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6화
<내성의 괴물>
절로 곤두서는 솜털에 위급함을 느낀 두 사람은 급히 거리를 벌렸다.
쉬익.
그들이 있던 공간이 베어졌다.
조금만 늦었으면 그대로 몸이 잘렸을 거라는 사실에 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내가 왼쪽으로!"
"알았어."
이대로 가다가는 주도권을 빼앗길 것 같았다.
범상치 않은 공격을 확인한 둘은 적을 몰아붙이는 게 나으리라고 판단했다.
물러난 그들은 곧장 강준우를 노리며 검과 도를 떨쳤다.
적절한 판단과 기민한 움직임에 강준우는 곧바로 검을 들어 올리며 날아드는 검과 도를 받아냈다.
채앵.
"크윽. 뭐야?"
서로 다른 방향에서 그를 노렸지만, 강준우는 어렵지 않게 둘의 공격을 받아냈다.
마치 한 번에 공격을 받아낸 것처럼 두 사람의 무기가 그의 검에 달라붙었다.
후발선지의 무리를 섞으며 착을 펼치자, 둘의 공격을 받아내는 게 어렵지 않았다.
도를 휘두르던 저우펑은 생각지도 못한 움직임에 당황하며 그대로 장력을 뿌렸다.
우르르르.
내지른 장력에 공기가 흔들며 요란한 소리를 흘렸다.
그가 사용하는 무공은 벽력장이었다.
하북팽가의 절초로 강맹한 위력을 가진 장법이었다.
다른 무공을 뒤로하고 오직 팽가의 무공만 익힌 저우펑은 유연하게 대처하며 강준우를 떨쳐내려고 노력했다.
터엉.
하지만 그의 장력은 강준우의 손에 막혔다.
붉게 변한 강준우의 손은 그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저우펑은 별다른 충격 없이 공격을 받아내는 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어지는 현상에 그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크흡. 이게 무슨!"
마주한 손을 통해서 내공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겪는 상황에 그는 내공을 통제하며 그를 떨쳐내려고 했지만, 강준우는 착을 운용하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
곤란한 기색이 역력한 저우펑의 모습.
함께 강준우를 공격하던 코타로우는 곧장 내공을 끌어 오르며 검을 비틀었다.
티디딩.
그는 연신 검을 비틀면서 달라붙은 현철보검을 밀어냈다.
틈을 만들며 착을 떨쳐낸 그는 곧바로 검초를 뿌리며 강준우를 노렸다.
'이런 식으로 빠져나올 수도 있는 건가?'
새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날아오는 검격을 떨쳐내는 게 먼저였다.
사용하는 초식이 범상치 않았다.
그만큼 코타로우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미 강준우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확인한 상황이었다.
괜히 어설프게 상대했다가는 오히려 당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힘을 끌어 올리며 절초를 뿌렸다.
"하압!"
수많은 검봉(劍鋒)이 강준우의 전신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대로 온 몸을 유린할 것처럼 쏟아지는 검초에 강준우는 뒤로 물러나며 손에 잡힌 저우펑을 이끌었다.
건곤대나이의 힘으로 그를 끌어내며 방패로 삼자, 공격을 감행하던 코타로우의 몸이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으며 공격을 감행했다.
"미친! 뭐하는 거야!"
"……."
방금 전까지 뜻을 함께 했던 동료였지만, 코타로우는 거침없이 움직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앞에 있는 놈의 목숨을 취하고 가진 능력을 가지고 올 생각이었다.
어차피 저우펑이 앞을 가로막는다고 하더라도 뒤에 있는 강준우가 무사할 수는 없었다.
'놈을 쓰러뜨릴 수는 없겠지만…… 이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멈추지 않는 코타로우의 행동에 저우펑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떨어져 나온 도를 휘두르며 날아오는 공격을 받아냈다.
졸지에 강준우를 보호하는 꼴이었지만, 이대로 코타로우의 공격을 허용할 생각은 없었다.
코타로우가 펼치는 검술은 남궁세가의 검법인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이었다. 그리고 저우펑의 도법은 하북팽가의 도법인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였다.
두 절초가 서로 부딪쳤다.
하늘을 가득 채우는 검초와 그에 맞서는 강맹한 도초.
콰과광. 콰과광.
두 무공이 부딪치자 강한 충격이 주변을 휩쓸었다.
강준우도 쉽게 받아낼 수 없을 정도로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목표로 했던 강준우를 향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그들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치열하게 부딪치는 둘의 모습에 저우펑의 뒤에 숨어 있던 강준우는 코타로우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쉬이익. 콰앙.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인 코타로우가 그의 공격에 튕겨져 나갔다.
한 손이 묶인 저우펑이 밀리는 것은 당연했다.
곳곳에 중한 상처를 입은 그의 모습에 강준우는 다시 검을 휘두르며 그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끄윽."
심장이 꿰뚫린 저우펑은 축 늘어지며 목숨을 잃었다.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쓰러진 그가 따로 무공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뽑아낸 그의 기운의 이상한 움직임에 강준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이 움직임은?'
손끝에 머물러 있던 기운의 움직임이 평소와 달랐다.
이질적인 기운은 그가 가지고 있는 기운과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천마신공의 힘이 낯선 기운을 억누르고, 건곤대나이로 낯선 기운을 한 곳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당연히 그 기운은 곧바로 떨쳐내야만 하는 힘이었다.
다른 무공을 펼치면서 힘을 이용해야 했지만, 가진 힘의 일부가 그의 내공과 섞였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개자식! 죽어라!"
쉬이익. 우우우우웅.
코타로우는 남은 힘을 끌어올리며 수많은 검기를 날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이대로라면 강준우의 손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따로 떨어져 있는 무리와 함을 합치는 게 중요했다.
그동안 함께 움직였던 자들인 만큼 그들과 함께한다면 괴물 같은 놈도 쉽게 움직일 수 없으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가 날린 공격은 다른 곳에서 날아온 마법에 막혀 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콰과광. 콰지직. 콰과광.
갑자기 쏟아진 수많은 매직 미사일.
공중에서 날아온 마법이 그가 날린 검기와 부딪치며 터져나갔다.
다이스케였다.
공중에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그는 전격 마법이 가미된 미사일을 날리며 코타로우의 공격을 받아냈다.
그리고 내심 뿌듯해하며 물었다.
"어때?"
"쓸데없는 짓이야."
"쳇! 도와줘도 뭐라고 그러네."
"언제까지 떠 있을 거야. 힘이나 아껴!"
충고를 건넨 강준우는 곧장 코타로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적의를 보인 놈을 이대로 놓칠 생각은 없었다.
코타로우도 포기하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놈이 공격을 받아냈다지만, 이대로 목을 내놓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이대로 당할 것 같냐? 하압! 제왕무적검(帝王無敵劍)!"
남은 힘을 모두 끌어낼 생각인지 그는 크게 소리치며 검을 들어 올렸다.
머리 위로 들어 올린 검이 하늘로 향했다.
손에 쥔 검에 모든 힘이 모이자 검신을 휘감은 검기가 크게 부풀어 올랐다.
몇 배는 커진 검기는 마치 거대한 대검처럼 변해 있었다.
그 기운이 전부 검기라는 게 더 놀라웠지만, 그 공격을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코타로우는 그대로 검을 내려치며 강준우를 압박했다.
그대로 그를 양단하려는 맹렬한 공격이었지만, 코타로우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콰과광.
강한 힘이 실린 일격이 그대로 바닥에 꽂혔다.
커다란 굉음과 진동을 만들며 꽂힌 검기에 바닥이 크게 잘려져 나갔다. 하지만 정작 목표였던 강준우는 멀쩡했다.
강한 힘이 실린 것 같았지만, 그런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낼 이유가 없었다.
어렵지 않게 공격을 피해낸 강준우는 천마군림보를 밟으며 상대를 공격했다.
쿠웅. 콰과광.
바닥에서 솟아오른 기운이 그대로 코타로우를 덮쳤다.
이미 모든 힘을 쏟아낸 그는 강한 기파에 휩쓸렸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처박혔다.
"미친…… 괴물 같은 새끼."
그에게는 요르문보다 앞에 있는 강준우가 더 괴물처럼 느껴졌다.
치명상을 입은 코타로우가 피를 토해내며 입을 열었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그의 몸에 검을 꽂아 넣었다.
푸욱.
[상대가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강탈합니다.]
'역시나 무공은 못 얻는 건가?'
상대한 두 사람 모두 정파의 무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공이 넘어오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그 사실이 아쉬웠지만, 그런 감정을 뒤로한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도 처치할 놈들이 많네.'
요르문을 처리했지만, 아직도 주변에는 많은 뱀파이어들이 남아 있었다.
강준우는 지체 없이 그들을 향해 움직였다.
두 사람을 쓰러뜨리면서 얻은 포인트가 작지 않았지만, 포인트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노, 놈이 온다!"
"크아아! 죽여라! 요르문 님의 복수를 대신하자!"
달려오는 강준우의 모습에 그들은 전의를 불태웠다.
점점 가까워지는 그의 움직임에 남아 있던 놈들이 마법을 날렸다.
쐐에엑. 터엉.
그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공격이었지만, 그들이 날린 마법은 다시 방향을 바꾸며 근처에 있는 뱀파이어들을 향해 날아갔다.
콰앙.
그들이 날린 마법이 오히려 동료들을 덮쳤다.
배진격을 펼치며 공격을 받아낸 강준우는 당황하는 뱀파이어들 사이로 파고들며 검을 뿌렸다.
서걱. 서걱.
일섬을 섞은 무영검이 뿌려질 때마다 뱀파이어들이 까만 재로 변하며 흩어졌다.
그가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뱀파이어들이 터져 나갔고, 그 모습에 경악한 뱀파이어들이 혀를 내두르며 소리쳤다.
"괴, 괴물 같은 놈!"
"……."
뱀파이어들의 눈에는 강준우가 괴물로 비춰졌다.
황당한 소리였지만, 강준우는 개의치 않으며 마저 검격을 뿌렸다.
그의 검에 베인 자들이 빠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남아 있던 뱀파이어들 일부가 그런 그를 막아냈다.
중급 뱀파이어들이 힙을 합치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확실히 하급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움직임을 내보였지만, 그들 역시 다른 뱀파이어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이제는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진 상황이었다.
개중에 한 명의 목을 틀어쥔 강준우는 흡기공을 펼치며 사로잡힌 뱀파이어의 마력을 뽑아냈다.
8성에 이른 흡기공.
요르문을 처리하고 몇 단계 성취를 뛰어 넘은 그 힘에 뱀파이어의 마력이 빠르게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이상함을 느꼈던 그 움직임을 다시 감지할 수 있었다.
'흘러들어온 기운이…… 융화되는 건가?'
뱀파이어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뽑아낸 이질적인 기운은 섞이지 않았다.
당연히 그 힘을 바로 쏟아내야 내상을 피할 수 있었지만, 얼마 전부터 흘러 들어온 기운이 그의 기운과 섞이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기운이었던 것처럼 조금씩 섞이는 다른 힘에 강준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갑자기 이런 변화를 보이는 이유가?'
이상함을 감지한 그는 그 기운을 내부로 돌렸다.
위험할 지도 몰랐지만, 이런 현상이 왜 이루어지는지 알아내는 것도 중요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보기도 전에 원망 가득한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네놈만은 함께 데리고 가겠다!"
"으아아아!"
괴성을 내지르는 뱀파이어들.
그 기세가 남달랐다.
갑자기 폭주하는 그들의 기운에 강준우는 손에 잡은 뱀파이어를 처리하며 곧바로 뽑아낸 기운을 뿌렸다.
'흐읍!'
크게 숨을 들이마신 그는 곧장 내력을 쏟아내며 검격을 뿌렸다.
"이놈! 같이 가자!"
콰과과광.
전방에서부터 강력한 폭발이 뒤를 이었다.
근처에 있던 뱀파이어들의 스스로의 몸을 터뜨리며 그를 공격했다.
흔히 말하는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수법이었다.
'독한 새끼들.'
그만큼 그들의 각오는 대단했다.
일족의 원수라고 할 수 있는 강준우에 대한 증오가 하늘을 찔렀고, 자폭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며 그를 공격했다.
그들로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아무리 강한 공격을 쏟아내도 앞에 있는 괴물을 쓰러뜨릴 수 없을 것 같았다.
폭발과 함께 강한 반발력이 느껴졌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뱀파이어들의 파상적인 공세에 강준우는 남은 힘을 끌어 올리며 분주히 팔을 놀렸다.
티디디딩.
물샐 틈이 없을 정도로 펼쳐진 검막이 쏟아지는 강한 공격을 모두 받았다.
'후우. 후우.'
짧은 순간 검막을 펼쳤지만, 소진되는 기운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대단했다.
이미 요르문을 상대하면서 상당한 힘을 쏟아부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가 지치는 것도 당연했다.
'아직도 남은 놈들이 많은데.'
폭발에 휩쓸린 뱀파이어들의 수가 많았지만, 여전히 많은 놈들이 남아 있었다.
적의와 함께 두려움이 가득한 놈들의 눈빛.
뱀파이어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가 그를 괴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성의 괴물.
요르문보다는 강준우가 그런 괴물에 더 어울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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