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4화
<내성의 괴물>
콰앙.
강한 굉음과 함께 정은수가 날린 공격이 요르문의 앞에서 터져나갔다.
'뭐지?'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의아해하며 요르문의 상태를 살폈다.
그냥 피하면 될 공격이었다.
안개로 변하면서 공격을 피해내면 오히려 정은수의 공격이 강준우를 향하게 만들 수 있었다.
강준우도 알고 있는 것을 요르문이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압!"
그런 요르문을 향해 뒤따른 다른 자가 검기를 뿌렸다.
강한 공격이 그대로 그의 몸을 양단할 것처럼 날아들었지만, 요르문은 안개처럼 변하며 공격을 피해냈다.
쉬이익. 콰과광.
날린 검기는 강준우에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고 있던 강준우는 배진격을 이용해서 그 기운을 되돌렸다.
다시 형체를 갖추는 요르문을 노리며 공격을 날리자, 요르문은 어쩔 수 없이 공격을 받아냈다.
콰과광.
강한 굉음과 함께 그가 멈칫거렸고, 강준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쉬이익. 터엉.
일섬을 더한 무영검으로 그대로 요르문의 미간을 노렸지만, 놈은 그의 공격을 받아냈다.
'흐음.'
돌아오는 반발력이 상당했다.
그만큼 요르문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움직임도 더 빠르잖아?'
마법을 주력으로 사용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놈은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무영검을 막아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대의 속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거기에 안개로 변하며 공격을 피해내는 놈의 움직임은 사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런 수법을 연속해서 펼칠 수는 없는 것 같았다.
'공격을 피한 직후를 노려야 하나?'
까다로운 능력은 분명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앞에 있는 놈을 쉽게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요르문이라는 놈은 그 이름에 걸맞는 강자였고, 그들은 이런저런 점을 고려하며 싸워야만 했다.
"하압!"
그가 요르문이라는 놈에 관해서 고민하는 동안, 멀리 떨어져 있던 자들이 들이닥쳤다.
그들 역시 혼자만의 힘으로는 요르문이라는 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적어도 지금은 힘을 합쳐서 요르문을 상대해야 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콰과광.
날카로운 검기와 도기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두 공격은 역시나 요르문의 몸을 통과하며 엄한 곳에 꽂혔다.
달려드는 그들의 모습에 요르문도 힘을 드러냈다.
예의 마법이 곧바로 그들을 향해 날아들었고, 커다란 굉음과 함께 그들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고수들 중에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상당히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자들도 날아오는 공격을 쉽게 받아내지 못 했다.
그 사이, 뒤에 있던 정은수의 공격이 요르문을 노렸다.
차라랑.
독특한 검에서 나온 기운이 그대로 요르문을 향해 쏘아졌다.
음파에 기운을 실리며 날리는 공격.
어렵지 않게 피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요르문은 검붉은 막을 만들어내며 그녀의 공격을 받아냈다.
콰앙.
굉음과 함께 방패 같은 막이 깨져나갔다.
그 틈을 노린 강준우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요르문은 곧바로 반응을 보이며 그의 공격을 흘렸다.
몸의 일부가 안개로 변하면서 그의 공격이 그대로 관통됐다.
큰 피해를 남기지 못하고 허무하게 날린 일격에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다른 사람들이 그 틈을 노리고 공격을 감행하자, 다시 제 형태로 돌아온 요르문이 그들의 공격을 받아냈다.
'확실히 시간이 필요한 것 같은데.'
새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뭔가가 이상했다.
가장 어색한 점은 정은수의 공격만은 온전히 받아낸다는 점이었다.
따로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굳이 이런 점을 보일 이유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강준우는 정은수를 향해 전음을 날렸다.
- 계속 공격을 날릴 수 있겠어?
- 계속 공격을 날리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 그쪽 공격만은 피하지 않고 막아내는 것 같더라고.
"……."
그의 지적에 정은수도 그 사실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내가 먼저 공격할 테니까, 그 틈을 노려.
"……."
강준우는 답을 듣지도 않은 채, 공격을 날렸다.
강한 검기가 요르문을 향해 날아들었고, 놈은 다시 안개로 변하며 공격을 흘렸다.
하지만 그 순간 정은수가 공격을 감행했다.
차라랑.
그녀는 강준우의 말에 곧바로 공격을 뿌렸다.
음파에 기를 실리는 것 자체가 상당한 내공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콰과광.
"크흡."
안개로 변한 곳에 그녀의 공격이 부딪쳤다.
당연히 허공을 통과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공격은 요르문에게 강한 타격을 남겼다.
'효과가 있잖아?'
'음파는 흘릴 수 없다는 건가?'
새로운 사실을 확인한 그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강준우는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요르문이라는 놈을 정은수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죽 쒀서 개 주는 격인데.'
해법을 찾은 그들은 끈질기게 놈을 공격했다.
일부러 정은수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려는 듯이 공격을 날렸고, 정은수는 음파를 날리며 요르문을 노렸다.
하지만 요르문이라고 마냥 당하고 있지만으 않았다.
놈은 그들의 의도대로 끌려가지 않았다.
그는 안개처럼 변하는 상황을 지양하면서 그들의 공격을 받아냈다.
콰앙. 콰앙.
세 사람의 공격이 강력한 공격이 연신 요르문을 두드렸다.
기회를 잡은 만큼 그들은 기운을 쏟아내며 그를 몰아붙였지만, 요르문은 어렵지 않게 그들의 공격을 받아냈다.
그의 손에 돋아난 강력한 기운들.
유형화 된 힘을 드러내며 기민하게 움직이는 그를 잡는 게 쉬워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괴물이잖아?"
마법도 강력한 것 같았지만, 몸놀림도 범상치 않았다
터엉. 터엉.
이제는 거리를 좁히며 그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검격과 도격을 손으로 막아내며 공격을 감행하자, 뒤에 있던 정은수도 쉽게 공격을 날릴 수 없었다.
- 뭐하고 있는 거지?
- 너무 가까이 붙었어요. 쉽게 공격할 수 없을 것 같아요.
"……."
곤란해 하는 그녀의 모습에 강준우가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른 놈들도 휘말린다는 뜻인가?'
그 공격을 떠올린 강준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바닥을 박찬 그는 얽혀 있는 셋 사이로 끼어들었다.
은밀하면서도 기민하게 움직이며 요르문의 뒤를 잡은 그는 곧바로 검격을 뿌렸다.
채앵.
하지만 그의 공격은 요르문이라는 놈이게 가로막혔다.
앞선 두 놈을 상대하면서도 기습적인 공격을 받아내는 놈의 모습이 놀라웠지만,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개의치 않은 그는 다시 검격을 뿌리며 놈을 몰아붙였다.
그 와중에 천마군림보를 펼치며 놈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쿠웅. 쿠웅.
계속해서 발을 내디디며 검격을 뿌리자, 요르문도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남은 두 사람의 공격까지 받아내야만 했다.
"하압!"
도초를 뿌리던 자는 커다란 기합과 함께 강한 도격을 날렸다.
쉬이잉. 콰과과광. 콰과광.
요르문의 몸을 난자하려는 듯이 거친 도격이 쏟아졌다.
다섯 마리의 호랑이가 허공을 할퀴듯 날카로운 도격이 요르문의 몸을 휩쓸었다. 하지만 놈은 다시 안개로 흩어지며 공격을 피해냈다.
"이 교활한 자식!"
일부러 근접전을 택하면서 정은수의 공격을 막은 게 분명했다.
그녀의 공격이 공간을 터뜨린다는 것을 인지한 놈은 사용하지 않은 방법을 써냈지만, 그 순간, 또 다른 공격이 날아들었다.
"하압!"
기합을 터뜨린 자의 검이 빠르게 쏟아졌다.
수많은 검이 생겨났다.
하늘을 가둘 것처럼 여러 갈래로 돋아난 검초가 서로 부딪치며 강한 충격을 흘렸다. 그리고 그 충격이 흩어진 안개를 두드렸다.
처음 보는 검초였다.
하늘을 자유롭게 노니는 것처럼 움직이는 검초가 부딪치면서 터져나가자, 흩어졌던 요르문이 튕겨져 나가며 다시 제 형상을 찾아갔다.
"후우. 후우."
그 힘을 쏟아낸 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겨운 기색을 내비췄지만, 그의 공격은 상당한 효과를 보였다.
안개로 변한 요르문에게 큰 충격을 남길 정도로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강한 충격을 남겼지만,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넘겼다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그 기회를 받은 강준우는 곧바로 공격을 쏟아냈다.
쉬이익. 콰과광.
그는 곧장 검격을 뿌렸고, 수많은 검기가 그대로 요르문을 두드렸다.
제대로 된 자세를 잡지 못한 놈이 충격에 비틀거렸다.
강준우는 곧바로 바닥을 내리찍으며 놈을 옥죄었다.
하지만 그가 천마군림보를 펼치기 무섭게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강한 기운이 날아들었다.
쿠웅. 차라랑.
콰앙.
뒤에서 기회를 엿보던 정은수가 곧바로 공격을 날렸다.
공격에 휩쓸린 요르문이 비틀거렸고,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두 사람이 입술을 깨물며 소리쳤다.
"비켜!"
"이것들이, 내가 다 잡은 걸!"
나름 큰 힘을 쏟아낸 두 사람이었다.
이대로 요르문을 넘겨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두 사람 모두 공격을 날리며 요르문을 노렸다.
하지만 그 순간, 요르문은 제 팔목을 깨물며 상처를 냈다.
유난히 붉어 보이는 피가 뚝뚝 떨어졌지만, 그는 개의치 않으며 팔을 휘둘렀다.
새어나온 피가 의지를 가지며 움직였다.
'이건?'
경계를 나누듯 주변에 둘러진 피에 강준우는 지체 없이 뒤로 물러났다.
이전에 뱀파이어를 상대하면서 확인했던 그 힘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정확했다.
콰과광. 콰과광.
마력을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기 무섭게 주변이 휩쓸려 나갔다.
커다란 폭발에 달려들던 두 사람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그 뱀파이어하고는 비교가 안 되잖아?'
강력한 위력이었다.
고수라고 불리는 둘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쓰러지자, 강준우와 정은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도 요르문이라는 놈의 힘을 많이 빼놓을 수 있는 것 같았다.
놈은 어깨를 들썩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강준우는 그런 놈을 향해 검을 뿌렸고, 정은수도 음파를 날리며 공격을 감행했다.
콰과광.
두 사람의 공격이 요르문의 몸을 두드렸다.
아무리 강한 놈이라지만, 짧은 순간에 이어진 파상적인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놈의 울부짖음에 두 사람의 표정이 구겨졌다.
"크아아!"
괴성과 함께 흩어져 있던 뱀파이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진혈이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다른 뱀파이어들의 뒤에 숨으려는 놈의 행동에 정은수는 곧바로 금을 꺼내며 놈들을 공격했다.
띠리링. 띠리링.
연신 날리는 공격에 뛰어오는 뱀파이어들이 휩쓸려 나갔지만, 놈들을 모두 막아낼 수 없었다.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놈들은 그대로 요르문의 주변을 가로막았고, 강준우는 그런 놈들의 모습을 확인하며 곧장 공격을 뿌렸다.
'천마기멸격!'
끌어 모은 힘을 쏟아내기 무섭게 수많은 검기가 허공을 가득 채웠다.
심상치 않은 기운에 요르문은 곧장 마력을 끌어 올리며 다시 몸을 변화시켰다.
안개로 변하면서 공격을 피하려는 놈의 행동.
강준우는 곧바로 만들어낸 검기를 쏟아냈다.
쉬이익. 콰과과광.
요르문을 중심으로 한데 모인 뱀파이어들이 휩쓸려 나갔다.
강한 공격에 요르문은 안개로 변하며 공격을 피해냈지만, 이미 파훼법을 확인한 강준우는 힘을 더욱 끌어올리며 움직이는 검기를 조절했다.
'크흡.'
이미 손을 떠난 검기들 중에 일부가 그의 의지에 따라 움직였다.
이번에 얻은 허공섭물의 무리를 사용했다.
일부 검기가 그의 의지에 따라 다른 움직임을 보였고, 쏟아지는 검기들 중에 일부와 부딪쳤다.
아주 작은 변화였다.
개중에 일부의 흐름을 바꾼 것뿐이었지만, 이어지는 반응은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콰과과광.
연신 바닥에 꽂히며 터져나가던 검기가 허공에서 터져 나갔다.
그 충격이 주변을 뒤흔들었고, 안개로 변하면서 공격을 피해내던 요르문에게 강한 충격을 남겼다.
빠르게 물러나려던 요르문은 그 충격에 휩쓸렸다.
그대로 튕겨져 나가며 바닥을 구르는 놈의 몰골은 처음에 보였던 말끔한 모습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었다.
'후우. 이것만으로는 부족한가?'
강준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앞에 있는 놈을 바라봤다.
넝마가 된 채로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요르문은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그를 주시했다.
원망이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다시 기운을 쏟아내며 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 순간, 또 다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띠리링.
익숙한 소리와 함께 강한 기운을 실은 음파가 요르문을 향해 날아들었다.
'미친!'
짧은 순간 정은수를 간과했던 게 결국 치명적인 실수로 다가왔다.
이미 무기력한 상태로 쓰러진 요르문은 더 이상 그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커다란 외침과 함께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사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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