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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40화 (140/254)

제 140화

<순혈의 뱀파이어>

마저 끝을 보지 못한 채 물러났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이미 서로의 실력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놈은 신중하게 움직일 게 분명했다.

'다시 잠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금까지 보인 뱀파이어들의 모습만 봐서는 뭔가 대비를 할 게 분명했다.

다시 성을 빠져나온 만큼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놈들을 몰아붙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서 뱀파이어들의 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외성으로 진입해서 놈들을 쓰러뜨려야만 했다.

문제는 순혈의 뱀파이어라는 볼로쟈라는 놈이었다.

확실히 만만치 않은 놈이었다.

외성을 지키고 있는 놈을 다시 상대하는 것도 쉬울 것 같지 않았다.

'그것보다 다른 놈들이 더 큰 문젠가?'

밖에 있던 대부분이 그와 볼로쟈의 싸움을 확인했다.

그가 혼자 성벽 위에서 놈들을 상대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것보다 다른 뱀파이어들을 통제하고 있는 놈이 있다는 것에 더 놀라는 눈치였다.

"그놈 이름이 뭡니까?"

"상급 뱀파이어였습니까?"

"어땠어요? 충분히 상대할만합니까?"

무사히 돌아오자 여기저기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따로 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면 그들 역시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운을 회복한 강준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성 안에서 놈들의 시선을 붙잡는 사이, 밖에 있는 사람들도 꽤 많은 놈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뱀파이어들이 쓰러져 나갔다.

성 밖에 남아 있는 놈들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힘을 끌어 올리며 놈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강준우도 그들 틈에 끼어서 뱀파이어들을 상대했다.

스르륵.

유령보를 펼치며 무영검을 쏟아내는 그의 고격에 뱀파이어들이 쓰러져 나갔다.

확실히 전보다 더 수월해진 것 같았다.

새롭게 얻은 무리의 단초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후발선지라.'

말 그대로 늦게 움직여서 먼저 닿는다는 의미였다.

완벽한 무리를 얻지는 못 했지만, 전보다 검속이 더 빨라진 것 같았다.

무영검이라는 쾌검술을 사용하는 그에게는 확실히 영향이 있었다.

그는 어렵지 않게 놈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굳이 유령보를 펼치지 않더라도 무영검만으로 놈들을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었다.

푸욱. 푸욱.

빠르게 줄어드는 뱀파이어들.

동시에 반길만한 알림이 뒤를 이었다.

[무영검이 5성으로 올라섰습니다.]

[후발선지(後發先至)에 관한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후발선지(後發先至)에 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검막(劍幕)을 펼칠 수 있습니다.]

'검막(劍幕)!'

새로운 알림에 깜짝 놀랐다.

검막(劍幕).

말 그대로 검으로 장막을 만들어낸다는 말이었다.

빠르게 휘두른 검으로 투명한 막을 만들어내면서 공격을 받아낼 수 있었다.

검 하나만으로 주변에 막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쾌검술을 주력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검막을 펼치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었다. 막무가내로 검을 뿌린다고 검막을 만들 수 없었다.

5성으로 올리선 무영검과 5성으로 오른 일섬.

후발선지의 무리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검막의 사용이 가능해졌다.

새로운 기술을 손에 넣은 강준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런 그에게 뱀파이어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틈을 이용해서 그대로 빠른 검격을 날린 것이다.

곧 목을 꿰뚫을 것 같은 공격이 날아들었지만, 강준우는 피하지 않고 검을 날리며 놈의 공격을 받아냈다.

서걱.

한참 뒤에 검을 휘둘렀지만, 그의 검은 뱀파이어의 목을 잘라냈다.

완벽한 후발선지를 내보이고 있었다.

까만 재로 변하며 사라지는 놈을 뒤로한 그는 남은 놈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준우의 분전과 다른 사람들의 힘으로 뱀파이어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놈들도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계속해서 밀려나는 뱀파이어들은 결국 성 안으로 다시 들어섰다.

놈들도 조금 더 유리한 쪽으로 움직였고, 성 안에서 기세가 오른 사람들을 맞았다.

열린 성문을 두고 서로가 대치했다.

무거운 분위기에 누구 하나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던 그때, 안드레이가 앞으로 나서며 주먹을 뻗었다.

쉬이익. 콰과광.

내지른 주먹에서부터 강한 기운이 쏟아졌다.

열린 성문으로 쏘아지는 수많은 권기들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터져 나갔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안에 있던 뱀파이어들도 반격을 이어갔다.

곧장 마법이 날아들면서 그를 노렸지만, 그의 앞에 투명한 막이 생겨나며 놈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콰과광.

뒤에 있던 동료들이 그들을 도왔다.

날아오는 공격을 받아내기 무섭게 다시 사람들의 반격이 이어졌다.

안드레이의 공격과 함께 지지부진한 상황에 깨졌다.

강준우의 말에 안드레이와 일행들이 다시 움직였고, 치열한 싸움이 이어졌다.

하지만 상황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죽여라!"

"피해! 성벽 위에서 마법이 날아온다!"

성문에서 대치중이던 그들에게 강한 마법이 날아들었다.

뱀파이어들이 성벽 위에서 마법을 날렸다. 하지만 놈들의 공격은 허공에서 터져나갔다.

띠리링. 콰과광.

낯선 소리와 함께 퍼나간 기운이 사람들을 보호했다.

정은수였다.

그녀는 금을 튕기며 놈들의 공격을 받아냈다.

광범위한 지역을 아우르는 음파에 뱀파이어들의 마법이 막혔다.

따로 입을 맞추지 않았지만, 서로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그녀를 비롯한 몇몇은 날아드는 공격을 받아냈고, 남은 사람들은 성문을 뚫기 위해서 공격을 쏟아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준우는 다이스케를 불렀다.

"위로 올라가야겠어."

"위로? 어떻게?"

"네가 있잖아. 마법을 써야지."

"……."

졸지에 셔틀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지만, 그는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래서 플라이를 배우게 한 건가?'

새삼 그 마법을 배운 게 후회가 됐다.

나름 많은 도움을 받았다지만, 그만큼 이용당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떠오르는 상념을 떨쳐낸 다이스케는 걱정이라는 듯이 물었다.

"괜찮겠어?"

"여차하면 네가 다시 날아오면 되잖아."

"그 짓을 또 하라고?"

"왜? 싫어?"

"…… 그럴 리가."

왠지 싸늘하게 들리는 말투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공간을 확보할 테니까, 너도 뒤따라 와."

"나도?"

"고생한 만큼 얻을 게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의미심장한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마법을 캐스팅하며 준비를 갖춰 나갔다.

"됐어?"

"곧바로 움직이면 돼."

"그래. 바로 가자."

"알았어."

답을 한 다이스케는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그의 손을 거절하며 가볍게 뛰어 올랐다.

"뭐야?"

"놈들을 상대하기에는 이게 더 편하니까."

"하여간 사람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것은 타고난 놈이라니까."

"이게 싫으면 네가 공격을 받아내든지."

"……."

어깨 위로 올라선 채로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다이스케는 말을 잇지 못 했다.

그 정도 능력이 있었다면 이런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간다?"

"그래. 가자!"

"…… 혼자만 신났네."

투덜거린 다이스케의 몸이 천천히 떠올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강준우의 무게가 그렇게 무겁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는 경신의 묘를 살린 채 움직이고 있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현철보검을 손에 쥔 강준우는 언제라도 출수할 수 있게 준비했다.

쉬이익. 콰앙. 콰앙.

그런 그들의 움직임에 위에 있던 놈들의 마법이 날아들었다.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마법을 쳐냈지만, 그 충격에 다이스케가 비틀거렸다.

"크윽."

"괜찮냐?"

"괜찮겠냐?"

"……"

충격을 흘려내면서 다이스케가 더 힘들어했다.

충격을 받아낸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어찌 됐든 그를 받치고 있는 다이스케에게 영향이 없을 수가 없었다.

"멀리 돌아가도 상관없지?"

"너 편할 대로……"

힘들어하는 다이스케의 모습에 강준우도 그의 뜻에 따르려고 했지만, 아래에서 강한 기운이 날아들었다.

띠리링.

예의 익숙한 소리와 함께 날아든 강한 음파.

공중을 향한 그 공격에 기겁한 다이스케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하지만 정은수가 날린 음파는 그들을 향해 날아드는 마법과 부딪치며 터져나갔다.

콰과광.

위에서 날린 마법을 막아내는 그녀의 행동에 강준우는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 오해하지 말라고요.

"……."

그녀는 일부러 호의를 보이고 있었다.

일전의 일이 오해였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그 모습에 강준우는 말을 아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은수의 도움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띠리링. 콰과광.

계속해서 터져나가는 마법에 다이스케는 무사히 성벽 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동시에 그의 몸이 크게 휘청거리며 밀려났다.

"크흡! 미친……"

"하압!"

그의 어깨를 밀어낸 강준우는 그대로 뱀파이어들 위로 떠오르며 기운을 쏟아냈다.

쐐에엑. 콰과광. 콰과광.

쏟아낸 검기가 그대로 성벽 위에 있는 뱀파이어들을 휩쓸었다.

초토화로 변한 곳으로 강준우가 떨어져 내렸고, 커다란 굉음이 뒤를 이었다.

콰앙. 콰과광.

그가 내려서기 무섭게 그를 중심으로 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유형화된 기운이 순차적으로 터져 나갔다.

그대로 주변을 휘저은 공격에 인근에 있던 뱀파이어들이 재로 변하며 흩어졌다.

"후우. 도대체 뭘 처먹으면 저런 힘을 내보일 수 있는 거지?"

수많은 검기를 쏟아낸 것도 모자라서 내려선 것만으로도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능력.

힘겹게 자세를 바로잡은 다이스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성벽 위로 향했다.

[하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하급 뱀파이어를 처치했습니다. 2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빠르게 들려오는 익숙한 알림들.

그래도 성벽 위에는 여전히 많은 뱀파이어들이 남아 있었다.

위로 올라오면서 쏟아낸 힘이 적지 않았다.

부족한 내공을 채우기 위해 단약을 집어 삼킨 그는 날아오는 마법을 확인하며 팔을 뻗었다.

터엉. 콰앙.

그대로 배진격을 이용한 그는 날아오는 마법의 방향을 바꿨다.

그 공격에 주변이 터져 나갔고, 뱀파이어들은 공격을 멈췄다.

이미 강준우의 능력이 드러난 상황이었다.

마법을 날려봤자, 그만 도와주는 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법을 날릴 이유가 없었다.

마법 대신 손톱을 세운 놈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물리적으로 몰아붙인다면 놈도 지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거리를 좁힌 그들이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쉬이익. 푸욱.

그가 어깨를 움찔거릴 때마다 미간이 꿰뚫린 뱀파이어가 쓰러졌다.

재로 변하며 흩어지는 동료의 모습에 남은 뱀파이어들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 명이 난입한 상황이었지만, 모여 있는 뱀파이어들 모두가 그를 견제했다.

하지만 상대는 강준우 혼자가 아니었다.

"알아서 피해. 체인 라이트닝!"

쐐에엑. 콰지지직.

뒤에 내려선 다이스케가 크게 소리치며 마법을 날렸다.

새하얀 섬광과 함께 뻗어 나온 마법이 주변에 있는 뱀파이어들을 휩쓸었다.

강한 마법에 모여 있던 뱀파이어들의 몸이 터져 나갔다.

빠르게 올라가는 포인트에 다이스케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다시 마법을 캐스팅하며 남은 뱀파이어들을 노렸다.

다시 쏘아낸 새하얀 뇌전.

하지만 이번에 쏘아낸 마법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움직임을 멈췄다.

콰지지직.

그의 마법은 한 사람에게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 했다.

검붉은 막을 타고 흐르는 뇌전이 요란한 소리를 터뜨렸다. 하지만 정작 공격을 받아낸 자의 얼굴은 평온했다.

마법을 받아낸 자는 강한 마법을 날린 다이스케보다 한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다시 만났군.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겠지?"

"무슨 개소리야? 먼저 물러난 놈은 너였잖아? 겁쟁이 새끼."

"거, 겁…… 네놈 몸에 한 방울의 피도 남지 않게 만들어주마."

"이번에도 떼로 덤빌 거냐?"

"……."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강준우의 말에 볼로쟈의 얼굴이 붉어졌다.

핏기가 없었던 그의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진 것만 봐서 그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저것도 재능인가? 사람 속 긁는 데는……'

강준우의 대꾸에 뒤에 있던 다이스케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켜보던 그도 흠칫 거릴 정도였다. 당사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의 생각처럼 볼로쟈도 분노했다.

그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강준우를 노려봤다. 그리고 송곳니를 드러내며 강한 적의를 표출했다.

"죽여라!"

커다란 외침과 함께 그의 주변에 있던 뱀파이어들이 달려들었다.

모두가 상당한 힘을 가진 놈들이었다.

'상급 뱀파이어들. 그것도 셋이라.'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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