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2화
<내성의 괴물>
[순혈의 뱀파이어 볼로쟈를 처치했습니다. 1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흡기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흡기공의 성취가 올라섭니다.]
[새로운 무리(武理), 허공섭물(虛空攝物)을 얻었습니다.]
[획득한 무리의 영향으로 관련된 무공의 전반적인 능력이 향상됩니다.]
여러 알람이 동시에 전해졌다.
흡기공의 성취가 오르고, 허공섭물의 무리를 얻을 수 있었다.
뱀파이어라는 놈들의 주된 힘이 흡혈이었기 때문에 흡기공이 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됐지만, 허공섭물은 의외였다.
'허공섭물? 그 염력이 허공섭물하고 관련이 있었던 건가?'
움직이는 것만 보자면 크게 다르지 않은 힘인지도 몰랐다.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무리를 손에 넣은 것 자체가 반길만한 일이었다.
새로운 무리를 손에 넣은 그는 가만히 빈손을 바라봤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검을 확인하며 손을 뻗었다.
투둑. 투둑.
단전에 있던 내공이 움직이면서 떨어져 있는 물건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생소하지만 낯선 움직임에 가만히 의지를 더하자, 들썩이던 검이 어느 순간 허공을 격하며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손에 들어온 검.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던 강준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게 허공섭물인가?'
염력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공이 빠져나가는 걸로 봐서 사용되는 힘이 다르다는 것을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지금 펼친 힘은 지금까지 사용했던 내공의 운용과는 많이 달랐다.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위급한 상황에서 써먹을 수 있을 법한 수였다.
허공에 떨어진 것을 제 의지대로 다룰 수 있는 힘.
무엇보다 천마기멸격과 만천화우의 위력이 증가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무리를 얻은 그는 힘을 갈무리하며 쓰러진 볼로쟈를 떠올렸다.
'순혈의 뱀파이어라.'
꽤나 까다로운 상대인 것은 분명했다.
다이스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번에도 놈과의 승부를 결정내지 못했을 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그렇게 어려운 놈은 아닌 것 같았는데.'
일대일로 부딪친다면 어렵지 않게 승부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의외의 능력을 많이 사용했지만, 그것 역시 지금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들이었다.
어찌 됐든 다이스케의 도움이 컸다.
그가 성장한 만큼 다이스케도 많은 성장을 이뤘다.
생각하지도 못 했던 도움으로 볼로쟈라는 놈을 잡을 수 있었고, 그런 다이스케의 모습을 떠올린 강준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뭐 좋은 거라도 얻은 거야?"
"나쁘지는 않아."
"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알고 있지? 뭐 남는 거 없어?"
"남은 모두 네 몫으로 넘겨줄게."
"……."
강준우는 넋이 나간 듯이 멍하게 서 있는 뱀파이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볼로쟈가 쓰러지고 놈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있었다.
그만큼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지만, 정작 그 말을 들은 다이스케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앞은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잡으라고."
"지금…… 마나가 바닥났다고! 그래비티를 펼치는데 얼마나 많은 힘이 들어가는지 모르지?"
"그럼 어쩔 수 없겠네. 기다리고 있어. 내가 마저 처리하고 올 테니까."
"야이, 뻔뻔한 놈아!"
남은 뱀파이어들을 향해 달려드는 강준우의 모습에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두목으로 보이는 놈을 잡았어야만 했다.
"그냥 눈 딱 감고, 그 뱀파이어를 죽일 걸 그랬나?"
뒤늦게 후회가 됐지만, 그랬다면 지금 살아있을 것 같지 않았다.
어쩌면 강준우의 손에 명을 달리한 놈은 뱀파이어가 아니라 그일 지도 몰랐다.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떠올렸기 때문에 그래비티로 놈을 묶은 것이다.
라이트닝 볼트로 볼로쟈를 경직시킬 생각도 가졌었지만, 그랬다가 놈이 죽기라도 하는 날에는 자신도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급하게 마법을 바꿨다.
"그런 노고도 몰라주고. 후우."
빠르게 흩어지는 뱀파이어들의 모습에 다이스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상점창을 띄우며 마나를 회복할 단약을 찾았다.
지금은 부족한 마나를 채우는 게 먼저였다.
우두머리가 사라진 만큼 놈들의 저항이 약해질 것은 당연했다.
다른 사람들이 놈들을 처리하기 전에 마나를 회복해서 조금이라도 포인트를 얻어야만 했다.
콰과광. 콰과광.
활짝 열린 성문 인근이 터져 나갔다.
근처에 모여 있던 뱀파이어들이 튕겨져 나갔고, 그곳을 통해서 남아 있던 사람들이 성 안으로 진입했다.
그들 역시 달라진 뱀파이어의 분위기를 눈치채고 힘을 쏟아냈다.
빠르게 밀려나는 뱀파이어들의 모습에 다이스케는 손에 넣은 단약을 입에 넣으며 소진한 마나를 채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나저나 저놈은 지치지도 않은 건가?'
상당한 마력을 소진했을 강준우였지만, 여전히 강력한 공격을 쏟아내고 있었다.
쿠웅. 콰과광.
양손에 뱀파이어의 목을 틀어쥔 그가 바닥을 구를 때마다 주변에 있는 뱀파이어들이 솟아오른 기운에 휩쓸리며 터져 나갔다.
볼로쟈라는 놈을 상대하면서 힘을 소진한 만큼 이후를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따로 단약을 먹으면서 기운을 회복한 그는 주변에 있는 뱀파이어의 마력으로 힘을 대체했다.
어차피 그들의 마력을 이용해서 공격을 하는 것과 스스로의 내공으로 공격을 하는 것과 큰 차이는 없었다.
"하아압!"
그런 그들과 멀리 떨어진 성벽 위에서 커다란 기합이 들려왔다.
동시에 그 성벽 위로 강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다른 사람들인가?'
아래에 있던 자들 중에 일부가 성벽 위로 올라섰다.
그들 역시 플라이와 같은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강준우와 다이스케의 모습을 확인한 만큼 그들을 흉내 내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성벽 위로 내려서기 무섭게 강한 공격을 쏟아냈고, 폭발에 휩쓸린 뱀파이어들이 튕겨져 나갔다.
오히려 좁은 성문에서 놈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성벽 위에서 공격을 이어가는 게 더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젠장, 재주는 우리가 다 부렸는데."
"마나는?"
"대충 회복했어."
"곧바로 움직여. 괜히 시간만 끌어봤자 좋을 게 없으니까. 나머지는 네가 맡아라."
"나머지가 있기는 한 거냐?"
성벽 위에 남아 있는 놈이 없었다.
주변에 있던 뱀파이어들 대부분이 강준우의 손에 사라진 상황이었다.
다이스케는 그 점을 꼬집었고, 강준우는 한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래에 널렸잖아."
"……."
어차피 다이스케는 마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성벽 위에서 공격을 하는 게 더 안전할 수 있었다.
그는 캐스팅을 이어가면서 마법을 쏟아냈고, 공격에 휩쓸린 뱀파이어들이 재로 변한 채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마법을 날리는 사이, 강준우는 체력과 내공을 회복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높은 곳에 자리한 만큼 주변의 상황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대로라면 내성까지는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점점 성문을 뚫고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졌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자들도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위로 뛰어 오른 사람들의 모습에 다른 사람들도 성벽을 올랐다.
점점 성벽 위로 올라오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졌다
만만치 않은 높이였지만, 그들 역시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성문이 뚫리고, 성벽이 확보되자 뱀파이어들을 상대하는 게 더 수월해질 수밖에 없었다.
외성 안에 있던 놈들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체인 라이트닝!"
콰지지직.
"후우. 후우."
마나를 쥐어짜며 마법을 날린 다이스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괴로워했다.
강준우는 그런 그를 자제시켰다.
"모든 힘을 다 쏟아붓지 말라고."
"너랑 여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을 넘거든!"
"그러다가 기습이라도 당하면 어떡할 거야?"
"그, 그거야…… 네가 옆에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마음 놓지 마. 언제 어떤 식으로 공격을 당할지 모르니까."
사뭇 진지한 그의 말에 다이스케는 말을 아꼈다.
강준우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그는 남은 기운을 가늠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강준우의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다이스케는 다시 단약을 입에 넣으며 마나를 회복했고, 강준우는 그의 옆을 지키며 주변을 살폈다.
콰과과광.
남은 사람들은 뱀파이어들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미 볼로쟈라는 구심점을 잃은 놈들은 무기력하게 밀려났다.
순혈의 뱀파이어는 물론이고, 근처에 있던 다른 상급 뱀파이어들까지 쓰러진 상황이었다.
남은 뱀파이어들이라고 해봐야 대부분이 하급이었다.
간간이 중급이나 상급이 섞여 있었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사람들의 실력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각양각색의 무공과 마법이 펼쳐졌다.
처음 보는 형태의 무공이 뱀파이어들을 휩쓸고, 낯선 마법이 공간을 터트렸다.
강한 공격에 적중당한 뱀파이어들이 까만 재로 변하며 흩어졌다.
'너무 무기력하게 당하는 거 아닌가?'
처음에 그 강렬했던 모습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았다.
아무리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그들을 몰아붙이고 있다지만, 그래도 상대는 뱀파이어들이었다.
밀려나는 그들의 모습에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계속 이어갈 수 없었다.
[외성을 장악했습니다.]
[내성으로 향하는 문이 개방됩니다.]
[볼로쟈를 잃은 요르문이 분노합니다.]
새로운 알림이었다.
임무로 주어졌던 것들이 완료되면서 보상이 뒤를 이었지만, 정작 소식을 접한 모두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뱀파이어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
외성에 남아 있는 뱀파이어들의 수가 상당했다.
아무리 승기가 기울었다고 하지만, 외성의 뱀파이어들을 토벌하라던 목표가 완전히 이루어졌다고 할 수는 없었다.
외성을 장악한 것은 그렇다고 쳐도 아직 많은 뱀파이어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임무가 완료되면서 보상이 뒤를 이었다.
[개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특정 무공의 성취가 100% 상승합니다.(무작위)]
역시나 이전에 얻은 보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순혈의 뱀파이어라고 불리던 놈을 처리한 것치고는 아쉬운 보상이었지만, 성취가 오른 무공이 나쁘지 않았다.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올랐습니다.]
[건곤대나이가 6성으로 올라섭니다.]
[남은 잠재력이 활성화 됩니다. 관련된 무공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6성으로 올라선 건곤대나이.
배진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강준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완수된 임무의 개별적인 보상을 받은 것 같았다.
다이스케의 표정이 밝아졌지만, 문제는 이어진 임무였다.
**
내성을 지키는 요르문이 분노합니다.
남아 있는 뱀파이어들의 광기와 분노가 더욱 강력해집니다.
진정한 피의 축제가 벌어집니다.
목표 : 진혈의 뱀파이어 요르문 처치.
전체 보상 : 도시의 결계 해제. 다른 도시로 향하는 길 확보.
개별 보상 : 기여도에 따른 보상 차등 지급.
**
'결계? 도시에 결계가 쳐 있다는 건가?'
완료된 임무와 다시 나타난 임무.
새로운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외성에 있던 뱀파이어들이 내성으로 물러났다.
일전에 보였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진혈? 진혈이라면 얼마나 강한 걸까?"
"순혈이라는 놈보다는 강하겠지."
"이건 뭐…… 갈수록 강한 놈만 나오네."
강준우도 다이스케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한 모두가 처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하지만 더 강한 놈들이 계속 나타났다.
성장하는 그들에 맞춰서 그에 준하는, 오히려 그보다 더 강한 놈들이 모습을 보였다.
아직도 왜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임무를 해결하면서 보상을 얻고, 포인트를 획득하고 있었지만, 근본적인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도대체 왜……'
아직까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내용이 떠올랐지만, 다이스케의 다급한 목소리에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저 사람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
"우리도 슬슬 움직여야하는 거 아니냐?"
다이스케가 가리키는 내성 쪽으로 일련의 무리들이 뛰어들고 있었다.
내성에 있는 요르문이라는 놈을 넘기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뒤를 쫓았지만, 정작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강준우는 평온했다.
"안 움직여?"
"우선 상황을 지켜보자고. 먼저 움직여봤자 좋을 게 없을 것 같으니까."
"……."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
콰앙.
내성의 입구에서 시작된 폭발에 움직이던 자들이 튕겨져 나왔다.
그리고 한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아아아!"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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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