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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47화 (147/254)

제 147화

<고성에서 이어진 길>

"카아아!"

남은 뱀파이어들이 강한 적의를 드러냈다.

어차피 이대로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에 놈들은 포효하며 강준우를 노려봤다.

광기에 가득한 눈빛들.

남은 놈들이 모두 그를 향해 달려들 기세였다.

실제로 놈들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흩어져 있던 놈들이 모여들었고, 그 모습을 확인한 강준우는 남은 힘을 가늠했다.

그리고 위에 있는 다이스케를 향해 은밀하게 뜻을 전했다.

- 준비해.

"주, 준비라니?"

- 튈 준비!

"갑자기 무슨……"

"캬아악!"

떨어져 있던 뱀파이어들이 달려들기 무섭게 강준우는 바닥을 박차며 몸을 띄웠다.

갑자기 뛰어 오른 그의 행동에 다이스케는 이를 악물며 남은 마나를 끌어 올렸다.

"크흡. 미친!"

남은 뱀파이어들은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강준우만 쫓아왔다.

그 살벌한 기세에 다이스케는 기겁하며 고도를 높였다. 하지만 뱀파이어들도 마냥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쐐에엑. 콰앙. 콰앙.

그들은 마법을 날려대며 그들을 노렸고, 일부는 박쥐로 변하며 달려들었다.

이미 살아남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아무리 힘을 소진했다지만,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달려든다는 것을 보면 이미 죽음을 각오한 것 같았다.

'요르문이라는 놈이 죽었을 때, 이런 반응을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

갑자기 달라진 놈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그저 조금이라도 상처만 남기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몸을 아끼지 않고 달려드는 놈들을 피하는 것이었다.

쏟아지는 소나기를 모두 맞을 이유는 없었다.

강준우는 다이스케의 어깨를 밟은 채로 기운을 끌어 올렸다.

남은 내공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놈들을 떨쳐내는 게 먼저였다.

"어떡하지? 남은 놈들 전부가 떼로 몰려들고 있잖아!"

"내성 쪽으로 가."

"내성으로? 차라리 성벽으로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

"조금 전에 죽은 놈들하고 관련된 놈들이 있을 거야. 그놈들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는 않겠지."

"죽은 놈들 동료? 그러길래 왜 그런 사고를 쳐서는!"

먼저 공격을 감행한 놈들은 저우펑과 코타로우였지만, 그들을 쓰러뜨린 책임은 강준우가 감당해야만 했다.

다이스케는 투덜거리는 와중에도 내성으로 향했다.

여전히 강준우에게 밟힌 채로 움직이는 스스로의 상태가 안쓰러웠지만, 요르문의 망토를 넘겨받은 만큼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저놈들은 왜 이렇게 변했지?"

"나도 모르지."

"목숨을 도외시하고 달려드는데?"

미친듯이 그들을 쫓는 뱀파이어들.

박쥐로 변한 놈들이 강준우의 검격에 베이며 쓰러져 나갔다.

놈들은 강준우가 아닌 다이스케에게 달려들었다.

강준우에게 향한 뱀파이어들이 그에게 닿지 못하고 쓰러지자, 생각을 달리한 것이다.

그나마 만만한 다이스케를 노리는 게 최선이었다.

그를 쓰러뜨리면 위에 있는 강준우에게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었다.

강준우는 그런 놈들을 떨쳐냈다.

계속해서 검기를 뽑아내며 놈들을 베어냈지만, 놈들은 이상하리만치 무모하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치이이익.

"아아악!"

그들을 쫓던 뱀파이어의 몸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박쥐로 변한 채 움직이던 뱀파이어가 처절한 비명을 토해내며 고통스러워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그가 따로 공격을 한 것도 아니었고, 다이스케가 마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개입하지도 않았다.

달라진 거라고는 밝아진 하늘이었다.

마냥 어둡기만 한 그곳에 새하얀 빛줄기가 스며들었다.

"해, 햇빛?"

"……."

검은 장막이 쳐진 것처럼 구름으로 가득 찼던 하늘의 일부가 환해지기 시작했다.

"뭐야? 해가 있었어?"

"그런 것 같은데?"

이곳에서 며칠을 보낸 것 같았지만, 날은 항상 어두웠다.

까만 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햇빛이 스며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었다.

어스름한 상태가 계속 이어졌었다.

이제는 어둠에 익숙한 만큼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지만, 갑자기 햇빛이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그 빛에 노출된 뱀파이어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햇빛과 마주한 뱀파이어들의 절로 몸이 타오르기 시작했고, 까만 재로 변하며 소멸되기 시작했다.

"아아악!"

"빛이다. 물러나! 모두 숨어라!"

"이곳을 벗어나야 해."

"아아악! 안 돼!"

뒤늦게 놈들이 무모하게 달려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무래도 햇빛이 나타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하늘이 열리면서 드러난 햇빛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놈들도 이판사판이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건 매한가지였다.

그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수장인 요르문의 복수를 하고 죽는 것을 택한 것 같았다.

"운이 좋았나?"

"…… 운이 좋았지."

"……."

동의하는 다이스케의 말에 강준우는 말을 잇지 못 했다.

두꺼운 구름을 뚫고 드러낸 빛줄기가 점점 그 수를 늘려 나갔다.

모여 있는 뱀파이어들의 태우는 것처럼 두꺼운 구름을 뚫어내며 주변을 밝혔고, 노출된 뱀파이어들이 괴로워하며 사그라들었다.

몇몇은 빛을 피해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일 곳은 다른 사람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빠르게 줄어드는 뱀파이어들의 모습에 남아 있던 사람들도 힘을 쏟아냈다.

이대로라면 포인트를 얻지도 못하고 뱀파이어들이 모두 사라질 것 같았다.

콰과광. 콰앙.

"죽어!"

"비켜라! 길을 열어라!"

죽음을 앞둔 뱀파이어들도 필사적이었다.

그들은 치열하게 부딪쳤고, 강준우와 다이스케는 내성 지붕에 내려서며 호흡을 골랐다.

"어? 저놈들이 이곳으로 달려오는데?"

"……."

"남은 놈들은 내가 처리한다?"

"그럴 힘은 남아 있고?"

계속해서 플라이를 펼치며 움직인 다이스케였다.

진즉에 마나가 바닥을 드러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당연하지! 수시로 마나를 채웠어. 그리고 이거!"

"……."

"네가 준 망토가 생각보다 효과가 뛰어나더라고."

그는 요르문의 망토를 가리키며 말했다.

소진되는 마나의 양을 줄일 수 있는 귀물로, 그 효과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것 같았다.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강준우가 뭔가를 고심하자, 다이스케는 곧바로 마법을 캐스팅하며 내성으로 뛰어드는 뱀파이어들을 공격했다.

놈들은 햇빛을 피하기 위해서 고성을 택한 것 같았다.

다이스케는 그런 놈들을 노리며 공격을 쏟아냈다.

"죽어라! 흡혈귀들!"

콰과광. 콰지직.

쏘아낸 매직 미사일이 그들을 휩쓸었다.

강한 폭발과 이어지는 여전에 놈들의 몸이 멈칫거렸다.

그 사이 쏟아진 햇빛이 그들의 몸을 불태웠다.

"아아악!"

"살려, 살려줘!"

까만 재로 변해가는 모습에 다이스케는 미친듯이 마법을 날렸다.

이 기회가 아니라면 포인트를 얻을 수 없다는 듯이 계속 공격을 감행했지만, 그가 쓰러뜨리는 뱀파이어보다 햇빛에 휩쓸려 나가는 뱀파이어들의 수가 더 많았다.

"끼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을 끝으로 뱀파이어들이 자취를 감췄다.

모두가 쓰러지기 무섭게 청명한 하늘이 떠올랐고, 남은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꽤나 치열한 싸움이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언제 돌변할지 몰랐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걱정할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머릿속에 낯선 기억이 떠올랐다.

'이건 또 뭐지?'

이곳에 와서 처음 접하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당황했지만, 떠오른 기억은 너무 생생하면서도 처절했다.

**

"아아악! 이 배신자들!"

"닥쳐라. 흉측한 괴물들."

"배은망덕한 놈들! 네놈들이 어떻게 우리에게……"

"더 이상 우리들의 피를 내어줄 수 없다!"

푸욱.

"죽여라! 모두를 불태워라!"

"놈들의 심장에 말뚝을 박아라!"

치열한 싸움이 뒤를 이었다.

수세에 몰린 자들은 처절하게 대항하며 적들을 막아냈지만, 물밀 듯이 들어오는 사람들의 수를 감당할 수 없었다.

뱀파이어들은 평범한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하는 인간들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중무장한 그들은 날아오는 마법을 버텼고, 날카로운 발톱을 막아냈다.

그들은 오히려 뱀파이어들을 통해서 익힌 마법을 쏘아내며 그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이대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어서 자리를 피하셔야 합니다."

"……."

"백작 각하!"

"모두 물러나라. 내가 저들을 막을 것이다."

"그것은……"

"명이다. 내 마지막 명이다! 거부할 것이냐?"

"크흑."

"살아남아라. 끝까지 살아남아서……피의 복수로 놈들의 어리석음을 알려라."

말을 마친 중년인은 남은 뱀파이어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섰다.

강한 마력을 흘리며 몰려든 인간 앞에 나선 중년의 뱀파이어.

드레이클 백작의 등장과 함께 모여든 인간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막아라. 백작을 잡아라!"

"죽여라!"

남은 일족이 물러날 때까지 그는 강력한 마법을 쏟아내며 그들을 막아냈다.

햇빛을 가린 성벽이 무너질 때까지 처절하게 놈들을 막아내던 백작.

하지만 결국 쏟아지는 햇빛을 감당할 수 없었다.

햇빛에 쓰러진 그 역시 까만 재로 변하며 사그라들었다.

**

머릿속에 들어오는 낯선 기억들.

짧은 순간이었지만, 강렬하게 남아 있는 그 잔상에 강준우는 침음을 흘렸다.

옆에 있던 다이스케도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이, 이게 뭐지?"

"모르지."

"설마 여기 나온 자들이 우리와 같은……"

"……."

다이스케는 쉽게 입을 열지 못 했다.

이들이 부르는 배신자들이 그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모두가 그 기억을 공유한 것 같았다.

성벽에 있던 사람들도 동요하며 말을 잇지 못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강준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밝아진 고성을 둘러봤다.

'여기에서…… 그 일이 벌어졌다는 건가?'

기억에서 확인했던 장소가 바로 이 성인 것 같았다.

멀쩡했던 성과 성벽은 곧 무너질 것처럼 변해 있었다.

달라진 거라고는 그저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비추게 전부였지만, 모든 게 바뀐 것 같았다.

계속 자리하고 있던 그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 와 있는 것 자체도 말이 안 되지.'

지금 처한 상황도 비정상적이었다.

떠오르는 상념을 떨쳐낸 그는 주변 상황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에 있는 산으로도 길이 나 있는 것 같은데?"

"산으로? 저쪽에도 길이 뻗어있는 것 같아."

어둠이 사라지자 주변이 드러났다.

도시의 결계가 해제됐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다른 도시로 향하는 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살폈지만, 다이스케는 의아해하며 입을 열었다.

"근데, 이 성 안도 살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성 안?"

"뭔가 좋은 거라도 남아 있지 않을까? 그래도 내성이잖아. 보물 같은 게 있을 지도 모르잖아?"

"……."

다이스케의 말이 솔깃하게 들렸다.

영약을 입에 넣으며 기운을 흡수한 강준우는 곧바로 바닥으로 내려섰다.

기민한 그의 움직임에 다이스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런…… 이럴 때는 날 부르지도 않지!"

위급할 때만 자신을 찾는 강준우의 모습을 뒤로한 그는 다급히 그를 쫓았다.

왠지 고성 안에 좋은 게 남아 있을 것 같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햇빛을 피해 숨어 있을 놈들이 남아 있을 지도 몰랐다.

그런 놈들이라도 쓰러뜨려서 포인트를 얻어야만 했다.

다이스케는 다급히 강준우의 뒤를 쫓았다.

어차피 강준우가 옆에 있다면 위험할 것은 없었다.

강준우 역시 다이스케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고성에 다른 누군가가 남아 있을 지도 몰랐다. 따로 기운을 흘리며 주변을 확인하던 그는 지하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는 거야? 뭔가 알고 움직이는 거야?"

"……."

주변을 살피지도 않은 채, 무작정 아래로 향하고 있는 듯한 강준우의 움직임.

다이스케는 그 사실에 의아해하며 물었지만, 드러난 광경에 말을 잇지 못 했다.

"이, 이게 뭐야?"

널따란 공간에 십자가가 우뚝 솟아 있었다.

그 십자가 옆으로 시린 빛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껏 확인했던 또 다른 통로 같았다.

"고성에서 이어진 통로라……"

"설마 저기로 들어가려는 건 아니지?"

왠지 모를 불안함이 스쳤지만, 강준우는 벌써 움직이고 있었다.

"가, 같이 가!"

과감한 그의 행동에 다이스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의 뒤를 쫓았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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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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