도 벽을 박차며 움직이면 바닥까지 무사히 내려설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이미 이쪽 방향으로 도주로를 정한 그는 달려드는 놈들을 확인하며 곧장 발을 굴렀다.

쿠웅. 콰과과광.

강한 내공을 쏟아내며 천마군림보를 펼치자 달려들던 놈들이 그 기운에 휩쓸렸다.

표출한 기운이 앞을 가리자, 그는 지체 없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손에 넣은 경신의 무리를 믿었다.

유령보를 펼치며 다음에 발을 내디딜 곳을 확인한 그는 세밀한 움직임으로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위에 있는 불로쟈는 움직이며 그를 방해했다.

"죽어라!"

콰과광.

아래로 내려서는 그에게 강력한 마법이 꽂혔다.

공교롭게도 그가 발을 내디딜 곳에서 폭발이 터져 나왔다.

강준우의 움직임을 예측한 불로쟈가 마법으로 주변을 터뜨린 것이다.

그 여력이 그를 휩쓸었고, 낯선 힘이 그를 밀어냈다.

'또 염력인가?'

갑작스러운 힘에 저항하며 기파를 뿌렸지만, 상황은 상대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허공에서 떠밀린 그의 몸이 성벽과 멀어졌다.

뒤늦게 몸을 비틀며 방향을 바꾸려고 했지만, 그런 그에게 볼로쟈의 마법이 날아들었다.

쉬이익. 콰과광.

몸통을 노리며 날아드는 검은 구체들.

매직 미사일 같던 검은 구체들이 그를 밀어냈다.

강한 충격에 몸이 밀려났고, 거친 바람이 그를 휩쓸었다.

"시발, 이대로라면…… 힘들겠는데?"

이대로 바닥으로 떨어진다면 무사할 것 같지 않았다.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지만, 허공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 낯선 기운과 함께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강 상!"

"……."

익숙한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자, 다이스케가 빠른 속도로 그를 향해 다가왔다.

어느새 쏘아낸 매직 미사일이 그의 발밑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건가?'

다이스케의 의도를 읽은 그는 몸을 비틀었다.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에 맞춰 자세를 잡은 그는 발밑까지 다가온 구체를 확인하며 그대로 발을 내디뎠다.

콰앙.

매직 미사일이 터져나가며 그를 밀어냈다.

그 힘을 발판삼은 강준우는 몸을 비틀며 크게 몸을 날렸고, 그런 그의 발 아래로 다시 매직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콰앙. 콰앙.

징검다리를 밟으며 강을 건너는 듯한 모습이었다.

허공을 건너며 빠르게 다이스케와 가까워지자, 다이스케는 그대로 손을 뻗었다.

"잡아!"

"……."

그대로 안겨야 할 것 같은 상황이었다.

사내 몸에 안겨야 한다는 사실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발을 뻗었다.

투욱.

"뭐, 뭐하는 거야?"

"이게 더 편할 것 같아서."

"이런 미친!"

그의 어깨를 밟고 올라선 강준우의 행동에 다이스케는 절로 욕설을 토해냈다.

이 취급을 받으려고 고생하며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마, 마법이 여기까지?"

멀리서 날아든 검은 구체의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게가 더 무거워진 만큼 플라이를 유지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강준우의 무게를 버티며 몸을 띄우는 것에 많은 심력을 쏟아야 했다. 거기에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마나도 무시할 수 없었다.

날아오는 마법에 미처 대응할 겨를이 없었지만, 그런 걱정은 강준우가 떨쳐냈다.

"잘 잡아!"

"……."

쐐에엑.

강준우는 곧장 날아드는 공격을 떨쳐냈다.

콰과광. 콰과광.

그대로 검기를 뿌리자 그를 노리며 날아들던 마법이 터져나갔다.

뒤늦게 그가 그런 식으로 움직인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지만, 다급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놈들을 쫓아라!"

볼로쟈의 외침이 다시 이어졌다.

놈의 명령에 따라 성벽 위로 모여들 뱀파이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쥐로 변한 놈들이 그대로 허공에 몸을 날렸다.

이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놈들은 빠르게 다이스케를 뒤쫓았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일 수는 없는 거냐?"

"끄윽.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아래로 내려가는 건 어때?"

"저 많은 놈들이 안 보이는 건 아니지?"

"……."

성벽 아래에도 뱀파이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놈들 역시 공중에 떠 있는 그들을 노리고 있었다.

밖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는 놈들을 공격하고 있었지만, 무사히 몸을 피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캬악!"

"캬아악!"

뒤쫓아 온 박쥐들이 그들과 가까워졌다.

놈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며 그들을 노렸다.

이미 강준우에게는 이빨이 박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다이스케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새끼들 좀 어떻게 해 봐!"

"기다려."

"말만 하지 말고, 놈들을……"

달라붙는 박쥐 떼의 모습에 기겁한 그가 크게 소리쳤지만, 마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투두둑. 투두둑.

그를 노리며 달려들던 놈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몇 놈은 그대로 까만 재로 변한 채 흩날렸지만, 다른 놈들은 까마득한 아래로 추락했다.

보이지 않은 벽에 막힌 듯, 달려드는 족족 튕겨져 나갔다.

'뭐, 뭐야?'

어깨 위에 있던 강준우가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눈에 잡히지 않을 속도로 검격을 뿌리는 그의 모습에 다이스케는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런 놀라운 감정도 길지 않았다.

"움직이지 마! 너 때문에 빗나가잖아."

"어떡하라고? 이렇게 버티는 것도 얼마나 힘든데!"

그가 움직일 때마다 크게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큰 공격은 허용하지 않았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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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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