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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천마신공-148화 (148/254)

제 148화

<고성에서 이어진 길>

[죽은 자들의 도시에 들어섭니다.]

'흐음.'

알려온 새로운 소식에 강준우는 침음을 삼켰다.

죽은 자들의 도시.

웨어 울프들의 싸움을 끝으로 나온 선택지에서 언급됐던 도시 이름이었다.

지하의 무덤으로 통하는 통로가 다른 도시로 향하는 길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 했다.

"죽은 자들의 도시? 여기가 죽은 자들의 도시라고?"

"……."

"말도 안 돼! 어떻게 지하가……"

뒤따라 온 다이스케도 놀란 듯 되물었지만, 주변을 살피던 그는 말을 잇지 못 했다.

널따란 공간에 가득 들어찬 두 개의 관.

드러난 모습만 봐서는 그들이 예상했던 무덤인 것이 분명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관에 비해서 특별히 더 고급스러워보이는 형태였다.

덩그러니 놓인 관의 상태에 다이스케는 물론이고, 강준우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미 뱀파이어들을 모두 쓰러졌다고 생각했지만, 남은 놈들을 보면 다시 눈을 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뱀파이어들일까?"

"글쎄. 별다른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지는 않은데."

다이스케의 물음에 강준우도 확실한 답을 내리지 못 했다.

그 역시도 이곳은 처음이었고, 아직까지 뭔가를 알아낸 것도 없었다.

"도대체 여기는 왜 온 거야?"

"네가 내성에 보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귀물이라도 있을 줄 알았지."

"무덤에?"

"좋은 부장품이라도 있을지 모르잖아?"

"……."

그냥 해본 말이었지만, 너무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강준우의 말에 다이스케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음침한 공간에 잘게 몸을 떨었다.

서늘하다 못해서 싸늘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떨쳐낸 그는 두 개의 관 중에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나는 내가 처리하면 안 될까? 햇빛 때문에 잡은 놈들도 없었어. 포인트도 못 얻었고……"

"너 다 가져."

"저. 정말?"

다이스케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제야 그동안 부려먹었던 것에 관한 보답을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찝찝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이걸 그냥 넘길 놈은 아닌데.'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넘길 강준우가 아니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떠올린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법을 캐스팅해 나갔다. 그리고 놓인 관을 향해 공격을 뿌렸다.

콰지직. 콰앙. 콰앙.

강한 전력이 관을 때리자, 힘을 이기지 못한 두 개의 관이 터져 나갔다.

따로 관에 손을 대지 않은 이유는 이전과 같은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곧바로 마법을 펼치면서 상황을 살폈지만, 텅 빈 관을 확인한 다이스케는 강준우가 왜 그것을 그냥 넘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 아무 것도 없잖아?"

"……."

"미리 알고 있었지?"

"그럴 리가. 그냥 별다른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었잖아."

"안에 다른 놈이 들어 있는데도 이걸 나한테 넘긴다고?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다이스케는 말이 안 된다는 듯이 소리쳤지만, 강준우의 표정이 굳어지자 곧바로 입을 닫았다. 하지만 강준우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딱딱한 그의 얼굴에 다이스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니. 나는 그냥……"

"네 몫이다."

"뭐? 무슨 소리야? 내 몫이라니?"

"네가 원하던 놈이 나타난 것 같다고."

"……."

다이스케는 뒤늦게 강준우가 자신이 아닌 뒤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곧장 마법을 쏘아내며 뒤에 있을 놈을 노렸다.

"라이트닝 매직 마시일! 12연발!"

콰과광. 콰지지직.

그가 가장 빠르게 펼칠 수 있는 마법이었다.

라이트닝 볼트의 장점을 흡수한 매직 미사일이 나타난 놈을 향해 날아들었고, 커다란 굉음과 함께 놈의 몸에 적중했다.

"그어어어."

하지만 원하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가 날린 마법은 큰 충격을 주지 못 했다.

"뭐야?"

"……."

"뱀파이어가 맞는 거지?"

"네가 부순 관의 주인인 건 확실한 것 같은데?"

"그런데 왜……"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뱀파이어라기보다는 좀비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상함을 느낀 다이스케는 다시 마법을 날렸지만, 이번에는 공격을 적중시킬 수 없었다.

콰앙. 콰앙. 콰지직.

마냥 느릴 것 같던 놈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날아오는 마법을 쳐내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도, 도와 줘."

"네가 상대한다며?"

"그냥 해본 소리야."

"나중에 딴말 하지 마라."

"……."

어쩌면 이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런 강준우의 반응에 다이스케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뒤로 물러났다.

'저놈도 진혈인가?'

상대했던 요르문이라는 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린 움직임이었다.

딱히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순혈이라고 불렸던 놈들보다 더 느림 움직임이었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좀비라는 놈들보다는 빠르게 움직였다.

좀비가 된 뱀파이어.

창백한 피부 상태는 그대로였고 움직임도 확연히 달랐지만, 쉽게 상대할 놈은 아니었다.

다이스케의 마법을 맞고도 움직이는 것만 봐서 맷집은 대단하다고 봐야 했다.

강준우는 가벼운 장력을 뻗으며 달려드는 뱀파이어를 후려쳤다.

콰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뱀파이어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장력을 얻어맞은 가슴이 눈에 띌 정도로 함몰됐지만, 놈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가벼운 공격이라지만 힘이 실린 철사장이었다.

어지간한 뱀파이어는 버티지 못할 힘이었지만, 앞에 있는 놈은 거뜬히 공격을 받아냈다.

'뭐지?'

평범한 뱀파이어와는 달랐다.

왠지 다른 이상함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 낯선 점을 느끼기 무섭게 밀려난 뱀파이어가 달려들었다.

꽤나 기민한 움직임이었지만, 그렇다고 버거운 속도는 아니었다.

어렵지 않게 피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강준우는 뱀파이어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놈은 강준우를 껴안듯이 달려들었고, 꺼림칙한 행동에 강준우는 팔을 내밀며 뱀파이어를 막아냈다.

이상한 뱀파이어는 그의 팔을 붙잡았다.

강한 악력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뿌리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강준우는 의도적으로 놈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봤다.

곧바로 혈수마공을 펼치며 이어질 공격에 대비하자, 놈은 그의 예상대로 이빨을 들이밀며 붉게 변한 팔뚝을 깨물었다.

콰직.

놈의 이빨이 단단하게 변한 팔을 파고 들지는 못 했다.

하지만 낯선 기운이 파고들었다.

[죽은 자들의 힘이 스며듭니다.]

[천마신공의 공능이 죽은 자들의 힘을 이겨냅니다.]

'죽은 자들의 힘?'

아마도 만월의 저주와 비슷한 힘인 것 같았다.

따로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물리는 것만으로도 그런 저주가 스며들었다.

'이건 완전히 좀비인 건가?'

좀비가 된 뱀파이어.

아직 어떤 상태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앞으로 이런 놈을 더 자주 상대해야 된다는 사실에 그는 힘을 조절하며 놈을 상대했다.

터억.

"그으아아!"

남은 팔로 앞선 놈의 목을 틀어쥔 그는 흡기공을 이용하며 힘을 뽑아냈다.

하지만 마주한 상대는 마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마력 대신 낯선 힘이 빨려 들어왔고, 그 힘을 마주한 강준우의 표정이 절로 일그러졌다.

'이게 뭐지?'

끈적거리면서도 기분 나쁜 느낌이 스며들었다.

지그까지 상대했던 놈들이 가지고 있었던 마력과는 또 다른 형태였다.

죽음의 냄새가 풍기는 기운이었다.

죽은 존재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힘이었지만, 그 기운 역시 근원은 같았다.

마력이나 내공처럼 본질은 같았고, 일부가 그의 내공으로 흘러들어왔다.

'또 완벽하게 흡수가 됐잖아?'

일전에 어렴풋이 확인했던 힘이었다.

섞이지 않던 힘이 섞이자, 그 힘을 가늠하던 강준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흡기공의 성취가 높아져서 그런 건가?'

흡기공의 성취가 8성에 이르렀다.

갑자기 성취가 오른 힘이 낯선 변화를 가지고 온 것인 지도 몰랐지만, 성취가 오른다고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짧은 순간 고민하던 그는 스스로의 몸을 살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균형(均衡)인가?'

이번에 얻은 균형이라는 무리가 지금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낯선 변화였지만, 이런 변화가 나쁘지만은 않았다.

'흡기공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니. 이건 생각도 못 했는데.'

흡기공은 장단점이 확실한 무공이었다. 그래서 사용하는데 주의가 필요했다.

만약 이런 단점이 사라진다면 앞으로 더 유용하게 쓰일 것은 분명했다.

물론, 조금 더 확인을 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은 일부분만 확인한 만큼 조금 더 관련된 현상을 살펴봐야 했지만, 이런 변화가 나쁘지만은 않았다.

"뭐하고 있어?"

"……."

잠깐 자신의 상태를 살피던 그는 뒤에서 들려오는 다이스케의 물음에 정신을 일깨웠다.

좀비가 된 뱀파이어는 여전히 그의 팔을 물며 그를 공격했고, 정신을 차린 강준우는 기운을 흘리며 뱀파이어를 밀어냈다.

콰앙.

다시 쏟아진 일격이 그대로 뱀파이어의 심장을 꿰뚫었다.

혈수마공에 적중당한 뱀파이어는 그대로 튕겨져 나가며 바닥에 처박혔지만, 놈은 다시 움직였다.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도 움직이고 있어!"

"……."

"저건 어떻게 죽이라는 거지? 머리를 부숴야 하냐?"

좀비를 쓰러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머리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이미 그런 사실은 상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강준우는 다시 움직이는 뱀파이어를 다양한 형태로 공격했다.

투두둑.

일부러 점혈을 짚으며 뱀파이어를 묶어보기도 하고, 일양지를 뻗어서 급소를 꿰뚫었다.

천마군림보를 펼치면서 몸속에 낯선 기운을 흘려보내고, 발경을 이용해서 내부를 으스러뜨리는 등 별의 별 방법을 사용해서 놈을 공격했다.

오히려 뒤에서 지켜보던 다이스케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만큼 강준우는 앞에 있는 놈을 처절하게 다뤘다.

치명상을 입고도 여전히 몸을 움직이는 뱀파이어의 모습.

강한 충격을 입은 상황에서도 무모한 공격을 감행하는 놈의 행동은 상당히 위험한 모습이었다.

"그냥 머리를 부숴야 움직임을 멈추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마저 영면에 들게 만들어주는 게 좋지 않을까?"

"…… 그래. 그게 좋겠다."

앞선 놈을 통해서 공격을 감행했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들 모두가 이미 뱀파이어들이 어떤 상황을 겪었는지 확인을 했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인한 것만 봐서는 놈들도 피해자라는 느낌이 강했다.

강준우는 다시 움직이는 뱀파이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쐐에엑. 푸욱.

쏘아낸 일양지가 그대로 머리를 꿰뚫었고, 계속해서 움직이던 뱀파이어의 움직임이 멈췄다.

[순혈의 뱀파이어 아리엘이 영면에 듭니다. 1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흐음.'

순혈의 뱀파이어라는 이름에 맞지 않은 포인트였다.

볼로쟈를 처리했을 때와 다르게 1/10의 포인트를 얻은 게 전부였다

따로 무리를 얻은 것도 아니었고, 다른 능력이 올라간 것도 아니었다.

'이미 죽어있어서 남긴 것도 별로 없다는 건가?'

아무리 죽은 뱀파이어가 다시 움직인 거라고 하지만, 아리엘이라는 순혈의 뱀파이어를 쓰러뜨리고 얻은 것 치고는 얻은 게 많지 않았다.

"뭐 좋은 거라도 얻었어?"

"100포인트가 전부네."

"뭐야 겨우?"

"……."

놀라는 다이스케를 뒤로한 강준우는 떠오르는 알림에 말을 아꼈다.

**

죽은 자들이 도시에 들어섰습니다.

쓰러진 자들이 다시 일어섭니다. 살아 있는 자들에 관한 적의가 가득한 자들을 모두 쓰러뜨려야 합니다.

목표 : 되살아난 자들의 영면.

전체 보상 : 모습을 감춘 자들의 등장.

개인 보상 : 기여도에 따른 차등 지급.

**

새로운 임무였다.

목표와 보상을 확인한 강준우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습을 감춘 자들?'

아무래도 이곳에서의 목표는 이게 끝이 아닌 것 같았다.

뱀파이어들을 상대했던 것처럼 또 다른 놈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도대체 끝은 뭐지?'

계속 이런 식으로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임무를 완수하고 있었지만, 도무지 끝은 보이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덜 답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게 최선이었다.

"유키코와 하야테도 여기에 있으려나?"

강준우는 들려오는 다이스케의 목소리에 정신을 일깨웠다.

그러고 보니 김연희를 비롯한 두 사람과 임창현의 무리도 이곳으로 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직까지 무사하겠지?"

"큰일은 없겠지."

"그래도 불안한데? 우리는 이미 뱀파이어들을 처리했잖아? 하긴, 네가 있고 없고의 차이인가?"

"무슨 뜻이냐?"

"여기에는 너 정도의 괴물이 없잖아."

강준우는 황당한 다이스케의 말을 무시하며 주변을 살폈다.

우선 다른 곳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찾아보는 게 먼저였다.

[작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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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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